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525화 (495/548)

525회

잔재물

"자네 조상님의 가호가 없었다면 진즉에 죽었을 걸세."

"흐음. 더럽게 아프긴 하더군. 살살 약을 올리는데 눈 돌아가기 딱 좋을 녀석이야."

간달푸는 호치의 대답에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몸에 퍼진 번개의 상흔을 보았다.

자신과는 극상의 성질을 지녔지만 다행히 호치의 조상, 백호와는 되려 상성의 반응을 보여서 해당 상흔은 백호에게 되려 성장의 발판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힘이 남겨져 있네. 아마, 이걸 다스리게 된다면 자네는 한 단계 더 발전해 나갈 수 있겠지."

"그렇더군. 녀석은 그게 가능해 보이더군. 나와 싸우는데 가르침을 내릴 정도로 강했어. 빌어 쳐 먹을 괴물 같으니."

"그는 선지자들의 '선생'이라 불린 자니까."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을 하며 나와 붙었지. 젠장. 선지자들은 다 그 정도로 강력한 건가? 아니면 저 녀석이 유별난 건가."

"글쎄… 그건 폐하께서 아실 영역이지 내가 아는 영역은 아니군. 뭐, 선지자라고 다 강한 것은 아니네. 일부 선지자들은 평범하게 땅을 일구고 낚시를 하고 나무를 베고 암석을 캐면서 살아가는 존재도 있었어."

"구분되어져 있는 것인가."

"그렇겠지. 선지자들이 다 저 정도로 강력했다면… 세계 유지를 어떻게 했을까 싶기도 하는데. 뭐, 오직 폐하만 정확하게 아실 걸세. 폐하 밑에서 일을 하던 선지자도 있었으니까."

호치도 선지자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본인 역시 5명 정도의 선지자를 만났고 써번트들도 만났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는 선지자들은 적당한 힘만 사용하면서 나름의 불합리함을 조율하는데 힘을 쓰면서 살아가는 정도지 저렇게 과격하게 행동하는 이는 없었다.

생명체 모두를 선하게 한다는 망상에 가까운 것은 불가능하니 적당히 선한 방향으로 끌면서 이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발전과 멸망을 모두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었다.

호치 역시 이런 부분을 납득했기에 선지자에 대해서 있으면 괜찮고 없어도 되는 존재 정도로 여겼다.

동대륙의 용병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오늘의 일을 겪고 나서 뜻은 좋으나 과정이 엉망인 녀석들이 나타나게 된다면 이건 생지옥이 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도와주러 와서 고맙소. 그 본 모습 보이기 싫었을 건데."

"흠. 자네는 폐하께서 아끼는 이니까."

"아무튼 이 은혜 잊지 않겠소."

"그것도 좋지. 좋은 것은 마다하지 않는 주의라서."

"흐흐. 젠장. 잘못하면 코 꿰이는 일 엮이는 것 아닌가 몰라."

"그럴지도. 자네는 충분히 그럴 힘이 있으니 말이야. 그나저나 그는 자네를 죽일 생각은 없었던 것 같군. 이런 상흔을 입히긴 했지만… 이건 상흔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그래."

호치 역시 간달푸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녀석은 자신에게 이 흔적을 통해서 더 성장할 계기를 건방지게 주려고 한 것이다.

"그렇긴 하지."

"음… 이렇게 말하면 어이가 없지만 '성흔(聖痕)'이라고 표현을 하는 것이 낫겠군."

"성흔… 푸핫. 그렇게 표현하니 그렇긴 하구려."

"그대의 몸에 힘의 근원을 남긴 듯 해. 솔직히 상성의 힘이라고 해도 이건 지나치게 파괴적이야. 나와 같은 마의 길에 한발 걸친 녀석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으로 말이야. 어지간한 마족들은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을 걸세."

"마족 멸절에 눈이 돌아간 것 같던데. 흠. 그나저나 질문이 있소. 녀석의 그… 괴이한 공간의 마법. 그걸 간달푸 당신도 할 수 있소?"

호치의 질문에 간달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현 세계에 과거의 세계를 불러오는 일이지. 그건… 마법의 영역이 아닐세."

"그러면?"

"그건 신과 비등한 영역이라고 보면 되네. 그가 고대의 룬을 쓴다고 했는데, 아마 최초의 룬일 것일세. 그것은 신들이 쓰는 단어들로 그것들을 7자 이상 조합을 한다면… 가능한 수준이겠지."

"젠장. 조상님이 까불거리지 말라는 이유가 있었군."

"그리고 그걸 '신역(神域)'이라고 폐하께서는 이야기 하셨지."

신역이라는 명확한 표현에 호치는 눈을 꿈뻑이다가 기르메쉬가 이를 알고 있다는 말을 하자 깜짝 놀랐다.

"폐하께서도?"

"하하. 폐하께서 말씀하시길 그건 같잖은 재주라고 하셨네. 그저 자신이 좋은 환경에서 싸우기 위하여 공간을 점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했어. 잔재주라고 표현을 하셨지."

"… 잔재주 죽을 뻔 했다니 이것 참. 부끄럽군."

"약자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잔재주니 그렇지. 그런 강력한 신역에는 진입하면 안되는 것이네."

"쩝. 아무튼 신역이라는 것을 처음 겪어 보니 지랄 맞던데. 이걸 탈출하는 방법이 없으려나."

"처음 겪진 않았네."

간달푸가 신역을 처음 겪지 않았다고 웃으며 이야기를 하니 호치는 눈을 꿈벅거리며 말했다.

"내가? 아니면 간달푸 자네가?"

"우리 모두."

"…? 혹 우리가 같이 싸운 적이 지금 외 또 있었나?"

호치는 전혀 기억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뭔가 있나 싶어서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자네나 나나 아주 자주 있는 곳이지."

"자주 있는 곳?"

이해를 못하는 호치를 향해서 간달푸는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

"서대륙 자체가 폐하의 것이네. 하지만 분수를 모르는 것들이 분열을 꿈 꿨지."

"!?"

"폐하께서는 기꺼이 그들의 꿈을 이루어 주었네. 찬란한 영광은 사라지었지만 신들의 은총으로 살아가게 되었지."

"잠깐… 설마 우르크 제국의 영토가 그런 것은 아니지?"

"하하, 거기 까지는 아이네. 뭐, 그것 이상으로도 하실 수 있겠지만 우르크 제국의 심장과 같은 황도는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네. 그리고 단 한 번의 침입도 발생하지 않았지."

"… 황도 전체가 폐하의 신역이란 말인가."

"그렇기에 폐하께서는 늘 말씀하셨지. 자신의 뜰에서 마음껏 꿈을 꾸고 놀라고. 왜 폐하께서 위대하신 줄 아시는가? 모든 것을 발 아래 둘 수 있지만 그러지 않으시네. 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시지. 그게 찬란한 미래든 끝 없는 파멸이든."

호치는 왜 백호가 황제를 존중하는 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왜 신들조차도 우르크 제국 내에서는 한 수를 물리는 줄 알게 되었다. 그저 단순히 어지간한 신 이상의 무력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 여겼는데, 정말 아득한 경지였던 것이다.

"… 늘 말씀하시는 뜰이 그런 이유였군. 그리고 무엇이든 알 수 있다는 의미도 그것이었고."

"그렇지. 서대륙 만큼은 폐하의 의중 아래에 모든 것이 운영될 수 있네. 단지, 끝 없는 발전의 욕구를 막지 않으시기에 풀어 둔 것이지."

"동대륙의 단군도 그러한가."

"… 음! 그는 이야기가 좀 다르긴 한데. 폐하께서 말씀하시길 자신에 필적하는 인물이라고 하셨어. 다만, 그는 무조건 적인 중간계의 수호를 꿈꾸지만 모든 것이 끝이 났을 때는 신들의 회의에서 나온 결정을 따르는 존재네. 그리고 다음 세대를 보호하는 존재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 그들의 이념이지. 이건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서대륙은 중립, 동대륙은 수호… 인가."

"그렇지."

"그렇다면… 발전과 파괴도 있을 것 같은데."

예리한 호치의 물음에 간달푸는 랜서가 호치의 몸에 남긴 번개의 성흔을 건드리면서 말했다.

"자네는 발전을 하겠군."

"… 선지자!"

"그렇네. 그것은 오직 폐하께서도 인정한 어떠한 존재가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네만… 우린 선지자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모르네. 폐하께서도 말씀하시길 알고 있지만 전부는 모른다고 하시지. 그래서 선지자와 비슷한 모험가를 유심히 살피는 거네."

"… 모험가의 발전성은 확실히 변혁을 일으키기 충분하지."

"발전이 되었든 파괴가 되었든… 어떠한 형식으로든 그렇게 되겠지. 흠. 그나저나 인디고가 후다닥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군. 적잖게 다급한 발걸음을 보면 자네가 걱정이 많이 되었나 봐?"

호치 역시 그것을 느꼈는지 이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좋은 인물이네. 그리고 싹도 좋지. 솔직히 자네도 마음에 들지 않은가?"

"굽힐 때 굽힐 줄 알고 받을 땐 받을 줄 알고 잡아야 할 땐 잡을 줄 알지. 그리고 폐하 무서운 줄 아는 녀석이고… 지시를 받으면 그것을 해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자세도 마음에 들어. 솔직하게 모험가만 아니었다면 차기 황실 기사단장 감으로 뽑아서 굴렸을 것 같군."

"크크크. 나도 그 생각을 했지."

"칼스 레이너 백작이 참 괜찮았는데. 그 녀석이 상업을 하겠다고 훈련도 대충 하면서 재능을 썩히니 쩝. 본래라면 그랜드 급은 충분히 되었을 것이고 도움을 주었다면 그 이상도 되었을 것인데."

"어쩌겠나. 뭐, 그래도 심술은 그만 부리게. 꽤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던데."

"더 받으라고 내가 쑤셔 넣은 것도 있지. 롤랑이 망가진 것을 보면 요즘 참 인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아쉽고 더 화가 나."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니 어느새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호치가 문을 열어 주면서 잔뜩 굳은 준혁을 향해 말했다.

"오~ 인디고. 어서오게. 자네 이야기를 좀 했는데. 이렇게 오다니. 자네도 간달푸의 굴림을 받겠구만."

"예? 아! 그, 음! 두분 다 안녕하십니까. 아니… 그런데 호치님 괜찮으십니까?"

"아~ 멀쩡하네. 뭐, 별 것 아닌 것이야. 간달푸랑 이야기가 끝나서 대충 알아서 치료할 걸세."

"아… 그렇군요."

"이야기는 들어와서 할까?"

자신의 시설이었지만 준혁은 호치의 말에 마치 손님처럼 안으로 들어왔고 간달푸는 그게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관찰하는 맛이 있는 존재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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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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