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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됐고, 돈이나벌렵니다-58화 (58/183)

58화

미래를 위한 투자다 보니 당장 돈이 빠져나가도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황금 보기를 내 것같이 하라.

‘하지만 리트렌은 내 사람이니까.’

내 사람에게 주는 황금은 결국 내 것이지.

나의 사람의 황금.

결국 소유격은 아리스티네를 지칭했다.

‘그럼 된 거지.’

게다가 아직까지 돈 들어가는 곳이 별로 없어서 돈이 정말 많았다.

메스를 만들 때 들어가는 선철 같은 건 리트렌을 거둬 주어서 고맙다며 볼라튼이 선물해 주었다.

‘거기에 대장간은 타르칸의 궁에 있는 것을 쓰니까.’

굵직한 설비비가 완전히 굳었다.

사실은 이렇게 남의 시설을 공짜로 쓸 생각은 없었다.

당연히 사업을 위한 대장간을 새로 지을 예정이었다.

다만 대장간을 새로 짓는 건 시간이 꽤 걸릴 테니 시제품을 만들 때까지는 궁에 있는 대장간을 빌려 쓰려고 했다.

물론 돈을 지불하고.

그래서 이에 관한 사항을 타르칸과 의논하려고 운을 뗐는데.

〈여기 왕자비가 쓸 수 있는 왕도 안 토지 목록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아?〉

아리스티네가 침대 위에 서류 를 펼쳐 놓고 물었다.

타르칸이 다가와 몸을 숙여 서 류를 들여다봤다.

그의 팔이 아리스티네의 어깨에 닿았다.

〈뭐에 쓰게?〉

〈리트렌에게 대장간이 필요해서 새로 지으려고.〉

타르칸은 마음에 안 든다는 둣 한쪽 눈썹을 삐딱하게 올렸다.

〈궁에 있는 거 써.〉

〈아니,당장은 궁에 있는 거 쓰더라도 결국엔 지어야 하잖 아.〉

〈지을 필요 없어. 계속 궁에 있는 거 써.〉

〈어? 하지만…….〉

아리스티네는 고민에 빠졌다.

계속 임대료를 내고 있는 설비를 쓰는 게 좋은가,아니면 한 번에 큰돈을 들여 새로 대장간 을 짓는 게 좋은가.

〈왜? 뭐 곤란한 문제라도 있어?〉

고민하는 아리스티네를 보고

타르칸이 물었다.

어찐지 말투에 날이 서 있었다.

아무래도 돈 문제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으음, 임대료가…….〉

〈임대료?〉

타르칸이 기가 막힌 듯 물었다. 그는 헛웃음을 짓더니 짧게 내뱉었다.

〈그냥 써.〉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아리스티네가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봤다.

〈진짜?〉

타르칸은 되묻는 아리스티네의 표정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봐 왔던 그녀의 얼굴 중 가장 복잡한 표정이었다.

너무 좋은 말이라 믿기지 않는,그러면서도 설레고,하지만 혹시 거짓일까 의심하는…….

누가 보면 타르칸이 쓰라는 게 대장간이 아니라 그의 전 재산이라 착각할 지경이었다.

〈그래.〉

〈진짜진짜지? 너 나중에 네 대 장간에서 만들었으니 내 상품에 대한 권리 주장하고 그러면 안된다?〉

타르칸의 미간이 파삭 구겨졌다.

〈아,그냥 쓰라고.〉

〈너 방금 그냥이랬어. 그거 아무 조건 없다는 뜻이지? 나중에 가서 一.〉

〈넌 내 아내잖아.〉

타르칸이 아리스티네의 말을 툭 잘랐다.

촛불이 은은하게 밝힌 어두운 침실에서 금안이 아리스티네를 응시했다.

주홍빛 불빛이 그의 눈 안에서 어른어른했다.

아리스티네는 잠시 입술을 달 싹이다가 다물었다.

〈그렇지.〉

작게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어쩐지 타르칸을 보기 민망해 서 그녀는 시선을 내렸다.

‘왜 아직도 밤마다 촛불을 켜 놓는 거야.’

괜히 궁인들을 향해 구시렁거 리는데一.

〈그 뜻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타르칸의 손이 그녀의 턱을 살 짝 잡아 올렸다.

〈여기 네 집이야.〉

낮은 목소리와 함께 시선이 서로 얽힌다.

〈이 궁에 있는 것은 다 네 것 이라고.〉

소리 없이 침대가 기울었다. 타르칸이 침대 위를 손으로 짚은 것이다.

한층 더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러니까 대장간도 네 마음대 로 써. 그냥…….〉

낮은 목소리가 숨결과 함께 귓 가에 파고들어,아리스티네는 몸을 물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옴직일 수 없었다.

주흥 물이 든 타르칸의 금빛 눈동자가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 질 않는 것 같았다.

〈그냥, 내 시야 안에 있어.〉

‘……정적들이 움직일까 걱정되어서 그러나?’

그날 일에 대한 회상을 마친 아리스티네가 그렇게 생각했다.

저번에 왕후와 한 판 했던 전 적도 있으니 그런가 싶었다.

어쨌거나 아리스티네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하는 설비비가 단박에 해결되니까.

‘왕자비 자리 꿀인데?’

아리스티네는 기쁜 마음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여러 종류의 메스를 바라봤다.

‘좋아,도움을 준 무칼리에게도 보여 줘야지.’

쇠뿔도 단김에 뽑자고,리트렌이 나가고 난 뒤 아리스티네는 궁인들에게 무칼리에 관해 물었다.

“오늘 출근하셨을 테니 연무장에 전갈을 보내 놓을까요?”

“아,아니면 곧 점심시간이니 직접 방문하시는 편이 좋겠어요.”

“아,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직원님 밥도 먹여서 돌려보낼 걸 그랬다.

“연무장에 가시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아무래도 가는 김에……”

“굉장히 좋아하실 거예요.”

“후후,놀라시겠네요.”

으흥흥,궁인들이 웃으며 이상한 눈빛을 보냈다.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칼리 경이 그렇게 놀라고 좋아할 이유가 따로 있나?’

딱히 없을 것 같지만,자신보다 무칼리를 오래 봐 온 궁인들이 더 잘 알 터였다.

“좋아,그러면 일단 나도 밥을 먹고. 그다음에 디저트를 준비해서 무칼리 경한테 가자! 저번에 스콘은 먹었으니까. 다른 것으 로.”

우리 파티시에를 영업해야 해!

아리스티네의 눈이 결연했다.

“네,그럼 준비해 놓을 테니 식사하시고 옷을 갈아입으시죠.”

“물론 지금도 완벽하시지만.”

“그래도 다른 전사들이 비전하를 처음 뵙는 거니까요.”

우리 비전하를 영업해야 해!

궁인들의 눈이 결연했다.

물론 영업도 영업이지만,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또 깜짝 방문했는데 평소보다 더 예쁘면 얼마나 심장이 쿵쿵하시겠어요.”

“하아,정말 침대 또 망가지면 안 되는데.”

“하지만 새로 교체할 준비는 이미 다 끝내 놨으니 걱정 마시고요!”

“예,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저희의 능력!”

궁인들이 자신의 유능함을 어필했다.

“안심하시고 부수세요.”

아리스티네는 짜게 식은 눈으 로 그들을 바라봤다.

‘대체 여기서 침대 이야기가 왜 나와?’

유능한 시녀들이지만 어째서인지 머릿속에는 침대 생각밖에 없는 듯했다.

“밥이나 먹자.”

* * *

“어? 저거 비전하의 마차 아니야?”

연무장 입구로 들어오는 새하 얀 마차를 보고 전사들이 수군거렸다.

티 하나 없이 눈처럼 흰 마차 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거기에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아르젠아쿠아.

왕후의 마차도 이보다 더 화려하진 않을 것이다.

웨딩 퍼레이드에서 마차 사고가 있었다는 말을 들은 네프테르가 직접 제작을 명해 아리스티네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 일로 신문이 또 한 번 들썩였고,왕후궁에서 찻잔 여럿이 깨져 나갔다.

“비전하께서 주군을 뵈러 오셨나 봐.”

“어,하지만 주군께서 싫어하실 텐데……. 일 방해받는 거 싫어 하시잖아. 그 어떤 경우에도.”

“칼같이 예외가 없으시지.”

“하지만 비전하시잖아? 단 하나의 예외가 될 수도 있지.”

아리스티네 비전하께서는 인간이 아니라 요정이셨다.

당연히 예외가 될 만했다.

“에이,타르칸 전하께서 예외를 두신다고? 아무리 비전하라 하 더라도 그건……

一까지 말하던 전사가 입을 다 물었다.

아리스티네를 한 손으로 감싼 채 마차를 절단하던 모습.

품에서 결코 떼어 놓지 않고, 말에 오를 때조차 안고 타던 모습.

그리고 신문에 난 침대 잔해.

“예외 겠네.”

“완전 예외지.”

“예외가 아닐 리 없어.”

전사들이 응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께 알리자.”

덩치 큰 전사들이 해맑게 웃으 며 타르칸이 있는 곳으로 달려 갔다.

그 과정에서 드넓은 연무장 전 체에 왕자비가 타르칸을 만나러 왔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장군급의 인사부터 전사가 되지 못한 종자들까지 모두 눈을 빛내며 마차를 주목했다.

“직접 볼 수 있는 것인가!”

“세기의 커플이 해후하는 것을 눈에 담게 되다니……!”

그 어떤 오페라 연극보다도 감동적일 것이다.

같이 자고 오늘 아침에도 함께 일어난 부부 사인데 뭔 해후씩이나 싶지만,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왕자비 부부는 결혼식 이후로 바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사람들의 마음을 안달나게 만들었다.

“우리 주군께서 연애를 다 하시고……”

“평생 여자를 돌 보듯 보실 줄 알았는데……”

전사들은 괜히 제가 다 애틋했다.

그러는 사이,타르칸에게도 아리스티네가 왔다는 소식이 도착 했다.

“비전하께서?”

타르칸과 함께 있던 자칼렌이 되물었다.

“예,그렇습니다. 방금 문을 통 과하셨으니 곧 이곳에 도착하실 겁니다.”

방 안에 있던 전사들은 힐끔 타르칸의 눈치를 봤다.

타르칸이 어느 정도 아리스티네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공과 사를 구분 못 하고 업무 시간에 찾아오는 걸 좋아할까?

물론 아직 점심 휴식 시간이었 지만…….

‘이러다 괜히 부부 사이가 멀어지는 건 아닌가 싶은데.’

일반 전사들과 달리 이들은 모두 타르칸의 최측근.

그런 만큼 주군의 성격을 잘 알았다.

실망감에 무시하고 냉대했으면 했지,절대 반길 리 없다.

“크홈,비전하께서 이런 곳에까 지 다 오시다니……”

자칼렌은 보고한 전사를 빨리 내보내려 했다.

아무리 아리스티네와 타르칸의 관계에 핑크빛 기류가 감돈다고 해도,타르칸은 타르칸이었다.

절대 이 사태를 좋게 넘어갈 리 없다.

그런데 이놈은 눈치 없이 반색하며 멋대로 떠드는 게 아닌가.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얼마나 주군을 뵙고 싶으셨으면 점심시간을 다 이용해 찾아오셨겠습니 까.”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타르칸의 눈이 그를 향했다.

측근 전사들은 모두 긴장했지만,당사자는 별생각 없이 환하게 웃었다.

“오늘 아침에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비전하께서 주군을 많이 생각하시나 봅니다.”

타르칸이 코웃음 쳤다.

“그럴 리가. 다른 문제로 찾아 왔겠지.”

예를 들면 사업 문제나 돈 문 제. 그게 아니면 정치적 문제일 것이다.

‘보나 마나 뻔하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타르칸은 괜히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어깨가 으쓱으쓱한다.

그 모습을 본 측근 전사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앵?’

‘지금 주군께서 우, 웃으신 거……?’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말도 안 돼! 당연히 들은 척도 안 하시고 무시할 줄 알았는데.’

불쌍한 왕자비가 계속 기다리도록,상대도 해 주지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만히 있던 듀란테가 타르칸의 재킷을 가져왔다.

훈련과 식사를 하느라 벗어 둔 참이었다.

‘듀란테? 왜 그러지?’

다른 전사들이 의문 가득한 눈으로 듀란테를 바라봤다.

그 의문은 곧 풀렸다.

타르칸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듀란테의 시중을 받으며 옷을 걸쳤다.

‘으응?’

‘설마,비전하께 가실 생각인가?’

의문이 해결되었지만 더 큰 의문이 자리 잡았다.

“무칼리.”

“예,주군.”

“넌 리트렌을 봤었지.”

갑작스럽게 나온 리트렌의 이름에 무칼리는 덜컹했다.

설마 주군께서 디오나처럼 안 좋은 오해를 하고 계시나?

그런 마음을 감추고 그는 성실히 고개를 숙였다.

“네,저번에 비전하와 카탈라만에 갔을 때 봤습니다.”

무칼리는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만약 주군께서 뭐라 하시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비전하께 서는 결백하시다 말씀드려야지!’

이 무칼리의 검을 걸고서라도 비전하의 명예를 지켜 드리리라!

타르칸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보기에 지금 나랑……”

비교해서 어떠냐.

그 물음은 차마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타르칸은 고개를 돌렸다.

“주군과……?”

무칼리가 되물었다.

“됐다.”

타르칸은 미간을 찌푸리곤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가슴의 단추를 하나 더 풀었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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