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6회
밸런스
낚시 대회의 콘셉트는 과거 낚시 만화 책을 모티브로 삼아 진행을 하는 것이었다.
낚시황제, 강바다라는 이름으로 한국에도 나름 알려진 만화였는데, 가인은 대회 설명을 하면서 해당 만화책을 보여주며 이런저런 설명을 추가로 해주었다.
추억에 잠기는 이들도 있었고 만화 콘셉트를 대회로 진행하는 것이 재미있겠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었으며 신선하다는 평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준혁은 가인의 이러한 생각에 깜짝 놀랐는데, 확실히 만화책에 있는 것을 히어로 크로니클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망각했다.
'그렇다면 히어로 크로니클에서 만화책의 내용을 그대로 진행하는 실사판 영화를 찍어도 되지 않나?"
QGN에서 진행하는 자신들의 다큐멘터리에서 한층 더 나아간 것인데 이러한 콘텐츠는 여태까지 없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특수효과와 같은 것은 각종 이능으로 해결을 하면서 단편 콩트로 진행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음, 내가 1레벨이 된다고 가정하면 성장물을 기점으로 찍으면서 천천히 올라올까.'
분명 약한 주인공이 좋은 동료들을 만나서 세계를 모험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추후에 생존을 위한 콘텐츠를 하나 얻게 된 준혁은 이를 가지고 라온 크루의 생존력을 좀 더 올려보자고 여겼다.
물론 가인에게 해당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활용해도 되냐는 뜻을 이야기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합방을 끝내고 나니 꽤 늦은 밤이 되었는데 집에 돌아온 준혁은 지은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쉬지. 왜 기다리고 있어."
"일하고 돌아왔는데 아무도 안 반겨 주면 안되잖아."
"하하, 그런가? 음. 이거 왠지 되게 기분 좋다."
"정말?"
"응. 새삼스럽지만 뭔가 그런 말 있잖아.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이 있어서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뭔가 그런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아."
준혁의 표현에 지은은 베시시 웃으며 폭 안기더니 말했다.
"내가 여우야?"
"여우든 토끼든 그냥 귀엽고 예쁘지."
"에헤헤~"
지은을 안고 토닥이고 있다보니 준혁은 가인이 이야기를 했던 부분들이 살짝 떠올랐다.
건강을 챙기고 주변 식구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가인은 10년 이상 방송을 한 올드 인터넷 방송인이지만 중간중간 휴식기를 가졌다.
방송을 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주변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 방송을 접고 이것을 수습하기 위해서 생업인 방송을 쉬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고민과 노력을 한 끝에 지금의 방송 스타일이 만들어졌고 본인의 워라밸을 잘 구성하여 대기업으로써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
이런 이의 조언인 만큼 준혁 역시 주변을 더 살펴야 한다는 말에 큰 공감을 표했는데 최근 들어 지은에게 신경을 제대로 못 써준 것도 있고 가족들과의 소통도 줄어 들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과 휴식,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잡을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해.'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 것은 QGN에서 진행했던 라온 크루의 여행이었고 준혁은 고민을 하다가 이내 지은에게 이야기를 했다.
"지은아."
"어?"
보통 평상 시에는 누나라는 말을 하지만 꽤 중요한 말을 꺼낼 때는 이름을 부르는 것을 알기에 지은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음, 오늘 방송을 하면서 느낀 건데. 최근에 너도 그렇고 가족들한테도 그렇고 확실히 신경을 못 쓰고 있다는 생각이 좀 많이 들었어."
"그거야… 어쩔 수 없잖아. 너무 일이 빡빡하게 밀렸는 걸."
"그래. 그렇지. 그런데 내가 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어. 솔직히 불안함도 적잖게 있거든. 뭘 하지 않는다면 라온 크루가 흔들리고 주변사람들이 피해가 올 것 같다는 그런 것들."
병원 측에서는 이런 부분을 약한 강박증과 불안증이라고 표현을 했다.
더 나아가면 문제가 생기지만 아직까지는 충분히 약물 없이도 치료가 되니 마음 편안하게 먹으라고 했고 지은도 이런 부분을 잘 케어해주고 있었다.
"……."
"근데 이게 고쳐 지려면 게임 말고도 그냥 다른 것으로도 충분히 스트리머 생활이 된다는 것이 어필되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 그럴 수도 있겠네?"
"응.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했는데 방송 1회 정도는 그냥 우리가 데이트 하는 걸 영상으로 올릴까 싶기도 해. 너만 괜찮다면."
"데, 데이트? 설마 데이트 V Log 같은거 이야기 하는 거야?"
"우결(우리 결혼 했어요) 콘셉트이기는 한데. 우리는 결혼식만 안 올렸지 혼인신고는 했으니까. 그냥 진짜 데이트. 여기저기 자연 풍경 구경도 가고 재미있는 놀이동산도 가보고. 테마 파크도 가고~ 이렇게"
지은은 준혁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은의 입장에서는 스트리머가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지만 크게 압박감을 갖지는 않았다.
금전적으로 문제도 없었을 뿐더러 취미 생활을 제 2의 직업으로 가졌고 또 마음이 통하는 지인들과 또 남자친구에서 남편이 된 준혁과 함께 하니 재미 있게 즐기는 상태였다.
하지만 즐기던 것도 잠시 준혁이 너무 판을 크게 벌리는 바람에 일상이 조금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자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는데 이렇게 일 주일에 1번 정도 즐겁게 즐긴다면 다시 힘을 내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 괜찮은 것 같아! 아니. 좋아! 왠지 나도 요즘에 힘이 들었거든.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랬었어? 이야기를 하지."
"아니. 다들 바쁘니까 그게 쉽지 않지. 너는 잠도 줄이고 일하고 있는데. 나는 좀 여유롭잖아."
지은은 방송 시간을 꾸준히 주 5일로 잡고 진행을 했는데 나머지 2일의 시간은 크루원들의 방송에 출연을 해주거나 혹은 길드 업무를 보면서 지냈다.
그래도 기존 방송 시간보다는 훨씬 짧기 때문에 꽤 여유로운 부분이 있었으나 지치는 건 사실이었다.
"음. 그러면 이걸 마계화 이벤트 끝나는 시점부터 좀 할까? 토벌이 지금 활발해서 꽤 많이 제거가 되고 있다고 하니까."
"응! 그러자."
"한번 그리고 실험 방송으로 야외 방송 형식으로 좀 돌아다녀 보자. 유명한 곳은 분명히 좀 그러니까 차 타고 드라이브 하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관광 명소 있나 살피기도 하고."
"으읏! 그거 너무 좋다. 너무 흔한 곳은 좀 그랬는데!"
평범한 곳도 좋지만 이렇게 탐방을 통해서 데이트 코스를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지은이기에 안긴 채로 폴짝 뛰면서 좋아했다.
이러한 지은의 모습을 보니 준혁은 가인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반성을 했다. 지은이 자신을 케어해준 만큼, 적어도 자신이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관심을 보여야 했는데 외골수 기질이 강한 탓에 이걸 깜빡해버렸다.
"좋아. 실험 야외 방송은 언제가 좋을까. 스케줄 괜찮은 때 있어?"
"나는 내일도 좋은데? 딱히 스케줄 잡고 하는 것이 아니라서."
"음~ 그러면 내일 깜짝 야외 방송으로 할까?"
"그러자! 그리고 차량에서 방송 하는 건 불법이라고 하니까 내가 촬영하고 준혁이 네가 운전하고 그러면 딱 좋겠다!"
"바로 견적을 내시는데? 좋아. 그렇게 하자. 그리고 이거 영상은 따로 묶어서 U튜브 채널 개설할까?"
"따로?"
"응. 우리 둘 이름으로 따로. 인빵 채널 어때? 귀엽지 않아? 큭큭. 그래서 여기는 일상 쪽을 많이 담는 거지."
인빵 채널이라는 이야기에 지은은 준혁의 네이밍 센스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촌스럽지만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좋아. 그것도 좋다. 헤헤."
"뭐, 일상 영상이 있으니까 우리가 장 보러 가는 것도 찍고 요리하는 것도 찍고 운동하는 것도 올리고~ 이러면 될 것 같아. 굳이 매일매일 업로드 하는 것도 아니고 편안하게 이거 찍고 싶다 하는 것만 조금씩 올리자."
"와~ 그게 제일 좋다. 그나저나 그러면 편집팀에 또 일 늘어나는데 추가로 뽑아야 하는 거 아니야? 저번에 영상 편집이 너무 많아서 증원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어! 내가 그래서 잘하는 사람 알면 넉넉하게 영상 편집 3명, 자막 1명, 썸네일 1명 이렇게 5명 정도 뽑으라고 했어. 조금 여유가 있을 거야."
"근데 이 채널 만들면 그 여유 없어지잖아. 너무 악덕 같으니까 한 명 더 뽑자."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근데 이게 꾸준히 찍는게 아니라 천천히 하나 씩 올리는 건데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기도 하고. 한번 물어보고 결정하지 뭐. 근데 사람 뽑는 것도 일이더라고. 이야기 한 건 2달 전인데 뽑은 건 2주 전 즈음에 완료 했다고 하더라."
인터넷 방송 시장이 거대해지고 방송사나 소속사 등 다양한 곳에서 능력자들을 차출 하려고 하니 이것도 경쟁이 치열했다.
그나마 라온 크루는 압도적인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에서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기에 즉석으로 투입 가능할 실력자들이 영입 가능한 상태였지 다른 곳은 쉽지도 않았다.
"그렇게 부족해?"
"응. 아무래도 말 나오는 것도 줄여야 하고. 그래도 우리가 저번에 앞에 한식 뷔페 식당 있는 원룸 건물을 사서 숙소로 사용하게 했던게 아주 좋았어. 숙식 제공이 다 되고 일만 끝나면 자유롭게 다 할 수 있으니까 매력적으로 느끼나 봐. 그리고 차량 3대 리스 해놓은 거 그것도 좋아하더라고."
"하긴 눈치 보면서 일하기 싫고 일 끝나면 자유롭게 놀고 싶고 그러니까."
"그렇지. 뭐, 아무튼 말 살짝 해보고 타이트 하면 한 명 더 뽑아 달라고 해야지. 이쪽 인맥은 이쪽이 해결 하는게 좋으니까."
이렇게 영상 부분과 채널도 조절을 해 놓은 준혁은 차근차근 준비가 완료 되어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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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