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9회
밸런스
"유예한 종말이 멍청이로 인해서 진행되어져 버렸다."
"그들 역시 나의 백성이었으므로."
"중간계에는 희생이 필요할 것이다."
"언제나 영웅은 등장하기에."
"황제여. 내가 아닌 위의 전언이다. 영웅은 등장하였나?"
"그리하여 깨어날 것이다."
인공의 신은 기르메쉬의 이야기에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버려지는 영웅은 네 백성이 아닌가?"
"난 언제나 선택의 자유를 주지. 새롭게 다시 태어나도 유지가 되어도 나에겐 큰 의미가 없으니."
"단군의 마음을 좀 가져 보는 것이 어떤가?"
"그 역시 사랑하는 방법의 다른 가지임을 알기에 서로 존중하는 편이다만?"
"절대자들의 애정이란 오묘하군. 그나저나 호치 녀석이 두들겨 맞았다는데. 화가 나지 않더냐?"
"성장을 위한 가르침이라서 괜찮더군. 백호가 경고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들이대었는데 내가 뭐라고 할 순 없지. 그나저나 그 정도의 밸런스면… 과하게 된 부분이 적잖게 있는 것 같은데."
기르메쉬는 잔재물의 강함의 수준은 인공의 신인 저 녀석이 반드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여기고 있기에 쳐다 보았다.
"나를 의심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억울하다고 표현을 하지. 그저 내 몸을 다루는 윗분의 뜻이니까."
"그런가? 의외로 바로 이야기를 하는군."
"영웅이 곧 등장한다고 하니까. 서비스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일 뿐. 나도 수 많은 존재를 죽이고 만드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까. 너의 백성이기도 하지만 나의 노력이 들어간 생명이기도 하다."
그 역시 맞는 말이기에 기르메쉬는 부정을 하지 않았다. 만들어진 것들을 다스리는 것은 자신의 몫이지만 만드는 것은 녀석의 몫이니 말이다.
그건 저 위에서 부여한 특권과 같은 것이다.
"그렇게 아끼면 잘 만들지."
"무한한 자유를 주고 싶었다. 저 위에 도달하는 것까지 막고 싶지 않았어. 너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내가 제어한 자유를 네가 다시 통치로 풀어 놓고선."
"후후, 그렇지."
"기르메쉬. 모험가가 영웅으로 되어도 되겠나? 그들을 믿을 수 있나?"
"충분히. 그들 역시 다를 것 없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을 하지. 그리고 그의 성정이라면 충분히 그러할 것이다. 그저 그 이후의 상황에서 그의 주변을 돌봐줄 수준만 되어준다면 끝 없이 유예가 이뤄질 지도 모르지."
"그건 곤란한데. 고이면 썩게 마련인 것을."
"그럴지도… 그래 봤자 100년을 넘기지 못한다. 그들의 삶은 유한하지."
모험가들의 시간과 이곳의 시간이 동일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은 모험가가 100살을 넘게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 되면 영웅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후대가 있겠지만 밸런스는 조절되고 새롭게 시작된 그들의 기록이 이어질 것이다.
"천 년을 보면 되는 것인가."
"너무 길군. 기껏해야 100년이다. 1세대의 영웅들이 지나면 그 후대는 나약해지는 법이지. 이것은 법칙과 같은 것이다. 모험가들은 유희를 위해 오기에 지금과 같은 존재들이 탄생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지."
많은 세계의 시작과 멸망을 보았기에 단언하여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영웅은 언제나 나오지만 후대는 초기의 영웅보다 나약한 힘을 보유했다.
그리고 멸망을 막지 못했다. 선지자들이 직접적인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구제의 목적을 가지고 활동한 이들이 있음에도 그 정도인데 1세대가 끝난 다음 세대의 모험가들?
어쩌면 그들은 이 세계를 진즉에 떠나서 다른 곳에서 유희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고 머무른다고 해도 그 즈음에는 이권 다툼의 장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냉혹하구만. 나보다 더."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지. 그나저나 괴팍한 양반의 명령이라고 했으니. 곧 일어나긴 할 것 같군."
"아. 그래. 벨페고르가 방치를 하기 시작했지. 그 동안은 네 말을 듣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행동을 했으나 꾸준히 마계 자체를 감시는 했잖아."
벨페고르는 기르메쉬의 조언을 받아들여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계에서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고 그게 중간계로 영향을 끼쳐 문제가 생길까 봐 마계 자체만 대략적으로 살피는 모습은 보였다.
그렇기에 마계는 존속 되었고 커다란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뭐, 종종 중간계를 침입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그러긴 했어도 선을 넘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루시퍼의 존재로 인해서 벨페고르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고 통제의 역할을 하는 마족들을 죽여버렸다.
물론 그들을 죽이더라도 벨페고르가 신경을 써서 관리를 한다면 괜찮겠지만 그걸 하지 못했다.
그리고 루시퍼는 그로 인해 폭주를 하게 되었고 폭주의 결과는 벨페고르가 마계의 감시를 포기하게 되었으며 루시퍼는 그로 인해서 마계에 잠들어 있는 종말들을 깨우게 되었다.
"멍청한 녀석이라서 그렇게 말하면 계속 유지가 될 줄 알았는데. 언제나 변수는 생기는 법이지. 루시퍼가 마계로 스스로 내려간 것처럼 말이야."
"가시의 관을 가진 녀석이었으니 그럴 수 밖에. 소통은 못해도 들을 순 있었으니. 마계에서 살아가는 녀석들이 실험의 피해자라고 여길 수 밖에 없었지."
"벨페고르가 그것을 얻었다. 아마 녀석도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지."
"지금처럼 엿듣고 있어도 봐준다는 의미도 깨닫게 될 테고."
"그렇겠지. 영리한 녀석이었으니까."
인조의 신과 기르메쉬의 시선은 동일한 곳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한 존재가 가시의 관을 쓴 채 앉아 있는 동상이 있었다.
"초대의 영웅은 참 영악했단 말이지. 이런 구원의 댓가로 이걸 바랠 줄 누가 알았겠어."
"현명한 것이다. 뭐, 너를 만난 녀석이 이후에는 없었으니 제대로 가시의 관을 작동 시키는 놈이 없었을 테지만. 벨페고르 녀석에게 들어갔으니 이제는 제대로 돌아가겠지."
"흐음. 그럴지도."
"이제 루시퍼의 앞에 나타날 것인가?"
"아마. 폭주의 끝에서 보일 수도 있겠지. 영웅에게 목숨을 잃게 하기 위해서 말이야."
꽤 어울리는 장면이라고 기르메쉬는 생각했다.
"마계는 재정립이 될 것이다. 적어도 70%의 영토는 소멸하게 될 거야. 오염된 것들을 중간계에 남기긴 싫거든."
"벨페고르 녀석이 울겠군. 녀석의 힘도 줄어들테니."
"글쎄. 가시의 관을 갖고 있는 녀석이 고작 그걸로 울겠나 싶기도 하고. 그것만 쓴다면 사실 상 마계에서는 루시퍼가 원하던 '신'과 같을 것인데. 창조를 하려면 창조를 할 것이고 유지를 하려면 유지를 할 것이며 파멸을 할 것이라면 파멸 시키겠지."
"그 정도로 빨리 파악할까?"
"물론이지. 녀석은 충분히 영리한 녀석이다. 그러니 네가 벨페고르를 뽑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묘한 시선으로 기르메쉬가 쳐다 보니 인공의 신은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인내심이 좋은 녀석으로 뽑았을 뿐. 나야 별 상관은 없어서."
"그렇게 말하면 더 나눌 말은 없군. 그나저나 마계를 위로 보낼 것인지 연락이나 해 놓길 바래. 지금의 종말이 마계의 침공의 소모품으로 쓰이기 전에."
"물론이지."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지."
* * *
벨페고르는 루시퍼가 선물을 한 가시의 관을 쓰고 있다가 황제와 인공의 신이 떠드는 내용을 엿들을 수 있었다.
그건 온 몸에 긴장을 돋게 만드는 내용들이었고 이런 것을 엿들을 수 있는 루시퍼가 왜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루시퍼와 자신의 차이를 거론해주는 그들의 이야기에 깨닫게 되었다.
루시퍼는 천계를 거론했다. 그러나 자신이 듣는 것은 천계와 관련 없는 더 위의 존재들의 대화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이 엿듣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대로 석상이 되어 굳어버리는 줄 알았다.
친절하게 이런저런 말을 해준 것은 아마도 자신이 엿듣고 있음을 알기에 설명을 해준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재빠르게 가시의 관을 벗어 그들의 대화를 더 이상 듣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그들의 손에서 좌지우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후우. 저런 중간계에 진입을 한다고 하다니. 미친 녀석. 종말을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승산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결론은 저 위에서 이미 현재의 세계를 존속 시키고 구원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을 위한 영웅(재물)을 준비했으며 적어도 100년의 유예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100년. 분명 그 기간이면 지금의 마계는 무너질 테지."
지금도 마계의 끝은 침식으로 인해서 차원 소멸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이니 버틸 여력이 없을 것이다.
또 루시퍼는 이 사실을 알게 되어도 진출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말이다.
"적어도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뜻 같은데. 딱히 할 생각도 없다고."
딱히 원하지도 않았고 할 생각도 없다.
"그나저나 그래도 마계는 계속해서 존속이 되는 것 같기는 한데. 이후의 처결을 어떻게 한다는 거지."
이것을 알아야 자신이 안정적으로 무엇을 더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벨페고르의 시선은 다시 가시의 관으로 향했다.
어차피 엿듣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 그냥 대놓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자신을 죽일 것 같지는 않아 보였으니 말이다.
"귀한 물품 받은 값을 해주도록 하지. 루시퍼. 이게 내 마지막 호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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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