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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됐고, 돈이나벌렵니다-52화 (52/183)

52화

‘저 제대로 황족 취급도 못 받은 반편이가……!’

콱 틀어쥔 예니카리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외조부인 스키엘라 공작은 그녀에게 선물을 한 아름 안겨 주었다.

새 드레스만 몇 벌이었고,그 에 어울리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장신구. 구두와 양산,부채,장갑 그리고 비단 손수건까지.

그 선물을 착용했다 벗었다 하며,예니카리나는 자신의 궁에 새로 인테리어한 방을 스튜디오 삼아 장장 일주일에 걸쳐 최고의 사진을 찍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예니카리나 본인이 보기에도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귀여웠다.

스키엘라 공작의 입김이 닿은 주요 일간지가 혼신의 힘을 다 한 편집과 함께 예니카리나의 사진을 실었다.

일면 헤드라인에 가장 잘 나온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싣고,중간에는 몇 페이지나 할애해 사진을 화보처럼 수록해 찬양했다.

아리스티네와 타르칸의 결혼만큼이나,아니,그보다 더 화려한 페이지 구성이었다.

예니카리나가 무조건! 무조건 결혼식 사진보다 제 사진이 더 많이 실려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걸로 아둔한 백성들도 누가 진짜 천사이자 아이루고의 희망인지 확실히 깨닫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뭐야,결혼식에 대한 말이 하나도 없잖아?〉

〈냉전에 종지부를 찍은 중요한 결혼식인데 그걸 놔두고…….〉

〈무슨 사회 이슈가 있어서 거기에 집중한 것도 아니고 온통 예니카 공주님 이야기뿐이네.〉

〈이런 거 할 거면 차라리 결혼 특집호를 내든가.〉

〈아무리 예니카 공주님이라고 해도 이건 좀 그렇지 않아?〉

〈공주님께 무슨 일이 생긴 것도 아니고 그냥 예쁘다는 말만 가득한데.〉

〈기자가 생각이 없는 거야,아니면…….〉

〈딱 봐도 각 잡고 찍은 사진인데.〉

〈신문사에 사진 뿌리면서 돈 먹인 거 아냐?〉

사람들의 반응은 예니카리나의 기대와 정반대였다.

커 가는 공주님의 사진을 보며 귀엽다,귀엽다 호응하던 것도 어느 정도가 있다.

정치적,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있는데, 그걸 뒷전으로 미루고 장성한 공주의 미모만 찬양하고 있으니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사람들은 처음 보는 왕자비 전하의 색다른 매력에 흠백 빠진 상태였다.

‘다들 아리스티네,아리스티네! 대체 이딴 여자가 어디가 좋다고!’

예니카리나가 분노한 기색을 겨우겨우 삼키고 있을 때였다.

“뭐야,지금 우리 예니카 언니 놀리는 거예요? 사람들이 기뻐하고 환호했다니!”

스탈리나가 예니카리나의 역성을 들며 아리스티네를 향해 톡 쏘아붙였다.

하지만 정작 구겨진 건 예니카리나의 얼굴이었다.

예니카리나는 어이없는 눈으로 제 이복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얘가 지금 날 맥이나?’

하지만 스탈리나는 그런 예니카리나를 눈치채지 못하고 흥, 콧김을 뿜으며 아리스티네를 노려봤다.

오늘은 부왕도 없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제 편이다.

심지어 왕후라는 든든한 뒷배까지 있지 않은가.

그날 이 건방진 황녀에게 당한 모욕을 갚아 줄 때였다.

아니나 다를까,아리스티네가 당황해서 그녀를 쳐다봤다.

“아니요,설마. 내가 예니카를 놀리다니요.”

그 말에 스탈리나가 비웃으며 뭐라 하려던 차였다.

“나는 사람들이 우리 예니카 사진을 보고 좋아했다고 들어서……. 순수하게 그 얘기를 한 건데.”

아리스티네의 말에 스탈리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톱니바 퀴 하나가 어긋나 있을 때의 위화감.

“스탈리나 공주님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나는 정말 모르 겠네요.”

흠칫.

스탈리나는 그제야 제 실수를 깨달았다.

하얗게 질린 그녀가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아리스티네는 스탈리나에게 틈 을 주지 않았다.

“응? 왜 놀렸다고 생각했어요?”

“그,그건……

예니카리나의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一.

‘최악이었으니까.’

그렇게 말할 순 없었다.

아리스티네를 찍어 눌러 주겠다는 생각만 가득해서 그 부분은 간과했다.

스탈리나의 말은 예니카리나가 사람들의 야유를 받았다는 전제가 깔린 말이었다.

그제야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예니카리나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왕후의 시선도.

스탈리나가 어쩔 줄을 모르고 식은땀만 홀리고 있자 파엘라미엔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황녀님도,우리 예니카도 모두 사진이 잘 나왔더군요.”

파엘라미엔이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그려 냈다.

“저는 사진이 잘 안 받아서 항상 공식 석상에 나갈 때마다 신경 쓰여요. 다들 사진 잘 나오는 비법 좀 알려 줄래요?”

능숙한 상황 정리와 화제 돌리기였다.

스탈리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역시 파엘라 언니뿐이야……’

파엘라미엔은 스탈리나가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을 느끼곤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자신이 있는 곳에서 왕후 의 심기를 거스를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이 험난한 왕궁에서 튀지 않고 대강 묻어살고 싶으니까.

“으응,글쎄. 예니카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있는걸? 딱히 비법이라든가 그런 거 모르겠어. 그냥 신경도 안 쓰고 있는데 사진이 찍히는 거라서.”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사진을 의식하고있는 사람이 바로 예니카리나였다.

포즈 하나당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거기서 골라내곤 했다.

파엘라미엔은 이번에 예니카리 나가 신문에 사진을 게재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사진만 찍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르는 척 부러운 목소리를 냈다.

“역시 예니카야. 본판이 훌륭하니 막 찍어도 잘 나오는구나.”

“아이참,파엘라 언니도 부끄럽게.”

예니카리나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하미르 오라버니께서 돌아오신다고요.”

파엘라미엔의 말에 왕후가 흡족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오는 길이겠지. 아직 그 쪽엔 포털이 없으니까.”

포털이 있는 인근 지역으로 이동한 후,포털을 이용해 왕궁으로 돌아올 터였다.

“워낙 바빠 한동안 못 돌아올것 같더니 그래도 시간이 생겼나 봐요.”

“여전히 바쁘지. 그래도 이 어미가 보고 싶다고 하니 바로 돌아올 채비를 하겠다고 하더구나.”

왕후가 뿌듯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역시 하미르 오라버니는 효심도 깊으셔요.”

파엘라미엔의 아부에 왕후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깃들기 시작했다.

“우리 하미르 오라버니만큼 다정다감하신 분은 없지요.”

예니카리나도 자랑하듯 제 친 오빠에 관해 떠들기 시작했다.

하미르를 놓고 이야기꽃이 피었다.

오순도순 함께 지내자는 것치곤 놀라울 정도로 아리스티네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예 그녀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없는 사람 취급이네.’

무시하려는 의도가 다분했지만 아리스티네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양 않고 마음 껏!,

아리스티네는 설레는 마음으로 3단 케이크 스탠드를 바라보았다.

가족 몇끼리 모인 조출한 티타 임이지만,모인 구성원이 구성원 인지라 테이블 위는 티 파티를 여는 것처럼 화려했다.

맨 아랫단엔 루꼴라와 햄,리코타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연어 카나페 그리고 트뤼프 키슈가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었다.

가운데 층에는 백조 모양의 브리오슈와 다쿠아즈,스콘과 무화과 파운드케이크가 눈길을 끌었다.

대망의 맨 위층에는 색색이 마 카롱과 로즈 프랄린,라즈베리 무스 케이크와 크렘 브될레가 빛나고 있었다.

비록 표정은 무표정했으나 아리스티네의 눈동자만큼은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아리스티네는 서둘러 궁인에게 시선을 보냈다.

박력 있는 눈빛에 궁인이 얼른 접시에 디저트를 담았다.

일단 샌드위치 하나.

아리스티네의 눈빛에 더 힘이 들어갔다.

궁인은 얼떨떨해하면서 샌드위치 옆에 있는 카나페를 집어 접시 위에 놓았다.

부족하다,부족해!

아리스티네의 눈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결국 시녀는 키슈까지 집어 들었다.

더 놓고 싶었지만 접시가 가득 차서,아리스티네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덥석 샌드위치부터 한 입 먹었다.

‘맛있어!’

단순한 조합이다. 루꼴라와 햄, 그리고 리코타 치즈.

하지만 소스가 절묘했다.

빵은 보드라우면서도 살짝 거친 식감이었고,그게 연한 햄과 잘 어울렸다.

한입 크기로 작게 잘라져 나온 게 무척 아쉬웠다. 더 먹고 싶었다.

하지만 아리스티네가 공략해야 할 디저트는 아직 산더미처럼 남았다.

아리스티네는 차례로 연어 카나페와 트뤼프 키슈를 먹어 치웠다.

‘맛있어,다 맛있어!’

연어의 농후함과 키슈의 부드러음.

차로 입을 씻으며 또다시 궁인에게 눈짓했다.

이제는 척,하면 척이었다.

아리스티네가 먹는 모습을 지켜본 궁인은 알아서 착착 접시에 디저트를 옮겼다.

‘오, 일 잘하네! 물론 우리 궁 궁인들만큼은 아니지만……!’

타르칸 궁의 궁인이었다면 처음부터 접시 한가득 디저트를 담아줬을거다.

아리스티네는 하나하나 음미해 가며 행복한 티타임을 가졌다.

과연 왕후의 티타임은 달라서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다 맛있었다.

‘그래도 우리 파티시에가 더 잘하는 거 같아.’

물론 여기도 누구와 비교할 것 없이 훌륭하긴 했다.

단지 타르칸 궁의 파티시에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실력의 벽이 있을 뿐.

‘내가 결혼은 참 잘했다니까.’

그런 파티시에가 있는 집에 시집을 오다니.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리스티네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였다.

왕후와 공주들은 말도 멈추고 기가 막힌 얼굴로 아리스티네를 쳐다보았다.

‘아니,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지금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고 업신여기는데,어떻게……’

이건 아니었다.

아리스티네는 담소에 어떻게든 끼기 위해 창피해하면서도 계속 말 붙이려 노력해야 했다.

그런 아리스티네를 생무시해 주는 것은 꽤 즐거운 유희가 될 터였다.

계속 그런 식으로 가지고 놀다 보면 아리스티네는 수치와 모멸감에 부들부들 떨다가 다실을 박차고 나가리라.

그러면 감히 왕후의 티타임을 무시해 중간에 나갔다는 소문을 낼 예정이었다.

역시 거만한 실바누스인은 어쩔 수 없다고,평화는커녕 왕실에 불화만 생긴다고.

‘그걸 기대하고 있었건만……’

아리스티네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왕후와 공주들이 저를 빼놓고 춤을 춰도,노래를 불러도 쳐다 보지도 않을 것 같다.

‘어떻게 저러지?’

잠시 굳은 눈으로 아리스티네 를 지켜보던 왕후가 결국 입을 열었다.

철저하게 무시해 주겠다는 계획을 스스로 깨게 되어 패배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상황이 흘러가 게 둘 순 없는 법이다.

가만 내버려 두면 아리스티네는 아주 즐겁게 티타임을 가지고 만족해서 돌아갈 것 같으니까.

“황녀.”

“네,폐하.”

“아직 내 아드님을 보지 못했지.”

“하미르 왕자님이요?”

“그래,폐하의 유일무이한 적장자 말이야.”

그럼 적장자가 유일하지,둘이겠는가.

2공주도 유일하고,4왕자도 유일하다.

‘뭔 당연한 소리를 저렇게 자랑인 양 하고 있는 거지?’

아리스티네는 떨떠름한 눈으로 왕후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당연히 못 뵈었죠. 결혼식에도 불참하셨고.”

왕궁에 있지도 않은 사람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

“너무 서운해하지 말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거니.”

“공무 중이라 바쁘셔서 못 오셨다고 들었어요. 서운하지 않으니 염려 마세요.”

아리스티네가 미소 지었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 는 미소라 왕후의 미간이 꿈틀 했다.

좀 더 분해해도 좋은 일일 텐데.

시댁 식구 중 한 명의 환영과 축복을 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정작 아리스티네는 새로 따른 차에 우유와 설탕을 듬뿍 넣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진 나도 아는데.’

찌르는 듯한 왕후의 시선을 느끼며 아리스티네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결혼 당사자인 그녀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이 문제로 신문 정치란이 꽤 시끌시끌했다.

몇백 년간의 적대,냉전의 종결을 가져온 국가적 혼인.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왕족,그 것도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왕자 -하미르-가 불참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신랑은 하미르의 정치적 라이벌,계승 서열을 두고 다투는 상대가 아니던가.

호사가들은 하미르가 타르칸의 정치적 입지가 강해지는 것이 탐탁잖아 일부러 불참한 것이라고 입방아를 찧었다.

특히 하미르의 공무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아서 그 의혹은 더 깊어졌다.

이를 두고 앞으로의 정치 갈등이 어떻게 더 격화될 거고,누가 더 우세할 건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렇다니 다행이네. 우리 하미르는 어려서부터 폐하의 총애를 듬뿍 차지하고 귀족원의 지지를 받았지.”

“아,네.”

“그야말로 제왕의 자리에 앉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가 싶을 정도야.”

“그렇군요.”

“내 아들이라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잘생기긴 어찌나 잘생겼는지 레이디들의 구애가 끊이지 않아. 남성적인 아이루고의 선과 외국인인 조모의 섬세한 선이 섞여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달까. 커다래서는 우악스럽고 폭 력적이기만 한 누구와는 참 다르지.”

‘……무슨 아들 미모 찬양을 이런 식으로 하지?’

아리스티네의 눈빛이 흐릿해졌다.

왕후가 좀 주접이다.

반면,아리스티네가 자신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까마득히 모르는 왕후는 별 반응 없는 아리스티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은가?”

“네?”

“그래도 다음 대 아이루고의 왕이 될 분이시니 관심이 갈 것 같은데.”

다음 대 국왕.

왕후는 아리스티네를 도발했다.

아리스티네는 물끄러미 왕후를 바라봤다.

엄마가 제 아들을 아직 보지 못했냐고 물으며 마구마구 자랑한다.

거기다 궁금하지 않으냐며, 관심 없느냐고 묻는다.

아리스티네는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단박에 깨달았다.

“음..............”

아리스티네가 난처한 미소를 머금었다.

“저 유부녀인데.”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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