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4회
밸런스
"요즘 무리하는 것 같던데. 전반적으로 전 달보다 안 좋아지셨네요."
"얼마나요? 선생님?"
"음~ 비율로 따지자면 수치가 평균 10% 정도? 피로도가 확실히 누적된 부분들이 커요. 수면 비중을 좀 높여야 할 것 같은데. 수면 시간이 몇 시간 정도 되죠? 이 정도면 옛날 수면 시간 정도로 돌아온 것 같은데."
"너 똑바로 선생님한테 이야기 해야 해."
지은의 이야기에 준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표정을 지은 채 솔직한 답변을 했다.
"대충 5시간 정도 잤는데 최근 2주 정도를 1시간 정도 더 줄였어요. 4시간? 조금 적으면 3시간 정도. 이래저래 확인할 작업들이 많아서."
"어휴, 그렇게 자면 안되죠. 그러니까 이렇게 훅 떨어지지. 수면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찰싹-
지은은 준혁의 등판에 스매싱을 치면서 노려 보았고 준혁은 시선을 회피할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요즘에 콘텐츠 조절을 한다고 수면을 줄이고 이리저리 영역 확보 작업을 진행 중에 있었다.
타 스트리머 방에 종종 출몰을 하고 후원도 해주고 시청도 꾸준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히어로 크로니클이 아닌 다른 게임 방송하고 있을 때 출몰을 한다고 수면 시간이 꼬인 것이다.
"적어도 7시간 이상은 수면을 취해야 해요. 그리고 영양제 관련 부분으로는 상담을 받으시면서 잘 먹고 계시기는 한데. 음식 섭취 부분도 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네요. 좀 피로 부분에 개선이 되는 음식들로 해서. 신선 음식, 슬로우 푸드를 좀 드세요."
"네! 제가 그렇게 먹일게요. 어휴! 선생님 음식 관련을 좀 추천을 해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나름 식단 밸런스 짜서 영양제도 조금 손 보고 할게요."
"감사합니다."
지은은 마치 엄마라도 된 것처럼 주치의 선생님한테 감사함을 표했고 준혁에게 잔소리를 잔뜩했다.
"너어~ 밤에 휴대폰으로 막 응? 방송보고 그러더니!"
"아니~ 그게 내가 또 친분을 좀 쌓아야 하니까. 두루두루 좀 보려면 그 시간 밖에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고 잠을 그렇게 줄이면 어떻게 해! 이제 휴대폰도 압수야."
"어. 음. 그, 그래도 그건 좀?"
"안돼! 건강 회복 될 때까지 압수야! 잠 잘 때는 잠만 자. 어떻게 회복시킨 건강인데 이렇게!"
지은이 상당히 공을 들여서 회복한 건강은 확실히 맞기에 준혁은 작아질 수 밖에 없었다.
"어… 음. 그 알겠어. 흠흠."
"어머님한테도 말씀 드릴테니까."
"헉! 그건 좀!?"
"됐거든."
"아니… 그 진짜로 잘 하면 되지 않을까. 음. 수면 시간도 좀 늘리고. 어, 그렇게 하면 되니까."
어머니 귀에 이 이야기가 들어가게 된다면 정말로 실시간 문자를 통해 수 많은 건강 염려를 해오실 것이다.
이게 감사하기는 한데 장난이 아니라서 듣기만 해도 식은 땀이 흐를 정도였다. 또 해당 문자나 이야기에 답변을 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마음이 상하신 모습을 보이시는데 풀어 드리려면 어지간히 고생해야 한다.
덤으로 해당 여파가 아버지까지 피해가 이어지면 아버지의 잔소리도 이어지는데 헬게이트가 열린 것과 다름 없었다.
이러한 준혁의 모습을 본 주치의 선생님은 뭔가 동병상련의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 보았는데 준혁은 머쓱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그… 말씀 잘 들으시고 그냥 제가 이야기 하는대로 하시면 아직 젊으시니까 2주 안으로 정상 수치는 될 거에요. 그런데 또 무리를 하면 나빠지시니까 적어도 잠은 7시간 이상은 자는 걸로 가닥을 잡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지은의 이야기를 끊어주는 주치의 선생님의 센스에 준혁은 감사를 표하면서 확실히 무리가 좀 있었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렇게 병원을 오게 된 이유는 상급 마족 토벌을 진행하고 난 뒤 수면을 취했는데 잠결에 코피가 터지고 일어나서 코피가 또 터지면서 지은이 병원에 가자고 하는 바람에 오게 되었는데 역시 피로 누적이었다.
'방송 시간을 줄일 수가 없는데. 이런.'
줄였던 방송 시간은 어느덧 미래 대비라는 이유로 다시 늘어난 상태였고 나름 진퇴양난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확실히 건강은 챙기긴 해야 하는데. 나름 몸에 옛날에 비해 훨씬 투자도 하는데 어째 더 부실한 것 같네.'
회귀 전에는 불규칙 생활을 해도 딱히 체력에 문제가 발생되거나 그러지 않았는데 회귀 이후에는 되려 더 심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는 준혁의 착각이었는데, 회귀 전에 불규칙 생활을 한다고 해도 준혁은 몸 컨디션에 아주 충실히 따랐다.
활동을 하려 하다가 피곤하면 방송을 미루고 잠을 자기도 하고 낮에도 졸리면 그냥 잤다.
술 마시면 주사가 조는 것이라서 어디서든 수면 보충을 꾸준히 했고 덕분에 괜찮았던 것이다. 덤으로 안주나 먹는 음식도 꽤 비싼 것들을 챙겨 먹으며 보양도 단단히 했고 말이다.
즉 잠은 최소한 충분히 잘 만큼 잤고 먹을 것도 나름 챙겨 먹었다는 이야기었다. 이렇게 정신적인 압박감을 받지도 않았을 뿐더러 장시간 방송을 하지도 않았다.
또 나름 몸을 챙긴다고 운동을 하지만 이게 피로감이 있는 상태에서 하다 보니 썩 좋다고 할 수도 없었다.
"뭐, 더 챙길 건 없나요? 선생님. 준혁이가 이런 부분을 좀 우습게 보는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하게요."
"어~ 아직까지는 젊어서 괜찮아요. 그래도 젊을 때부터 관리를 하는 것이 좋으니까 옆에서 잘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진료는 마무리가 되었고 준혁은 이후부터 대역 죄인이 되었다.
"가인님이랑 합방 한다면서. 낚시 대회 콘텐츠 때문에."
"응. 그게 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 미안해."
"어휴. 내가 못 살아 정말."
"그, 그래도 이미 공지한 합방 콘텐츠고 그래서. 대회 관련 이야기도 나눠야 하고. 아! 식사는 할 거야. 그 먹방같이 한번 진행해 보려고."
그래도 밥은 먹는다는 준혁의 어필에 지은은 살짝 노려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몸 좀 챙겨. 조금은 여유롭게 해도 돼."
"알겠어."
"대답만 잘해! 어머님이 화를 내는 이유가 있다니까."
"아니… 그러면 어떻… 아니. 음. 미안."
대답이라도 잘해야겠다 싶어 그렇게하겠노라 이야기를 했지만 지은은 화가 나 있었고 준혁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이 너무 빠르고 짧았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에는 좀 더 길게 대답해야겠다고 여겼다.
'아… 연애 때는 그래도 좋았는데. 음. 뭔가 어머니가 한 분 더 생긴 느낌이야.'
지은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기에 준혁은 참 세상은 요지경이라 여겼다.
"너어? 나 보는 눈빛이 조금 이상해?"
"어? 그, 으응? 아닌데. 되게 예뻐서 그런데. 와~ 이렇게 예쁜 사람이 내 아내구나 싶어서. 종종 믿기지 않을 때가 있거든."
확실히 어머님처럼 자신을 뭔가 파악하는 발언을 요즘에 이렇게 심상치 않게 하는데 당황스러움이 밀려왔다. 그래도 최대한 돌려 이야기를 했고 요리조리 자신을 노려보던 지은은 이내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흥! 믿어줄게."
"아니. 이건 진짠데……."
"오늘 저녁은 장어 덮밥, 장어 구이, 굴전, 생굴… 이렇게야."
"……."
지은이 이 이야기를 하면서 눈빛을 뿜어내는데 준혁은 시베리아 암컷 야생 호랑이의 눈빛이 떠오르며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 침음성을 삼킬 뿐이었다.
'아…….'
* * *
[ 그랜드 마스터는 진짜 격이 다르구나. 상급 마족 부분을 ㄷㄷ]
[ 나는 솔직하게 지렸다. 솔직히 그랜드 마스터를 떠나서 컨트롤 봤냐?]
[ 방패 전사들아!! 대장이 이야기 하는 컨트롤 좀 배워서 와라.ㅠㅠ]
[ 진짜 탱킹의 극한을 보여줬다. ㄹㅇ.]
[ 줄건 주고 목을 치는 극한의 판단력. 오져버렸다.]
[ 야, 근데 대장 이렇게 토벌 의뢰 혼자서 클리어 하면서 다녔는데. 레벨 성장 더 올라갔겠지?]
[ 그랜드 마스터도 초급, 중급, 상급, 최상급이 있을 건데 대장은 어느 정도 일 거라고 추측함?]
.
.
[ 얘들아. 그런 것 다 둘째 치고 대장 오늘 병원에서 봤다. 지은 누님이랑 같이 오셨는데 잔소리 듣고 있더라. 건강 나빠졌데.]
글쓴이: 라프겜BS
오늘 병원 갔다가 깜짝 놀랐자너!
대장이랑 지은 누님 왔더라고 내 바로 뒷탐이시더랑.
그래서 내 진료 끝내고 대기타고 있었는데
ㄷㄷ 대장 과로로 또 건강 상태 엉망됨.
방송 끝나고 잠 안자고 일했나 봄. 누님한테 잔소리 와장창 들었다.
지은 누님 화 많이 나셨던 것 같음.
또 하루에 3시간? 4시간 이렇게 잔 듯함.
암튼 그래서 눈치 보고 있었는데 대장이 눈 요리조리 돌리면서 눈치보다가
나랑 눈 마주침.ㅎ 그래서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니까
활짝 웃으면서 싸인이랑 사진이랑 해주더라.
(사진)
(사진)
ㅎㅎㅎ 싸인 밑에 고맙습니다 보이지
< 히어로 크로니클에서 그랜드 마스터인 내가 현실에서는 공처가인거임!! >
아무튼 슬쩍 물어보니까 수면 시간 좀 늘리고 잘 먹으면 금방 회복된다고 함.
인생을 갈아 넣는다고 하더니 진짜였더거임. ㄷ
아무튼 썰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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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을 본 준혁은 다 좋았는데 밑에 이야기로 인해서 머쓱함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지은이 맞는 말만 딱 이야기 하기에 반박하기도 힘들 뿐더러 지은은 자신으로 인해 인생이 변화된 인물 중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기에 더 마음의 빚이 큰 부분도 적잖게 있었다.
결코 자신이 공처가이기 때문에 아니었다. 자신은 애처가일 뿐이었다. 진짜로.
"음. 댓글들도 크흠. 애처가인걸 모르고. 쩝. 아무튼 방송 시간 조정을 좀 여유롭게 할 수 있겠는데."
눈을 마주쳤던 팬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준혁은 이번 계기로 히어로 크로니클의 분량을 조금씩 줄여 나가기로 했다.
'30분 정도 차근차근 줄여서 1시간 30분 정도만 줄여 놓자. 2부 콘텐츠에 힘을 실어주면서 말이야. 대회 관련 부분이랑 섞어서 진행하면 스리슬쩍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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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