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1회
밸런스
"보면 볼 수록 내가 진짜 막무가내 방송을 했구나. 어떻게 엮인 녀석들마다 이런 식일 수 있지. 성적 희롱을 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나락행이 되기는 했지만… 사실 나도 떳떳할 것도 없는 놈이였다는 걸… 더 느끼게 된다."
솔직히 이번 어그로 사태가 터지고 난 뒤에 밀려오는 것은 수치스러움이었다. 자신이 이렇게 뭐라도 된 것 마냥 당당하게 이야기를 해도 되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후우, 지인이 엮였다는 이유로 강하게 딕션을 하긴 했지만……."
입안이 씁쓸해질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았고 반응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서 씁쓸함을 달래고 있을 때, 방 문이 열리면서 지은이 들어왔다.
"괜찮아?"
"응? 뭐가."
"아니. 굉장히 화가 난 것 같아서."
"아… 뭐, 그야 당연하지. 몇 없는 지인이 그렇게 거론이 됐는데. 나야 뭐, 같은 인터넷 방송인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고… 솔직히 내가 과하게 철퇴질을 해서 선비 방송이 된 부분도 있기는 있어서 상관은 없어. 그냥… 좀 짜증이 나네."
"은지가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 달래. 자기도 방송 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화를 내줘서 마음이 조금 풀렸다고 하더라."
지은의 이야기에 준혁은 그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후우, 마음 고생 했겠네."
"SNS나 인터넷 댓글 보면 그것보다 더러운 댓글도 많고 DM도 많고 그러니까. 그래도 이렇게 화를 내주니까 속이 좀 풀렸대. 은지 걔도 방송 짬이 있는 애니까."
"그러면 조금은 다행이고. 그래서 대응은 어떻게 할 거래?"
"본사 측에서 대응하기로 했다고 하던데. 레이블 법무팀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라온미르에서 움직인다고 하더라. 혼자서 망상으로 뭘 하든 상관은 없는데 그걸 천 명 단위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말할 정도라면 책임을 져야 할 거라고."
준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녀석은 이번 발언으로 인해서 꽤 무거운 철퇴를 맞을 것 같았다.
그래도 꽤 수익은 땡긴 것들이 있을테니… 흥청망청 쓰지 않았다면 커버는 될 것이다.
'뭐, 거기까지 걱정을 해주겠냐만은… 쩝.'
자신이 걱정해야 할 존재는 녀석이 아니라 이번에 연을 쌓은 은지였다.
"음. 책임을 져야겠지."
"그 사람도 핫클립 영상으로 올라간 네 영상을 본 것 같더라. 사과 방송을 켜고 수습을 하려고 하는데 어이가 없더라."
"뭐? 왜?"
"자숙 기간을 갖는 것은 그냥 쇼에 불과하니까 일 주일 노방종으로 사과를 하면서 방송으로 벌칙을 갖겠다고 하던데."
"미쳤나? 정말 그렇게 말했어?"
"응. 그러다가 넥스트TV에서 정지 때려서 방송 종료됐어."
준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말 머리 박고 사죄를 하고 108배를 매일 매일 해도 어떻게 커버가 될까 말까 인데, 이걸 콘텐츠화 시켜서 어그로 방송을 하려고 한 녀석에게 황당과 경악감을 느낄 뿐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저런 녀석을 걱정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에 잠깐 화가 치솟아 올라 얼굴이 벌겋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준혁의 얼굴을 본 지은은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릴렉스! 진정해."
"후우. 어! 음. 그, 그래야지. 후우!"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추스리는 준혁을 향해서 지은은 한심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이가 어리더라."
"나이가 어려? 스무살 중반 정도 아니야?"
"엥? 아니. 갓 고등학교 졸업했다고 하던 걸."
"뭐?"
준혁은 녀석의 나이가 자신보다 많다고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고 그래서 반말로 서로 콘텐츠를 진행했던 것을 떠올렸다.
'얘도 거짓말로 방송을 떡칠 했구나.'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도 뭐, 법적 처벌은 성인으로 받게 될 거니까. 알아서 진행되겠지. 그리고 성희롱 관련 부분에 있어서 최근에 법규가 강화된 부분들이 많거든. 연예인들이 이런 부분으로 좋지 않은 선택도 하고 그래서."
"어… 음. 그렇지."
자신도 해당 법률 때문에 상당히 고생을 했었고 정말 답답해서 숨이 막힐 뻔 했었다. 다행히 이쪽은 피했지만, 녀석은 이걸 피할 수 있는 재간이 없어 보였다.
"확실하게 책임지게 될 것 같아. 그리고… 나한테 연락이 돌려져서 연락이 오는데. 너한테 고맙다고 하는 애들이 많아."
"나한테? 내가 뭘?"
"사실 인터넷 방송인들 중에서 이런 쪽으로 섹드립을 수위 깊게 펼치는 사람들이 꽤 있었거든. 그런데 네가 이렇게 이야기를 확 꺼내어 놓고 편을 들어주니까 이슈도 되고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도 되고 좋다고 하더라."
"아니. 요즘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았어?"
"뭐, 이런 말들 많잖아. 그냥 섹시하네요~ 글래머스 하네요, 라인이 예쁘네요. 이런 말로 칭찬을 해도 될 걸 꼴리네요, 한 번 하고 싶네요, 만지고 싶네. 이번에 터진 넣을게 같은 드립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지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들을 보며 준혁은 머쓱함이 올라올 수 밖에 없었다. 저런 표현들은 자신도 줄창나게 썼던 표현들이었다. 다만 회귀 이후에는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아, 진짜 나 반성하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
지금에서 생각을 해보면 지나가는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자신의 여동생, 누나 혹은 지인 여성에게 저런 표현을 하면 주먹이 나가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여겼다.
"으음. 그렇구나. 그 부분까진 근데 생각을 못했어."
"대부분 다 그렇지. 인터넷으로 익숙한 표현들이잖아."
"반성합니다."
"그런 말 하라는 건 아니구. 아무튼 네가 그렇게 이야기를 한 탓에 진짜로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고. 고맙다고. 너무 좋았다고. 은지 말고도 많이 그랬어."
"잠깐… 얼마나 많길래 많이라고 하는 거야? 그러면 그 사람들이 내 방송을 다 본다는 이야기야? 라온 길드에 혹시 있는 건 아니지?"
지은은 준혁의 질문에 그 부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눈을 꿈벅거렸고 이내 헛바람을 삼켰다.
"에에엑?! 얘들이? 다!? 연락 온 애들만 60명이 넘는데!?"
"뭐어!? 이런 맙소사!?"
"서, 설마 애들이 다 길드원이겠어. 그냥 방송만 조금 보는 애들이겠지…?"
"제발. 부디. 어우. 진짜 라온 길드를 어쩌면 좋을까."
준혁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터진 진심에 지은은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라온 길드에서 뭐 하나 잘못되면 엄청난 여파가 터질 것 같다는 걱정이 몰려오면서 말이다.
"음. 일단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그래… 그러자. 뭔가 실체를 본 느낌이라서 복잡해진다."
"응… 애들한테 슬쩍 물어볼까?"
"아니야. 그러지마. 확정이 된다고 하면 더 복잡해질 것 같아. 그냥… 지금 이대로만 생각하자. 이벤트 대회 진행도 바쁘니까. 더 들어오면 피곤할 것 같아."
해당 부분으로 준혁이 얼마나 피로감을 호소하는지 잘 알기에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연락을 온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적어도 8팀 이상은 라온 크루에 스며들어 있다고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로 우리는 더 연예인 관련 언급을 조심해야 하겠네.'
자칫 잘못하면 원자 폭탄 수준의 파급력이 터질 것이 보여서 끔찍했다.
* * *
[ 인터넷 방송의 도 넘는 수위에 대한 일침을 한 스트리머 인디고(강준혁)]
[ 성적 희롱은 방송 콘텐츠가 아니다. 분노 폭발 인디고.]
[ 인터넷 방송인에게 성적 희롱 당한 아이돌 멤버, 대신 화를 내주며 일침을 가한 인디고에게 고마움 표해.]
[ 콘텐츠인가? 성희롱인가. 발언을 조심하지 못한 인터넷 방송인.]
[ 라온미르 "성적 희롱에 대해서는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하 레이블이라도 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지원할 것."]
[ 불쾌하고 눈빛, 싸늘한 표정으로 일침을 가한 인디고.]
[ 넥스트TV "해당 스트리머에게 현재 영구 정지 징계."]
- 이럴 줄 알았다. ㅎㅎ
└ 인터넷 방송계가 좀 잠잠하다 했어.
└ 리얼.ㅋㅋㅋ 사고 칠때 됐지. ㅋㅋ
- 어떤 놈이 사고 친 거냐? 인디고 성격 존나 좋아 보이던데. 저 정도로 빡쳐서 이야기 할 정도면 아이돌 누구임?
└ 아이돌 배은지임. ㅎ 인디고랑 같이 방송해서 친분 있는 사람이라서 더 화를 낸 듯 함.
└ 배은지. ㄷㄷ 유명한 애도 건드렸네. 미친넘인가.;
└ 라온미르가 움직였으니 뭐, 말하면 입 아프지.
- 누구는 인터넷 방송인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 시키려고 노력도 하고 기부하고 좋은 일 한다고 공익 콘텐츠도 무료로 하고 개고생을 하는데 ㅋㅋ 누구는 씨이벌 한 순간에 나락으로 꽂아 버리네.
└ ㅋㅋㅋ 싸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고. 여기도 골 때리네.
└ 진짜 팩트로 후드려 까도 너무 잘 깐다.
- 자숙 한다고 방송 안하는 것은 ㅋㅋ 쇼에 불과하다 일 주일 노방종으로 반성을 하겠다. <<< 실제 사과 할 때 한 말. ㅋㅋ(링크 영상)
└ 리얼이네; 와, 진짜 후덜덜하네.
- 애들아. 그런데 피해를 입은 아이돌은 배은지인거 알았는데 왜 다른 아이돌들이 인디고를 거론하면서 멋지다고 하는 거냐. 방송 캡쳐해서. 설마 다 인디고 방송 보는 건가?
└ 인디고 원래 연예인이랑 친분 많음. 집안 자체도 그쪽이랑 연결된 집안이라고 들었음. 엔터 주식 꽤 갖고 있는 것 같던데. 아무튼 그래서 그럴 걸?
└ 아, 그렇구나. 하긴 임지은이랑 결혼 하는거 보면.
└ 금수저였구남.
└ 엔터계 쪽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집안이라고 들었음. 한끼만 주세요 프로그램 보면 집 좋잖아. 거기 부촌임. 임원급, 사장급 사는 동네. ㅎ
- 이번에 게임에서 낚시 이벤트 하는데 이득화 배우님 나온다고 하더라. 섭외하는 거 보면 진짜 연예계랑 친한 집안 같은데. 자기랑 인연 있는 사람의 말을 또 저렇게 했으니 빡칠만 하지.
└ ㅇㅇ 그럴만 하지. 시부럴. 우리 은지님을!
└ 다 때려 빠샤 버릴 것이다. 저쉑기.
└ 인디고씨가 먼저 화를 내줘서 고맙다. 정말로. 후우. 아직도 열이 받아.
- 영구 징계 속 시원하다.
└ ㄹㅇ. 한번 오지게 터져 봐야지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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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