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편은됐고, 돈이나벌렵니다-36화 (36/183)

36화

“쿨럭”

폐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기침에 타르칸은 가슴을 쿵 쳤다.

어찌나 심하게 동요했는지 기침한 것으로 모자라 아예 침대 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그는 목덜미와 가슴팍까지 새 빨갛게 물들인 채 아리스티네를 노려봤다.

“나는 아무와도……!”

거기까지 말했을 때 아리스티네와 눈이 딱 마주쳤다.

타르칸은 고개를 팩 돌렸다.

“됐다!”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는 타르 칸을 보며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건들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모습을 보니 어떤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 못 부쉈구나……. 저런……”

아리스티네가 안타까운 탄식을 홀리며 사과했다.

“미안.”

타르칸은 기가 막혀서 아리스티네를 쳐다봤다.

아리스티네는 시무룩해져서는 진심으로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게 더 어처구니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저렇게 미안해한단 말인가!

알 것 같았지만,알고 싶지 않았다.

타르칸의 복장이 터져 나가는 사이,아리스티네는 변명을 줄줄 읊었다.

“아니,그게…. 나는 당연히 침대 정도는 부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녀의 시선이 힐끗 타르칸을 향했다.

근육으로 꽉 조여진 그의 몸은 척 보기에도 탄탄했고,헐렁하게 두른 침의 사이로 보이는 가슴 근육은 유독 두꺼웠다.

“음,의외지만……. 사실 못 부 수는 게 보통이니까.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타르칸은 다시금 시작되는 두 통에 골이 울렸다.

“대체,내가,무슨 상처를 받는다는 소리지?”

한 글자한 글자 씹어먹듯 묻자 아리스티네가 깜짝 놀라서 손을 내저었다.

“아니,진짜 악의는 없었어! 이런 거 남자의 자존심이라고 하던데. 딱히 그런 거 건드리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대체 내 자존심 어디를 건드렸냐고.”

그 말에 아리스티네가 어깨를 좁혔다.

커다란 눈으로 어쩔 줄 몰라 하며 계속 타르칸의 얼굴을 살피더니,곧 달래듯 활짝 웃으며 등을 토닥토닥했다.

“아 물론! 우리 타르칸이는 침대 부술 수 있지! 내가 그걸 몰라서 그런 게 아니야.”

아리스티네는 불끈 두 주먹을 쥐고 다 이해한다는 둣이 고개 를 끄덕였다.

“두 동강,아니,네 동강으로 부술 수 있어! 단번에 ‘뽀각!’ 하 고 침대가 부서지겠지! 아주 침대 위의 제왕이야!”

“하……”

이제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타르칸은 어이없는 숨만 내쉬었다.

정말로,이 여자의 조그마한 머리통을 열어 보고 싶다.

타르칸이 고개 숙인 채 한숨만 내쉬니 아리스티네도 기분이 가라앉았다.

괜히 말을 꺼내선.

“너무 낙심하지 마. 아직 젊으니까 더 절륜해질 수 있을 거야.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정력에 좋은 거 많이 먹여 줄게!”

사과의 뜻으로 보상안을 내밀었는데 어째 되돌아오는 눈빛이 더 아연해졌다.

“넌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냐……”

그 말에 아리스티네가 고개를 갸웃했다.

꽤 괜찮은 파트너라고 저번에 말해 준 것 같은데,혹시 칭찬을 받고 싶은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

‘칭찬으로 상처난 자존심을 회복하는 거구나! 이번에야말로 열심히 북돋워 줘야겠다.’

결심한 아리스티네가 타르칸과 진지하게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그야 수줍음이 많一.”

“거기까지.”

타르칸이 그녀의 말을 딱 잘랐다.

‘물은 내가 잘못이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혼 첫날밤에 변태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타르칸은 굉장히 지친 기분이 되어 침대에 도로 털썩 누웠다.

아리스티네는 슬그미니 그의 심기를 살피다가 조심스레 옆에 누웠다.

다시 팔이 맞닿았다.

서로의 체온이 그와 그녀의 피부를 같은 온도로 물들였다.

타르칸은 눈을 감은 채 아무것 도 생각하지 않고,아무것도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대로 잠에 드는 거다.

더 이상 이 여자를 상대할 기력 따윈 없었다.

그러니까 이대로 아무 말도 하 지 않고 잠에…….

“……침대를 부순 적은 없다.”

타르칸이 불쑥 말했다.

아리스티네가 살짝 고개를 틀어 자신을 보는게 침대의 진동으로 느껴졌다.

타르칸은 고집스레 그녀 쪽을 바라보지 않고,여전히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하지만 부술 수 있어.”

그 말에 아리스티네가 맞닿은 손을 움직여 그의 팔을 도닥였다.

“응,그래그래. 물론이야.”

“시도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럼그럼,우리 타르칸이가 시도하기만 하면 당연히 뿌수지!”

아리스티네가 우쭈쭈 타르칸을 어르고 달랬다.

그 효과는 굉장했다.

벌떡,타르칸이 거칠게 몸을 일으켰다.

“진짜 부술 수 있다!”

다만 그 효과가 역효과라는 게 문제였다.

뽀각.

깔끔한 소리와 함께 침향목으로 만든 침대 프레임이 두 동강났다.

그와 동시에 풀썩, 매트리스가 주저앉았다.

물론 그 위에 누워있던 아리스티네 역시.

“...........”

“...........”

아리스티네는 무너진 침대 프레임 탓에 이상한 모양으로 주저앉은 매트리스 위에 누운 채 눈을 깜빡였다.

깜빡,깜빡,깜빡.

‘그러니까,그러니까 지금……”

어머나, 침대가 나갔어요.

‘一라는 상황인 거지?’

너무 황당한 일이 벌어져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아리스티네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매트리스가 어찌나 푹신한지 충격을 다 흡수해 아픈 곳은 하나도 없었다.

“잠깐만, 침대를 부수면 잠은 어떻게 자!”

타르칸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서 자면.”

“나는 푹신푹신한 게 좋아!”

혼전부터 좋은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그렇게나 노래를 불렀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푹 떨궜다.

흐물텅하게 일그러진 매트리스 위에 있자니 스멀스멀 분노가 치솟았다.

“……누가 이렇게 부수는 게 진짜 부수는 거래? 하다가 부숴야지 진짜 절륜한 거지!”

“그러니까 안 해 봤을 뿐,하면 할 수 있다니까!”

“하지도 않고서 말은 잘하지!”

“하면 어쩔 건데!”

“해 봐! 해 보든가!”

“진짜 한다!”

“아,해 보라구!”

타르칸의 커다란 몸이 어둠에 녹아든 맹수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시야를 가리는 움직임에 아리스티네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타 르칸이 그녀의 위에 올라타 있었다.

앉아 있었던 아리스티네는 어느새 매트리스 위에 누운 채였다.

격한 움직임에 긴 머리칼이 침대 위에서 흐드러졌다.

은빛 머리카락이 달빛을 받아 유약하게 반짝였다.

타르칸의 몸이 만들어 낸 짙은 그림자가 아리스티네의 몸을 뒤덮었다.

희미하게 흔들리는 촛불이 그 녀의 얼굴 반절을 주홍빛으로 물들였다.

그 빛을 받은 보랏빛 눈동자는 묘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타르칸의 금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리스티네를 그대로 꿰뚫을 것 같은 눈이었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두 사람의 눈동 자가 마주쳤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두 사람 의 시선이 서로를 옭아맨 것처럼,그들은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아주 짧은 찰나인지,달이 자리를 바꿀 정도로 긴 시간인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는 것조차 그들의 감각에 잡히지 않았으니까.

영원처럼 지속될 것 같은 순간이었다.

삐걱,무언가가 갈리는 소리가 나며 부러진 채 엇갈려 있던 침대 프레임이 무게를 버티지 못 하고 무너져 내렸다.

매트리스가 크게 출렁이자 두 사람은 미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핫,정신을 차렸다.

“저기,이건 아닌 거 같지?”

아리스티네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타르칸에게 물었다.

타르칸은 그제야 그들이 어떤 자세로 침대 위에 누워 있는지 깨달았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여자의 부드러운 가슴이 그의 가슴팍에 닿았다가 떨어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거친 움직임 탓에 아리스티네의 침의는 허벅지까지 말려 올라와 있었다.

눈이 아릿할 정도로 새하얀 다리였다.

완만한 종아리의 곡선과 동그 란 무릎을 타고 이어지는 곡선.

거기에 그의 두꺼운 허벅지가

그녀의 두 다리와……. 벌떡!

새빨갛게 변한 타르칸이 몸을 거세게 일으켰다.

그 서슬에 매트리스가 요동을 쳤다.

뒤돌아 머리를 쓸어넘기는 그를 보며 아리스티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뭐지?’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조금 전,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잠시 생각해 봤지만 여전히 알 수 없어서 아리스티네는 깔끔히 포기했다.

지금 그보다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

이제 잠자리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된 침대의 잔해 를 바라봤다.

그때,타르칸이 매트리스를 번쩍 들어 멀쩡한 바닥에 내려놓 았다.

아래를 받치고 있던 프레임이 부서진 바람에 수평이 안 맞았던 것일 뿐,매트리스 자체는 멀쩡했다.

그야말로 가히 인류가 만들어 낸 기적과도 같은 내구도였다.

‘대체 궁인들은 어떻게 이런 매트리스를 구해 온 거지.’

자신들만 믿으라면서 가슴을 탕탕 두드리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역시 유능해. 반드시 스카우트 해야……’

아리스티네가 다시 한번 궁인 들에 대한 스카우트 의지를 다질 때였다.

타르칸은 흐트러진 침대 시트를 매트리스 위에 잘 씌우고 이불까지 곱게 펼쳤다.

그리고 그 앞에 서서 쭈뼛거렸다.

괜히 목덜미를 한 번 쓸고 방 구석을 노려보던 그가 툭 내뱉었다.

“여기서 자든가.”

아리스티네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타르칸은 그녀를 보지 않고 덧 붙였다.

“푹신한 거 좋아한다며.”

주홍빛 촛불 탓인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그의 귓등이 붉은 것 같았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아리스티네가 이불을 들췄다.

두 다리를 안에 넣어 그가 만들어 준 침대에 앉은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타르칸.”

“왜.”

타르칸은 여전히 아리스티네를 보지 않았다.

“넌 어디서 자게.”

“바닥에서 자라며.”

아리스티네는 입을 다물었다.

분명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타르칸이 이렇게 자신에게 침대를 만들어 양보했는데 어떻게 그러겠는가.

심지어 타르칸이 바닥에서 자기 싫어하는 바람에 손만 잡고 자는 것으로 합의한 전적이 있는데.

“걱정하지 마.”

아리스티네가 타르칸의 뒷모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창을 타고 들어온 달빛은 역광 이었다.

그 탓에 타르칸의 검은 머리카락 끝이 빛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손만 잡고 잔다고 했잖아.”

타르칸이 천천히 그녀를 뒤돌아봤다.

마찬가지로 역광 탓에 그의 표 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아리스티네는 그에게로 손을 뻗었다.

그녀의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을 덧그린다.

제법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누나 믿지?”

타르칸은 물끄러미 아리스티네를 내려다봤다.

달빛을 정면으로 받은 얼굴은 평소와는 또 다른 색채로 물들 어 있었다.

여리고,희미하고,하지만 캄캄 한 밤하늘에서 달이 가장 밝게 빛나듯 굳건했다.

‘정말 이상한 여자.’

그렇게 생각하는 그의 얼굴에는 그도 모르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대체 저 말은 어디서 배운 거지.’

왜인지는 몰라도 저 말이 굉장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건 사실이었다.

아리스티네의 말을 들은 타르칸이 바닥에서 자려던 생각을 바꿔 아리스티네의 옆에 누웠으니까.

여전히 두 사람이 눕기에 빠듯 한 크기 탓에 서로의 몸이 맞닿았다.

향기가 난다.

그가 아리스티네와 함께 걸었 던 회랑에서 나던 꽃향기가.

뭔지 모를 불편함에 타르칸이 몸을 옆으로 웅크리려 할 때였다.

“.............!”

보드랍고 따스하고 말랑말랑한 것이 타르칸의 손에 닿았다.

그가 아는 감촉이었다.

아리스티네의 손.

타르칸은 숨을 멈췄다.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온몸이 굳은 것처럼 손끝 하나 까딱일 수 없었다.

그는 그 상태로 숨죽인 채 한 참을 가만있었다.

타르칸이 겨우겨우 고개를 돌 렸을 때.

새 액 새 액 一.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아리스티네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눈을 감고 곤히 잠든 얼굴은 신화 속에 나오는 요정 같았다.

주홍빛으로 물든 긴 은빛 속눈 씹은 금잔화와 닮았다.

일렁이는 촛불에 따라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음영 역시 흔들렸다.

섬세하고 정교한 얼굴은 어느 한 군데 어긋남도 없었다.

그 속에 어디로 될지 모르는, 특이하고 엉뚱한 영혼이 잠들어 있다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었다.

서로의 체열 탓인지 맞잡은 손은 열기를 더해 가기만 했다.

타르칸은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Chapter 11. 계란 탁!

지저귀는 새소리가 기분 좋게 귓가를 두드렸다.

눈가를 부드럽게 도닥이는 햇 빛에 아리스티네는 천천히 눈을 떴다.

환한 아침 햇살이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환영하듯 그녀를 향 해 두 팔 벌리고 있었다.

아리스티네는 기지개를 켜며 개운하게 일어났다.

행복한 꿈을 꾸며 푹 잤다.

‘역시 푹신푹신한 침대가 최고야.’

비록 진짜 침대는 방 한가운데에서 바스러진 채 있었지만,아리스티네는 만족했다.

누군가와 함께 자는 것도 처음인 데다가 침대가 좁기까지 해서 걱정했는데,전혀 그럴 필요 없었다.

잘 자서 싱그러워진 아리스티네가 옆자리를 향해 인사했다.

“좋은 아침.”

그런데 상대의 반응이 이상했다.

타르칸은 침의의 깃을 꼭 붙잡은 채 퀭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파렴치한을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흡사 그녀에게 동정이라도 빼앗긴 숫총각같이.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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