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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됐고, 돈이나벌렵니다-37화 (3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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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러지?’

아리스티네는 갑자기 이상 반응을 보이는 타르칸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왜 그래? 악몽 꿨어?”

그렇게 말하며 그에게 손을 뻗는데一.

홈칫.

타르칸이 침의를 더 꽉 붙잡으며 뒤로 물러났다.

아리스티네는 허공에 그대로 손을 뻗은 채 얼떨떨한 기분으

로 그를 바라봤다.

기분 탓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파렴치한이 된 것 같았다.

그것도 순진한 숫총각을 이렇 게 저렇게 요렇게 희롱한 치한.

‘나는 그냥 잠을 잤을 뿐인데……

이런 취급을 받으니 억울했다.

“뭐야? 왜 그래?”

아리스티네의 물음에 타르칸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툭, 내뱉었다.

털을 잔뜩 세운 커다란 흑표범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손만 잡고 잔다더니.”

더 아리송한 말에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자신은 손잡는 것 이상의 일은 일절 하지 않았다.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 었는데 뭘 할 수 있었겠는가.

잠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던 그녀는 핫,하고 깨달았다.

“아,잠결에 손을 놓쳤구나. 미안해”

아무래도 손잡고 잔다고 해 놓고서 중간에 놓친 것 때문에 저 렇게 삐진 것 같았다.

나른하면서도 위험한 맹수 같은 외양과 달리,자신의 남편은 쉽게 토라지는 성격인 듯했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남자네.’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아리스티네는 그를 달래기 위 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타르칸이 인상을 굳히며 더 노려보는 게 아닌가.

“지금 내게 뭐라고.”

낮게 내리깐 음성은 빙점보다도 더 차가웠다.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새파랗게 질린 채 당장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릴 법한 기세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리스티네의 눈에는 하악질을 해 대는 새끼 흑표범으로 보였다. 그것도 손을 끝까지 안 잡아 줬다고 토라진.

“그래,내가 잘못했어. 서운하겠지. 다음부터는 놓치지 않고 꼭 붙잡고 잘 테니까,응?”

자신을 올려다보며 어르듯 말 하는 모습을 보고 타르칸은 하루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편두통에 시달렸다.

무리도 아니었다.

그는 밤새도록 단 한숨도 자지 못했으니까.

‘대체 이 여자는……’

옆에 누운 여자가 신경 쓰여서 잠 못 든 게 아니었다.

‘나를 그렇게……’

정말,어이없고 황당하다 못해 우스울 지경이지만.

‘만져 놓고선……!’

여자에게 희롱당하는 바람에 잠을 못 잔 거였다.

타르칸의 이마에 핏대가 돋았다.

“모르는 척하는 거냐,정말 모르는 거냐.”

맹수의 그것과도 같은 샛노란 금안이 날카로운 예기를 머금고 아리스티네를 바라봤다.

온몸의 털이 쭈햇 설 정도로 선뜩한 시선이었다.

“네가 밤새도록 내 가슴을 주무른 건 잊었나.”

씹어 삼키듯 나온 말에 아리스티네는 눈을 깜빡였다.

“가슴을 주물렀다고?”

타르칸의 눈이 한층 더 흉흉해 졌다. 살짝 수치심이 섞여 있었다.

아리스티네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달리 누가 있지?”

“너를?”

그 말에 타르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시선을 돌리는 그의 뺨이 슬쩍 붉어졌다.

긍정이나 다름없는 반응이라 아리스티네는 허,하고 기가 찬 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정말로 내가 타르칸의 가슴을 주물렀다고?’

머릿속에서 한 바퀴 정리하자, 이보다 더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없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피식,아리스티네가 고개를 내저었다.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양 피식피식 웃는다.

그 반응에 타르칸의 이마에 솟은 핏대가 더 늘어났다.

농담이었으면 좋겠는 건 이쪽이다.

간밤에 그녀가 그 보드라운 손으로 가슴을 문지르던 감촉이 떠올랐다.

섬세한 손가락이 윤곽을 확인하듯 덧그리다가 꾸욱 누르곤, 손바닥 전체를 이용해 제 것인 양 주물렀다.

설마 살면서 그런 일을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기겁해서 뭐 하는 짓이냐고 따지려 했지만,믿기지 않게도 아리스티네는 여전히 잠자는 중이었다.

그것도 숙면 중.

‘어떻게 잠을 자면서 그렇게…… 다양하고 화려한…… 손 놀림을……”

침의를 움켜쥔 타르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더 힘이 들어가면 그의 악력을 이기지 못한 침의가 찢어질 게 분명해서,타르칸은 겨우겨우 마음을 다스렸다.

절대,이 여자 앞에서 맨가슴을 보일 수 없었다.

예상과 다른 타르칸의 반응에 새들새들 웃던 아리스티네의 웃음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이쯤 되면 ‘안 속네’ 하고 진실을 털어놓을 줄 알았는데.

‘뭐지?’

아리스티네는 타르칸의 눈치를 살폈다.

‘설마……?’

정말인가?

적어도 타르칸의 반응은 그렇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나,꿈을 꿨는데……”

그 말에 타르칸이 움찔했다.

꿈.

그건 야한 꿈일 것이다.

아니,야한 꿈이 분명했다. 확실했다. 명백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테크 닉은 나올 수 없다.

아니라곤 하지만 아리스티네 역시 다른 여자들처럼 그의 몸을 원하는 거였다.

지금 흔들리는 동공과 당황한 표정이 그 증거였다.

자신이 꾼 엄청난 꿈에 혼란스러운 거겠지.

이실직고할 생각인지 아리스티네의 입술이 열렸다.

“빵을 만지는 꿈을 꿨거든.”

“.....빵?”

“옹,엄청 빵빵하게 잘 부풀어 오른 따끈따끈한 빵이었어. 감촉이 진짜 끝내줬는데.”

말하다가 꿈의 장면이 생각난 것인지 아리스티네가 입맛을 다셨다.

“맛있어 보였는데 먹질 못했거든 ”

그녀의 눈동자가 꿈결처럼 아련하고 애틋해졌다.

누가 보면 빵이 아니라 헤어진 연인을 떠 올리는 거라고 착각할 지경이었다.

“빵인데 좀 단단해서. 만지작거리면 부드러워진다고 하길래,어, 음,만지작거렸는데, 그게……”

아리스티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

타르칸은 어이없다 못해 기가 막혀서 아리스티네의 정수리를 바라보았다.

남의 가슴을 잘 부풀어 오른 따끈따끈한 빵 취급한 여자가 죄인처럼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하도 황당하다 보니 화낼 기력도 다 사라졌다.

이로써 한 가지 사실이 증명되었다.

손만 잡고 잔다는 인간 중에 믿을 수 있는 위인은 아무도 없다.

* * *

아리스티네는 아침이라고 생각 했지만,사실 그녀가 일어난 시각은 아침이 한참 지난 한낮이 었다.

궁인들은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아리스티네의 식사를 돕고 있었다.

어젯밤에 혹사(?)당했을 그녀 를 위해 보양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혹사당한 쪽은 새 신부가 아니라 새신랑 쪽이었지만,궁인들이 알 리가 없었다.

타르칸은 아리스티네가 일어난 후,처리할 일이 있다며 먼저 나갔다.

어떻게 신혼 첫날부터 일하러 갈 수 있냐고 서운해할 법하지만,아리스티네는 그런 생각 따윈 하지도 않았다.

그건 궁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운하긴커녕 놀라웠다.

‘그’ 타르칸 전하께서 신부가 깰 때까지 침실에서 나오지 않고 기다리시다니.’

두 눈으로 직접 보고서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그건 타르칸과 오랜 세월 함께 했던 전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새벽같이 회의실에 모여 주군을 기다렸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심지어 조간 회의를 마칠 시간이 되어도 타르칸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도 신방에 있다는 소식에 전사들은 정말 사실인지 확인해 야겠다며 난리였다.

그것만으로도 참 놀라운 일이 었는데.

무려 一.

‘침대가 폭삭 무너지다 못해 바스러졌던데.’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상상을 초월하는 굉장한 일이 일어났던 게 틀림없다.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지긴 했으니까.

궁인들이 생각하는 방향과는 전혀 달랐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궁인들은 버터에 구운 전복을 꼭꼭 씹어 먹는 아리스티네를 힐끔힐끔 바라 보았다.

‘목욕도 혼자 하시고.’

아리스티네는 그간 단 한 번도 목욕 시중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혼자 씻겠다며 시중인들을 다 물렸다.

‘얼마나 격렬한 흔적이 남았으면..!’

음란꾸러기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응힉힉 웃었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하지만 침대부터 란제리,신방 을 꾸미는 것까지 모두 자신들의 손을 거쳤던지라,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저어,비전하.”

“응?”

“어떠셨어요?”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아리스티네는 쇠고기를 듬뿍 넣은 포토푀를 뜨며 되물었다.

뭐가?”

“타르칸 전하 말이에요.”

흠,아리스티네는 오물오물 고기를 씹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궁인들이 모두 엄청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뼈다귀를 본 강아지 같았다.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진 않았 던지라,아리스티네는 간밤의 타르칸을 떠올렸다.

바닥에서 자라고 한 일이나, 손만 잡고 잔 건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타르칸이 침대를 부순 것도.

‘그렇다면…….’

그 외에 특별한 일은 딱 하나였다.

“부드럽더라.”

남자의 가슴 근육은 당연히 딱 딱할 줄 알았는데,의외로 부드 러웠다.

“어머,타르칸 전하께서요?”

타르칸을 부드럽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 세상을 통틀어 아리스티네 한 명뿐일 거다.

궁인들의 눈이 은하수처럼 반짝였다.

‘그렇구나. 부드러우시구나.’

‘다른 사람한텐 거칠어도 자기 부인한테는……’

‘그렇게 무서운 타르칸 전하께 서 밤에는 부드럽게 부인을 녹이는 남자라니……!’

궁인들의 입꼬리가 들썩들썩 난리였다.

아리스티네는 꿈에서 만졌던 빵의 촉감을 최대한 되살리며 설명했다.

“응,매끈매끈하면서 단단하고, 탄력도 있고.”

“어머머머?”

특정 부위를 묘사하는 것만 같은 말이었다.

너무 적나라한 설명이었다.

궁인들이 깜짝 놀라 눈을 휘둥 그레 떴다.

물론 그들의 입꼬리는 하늘을 향해 치솟은 채였다.

“컸나요?”

“엄청 컸지.”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잠결에 만진 거라 정확한 사이즈는 모르겠지만,꿈속의 빵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컸다.

거기다,

“뜨거웠어.”

갓 나온 빵답게 따끈따끈했다.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오른 빵을 떠올린 아리스티네의 표정이 몽롱해졌다.

먹고 있는데도 먹을 것을 생각하면 행복해졌다.

‘뜨거운 밤이셨구나……’

‘그렇게 좋으셨나.’

‘잘 맞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역시 두 분은 천생연분……!’

덩달아 신이 난 궁인들이 꺄르륵 까르르륵 웃음을 홀렸다.

“많이많이 드세요,비전하.”

“그래요,타르칸 전하의 체력을 따라가시려면 더 많이 드셔야지요.”

“타르칸 전하도 참. 이렇게 여 리고 작은 분을 상대로 어떻게 그런……”

“그것도 침대까지 부서질 정도로 격렬하게....”

“그러게 말이에요. 사람이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양심이 있어야 하는 건데.”

“양심이 있으면 체격 차를 생각해서 침대 다리 한쪽만 부러트리고 끝냈어야죠.”

“맞아요. 우리 비전하는 불면 날아갈 것 같으신데.”

다시 말하지만 아리스티네는 실바누스에서 결코 작은 편이 아니었다.

‘타르칸을 흉보는 건지,칭찬하는 건지.’

아리스티네는 즐겁게 재잘거리는 궁인들을 바라봤다.

흉보는 말과 달리 표정만 보면 칭찬하는 거였다.

그것도 그냥 칭찬하는 게 아니라 아주 표정으로 극찬을 보내고 있었다.

궁인들이 무슨 오해를 하고 있 는진 알겠다.

아리스티네는 그 오해를 바로 잡지 않았다.

반쯤 일부러 오해 하도록 말한 것도 있었다.

타르칸과 자신의 금슬이 좋다고 알려져야 하니까.

‘디오나가 마음에 걸리네……’

아리스티네는 입가심으로 산딸 기 치즈케이크까지 야무지게 먹으며 생각했다.

제 연인이 다른 여자와 이런저런 소문이 나게 되면 불편할 것이다.

타르칸이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긴 하겠지만.

‘아니,아무 일도 없진 않았나.’

본의 아니게 타르칸의 가슴 순결을 빼앗아 버렸다.

잠시 고민하던 아리스티네는 입 안을 채우는 상큼한 산딸기와 부드러운 치즈케이크의 조합 에 아무렴 어떠냐 싶어졌다.

‘두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원래 연인 사이에는 제삼자가 끼어드는 게 아니다.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치즈케 이크의 맛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그렇게 디저트를 놈놈 야무지게 먹던 중,아리스티네는 깨달았다.

‘달걀을 안 먹었네.’

화려한 에그 컵 위에 삶은 달갈이 앙증맞게 놓여 있었다.

이런 식으로 서빙된 걸 먹어본 적이 없다 보니 삶은 달걀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깜빡했다.

‘어쩔 수 없지. 디저트까지 먹 었으니까.’

아리스티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벌컥!

거친 소리와 함께 식당 문이 활짝 열렸다.

아리스티네는 보지도 않고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 궁 안에서 저렇게 상식 없이 행동할 사람들은 정해져 있었다.

과연 고개를 드니 실바누스의 시녀,브로디가 씨근덕대며 서 있었다.

“황녀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식당 안을 카랑카랑하게 울렸다.

“왜?”

“왜라니,어젯밤 소식도 못 들으셨나요?”

“무슨 소식?”

“기사님들께 변고가 닥쳤다는 소식 말이에요!”

브로디가 답답하다는 듯 외쳤다.

“변고?”

아리스티네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오른손으론 작은 스푼을 들어 올렸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그대로 내려친다.

톡!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달걀이 파사삭 깨졌다.

그걸 본 브로디의 얼굴이 와장창 구겨졌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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