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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됐고, 돈이나벌렵니다-4화 (4/183)

4화

수치스러운 오해에 타르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나는 잡아먹지 않는다고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아리스티네가 슬쩍 눈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그런 생각을 한 거 자체가……”

먼지 덩어리인지 사람인지 모를 날 두고.

그 말을 생략한 것은 나름대로 변태의 취향을 존중하고자 한 것이다.

“씻으란 말에 아직 혼전이라는 말을 한 건 너다.”

타르칸이 낮은 목소리로 짓씹 둣 말했다.

그러나 아리스티네에 게 그런 위협이 통할 리 없다.

“내가 먼저 말하긴 했지만 ……. 나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여자가 다시금 타르칸을 위아 래로 찬찬히 훌어봤다.

“너도 만만찮게 더럽잖아.”

너도 더러운데 안 씻냐?

여자의 눈이 그렇게 묻고 있었다.

타르칸은 처음으로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의문이 떠올랐다.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지?’

* * *

“혼전이니까 같이 씻을 순 없어.”

그러니 우선 공평하게 순서를 정해야 한다. 아리스티네는 단순한 사실을 일깨워 준 것뿐이다.

타르칸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 봤다.

옷 여기저기 마수의 피가 튄 상태였다. 출정을 마치고 바로 들어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긴 비단을 두른 여자를 안고 있었을 땐 가려졌지만,그녀를 내려놓은 지금 그 모습을 덮어주는 건 없었다.

신부에게 처음 보이는 모습이 마수의 피가 묻은 몰골이었지만 타르칸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 피는 승리의 중거다. 전투의 흔적이자 전사의 긍지였다.

그런데 더럽다니. 그것도 ‘만만 찮게’ 더럽다니.

흙먼지와 어떻게 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

실바누스의 황녀니 피를 보고 새파랗게 질리거나 소리 지를 줄 알았는데 그러지도 않는다.

전사의 피를 타고난 아이루고 인들도 그를 보고 겁먹어 덜덜 떨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자는 담담했다. 두려 워하지도,경외하지도 않는다.

“..............”

자신의 신부는 먼지투성이인 것부터 시작해서 무엇 하나 예상과 맞아떨어지는 게 없었다.

‘이상한 여자.’

하지만 그게 끝.

이 여자와 더 얽힐 건 없다. 그저 왕자비로 이름만 걸고 있으면 된다.

“난 다른 곳에서 씻을 거야.”

“아.”

타르칸의 말에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보통 궁 안에는 씻는 장소가 여럿 있는 게 정상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유폐 된 곳의 삶이 습관처럼 굳어져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그럼.”

아리스티네는 서둘러 소파에서 일어났다.

기분이 좋아졌다.

‘평범한 궁이니까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지 않을까?’

많이 바라지 않는다. 미지근하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아니, 아주 차갑지만 않으 면……’

타르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또 멀쩡한 사람을 변태 취급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봐도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

그들이 있는 홀은 문이 없고 기둥으로 주변이 둘러져 있었다.

그리고 각 기둥은 정원이나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아리스티네가 궁인을 따라 홀을 나가고서도 한참 동안 그의 시야에 여린 뒷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붉은 비단이 날개처럼 살랑거렸다.

“타르칸 전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타르칸은 고개를 돌렸다.

“디오나.”

디오나가 가까이 다가와 후후, 웃으며 타르칸의 단단한 팔에 슬쩍 손을 얹었다.

“누가 다가오는 걸 모르시다니 타르칸 전하답지 않으셔요. 무슨 생각에 그렇게 빠져 계셨어요?”

그 말에 타르칸은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이 여자를 생각하느라 정신이 팔렸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어.”

“그런가요.”

그게 아닌 것 같아 신경 쓰였지만,디오나는 더 캐묻지 않았다.

여 기서 궁금하다고 파고드는 건 타르칸을 질리게 할 뿐이다.

대신 그녀는 나긋한 어조로 아리스티네에 대해 운을 뗐다.

“황녀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분이시더라고요.”

타르칸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무미건조한 금안에는 어떤 흥미도 보이지 않았다.

‘흐응,그 여자에게 그다지 관심 없으신가 보네. 뭐,그럴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디오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감춘 채 염려스러운 얼굴로 타르칸에게 더 가까이 달라붙었다.

“그런 꼴로 온 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전하께 시집오면서. 좋은 뜻으로 보이진 않는데……”

애교스럽게 뒷말을 끌며 디오나는 잡고있던 타르칸의 팔뚝을 은근하게 살살 매만졌다.

“사정이 있겠지.”

“사정…… 이요?”

“너도 내 망할 형제자매들이 뭐라 하는 것을 봤잖아. 그렇게 될 걸 예상 못 하는 바보로는 보이지 않았어. 날 모욕하려는 의도도 없어 보였고.”

타르칸이 아리스티네를 변호하자 디오나는 다소 놀랐다.

그가 이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역성을 드는 건 처음 본다.

하지만 그녀는 곧 놀란 기색을 지우고 순종적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타르칸은 딱히 언성을 높이지 않았지만 그의 기분이 조금 가라앉은 게 느껴졌다.

눈치 빠른 디오나는 그의 늠름한 팔에 찰싹 붙였던 몸을 떼어내고 자세를 바로 했다.

“그건 그렇지만……. 알 수 없는 분이네요.”

그 말에 타르칸은 무심코 아리스티네가 사라진 회랑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정말 알 수 없는 여자야.”

디오나는 멈칫해서 타르칸을 쳐다봤다.

아리스티네가 사라진 방향으로 시선을 주고 있는 모습이 낯설었다.

그의 눈빛은 평소처럼 차가웠다. 미소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무감한 얼굴.

아리스티네를 생각하고 있는 얼굴은 결코 부드럽지 않았다.

하지만 디오나의 얼굴에서는 서서히 미소가 사라졌다.

“정말로.”

타르칸은 여자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여자의 표정은 처음 봤을 때부터 사라질 때까지 한결같았다. 감정이 없는 건가 착각할 만큼.

조금씩 변하긴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었다.

가장 표정이 선명하게 드러났던 때는 그때였다. 자신이 그녀를 안아 들었을 때.

동그랗게 커져 완전히 드러난 보랏빛 눈동자. 생각보다 훨씬 작고 가벼워서 깜짝 놀랐다.

‘울고 있을 줄 알았는데.’

홀로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울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전혀 아니었다.

무표정한 얼굴은 차라리 의연해 보였다. 겁먹어서 굳었다기보다는 그저 무심했던 얼굴.

‘실바누스에서 황녀로 자랐으니 그런 취급이 익숙하지 않을 텐데.’

그 고귀하신 혈통이 대체 왜 혼자서만 더러웠는지도 궁금했다.

알 수 없는 여자.

내 아내가 될 여자.

나의 신부.

정략혼이 결정된 순간에도 그 여자를 이런 식으로 의식해 본 적 없건만.

“타르칸 전하.”

디오나의 목소리가 다시 그를 현실로 불러들였다.

“혹시 황녀님이 마음에 드신 건가요?”

* * *

‘뜨거운 물이다! 욕조까지 있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욕조를 본 순간부터 아리스티네는 순식간에 행복해졌다.

“도와 드리겠습니다.”

아리스티네는 궁인들이 달라붙어 옷을 벗기고 여기저기 씻기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뒀다.

아주 어렸을 때를 빼면 목욕 시중을 받은 적이 없어서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그녀는 태생부터가 황족이다.

시중인에게 몸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 따윈 박혀 있지 않았다.

애초에 아리스티네는 딱히 다 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유년기부터 신경 쓸 사람도 없이 홀로 지내 왔으니까.

‘일 잘하는 사람들이네.’

다만 싫은 내색도 없이 정중하 고도 빠른 손놀림으로 자신을 씻기는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리스티네는 누구라도 건들기 싫을 정도로 더러운 상태다.

그런데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는 것은 대단했다.

그들이 하는 말은 “너무 뜨거우십니까?” 혹은 “조금 더살살 문지를까요?”  정도로 지극히 사무적이고 전문적이었다.

시녀들에게 무시당하면서 살아왔던 아리스티네로서는 이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궁인들의 태도가 좋다는 건 내 예비 남편의 수완과 카리스마가 뛰어나다는 뜻이지.’

협상 상대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다시 눈을 감아 주십시오.”

따스한 물이 얼굴 윤곽을 타고 흘렀다.

아리스티네는 눈을 감으며 타르칸에 대해 생각했다. 앞으로 그녀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응...?’

생각에 잠겨 있던 아리스티네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의 얼굴과 몸을 문지르던 손길이 멎었다.

‘다 끝난 건가?’

살며시 눈을 뜨는데 멍하니 입 을 벌린 궁인과 눈이 마주쳤다.

“아……”

궁인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 뱉었다.

물에 젖은 긴 속눈썹이 움직이며 물방울이 아롱아롱 흔들렸다.

그리고 꼭 새벽하늘같이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가 온전히 드러났다.

아리스티네는 눈가의 물기를 홈치곤 다른 궁인들을 바라봤다.

그들도 별반 다를 것 없었다. 모두 손을 멈춘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문제라도?”

아리스티네의 말에 정신 차린 궁인들이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황녀님.”

“송구합니다.”

꼬질꼬질한 상태에도 별 반응 없던 사람들이 대체 뭐에 그랬나 싶었지만 아리스티네는 입을 다물었다.

몇 번 더 행구고 난 뒤 아리스티네는 드디어 욕조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아,좋다.’

궁인들을 내보내고 혼자 남은 아리스티네는 행복한 기분으로 욕조 턱에 머리를 기댔다.

몸이 절로 노곤해진다.

이것만으로 아이루고에 시집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진 미뤄 두고 좀 쉬자.’

마치 그 생각을 읽은 것처럼 수면이 일렁거렸다.

무언가가 비칠 낌새에 아리스티네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여간 꼭 이럴 때 보인다니까.’

쉬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 * *

‘......타르칸?’

수면 거울에 떠오른 인물은 바로 그녀의 예비 남편이었다.

그의 곁에는 짙은 군청색 머리의 농염한 여자가 서 있었다.

‘언제지? 아마 오늘일 것 같은데. 가까운 미래나 가까운 과거. 아니면 현재.’

타르칸의 복장이 똑같았다.

그가 아무리 같은 디자인의 옷을 좋아한다고 해도 피가 튄 옷을 그대로 입고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의 곁으로 아리스티네를 내려놓았던 소파가 보였다.

‘……이 남자 대체 언제 씻으러 갈 거지?’

아무리 정략혼이라지만 더러운 남자는 싫은데.

아리스티네는 그녀가 보고 있는 게 과거이길 빌었다.

‘부디 지금은 씻고 있길.’

그때 수면 속 여자가 입을 열었다.

[혹시 황녀님이 마음에 드신 건가요?]

그 말에 아리스티네는 깜짝 놀랐다.

‘아니,내 얘기 중이었어?’

결혼 상대를 처음 만났으니 화제에 오를 법도 했다.

‘평소 행실이 어땠길래 저런 질문을 받는 거지.’

먼지 덩어리가 마음에 드느냐는 의심을 받다니.

‘역시 변태인가.’

[뭐?]

수면에 비친 타르칸이 낮게 물으며 여자를 내려다봤다.

처음 볼 때부터 느끼긴 했지만 꽤.. 아니,굉장히 잘 생겼다.

제왕안을 통해 수많은 남자들을 봤지만 솔직히 이렇게 잘생긴 남자는 처음이다.

저렇게 눈을 내리뜨는 것만으로도 맹수 같은 나른함과 위험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의 앞에 있는 여자도 긴장했 는지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그 여자가 마음에 드냐고?]

느긋한 어조였다.

아까 아리스티네의 말에 성을 내던 태도와는 정반대였다.

하지만 그 느긋함이 그를 더 위험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럴 리가.]

타르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입매가 비뚜름하게 위로 올라간다.

아마도 이게 그의 평소 모습일 것이다.

[너도 잘 알 텐데?]

금빛 눈동자가 스르록 움직였다.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 * *

목욕을 마친 아리스티네는 궁인들의 안내를 받아 이동했다.

“황녀님의 시녀들을 불러올까요? 아직 궁 내부를 익히는 중 입니다만.”

안내하던 궁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도착하고 나서 계속 아이루고 인이 시중을 들고 있으니 불편할까 염려되었나 보다.

아리스티네로서는 실바누스인 보다 아이루고인이 훨씬 편했다.

“아니야. 괜찮아.”

“알겠습니다. 그럼 머무실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아니.”

아리스티네가 발걸음을 옮기려는 궁인을 저지했다.

“타르칸에게 안내해 줘.”

“알겠습니다.”

궁인의 얼굴에 의문이 어렴풋 떠올랐지만,아무것도 묻지 않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야 나도 쉬고 싶지만’

무려 한 달이나 마차로 여행을 했다.

그것도 틈틈이 시녀들의 시시콜콜한 괴롭힘을 받아 가면서 제대로 씻지도,쉬지도 못했다.

그 상태에서 깨끗하게 씻고 새 옷까지 입으니 이렇게 행복할 수 없다.

심지어 아이루고에서 준비한 옷은 따뜻하고 보드라워 닿는 촉감이 끝내줬다.

이제 이대로 잘 마른 이불에서 잠만 자면 완벽할 것이다.

‘하지만 먼저 해야 할 게 있으니까.’

남편을 남의 편이 아니라 내 편으로 만들어야 했다.

타르칸은 아까 있었던 홀에서 멀지 않은 방에 있었다.

“전하, 황녀님이 오셨습니다.”

궁인이 고하고 나서도 바로 대답이 돌아오진 않았다.

그가 아리스티네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 게 느껴졌다.

‘아까 그 여자랑 같이 있어서 그런 걸까.’

아리스티네는 군청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늘씬한 여자를 떠올렸다.

‘협상 테이블에는 되도록이면 일대일로 앉고 싶었는데.’

하지만 어쩌면 잘된 것일 수도 있다.

아리스티네가 내걸 수 있는 패가 더 강력해질 가능성도 있으니까.

정략혼에 사랑이 없는 건 당연하다.

만약 그 여자가 타르칸의 연인이라면,그 당연한 사실을 못 박는 것도 매력적인 조건으로 비칠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정략혼에 사랑은 필요 없지만 가문의 결합인 만큼 양 가문의 피를 이은 아이는 필수다.

‘하지만 내게는 필요 없어.’

이건 꽤 강력한 패가 될 것이다.

사랑은 원하지 않아도 자신의 자식을 왕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게 보통이니까.

하지만 아리스티네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자유다.

수면 위에 비친 허상으로만 보았던 것을 실제로 두 눈에 담고 싶다.

가고 싶은 대로 가고,보고 싶은 대로 보고,먹고 싶은 대로 먹고.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자신을 가둘 수 없도록 하는 것.

그게 목표였다.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 지.’

아리스티네는 떠오르는 사업 계획을 일단 뒤로 미뤄 두었다.

지금은 타르칸의 협력을 받아내는 것에 집중할 때다.

허락이 떨어졌는지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방 안으로 발을 들이자 곧바로 타르칸이 보였다.

그는 귀찮다는 듯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무엇에 놀랐는지 그대로 굳었다.

살짝 커진 눈매에 숨길 수 없 는 동요가 보였다.

그의 곁에는 아까 제왕안으로 봤던 여자가 서 있었다.

아마 차 시중을 들어 주고 있었던 듯하다.

‘시녀로는 안 보이는데.’

뭐,시녀만이 차 시중을 드는 건 아니다.

그녀 역시 놀란 눈으로 아리스티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눈을 굴려 타르칸의 안색을 살핀다. 눈빛이 불안해 보인다.

‘왜 그러지?’

아리스티네는 의문을 품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황녀?”

타르칸은 가까스로 물었다.

아리스티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 그러냐는 태도에도 타르칸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없었다.

‘정말로 그 황녀라고?’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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