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2회
준비
라온 크루가 진행하는 마계화 토벌 이벤트로 인해서 히어로 크로니클 전체 유저들은 마계화 토벌을 위한 작업에 열중했다.
대연맹의 경우 전투조를 정예 부대로 운영하는 길드의 경우에는 길드 대표로 출전을 시키고 전원이 밀어주며 명예를 획득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예행 연습을 한다고 라온 길드보다 더 활발히 전투에 참여를 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서 마계에서 일을 진행하던 루시퍼 역시 곤혹스러움을 표할 정도였는데, 예상한 수치보다 늦게 중간계 전송이 되어 추가적인 방해가 심각하게 온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모험가라는 변수가 이렇게까지 작용을 할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크으으… 무리인가."
이성을 잃기 시작하는 순간이 잠깐이지만 찾아오기 시작했고 그 순간마다 힘을 조절하지 못해 주변을 파괴 하고 황폐하게 만들었다. 아직까지 마족을 해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외부 활동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그래서 벨페고르가 개조를 해준 자신의 성에서는 지내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폭주를 하더라도 외부로 이동하기는 지극히 어려웠다.
폭주가 발생할 때마다 벨페고르의 힘이 짓눌러 어디 이동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이곳을 벗어나지 않고 이동을 위한 준비를 하려 했지만 모험가들의 변수로 인해서 그게 힘들어졌다.
자신이 외부 활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런데 그때, 자신의 성 안에 익숙한 기운이 등장을 한 것을 파악했다.
온건파 마족이라고 할 수 있는 베히모스가 성 안에 강제로 진입을 한 것이다.
"베히모스……."
"루시퍼. 많이 힘든 모양새군."
"종말을 몸에 담았으니… 그럴 수 밖에."
그의 신체는 2/3 가량이 이리저리 뒤틀리고 기괴한 모양으로 변이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키메라와 같았다.
어깨에 달려 있는 눈 뼈가 튀어 나온 허벅지, 기괴한 가시가 달린 팔, 마수와 같은 발과 오크와 같은 송곳니 붉게 변한 눈동자 등… 베히모스는 루시퍼를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좋지도 않은 걸 몸에 그렇게 왜 넣은 것인지. 끝은 파멸 뿐인데."
"내 파멸로 마계가 정상화 되길 희망하네. 중간계에는 미안할 따름이지. 이미 멸망한 존재들로 인해서 그들에게 피해가 가니까. 하지만 생존의 문제야. 내 희생은 중간계에 마계를 전이 시킬 수 있을 정도는 되니 충분히 교환을 할 만 하지."
"그렇군. 그래서 내가 그대가 껄끄러웠나."
"지금에서야 느낄 수 있는데. 베히모스 그대는 왜 세계를 지켰지? 종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당신처럼 그 세계를 사랑했으니까."
"흐흐. 그런가. 그나저나 이 기괴해진 몸에서 자네의 힘은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있나?"
"가장 삐뚤어진 녀석일 테지. 오랜 시간 억눌렸으니 들끓는 살의가 가득할 것이고… 버려진 자들의 세계인 만큼 그게 더 심할 테고. 제 주인도 못 알아보고 살의를 보이는 것을 보면 확실하군."
어깨에 달린 눈에서 강렬한 적의를 넘어 살의가 가득했는데 루시퍼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어쩐지. 계속해서 거사를 진행하라는 듯 나를 보더라니."
"내 힘은… 그 어떤 종말보다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으니. 뭐, 그렇다고 지고 하신 존재들과 비교하거나 홀로 존재하는 자들과 비교하는 것은 힘들지만… 아무튼 내가 통제를 하지 못하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속도가 몇 배는 빨라질 것이고."
"… 흐흐, 그것 참 머리 아픈 이야기로군. 지금도 슬슬 벅찬데 말이야."
"벨페고르의 힘이라면 나를 누를 수 있으니… 이곳이 그대가 일을 치르기 전까지 가장 안전한 장소는 맞을 것이오. 내가 이렇게 온 것도 더 이상 이곳을 벗어나지 말라는 뜻이니까."
베히모스는 입고 있던 상의를 탈의하여 달라진 상체를 보여 주었고 루시퍼는 그걸 보더니 짐짓 놀랜 뒤 말했다.
"내가 종말을 불러 그렇게 된 것이로군."
"뭐, 응답한 이 힘이 문제겠지. 그대의 뜻은 이해하오."
"그런가 후후. 그거 참 고맙군. 누군가에게 이해를 받는게 오랜 말이라."
이해를 한다는 이야기는 루시퍼에게 뭔가 큰 위안이 되었다. 특히 베히모스와 같은 위치에 있는 존재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 더욱 큰 위안이 되었다.
"본래 모순된 존재는 이해 받기 힘든 법이니 어쩔 수 없을 것이지."
"지고 하신 존재나 홀로 존재하는 자들… 그딴 건 잘 모르겠더군. 왜 길을 가르쳐 주지 않는지 이해도 되지 않아. 그럴 거면 완벽한 존재를 만들지… 왜 어리숙하게 만든 것인지도 이해를 할 수 없어."
"……."
"빌어먹을 인조의 신이라는 작자도 만나고 싶은데 그것 마저도 안된다고 하더군. 벨페고르도 끝까지 외면을 했고."
루시퍼의 말에 베히모스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물었다.
"인조의 신?"
"그렇네. 자네도 모르는 건가?"
"처음 들어보는 존재라서 이 와중에 호기심이 생겼군. 종말로써 살아가면서 그에 대한 것은 들어본 바가 없어서."
"신들을 만들고 세계를 뒤엎는 것을 결정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지. 위대한 창조주께서 만든 이 세상을 조율하는 존재. 신들도 인조의 신 앞에서는 꿇어야 하나 몇몇의 존재들은 당당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하더군."
"… 창조주의 파편이라는 뜻인데. 그와 대등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서쪽의 황제, 동대륙의 지도자 정도라고 파악을 했는데 벨페고르도 그게 가능한 것 같더군. 그는 마계의 암중 수호를 하고 있는 존재였으니까."
"그래서! 아득한 느낌을 주었던 것인가."
이길 수 없는 미지의 영역과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음… 하지만 그는 내가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거늘. 황제와 만나도 보았지만 그는 어떠한 것도 느끼지 못할 수준이었는데."
"인조의 신과 대면할 수 있는 끝자락에 위치한 존재일 수도 있겠지. 마계에도 그런 이가 필요할 테니."
"그럴지도……."
베히모스는 자신이 이런 마을 하자 루시퍼의 어깨에 달린 눈이 마치 경멸과 조롱이 느껴지는 시선으로 쳐다 본다는 것을 느꼈다.
시선으로 느낀다기 보다는 거기에 담겨진 자신의 힘이 그 의미를 파악하고 전달 받는 기분이었다.
"으음. 뭔가 틀린 말을 했나?"
"무슨 의미지?"
"저기 저 눈알 녀석이 조롱의 시선을 던지는 것 같아서. 내 힘이었기 때문에 느낄 수 있기에 그렇네."
"흠. 뭐, 내 대답이 잘못된 점이 있거나 축소한 부분이 있거나 그렇겠지. 나 역시 추론을 통한 답이니."
"그렇군. 아무튼 나 역시 본체로 돌아가 이제 힘을 최대한 억제를 할 생각이니 루시퍼 그대 역시 이곳에서 최대한 일을 진행하도록 하게나."
"배려를 해준 것인가?"
"아니. 나 역시 예정된 종말로 걸어가는 것일 뿐. 그 과정에서 자네의 의지를 살피고 동조를 해주는 것 뿐이네. 아마 종말의 힘이 자네에게 오롯하게 갈 즈음에 마계에서 쌓은 힘으로 중간계에서 한번 날 뛰어 주도록 하지. 마계화가 막혀서 꽤 고생한다는 말을 들어서 말이야."
루시퍼는 자신이 종말의 힘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베히모스의 삶에도 끝이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베히모스는 자신을 원망하고 분풀이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무엇을 도움을 주려는 모습을 보였고 벅찬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 내가 자네의 모래 시계를 움직였군."
"진즉에 끝났을 삶. 오래 마계에 머물며 즐겁게 살았지. 나는 지키지 못했으나 그대는 지켜 보도록 하게."
"반드시… 반드시 성공을 하겠네. 내 모든 것이 부숴진다고 해도!"
"흐흐. 그런 의지라면 저 위의 존재들이 한번은 따끔하지 않을까 싶군. 나 역시 마계에서 쌓은 힘이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했는데 잘 된 것 같아. 이래저래 강림을 한다고 하면 50% 정도의 손해는 보겠지만. 터를 좀 잘 닦아 달라고.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지."
베히모스는 루시퍼의 답변을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마지막 말을 내뱉고는 그의 성을 떠났고 루시퍼는 두 주먹을 꽉 쥐며 베히모스의 숭고한 희생을 위해서 그가 조금이라도 더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자 했다.
'적어도 30일 안에… 베히모스가 중간계에 80% 정도의 힘을 보유하고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
그렇게만 해줘도 차후에 마계가 승리할 확률이 더 높아졌다.
'그가 살았던 세상이 중간계 북대륙에 아직 있으니 그곳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겠어. 남대륙 쪽으로 마계화 작업을 대량으로 진행하면서 시선을 돌려야겠어.'
희생이 있겠지만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었기에 루시퍼는 입술을 꽉 깨물며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웠다.
"반드시!"
* * *
그리고 그 시각
히어로 크로니클에 접속한 준혁은 마계화 토벌 관련 서류를 체크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라온 길드만 따져도 4배 가량 증가했고… 대연맹 소속 길드도 예행 연습을 한다고 했으니까 2배 ~ 3배 사이를 잡으면 될 것이고. 휴~ 큰일 날 뻔했네. 지금보다 더 한 일은 없겠지? 이제 뭐, 괜찮아! 운영자들도 일이 잘 될 거니까 안 죽어. 꿀릴 것 없어. 설마 큰일 나겠어?"
위기 상황에서 하지 말아야 발언을 연이은 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몸을 풀었다.
"나도 슬슬 좀 더 전투 폼을 끌어 올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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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__)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