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스트리머다-530화 (500/548)

530회

밸런스

MT 방송은 꽤 잘 풀려 나갔다. 이중근 PD가 아주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져온 아이디어도 많았지만 본인이 나름 노력해서 가지고 온 고유 콘텐츠도 있었다.

특히 게임과 예능을 섞어서 진행한 프로그램들은 스트리머인 라온 크루 멤버들에게도 상당히 호평을 받았고 해당 콘텐츠를 개인 방송에서도 진행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그래도 이중 가장 큰 백미는 상당히 큰 돈을 들여서 준비한 '플라잉 체어' 였는데 이건 솔직히 놀이기구 타는 느낌도 있어서 상당히 즐거웠다.

플라잉 체어에 앉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 날라갈지 모르는 긴장감도 적잖게 있어서 방송이 꽤 재미있게 뽑혔는데 촬영이 촬영 같지 않고 놀이처럼 즐거웠다.

정말 오랜 만에 유쾌한 웃음을 터트릴 정도로 말이다.

다른 크루 멤버들을 비롯해서 지은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꽤 녹화는 술술 진행 되었고 이후에 저녁이 되어서 바베큐를 먹으며 진행되는 심야 토크에서는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의외로 자유롭게 다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본래는 나름 총대를 메서 이야기 할 사람들이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 이런저런 속마음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으며 놀랍게도 크루원들 내에서 커플이 탄생되는 상황도 연출되었다.

그 커플은 다름 아닌…

"아처형이랑 냥냥이랑 사귄다고!? 언제?"

"뭐어!? 한조형이랑 은별이랑 사귄다고!?"

"정말이야? 둘이 사귀는 거!?"

"우린 몰랐는데!? 언제부터?"

예상치 못한 고백으로 인해서 크루원들도 난리가 났고 제작진도 난리가 났는데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한조를 대신하여 은별이 입을 열었다.

"개인 콘텐츠 진행할 즈음부터… 사귀게 되었어. 내가 먼저 이야기를 했고 오빠가 알았다고 했고."

은별이 먼저 고백을 했다고 하니 분위기가 후끈해졌는데 이때 조용히 있던 한조가 입을 열었다.

"음,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도둑놈 소리 들을 까봐 그냥 있었고. 은별이가 이야기를 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음… 내가 먼저 좋아했어."

"오오! 한조 형~ 내 여자는 챙긴다 이런 건가!?"

"흠흠. 나한테 질문을 하길 바래."

한조의 발언에 분위기는 더 끌어 올랐고 추가적으로 연인 사이임을 공개하는 이들이 나왔다.

밭두렁과 앵겨로 비전투 직업군끼리 트리톤에 오래 상주를 하며 지내다 보니 이래저래 이야기 할 기회가 많아졌고 호감이 생겨 이미 5개월 전부터 사귀고 있었음을 이야기 한 것이다.

추가적인 커플 등장에 분위기는 더 축하의 분위기로 진행되었지만 이들과 좀 더 친했던 인물들은 어떻게 자신들을 그렇게 속일 수 있었냐며 장난스러운 타박도 했다.

뭐, 커플에 대한 부러움이 담긴 타박이라고 솔직한 이야기를 하며 진행된 타박이기에 이들은 그저 두들겨 맞을 뿐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나름의 비밀들이 밝혀지자 제작진들의 입장에서는 입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였으나 이중근은 조심스레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해당 이야기는 편집을 할까? 어쩌면 이게 너희 시청자들 입장에서 애매할 수 있잖아. 팬덤들도 있으니까."

"음~ 괜찮아요."

"저희도… 뭐, 딱히 문제는 없어요."

"사실 이미 넥게더 쪽에는 사진도 몇 개 올라왔어요."

"너희도? 우리도 그래."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들은 녹화 이후에 식사를 한 사진이라는 식으로 넘긴 상태였다. 워낙 친분이 있으니 팬덤들도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고 말이다.

"그, 그래?"

의외로 쿨한 반응에 확실히 연예인들과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자유롭다는 것을 이중근은 새삼스레 깨달았다.

"네. 뭐, 나쁜 짓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건데 어떻게 해요."

오오오올~

쿨하디 쿨한 논두렁의 대답에 아처가 고개를 끄덕이니 솔로들은 다들 부러운 시선을 이들에게 던질 뿐이었다.

"오케이. 그러면 이 말까지 다 넣는다. 솔로들의 죽창을 받아랏!"

"얼마든지요. 후후. 그런 죽창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은 우리 대장을 보면서 깨달았죠."

가만히 있던 준혁과 지은은 갑자기 자신들에게 포커싱이 되니 당황했지만 준혁은 다행히 지은과 달리 겉으로 내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지은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맞는 말이지. 솔로들은 모르는 커플의 무한한 체력과 탱킹은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커플들은 모르는 법적인 부부들의 세계는 더 환상적으로 좋지. 그렇죠? 북어형. 형수님이랑 아주 행복하시죠?"

준혁의 질문에 이를 아주 흥미롭게 보고 있던 북어형은 화들짝 놀라면서 바로 즉각 대답을 했다.

"무, 물론이지. 나는 우리 와이프랑 너무 행복해. 우리 애들도 너무~~ 예쁘고. 이거 다 아실 건데. PD님도 마찬가지 시죠?"

"커흠! 당연한 이야기죠. 하하하."

이런 둘의 반응에 준혁은 씨익 웃으며 지은에게 말했다.

"우리는 저 두 사람처럼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이렇게 행복하고 자연스럽게 계속 지내자?"

"으응? 다, 당연하지."

준혁의 이야기는 모두를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기 충분했고 북어형과 이중근PD는 식은땀을 흘리며 오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이들의 대답이 상당히 작위적이었음을 모두가 알 수 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준혁의 이런 발언 덕분에 라온 크루에 포커싱이 되었던 이 심야 토크 분위기가 제작진까지 넓게 이어지게 되었고 라온 크루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도 있지만 제작진들의 진솔한 이야기도 나오게 되면서 더 좋은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분이기 속에서 이중근은 한 가지 재미있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꺼내게 되었는데…

"여기서 마지막 질문! 시청자분들이 이런 말은 정말로 듣기 싫다!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냐고 하는데 혹시 이야기를 해주실 분 있나요? 아! 물론 이건 시청자분들이 라온 크루 멤버들에게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좀 광범위 합니다."

이중근PD의 이야기처럼 질문 자체가 광범위적인 부분이 많아서 다들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북어형이 번쩍 손을 들며 말했다.

"제가 할 말이 있죠."

"오~ 혹시 시청자분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하는 겁니까?"

"아뇨. 인디고… 준혁이 한테요.'

준혁은 북어형이 자신에게 무슨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꽤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혹시 장난스럽게 아까의 부부 관련 부분에 대해서 복수를 하는 것인가 싶었지만 그가 내뱉은 내용에 바로 머쓱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뭔가요?

"라온 크루 멤버들을 독립 시킬 생각이 있다는 말을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적잖게 있죠."

"라온 크루 멤버들을 독립 시킨다?"

이중근은 해당 장소로 오는 차량 안에서 준혁에게 들은 내용이 있기에 크게 놀라진 않았으나 그 말들을 크루원들에게 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그리고 북어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라온 크루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아 소수에게 한 것이 아니라 전원에게 한 것임을 깨달아 황당한 표정으로 준혁을 쳐다 보았다.

"네. 준혁이는 라온 크루가 팽창하다가 결국엔 찢어질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래서 크루원들에게 개인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이 진행할 콘텐츠를 양보하기도 하죠.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 다른 크루원들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이에 아까처럼 크루 멤버들 전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표했다.

"이런. 그런 부분은 전혀 몰랐는데요."

"솔직히 저희도 지금 라온 크루가 과분할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도 이렇게 함께 한다는 것에 만족을 하고 라온 크루를 탈퇴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준혁이는 성장을 위해서 그런 것들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요. 뭐, 저희를 내쫓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라온 크루 멤버들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을 하죠."

"음~ 이건 라온 크루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준혁은 이에 머쓱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라온 크루의 창설 목적은 모두가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을 실행하기 위해서 지인들을 받아들이고 확장한 것이었죠. 그리고 그 확장을 하는데 이 즐거움을 전파하는 이들도 같이 즐거웠으면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타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선사하는 사람은 즐겁지 않으면 안되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그래요. 우린 이 즐거움을 전파하는 일이 수익에 관련되어져 있어요. 마냥 즐겁게만 생각할 수 없게 되버렸죠. 가정이 있고 미래를 꿈꿔야 하죠. 심지어 이런 사랑이 언제까지 이어진다는 보장도 할 수도 없죠."

"음, 그것과는 이유가 좀 다른 것 같기는 한데."

"뭐, 그렇긴 해요. 그런데 같이 해서 즐겁고 행복하고 앞서 나열한 것들이나 기타 다른 것까지 다 해결된다면 이렇게 크루 생활을 하는 것이 좋지만 이 생활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스트리머는 불안정한 직업이죠. 시청자들의 니즈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되버려요. 자신만의 주관을 갖고 방송을 진행해야 하지만 타협도 필요하죠. 그건 개인이냐 크루냐도 마찬가지에요."

준혁의 말들은 오직 크루원들의 미래를 생각한 부분들이 많았다.

크루의 미래보다 크루원의 미래가 중요하다고 준혁은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크루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저에겐 크루보다는 크루원이 소중해요. 크루가 크루원을 잡는 족쇄가 되는 것은 사절이에요."

"늘 저렇게 말해서 문제라니까요. 족쇄가 아닌데 족쇄가 될까봐 미리 걱정을 하니까요. 끄응. 우리를 너무 생각해주는 것은 좋은데 우리도 크루 생각 좀 하게 내버려뒀으면 한다는 부분이 있달까?"

꽤 진지하게 분위기가 돌아가서 북어형이 조금은 장난스레 분위기를 풀었고 이에 동참한 크루원들이 준혁을 살짝 타박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준혁은 그에 적당히 분위기를 편승해서 크루원들에게 얻어 맞는 샌드백 포지션을 보이며 말했다.

"저는 라온 크루 멤버들이 모두 즐겁게 스트리머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 뿐이에요. 정말 가족처럼 소중하니까요. 근데 이렇게 단체로 때리니 생각이 조금 바뀌는 것 같기도 하네요."

이 말을 끝으로 이중근은 너무 진지해지지 않게 분위기를 잘 수습하여 방송 녹화를 끝냈으며 이후에 이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그리고 라온 크루는 그 배려로 인해서 서로에게 더 진솔해지면서 한층 더 돈독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준혁의 진심은 이들에게 충분히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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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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