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회
잔재물
호치의 상태를 지하실에서 본 준혁은 분명 '상처'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기묘한 위화감이 있었다.
쿼터르 세상에서 다크 스타를 죽이고 신룡족이 되고 난 뒤에 준혁은 '신성력'을 기반으로 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마나'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신성력을 사용하고 파악할 수 있다.
자신에게 고대 무신의 힘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그로 인해서 신성을 얻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호치의 상처를 보며 정말 위화감이 느껴졌다. 저건 상처가 아니라 마치…….
"축복?"
"응?"
"아! 죄송합니다."
준혁의 말에 호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으며 간달푸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저 힘은 축복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물론 과격하게 쑤셔 넣기는 했지만 말이다.
"후후, 제대로 알아 보았군."
"네?"
"뭘 그리 모르는 척을 하는겐가? 그냥 자네 말대로 호치의 상처로 보이는 것은 실제로는 축복이라 불릴 만 하지. 더럽게 건네줘서 저렇긴 하지만 오롯하게 다스리게 된다면 상처도 없어질 거고 더 성장할 발판이 되겠지."
"아… 그, 그렇군요. 그러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행이고 뭐고 애초에 호치를 죽일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냥 지도 전투를 내린 것이라고 보면 되네."
호치에게 지도 전투를 내려줬다는 이야기에 준혁은 식은 땀이 등에서 주르륵 흐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파악을 하는 호치의 무력 수준은 어지간한 제국은 홀로 쌈 싸 먹을 수 있는 존재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런 호치에게 '지도'했다는 것은 경지가 좀 더 아득하다는 것인데 그게 쉽게 짐작이 되지 않았다.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황제'와 '단군' 정도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아, 네."
"흐흐. 이것 참 자네도 비밀이 많은 사내로군."
"이래저래 조금 있기는 합니다만. 혹 이게 랜서 때문인 겁니까?"
"맞아. 더럽게 강하더군. 조상님이 경고했는데도 한번 쌈박질을 해봤는데 말이야. 적어도 나보다 두 수 정도 높은 수준이야."
"……."
"이 간달푸도 합류를 해줘서 간신히 빌어먹을 곳에서 나왔지. 끔찍 하더군."
호치의 대답에 '나왔다.'는 표현이 이해가 되지 않아 준혁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어디 던전 같은 곳에서 싸우신 겁니까?"
"그가 만든 세상에서 싸웠지. 그가 가장 싸우기 적합 장소."
"예? 만든 세상요?"
"선지자들은 더럽게 강하네. 인디고. 자네가 흔들리면 라온 길드가 통으로 위험해질 수 있어."
"아… 네. 인지는 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리고… 뀽을 잘 케어 해주게. 이래저래 괜찮다고 하는데도 정신 충격이 큰 듯 해. 복잡한 사연을 갖고 있는 듯 한데. 자네는 대충 알고 있지?"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주변을 통해서 몇 개 주워 들은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그래. 그 정도면 되는 거지. 자네가 숨기 듯 뀽도 숨기는 것이 있으니."
뭔가 뼈 있는 호치의 이야기에 머리를 긁적인 준혁은 다시 한번 '만든 세상'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음. 그런데 만든 세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러자 이를 듣고 있던 간달푸가 답변을 해주었다.
"별 것 없네. 자신이 가장 전투하기 좋은 세상을 중간계에 구현 시킨 거지. 마계화랑 비슷한 것으로 보면 되네."
"으음! 혹 그가 블루디카에 설치한 것들이 그런 겁니까?"
"딱히. 그것들은 그냥 고대 방어 룬이라고 보면 되더군. 여기저기 설치를 해둬서 확장을 하기 좋게 만들어 주었어."
"아… 그, 그렇습니까."
그건 뀽이 말했던 것과 동일해서 준혁은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것마저 알고 보니 이상한 수작질이었다면 머리가 복잡했을 것이다.
"그러면 질문은 더 이상 없는 것인가?"
"그… 랜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가 오고 난 뒤에 블루디카를 떠났으니… 추격을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고."
"호치님을 공격하고 그랬는데요?"
"정확히 말해야지. 호치를 공격하려던 것은 아니었네. 호치가 중간에 개입했을 뿐이지. 목표는 뀽이었지. 그리고 선지자인 만큼 서번트에 대해서 나름의 이야기를 할 권리는 있네. 물론 서번트의 의지도 중요하니 호치가 개입한 부분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 서로의 상황이 모두 이해되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죽지 않았지. 그리고 호치는 더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를 추격할 이유가 없네."
우르크 제국이 랜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발언이라서 준혁은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다만, 자네가 추적을 하려면 할 수 있지. 블루디카에 본인의 세상을 불러 일으켰으니. 그건 일반적인 마법이 아니니."
"저는 황실의 뜻과 동일하게 나아갈 겁니다. 여긴 폐하의 뜻이 있어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흐흐. 맞네. 정답이야. 역시 자네는 꽤 매력적인 존재라는 거지. 흐흐."
간달푸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매력적이라고 하자 준혁은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저번부터 뭔가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어떤 수작질을 부리려고 그러는 것인가 싶어서 말이다.
"음, 뭔가 이상한 눈빛을 보인 것 같기는 한데. 넘어 가도록 하지."
"……."
"큭큭. 재미있는 친구야. 정말로. 아무튼 호치 자네는 이곳에서 계속 머물도록 하게. 슬슬 복잡하게 진행될 것 같으니 말이야."
호치는 간달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간달푸는 그런 호치에게 혀를 차며 말했다.
"그리고… 폐하께서 말씀하셨네. 자네 조상님 말을 잘 들어도 충분히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이야."
"끄응… 알겠네."
"아무튼,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수습에 최선을 다하게. 인디고 자네가 호치를 좀 도와주고."
자신이 호치를 뭘 도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호치가 괜찮아지면 블루디카의 안정성도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준혁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뭔지 몰라도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크크. 그냥 이곳만 빌려줘도 무방할 거네. 적어도 얼굴 정도는 수습해야 하니까."
"아……."
"아무튼 나는 떠나도록 하지. 상황이 흘러가는 것이 심상치 않으니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가 많아지는 군."
그 말을 끝으로 간달푸는 호치나 자신의 인사도 듣지 않은 채 공간이동 마법을 통해서 사라져 버렸고 준혁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간달푸님 정도의 실력자면 이곳에 설치된 마법진들도 뚫고 가네요."
"그랜드 급만 되어도 충분히 가능하지."
"그렇군요… 그런데 오늘 뭔가 간달푸님이 평소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조금은 들떠 보이는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기운도 뭔가 묘했고……."
"꽤 감이 좋은데? 하긴 나 때문에 본 모습을 드러내어 그럴 것… 억?"
"본… 모습이요?"
호치는 자신이 말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입을 닫았지만 이미 준혁은 들은 상태였다.
"어… 음. 그런게 있네."
"… 네. 뭐, 그 알겠습니다."
"크흠. 비밀이네. 이거 아는 이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어. 이런. 자네가 편해져서 말 실수가 나와버렸어."
머리를 긁적이면서 실수라 말하는데 준혁은 점점 자신이 알기 싫은 비밀까지 알게 된다는 것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흠흠. 아무튼 걱정은 하지 말게. 뀽은 안전하니까."
"예. 그… 다행이네요."
"이래저래 충격이 많았을 거네. 뭐, 뀽하고도 뭔가 알고 지낸 것 같은데. 그건 자네가 이야기를 해보게."
"뀽하고 연관이 되어 있다고요?"
"음. 자세한 것은 당사자가 낫지 않겠나. 나도 아는게 별로 없으니. 간달푸가 좀 아는 것 같은데. 이미 떠났고."
준혁은 아마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어서 떠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수긍을 했다.
"예. 알겠습니다. 오늘은 혼자 있고 싶다고 하니 내일 좀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네요."
"그래. 그것도 좋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어야 하니까."
뭔가 별다른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훌쩍 지난 것을 보며 준혁은 오늘 방송도 꽤 타이트하게 진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그런데 그 상처?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음. 하긴 보는 눈이 꽤 있었지."
"마족을 막았다. 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게 제일 무난하겠지. 근데 그렇게 되면 마족에 대해서 너무 강대한 존재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유비무환이라고 더 단단히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계화 토벌을 가지고 최근 더 열을 올리는 부분들이 있으니까요."
"하긴. 그것도 좋겠지."
"대신 호치님의 이름이 좀 많이 거론 될 것 같아서."
"흐흐. 상관 없지. 어차피 이래저래 피해 다닐 건데 뭐. 비비안에게 양해를 구해서 이곳과 번갈아가며 지낼 예정이야."
"아! 그거 좋겠네요."
호치라면 뭐, 알아서 왔다갔다 잘 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부분이라고 여겼다.
"한 일 주일 정도면 어지간한 것들은 지울 수 있겠어."
"예. 저도 일 주일 안으로 이번 이슈를 좀 가라앉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슬슬 다시 마계화 관련 진출 선언을 해서 시끄럽게 만들어야 할 것 같네요."
"후후, 트리톤으로 자네가 가게 된다면 시끄럽긴 하겠군. 그러면 내가 블루디카를 잘 봐주도록 하지."
"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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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