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6회
V LOG
숙박을 한 곳은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고급 스파 리조트였다. 장시간 차량 운전을 하고 움직이기도 했기에 몸을 좀 풀어야 했고, 스파와 사우나를 자체적으로 방에서 즐길 수 있는 이곳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괜히 일반 시설을 즐기다가 정체가 공개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방에서도 적당히 해당 시설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리조트를 골라 휴식을 취한 것이다.
지은 역시 상당히 만족해 하면서 즐기기 여념이 없었고 준혁도 함께 이런 호화 생활(?)을 만끽하면서 이야기 했다.
"음, 집에도 이런 거 설치할까?"
"으응?"
"꽤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냥 너랑 이렇게 있어서 좋은 거지. 시설도 좋기는 하지만."
"아! 내가 생각이 짧았네."
지은의 말에 머쓱한 표정을 지은 준혁은 이내 자신의 옆에 다가와 기대는 지은을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진짜 스트리머 생활 외에는 평균 낙제 강준혁."
"그러게. 평균 낙제네. 정말. 근데 정말 좋다. 진작 이렇게 할 걸."
"평균 낙제지만 그 말은 100점이야."
조심스레 지은의 어깨를 감싸면서 창 밖으로 보이는 자연의 풍경을 눈에 담고는 준혁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조심히 위신과 계약을 했던 부분을 지은에게 이야기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부길드 마스터로 활동 한지 꽤 됐지?"
"응? 100일 조금 넘었지. 갑자기 그건 왜? 여기서 또 방송 이야기야?"
"아니. 그냥. 음~ 라온 길드 마스터가 내가 부재일 경우에 누가 좋을까 싶어서."
"뭐어?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왜 부재인데?"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짓는 지은을 향해서 준혁은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너무 말도 안되게 강해진 거… 인정하지?"
"… 그, 그건 그렇지. 확실히 너무 빨리 강해진 부분이 있어. 그런데, 그게 왜?"
"메인 직업이 좀 그래. 뭐랄까 빨리 강해지는 대신에 독이 있더라고. 스페셜 직업을 얻었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기억나? 쓸모 없는 직업이라고. 방패 전사와 다를 것 없다고."
"응. 알지. 사람들은 그래서 다 네가 방패 전사라고 알고 있는 걸? 기술들도 거의 대부분 방패 전사 기술이잖아."
"어. 그렇게 속이고 있지. 이게 적이 많은 직업이라서."
머리를 긁적이는 준혁의 모습을 보면서 지은은 이내 설마 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혹시… 마족과 연관된 부분이야?"
그리고 이내 준혁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맙소사!"
"좀 더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마족을 넘어서… 중간계의 수문장 역할이라고 해야 하나?"
"수문장? 중간계 위기에 그러면 무조건 지키러 나와야 되는 뭐, 그런 존재라는 거야? 네 직업이?"
"어. 그래서 과도하게 빠른 성장이 가능해."
"… 맙소사!"
지은은 이런 말을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해서 벙찐 표정을 지었고 준혁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음, 아무래도 마계화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지금 이상의 상황이 생긴다면… 내 직업은 반드시 그에 걸맞는 힘을 얻게 될 거야."
"… 과도한 힘이 주어진 부분에 있어서 확실히 대가는 있을 것이다. 뭐, 이런 이야기인거지?"
"그래. 맞아. 그게 아마도… 캐릭터의 증발일 수도 있어. 아니면 초기화가 될 수도 있고. 비정상적으로 강해진 부분에 대해서 나도 의문을 갖고 치트키 사에 직접 문의도 했거든. 상담도 받았고. 그리고 이런 추측이 맞아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사측에서도 고민이 많아."
"하긴… 네가 초기화 되거나 캐릭터 증발이 되어 버리면 히어로 클로니클을 이끄는 아이콘이 사라지는 거니까. 거기도 민감하겠다. 근데 그러면 뭐, 안되는 거야? 밸런스 조절이나."
"이 직업이 서버 컴퓨터 그러니까… 히어로 크로니클을 만든 창조주가 남긴 중간계의 희망 직업이라고 하더라고. 근데 이게 조사를 해보니까 대부분 NPC들이 이걸 받는데… 어쩌다가 내가 이걸 받았어."
정말 빼지도 박지도 못한 상황에 걸렸다고 지은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준혁이 나간다면 길드가 유지가 될까? 라는 생각부터 많은 부분이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이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대책은 어느 정도 있는거야?"
"일단… 마스터까지는 그래도 공략이 지금 나오는 상태니까 빠르게 끌어 올릴 수 있고. 회사 측에서도 만약 초기화나 증발 급의 상황이 생긴다면 지원을 약속 햇어. 여러모로. 게임 내에서의 지원도 있고 현실적인 수익 부분에 대한 지원도 있고."
저 말은 초기화나 증발이 확실시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지은은 생각해서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만약에 네가 그걸 거부하면 어떻게 돼?"
"중간계 망하려나? 그리고 마계로 흡수될 수도? 혹은 세계 멸망? 이런 수준?"
"말도 안돼!"
"곰곰이 생각을 했는데… 제목이 히어로 크로니클, 즉 영웅 연대기라는 뜻이잖아? 아마 내 직업이 그 영웅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직업군인 것 같더라고."
"아……."
게임 타이틀과 연결 지어서 생각을 하니 뭔가 더 확실히 이해가 되었고 지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러니까 대비를 해야 하긴 하는 거구나?"
"응. 그래서 길드 마스터로 누굴 해야 하나 고민이야. 북어형, 아처형. 그리고 우리 마나님이 있는데. 누굴 해야 하나? 이런 고민."
"확실히… 고민이 되겠네."
"북어형이랑 아처형 중에 하나를 하자니 서로 기여한 부분들이 너무 커서 괜한 잡음이 나올 수도 있다고 여기거든. 그래서 우리 마나님을 하자니 또 이게 집안 식구라서 챙겨줬다… 는 식의 말이 나올 수도 있고."
"그러네."
"그렇다고 길드 마스터를 부재로 놓을 순 없고."
"으으. 복잡하네. 갑자기 이런 문제를 이야기 하다닛!"
준혁은 지은의 앓는 소리에 마치 조금은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해당 이야기를 꺼낸 이야기를 설명했다.
"사실 이걸 혼자 알고 있는게 낫다고 여겼거든."
"왜! 이건 다 알아야 하는데?"
"다 알게 되면 문제가 커지니까. 많아 봤자 부길드 마스터 정도만 알릴까? 아니면 말까 이 정도였어."
"……."
"그런데 오늘 이렇게 V LOG를 찍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 백지장도 맞들면 낫구나! 적어도 아내에게는 이야기를 하는게 낫겠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준혁의 설명에 지은은 자신의 능력에 감탄을 해서 이런 결심을 했다는 말로 해석이 되었기에 기쁘면서도 첫 고민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자기 앞가림을 조금 하고 V LOG에 좀 특성화가 된 것 뿐인데 너무 큰 기대를 받았다는 부담감이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은의 상태를 파악한 준혁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진 말고. 그래서 이번에 한 달에 2번 정도 진행하게 되는 이 V LOG 콘텐츠를 확실히 임펙트 있게 키워 보자고 할 생각이었으니까. 해당 부분은 일단 알고만 있으라고 전해준 거야. 이럴 수도 있다. 최악은 언제나 대비해야 하니까."
"으응… 알겠어."
하지만 지은은 준혁이 자신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을 파악하고 저렇게 말을 돌렸음을 알 수 있었다.
"뭐, 이것도 하나의 기회라고 여겨지기도 해. 내가 희생을 해서 히어로 크로니클이라는 게임 자체가 유지됐어.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라온 길드가 다른 길드에 비해서 뒤쳐지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이름은 남지 않겠어? 아! 라온 길드의 인디고라는 스트리머가 중간계를 구했어. 저 길드가 그 길드야. 뭐, 이런 느낌?"
"어휴. 끝까지 길드 생각이구나?"
"솔직히 말해서 돈에 얽매이는 시간은 지났고… 이제는 방송이 정말 재미있어서 하는 건데, 어떤 부분에 있어서든 모양새가 예쁘게 나오고 싶어. 뭐, 이미지 관리라는 부분도 있겠지만 임지은이라는 내 아내에게 부끄러운 모습으로 뭔가 남아 있는게 싫다고 해야 하나. 그냥 다 잘 마무리가 되고 잘 하고 싶고 그런 느낌?"
준혁의 솔직 고백에 지은은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르고 말았다.
"여태까지 한번도 너를 부끄럽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한 적 없어. 그냥 솔직히 존경스럽다는 생각은 들었어도."
"음,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고."
"진짜야."
지은은 초기에 준혁이 주식이나 이런 것으로 벌써 수십 억 대의 부를 소유한 것을 보면서 깜짝 놀라고 소름이 돋았다.
마치 그런 것들이 당연하다는 듯 미래를 준비하고 목표를 설정해서 차근차근 단계별로 나아가는 준혁은 그 시절 자신과 완벽하게 달랐다.
마냥 연예인이 되겠다며 연습을 하던 자신의 모습과 그리고 연예인이 되고 난 뒤에는 회사가 깔아 놓은 길을 걸어 다닌, 온실 속 화초인 자신과 다른… 그냥 스스로 길을 개척해서 나아가는 준혁의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한 것들은 반드시 지키며 신의를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는 자상한 모습에 더 반해버렸다. 그래서 자신이 먼저 고백도 했고 말이다.
준혁이 다시 본인이 좋아한다고 고백을 역으로 해줬지만 그래도 먼저 마음을 표한 것이 자신일 정도로 준혁에게 빠졌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더 빠진 상태고 말이다.
"뭐, 아무튼 이렇게 대충 알고 있어줘. 그리고 나머지는 비밀로 해주고. 귀족 직위나 이런 문제도 있고 해서 좀 복잡하거든."
"… 응. 알겠어. 그리고 콘텐츠 부분을 위해서라도 V LOG가 확실히 살려 보자. 최악의 상황이 직면되면 히어로 크로니클의 공백이 커버리니까."
"그래. 고마워."
히어로 크로니클 부분은 자신이 뭘 할 순 없지만 다른 콘텐츠 부분으로는 확실히 도울 수 있기에 지은은 꼭 준혁이 공백기를 갖는 그 타이밍에 큰 힘이 되어주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리라 다짐했다.
'V LOG 반드시 성공 시켜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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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