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527화 (497/548)

527회

잔재물

"후우, 진짜 머리 아프네. 대충 다들 짐작을 하는 것 같은데. 내가 먼저 입을 꺼낼 수도 없고."

랜서의 존재 자체가 정말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자 준혁의 미간은 찌푸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준혁이 또 랜서를 거론하여 이런저런 정보를 푸는 것도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갈 수 있어 말을 아껴야 했다.

"정말 힘들다. 이 게임으로 얼마를 더 버텨야 하는데 이래저래 짊어진 것들이 늘어나는 것인지. 돌아온 것에 대한 대가인가."

편안하게 게임을 즐기는 것은 사치가 될 정도로 많은 것들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짓눌리지도 못하는 것이 자신이 판을 키운 것도 많고 지킬 것도 많았다.

이겨내지 못한다면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압박을 주더라도 버틸 수 밖에 없었다.

"끄응."

몰려오는 두통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 준혁은 이내 어떠한 형식으로 호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할지 고민했다.

지금도 벌써 넥게더와 개인 카페에 호치에 대한 이야기와 인 게임 스크린 샷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내용을 방치 하자니 그렇고 삭제하면 더 많은 말이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준혁은 적당히 거론을 하면서 이슈의 방향은 돌려야 하는 계획을 꾸려야 했다.

"뭐가 좋을까."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 중에서 조금 쉽게 생각을 하자면 최근 업데이트가 되어 이슈를 만든 '던전'을 꼽을 수 있었다.

강력한 던전으로 인해서 호치도 저런 피해를 보았다는 식의 언변을 할 수 있으나 이렇게 되면 해당 던전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건 당장에는 현재 소문을 덮을 수 있으나 이후에 더 크게 퍼질 종류의 수단이었다.

다른 방법은 호치와 간달푸가 이야기를 한 것처럼 해당 상처(?)를 흡수(?)하게 된다면 강해진다고 했으니 더 높은 경지를 탐닉하다가 생긴 사고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정석적이기는 한데, 간달푸와 호치 그리고 뀽이 등장했을 때의 상황을 찍은 이가 있어서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다들 표정이 썩어 들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야. 일단 이걸 포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뀽이 시무룩한 이유도 마력적인 도움을 주려고 하다가 힘이 모자라서 실패가 났다, 하지만 그래도 절반의 성과는 있었다. 이렇게 표현을 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덤으로 오롯한 성과가 아닌 절반의 성과라서 그런 상처가 난 것이고 추후에 마무리가 되면 다 나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두 사람의 실력은 그랜드 이상급이라고 대충 알려져 있으니 뀽의 힘이 부족해서 실수가 낫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 하지."

그럴 듯한 시나리오에 준혁은 이걸 대충 풀어 흘리고 난 뒤에 자연스레 다른 주제로 이어갈 것들을 고민했다.

"뒤에 부분이 더 강해야 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면서 이내 준혁은 자신의 사생활을 파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고 여겼다.

"규모가 좀 작았으면 만화책 이야기를 하면서 오덕 감성을 자극 시키겠지만, 이제는 너무 커져서 그런 부분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과거 자신이 오덕 감성을 자극한다고 차량 레이싱 만화나 스포츠 만화 등으로 나름의 어필을 하며 이들을 흡수했지만 솔직히 아직 넘지 못하는 벽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오덕 지식은 딥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공개를 하면 귀찮게 되어 버릴 수 있었다.

"뭐가 좋을까. 뭐가!"

머리가 아팠다. QGN 방송 건도 사실 까발릴 때로 다 까발려 져서 별다른 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급작스레 지어내기에도 좀 어불성설이었다.

"이벤트 관련 이야기를 좀 하면서 어그로를 끌어도 호치가 좀 더 강하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해당 상황을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이내 머릿속에 번뜩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굿즈! 그래 굿즈가 있었지!!"

라온미르MCN에서 굿즈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슬쩍 꺼낸 부분이 있었는데 준혁은 딱히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해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걸 진행하게 된다면… 꽤 시끄러운 이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텀블러랑 장패드라고 했었나."

가상 캡슐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장패드의 경우에는 좀 애매한 감이 있지만 텀블러는 꽤 괜찮았다.

"일부러 수량 관련 부분을 또 적게 내뱉어서 속을 좀 긁어 보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어그로를 자신이 끄는 걸로 하면서 이와 관련된 수익은 공공재단에 자신의 시청자 팬덤인 '협객단' 이름으로 기부를 하면 괜찮을 듯 싶었다.

덤으로 자신도 이번에 기부도 하고 말이다.

"좋은 일에 써야지. 좋게 들어오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게 최선인 듯 싶어서 준혁은 휴대폰을 들어 박지영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굿즈 상품에 대해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혹 시청자와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도 되냐고 말이다.

당연히 박민영 팀장은 된다고 이야기를 했으며 준혁은 어그로 분산을 위해서 굿즈 카드를 꺼내 들었다.

후드티 사태 이후에 아무런 발전이 없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하면서 말이다.

* * *

방송 시작은 평소처럼 무난히 테스트를 진행하며 시작을 했다.

뜨거운 이슈가 있었고 자신이 파악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냥냥소녀를 통해 들은 것이 있는지 시청자들은 방송에 접속하자마자 해당 질문에 대한 내용을 채팅으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준혁은 그것들을 확인하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별 것 아닌 듯한 리액션을 하며 방송 주변기기를 세팅하는 척하는 움직임을 했다.

이러한 준혁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질문을 하던 것도 잠시 멈추고 태연한 준혁의 모습에 별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심어졌다.

"자~ 방송 시작을 하기 전부터 호치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네요. 세팅 이제 끝 마쳤으니까 빠르게 상황 정리를 해드릴게요."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는 준혁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에 점점 더 확신이 들었는지 시청자들의 채팅 속도는 줄어 들어갔다.

"어. 가볍게 이야기 해서 실험이라고 해야 하나, 이걸 훈련이라고 해야 하나 뭐, 아무튼 이러한 부분이 있네요. 간달푸씨도 뀽도 같이 있었죠? 간달푸씨가 백업을 해서 도와주는데 좀 타이트 했던 것 같더라고요. 뀽이 서브로 보조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진행했는데 그게 실패? 아니다. 반 성공? 그런 느낌으로 진행이 완료 되었다고 해야 하나."

턱을 긁적이며 그럴 수도 있지라는 표정을 짓는 준혁을 보며 시청자들은 다시 호기심을 보여왔다.

그리고 준혁은 이들의 채팅이 먼저 치고 올라오기 전에 다시 말을 이었다.

"호치씨가 좀 더 강해질 수 있는 무엇이라고 하던데. 힘을 가다듬고 나면 상처도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힘 조절을 못해서 그런 거라고 하던 것 같던데. 깊숙하게는 저도 물어 보지 못했어요. 실례라서. 친분이 있다고 한들 이건 '비전'이라고 할 수 있으니."

비전이라는 이야기는 방금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한 것인데 시청자들은 납득을 했다.

호치 같은 이가 힘 조절을 못하는 비전 연구를 하면 그럴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뭐, 호치씨가 라온 길드원분들이 걱정을 해줘서 고맙다고 껄껄 웃던데요? 자기는 반성공을 해서 꽤 괜찮았는데 도와준 두 사람이 좀 침울해 하니 표정이 굳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미안해서. 어휴, 저는 블루디카에 무슨 큰일 터졌나 해서 굿즈 관련으로 이야기 하다가 그냥 후다닥 접속을 했네요."

준혁이 굿즈를 슬쩍 자연스럽게 꺼내자 시청자들은 이것저것 호치에 대한 부분을 더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굿즈로 이어졌다.

"어어, 아직 뭐. 확답은 아닌데. 아이고. 또 입이 방정이네."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 준혁을 향해서 시청자들은 바로 훈수를 펼쳤다.

굿즈가 어떠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물량은 넉넉히 확보를 하라는 이야기었다.

"어휴. 말 실수 한 번 해서 채팅창이 불타오르는… 끄응! 제품은 그 대용량 텀블러랑, 마우스 장패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데… 잘 모르겠네요. 이게 괜찮은 건지."

무난한 굿즈 제품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대부분은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둘 다 충분히 실용성이 있는 제품이라서 좋다는 말도 추가하면서 말이다.

원하는 반응이 일어나자 준혁은 꽤 긍정적인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에 이야기를 했다.

마치 넉넉히 준비한다는 듯 말이다.

"아! 물량은 음, 5000개 ~ 1만 개 내외로 할 생각인데 이게 되려나요? 저번에 옷보다는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넉넉하게 구매하실 분들은 구매를……."

넉넉이라는 말을 꺼내자 마자 채팅창은 불타오르고 어째서 저번하고 달라진 것이 없냐는 성화의 채팅이 올라왔다.

또 바로 그 난리를 겪고 난 뒤에 선주문 후 판매를 하지 않았냐는 글도 올라오면서 채팅창은 불타올랐고 준혁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님들아. 굿즈도 굿즈지만 그… 제품이 필요한 분들만 사고 그래야죠. 있는데 또 사면 그것도 낭비인데."

여러 개 같이 쓰면 그만이라면서 채팅창은 또 한 번의 불타오름이 시작되었고 준혁의 방송을 시청하는 '팬'이자 같은 '스트리머' 역시 분통을 터트렸다.

"어후. 알겠습니다. 이건 선주문 형식으로 이야기를 해볼게요. 진정들 하세요. 님들. 미안합니다. 어후, 굿즈는 늘 어려운 것 같네. 끄응. 아무튼 오늘 1부 시작 전 간단 채팅은 후다닥 빤스런 해야 할 것 같네요. 인게임에서 보는 걸로 해요. 도주를 안 하면 굿즈로 계속 불탈 것 같아서. 바로 히어로 크로니클 시작하겠습니다."

준혁의 이런 모습은 불타는 시청자들에게 웃음도 살짝 주면서 즐거움도 선사했으며 여전히 자신의 인기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는 준혁의 모습에 황당해 하면서도 또 여전히 불타올랐다.

해당 제품을 구매하지 못해서 눈물을 흘렸던 것을 생각하면 울화가 끓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준혁은 이를 체크하면서 인게임에서 굿즈를 조금만 언급하면 오늘 방송 관련 이슈는 굿즈로 시작해서 굿즈로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다.

'뭐, 마지막에 트리톤 복귀에 대한 부분도 살짝 흘리면 호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줄어들겠지.'

오늘 꽤 시청자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할 수 있겠으나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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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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