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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됐고, 돈이나벌렵니다-75화 (75/183)

75화

진작 이런 메스가 개발되었다면 감염으로 죽는 사람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게 출시된다면……. 비전하 께서는 수많은 목숨을 구하시겠네요. 의사인 저보다도 더 많이.”

“무슨 소리야,그게. 사람을 구하는 걸 업으로 삼는 의사랑 어떻게 나를 비교해.”

민망한 소리에 아리스티네가 눈가를 찡그렸다.

“이건 전부 메스를 어떻게 하면 잘 팔까 고민해서 나온 결과인데.”

나는 돈을 벌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것도 아주아주 많이.

그게 진심이었다.

그러려면 평범한 상품으로 되지 않으니까,블루 오션을 공략 했을 뿐.

‘마침 야금술이 발달한 아이루고에 왔기도 했고.’

거기다가 의료 강국 이미지를 더해 아이루고 왕의 염원까지 이뤄 줄 수 있다.

즉,정치적으로도 통하는 사업이었다.

아리스티네로서는 일석삼조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

그녀는 우미루의 말을 완강히 부인했다.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우미루는 겸손하게 사양하는 아리스티네를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리스티네는 항상 당당하고 막힘 없고 직설적이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부끄러움이 많아서, 이렇게 칭찬하면 펄쩍 뛰며 아니라고 한다.

‘정말 귀여우시다니까.’

솔직히 얼굴만 봤을 때도 평생 따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알수록 점점 더 좋아진다.

그렇다. 우미루는 심각하게 얼굴을 밝혔다.

천재 외과의인 그녀가 타르칸의 궁에 있는 것도 모두 타르칸이 잘생겨서였다.

물론 마수와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사들이 거의 타르칸 아래에 있기 때문에 그녀의 솜씨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타르칸이 못생겼다면, 그녀는 스카우트를 한사코 거절 했을 것이다.

수술실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톱으로 뼈를 자르고,내장을 옮겨 담고,그러면서도 아주 미세하고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했다.

체력도 정신력도 빠르게 소모 돼,복지가 좋은 직업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그나마 눈요깃거리라도 있어야 직장 내 복지가 조금이라도 올 라가지 않겠는가.

-라는 게 우미루의 생각이었다.

‘타르칸 전하도 감상하는 맛이 있지만, 내 미적 기준에 더 부합하는 건 역시 비전하셔.’

지금 이 순간에도 맨날 사람 내장만 보던 안구가 아리스티네 를 보고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가 준 차트는?”

아리스티네는 헛기침하며 화제를 돌렸다.

“당연히 체크해 왔지요.”

우미루의 손짓에 따라왔던 수련의가 서류를 내밀었다.

아리스티네는 빠르게 서류를 넘겼다.

팔랑팔랑,페이지가 넘어가는 속도는 빠르지만,그녀는 필요한 자료를 전부 머리에 입력하고 있었다.

“이거 진짜야?”

아리스티네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우미루가 미소 지었다.

“아무렴, 비전하의 일인데요. 대충 체크하는 사람 한 명 없이 모두 성심성의를 다했습니다.”

처음에는 바빠 죽겠는데 이런 것까지 해야 하냐고 투덜거리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메스를 써 보고 태도가 한순간에 달라졌다.

이건 인류의 역사에 남을 발전이었다.

메스 하나로 야기되는 수많은 미래가 그들의 머릿속에는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저 아리스티네에 대한 호의 로 잘해 주려던 사람들도 마음 가짐을 달리했다.

다들 진지하고 심각한 얼굴로 조사에 임했다.

인류의 다음 도약에 기여한다는 심정으로.

“그러니까 전부 진지했단 말이지.”

아리스티네의 눈이 다시 차트 를 향했다.

‘결과가 좋을 거라 기대하긴 했지만,이건……’

타르칸의 병동에는 유수의 실 력을 자랑하는 의사만 모여있다.

그런데 그런 의사들이 전부 다 아리스티네의 메스를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그렇게 평가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우미루의 말대로 의사들이 전부 성심성의껏 조사에 참여해 주었다.

기존 메스 대비 우월성 항목을 다시 확인한 아리스티네의 눈이 흔들렸다.

‘아.’

아리스티네는 태어나자마자 항상 평가를 받으며 살았다.

제왕안을 발현할 수 있는지,없는지.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녀는 실패자였다.

아리스티네가 제왕안이 발현된 것을 숨겼으므로.

쓸모없는 모자란 것.

아버지의 평가 따위,사실과 다르니 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남의 생각과 시선이 자신의 가능성을,미래를,생각을…… 자신이라는 인간 자체를 재단할 수 없다고 되뇌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결과 를 내고,그걸 남들에게 인정받으니까-.

꾹,서류를 움켜쥔 아리스티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얼굴에 벅 찬 미소가 떠올랐다.

아리스티네는 자라면서 무언가를 이루려 노력할 기회마저 박탈당했었다.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 지,처음으로 온전히 깨닫게 되 었다.

“비전하……?”

고개 숙인 채 갑자기 말이 없는 아리스티네를 우미루가 조심 스레 불렀다.

아리스티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당장 대량 생산에 들어가야겠어.”

기합이 단단히 들어간 얼굴이 었다.

“예,부탁드립니다. 저희에게도 꼭 필요하니까요.”

한 번 꾸벅이곤 우미루가 씨익 웃었다.

“좋아,천재 외과의인 우미루가 이렇게 극찬하면 다른 곳에서도 난리가 나겠지!”

아리스티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현금 쌓아서 그 위에 앉아 봐야지!’

말 그대로 돈방석 위에 앉아보고 싶다.

“그럼 일 얘기는 이걸로 마무리하고,오늘도 그 유명한 파티시에의 디저트를 먹어 보고 싶 은데요.”

“얼마든지.”

아리스티네는 기쁜 마음으로 우미루에게 파티시에의 디저트를 영업했다.

맛있는 건 나눌수록 더 맛있다.

함께 다과를 들며 두 여자는 기분 좋게 수다를 떨었다.

잠자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련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우미루의 목적이 디저트가 아니라 비전하인 게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미루는 자허토르테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아리스티네만 바라보고 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오로지 비 전하뿐이다.

한참 동안 아리스티네와 이야 기하는 것을 즐기던 우미루는 결국,

“우미루,왜 네가 여기 있는거지? 환자가 몇인데, 바쁘지 않나?”

집무실에서 돌아온 타르칸에게 쫓겨났다.

돌아올 시간이 아닌데 온 것을 보니 아마 우미루가 아리스티네와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 같았다.

자신의 방이 아니라 아리스티네의 개인 룸으로 온 것을 보니 확실했다.

“치사하다,치사해!”

우미루는 그렇게 외쳤지만, 이미 쫓겨난 뒤였다.

아무리 그녀라도 슈퍼 갑의 앞에서 그 정도까지 말할 순 없었다.

괜히 화단에서 씩씩거리는 그 녀를 보며 수련의가 푹 한숨을 쉬었다.

‘우미루 님한테 의료계의 미래 를 맡겨도 되는 걸까.’

능력은 따를 자가 없지만,지 도자에겐 인성도 중요한 것 아닐까.

오늘따라 더 걱정이 됐다.

* * *

개발 과정에서 막혔던 것을 뚫자,그 이후의 과정은 순조로웠다.

타르칸의 궁에 있던 기존의 대장장이들은 그대로 메스 대량 생산에 투입되었다.

따로 인력을 모집하는 것보다 이편이 더 효율적이었다.

타르칸의 대장장이들과 아리스티네가 뽑을 대장장이들이 하나의 대장간을 쓰며 마찰할 일도 없어지고.

게다가 이들 모두 검증된 실력 자였으니,아리스티네로서는 특별한 노력 없이 최고급 인력을 손에 넣게 된 거였다.

대장장이들로서도 더 많은 돈을 받게 되었으니 기뻐했다.

타르칸과 아리스티네,두 사람에게 돈을 받게 됐으니 입이 찢어질 만할 거다.

‘아니,돈 때문에 기뻐한 것 맞나?’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갸웃했다.

메스를 보여 주며 이걸 대량 생산 할 거라고 했을 때의 반응이 분명…….

〈이,이런 대단한 것을 저희에 게 맡겨 주시다니요!〉

〈영광입니다,비전하.〉

〈세상에,정말 녹이 슬지 않는 군요.〉

〈메스라……. 우습게 보고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던 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역시 비전하께서는 물건에 선입견을 품지 않고 백성을 위하려면 무엇이 가장 좋은지 생각 하시는군요.〉

반짝반짝 눈을 빛낸 채 감격에 차 말하던 대장장이들이 생각났다.

아이루고인답게 커다란 키에 무쇳덩이를 매일 날라 근육이 단단한 사람들이었다.

어째서인지 그들은 아리스티네에게 말하면서도 가까이 다가오 지 못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가까이 와도 괜찮다고 말하자,

〈어, 어어떻게 감히 저희가……!〉

〈여신,아니,비전하께 범접하다니,그런 말도 안 되는…….〉

〈저희같이 울퉁불퉁하고 거대한 놈들이 엄지,아니,비전하 곁에 서면 폐만 됩니다.〉

화들짝 놀라서는 손사래 쳤다.

아이루고 사람들은 자신을 유독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커다란 몸이 위압적일까 걱정 되는지 아예 한 발짝 더 물러서기까지 했다.

거대한 대장장이들이 공손히 손을 모으고 눈을 빛냈다.

아리스티네는 새로 추가된 상사에 대한 아부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돈이 뭐라고 사람을 저렇게 만드는가.

다행히도 대장장이들은 리트렌에게도 호의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리트렌이 만들어 낸 메스를 보면 그 실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카탈라만의 수치라 들었는데……. 아,소문이 그랬다는 겁니다.〉

〈작업하시는 걸 언뜻 보며 소문이 잘못된 것 같다고 저희끼리 말하곤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누구나 엄청난 혼을 가진 대장장이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요.〉

대장장이들이 솥뚜껑 같은 손 으로 리트렌의 어깨를 치며 하 하하,호탕하게 웃었다.

리트렌은 아니라고 부끄러워하면서도 기삐 보였다.

아리스티네 역시 그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항상 무시당하던 리트렌이 동료 대장장이들로부터 제 실력을 인정받다니,얼마나 좋을까?

아리스티네나 우미루로부터 찬사를 받는 것과 같은 대장장이 들에게 받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순탄 하게 메스가 만들어졌다.

어느 정도 물량이 확보되어 판매를 개시했다.

판매처를 찾는 것 역시 순조로 웠다.

‘내 남편님이 상단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사업 파트너 하나만큼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말했듯,마수의 사체는 돈이 된다.

타르칸은 주 거래처 몇 개를 관리하는 것보다 대리인을 둬 상단을 소유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물론 타르칸의 상단이라는 건 비밀이었다.

타르칸이 주로 거래하는,그와 비즈니스 관계가 좋은 상단이라고 알려졌을 뿐.

‘왜 그런지야 뻔하지.’

현금은 정치 자금이 된다.

타르칸이 상단을 소유하고 있는 게 알려지면 왕후를 위시한 귀족들이 얼마나 귀찮게 나오겠 는가.

마수 사체라는,대체 불가능한 아이템이 주요 품목인만큼 흔 들릴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돈 흐름을 주름 잡고 있는 귀족들이 하나하나 걸고넘어지기 시작하면 좋을 게 없다.

심지어 대리인이 운영하는 지금도 상단을 아니꼽게 보고 있었다.

타르칸과 관계가 좋다고.

‘이제 나까지 더해졌으니 더 싫어하려나?’

아리스티네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전국의 유통 경로를 확보하고 난 뒤. 의료용 메스는 그야말로,폭풍 을 일으켰다.

아리스티네가 그렇게나 바라던 돈 폭풍은 물론,또 다른 폭풍도.

* * *

“대체 그 메스가 뭐길래!”

왕후가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질렀다.

며칠째 계속되는 광경이었다.

왕후의 눈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피바람이 불었다.

궁인들은 모두 납작 엎드린 채 이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왜,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야!”

의료용 메스 따위,만들어 봤자 의료 소송이나 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업을 해도 어쩜 그렇게 논란의 소지가 될 것을 고르는지,왕후는 아리스티네를 비웃었었다.

똑똑한 척하더니 별거 아니었다고.

왕후는 의료 소송 건을 이용해 아리스티네를 맹비난할 생각에 들떠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아리스티네가 메스를 출시하길 기다렸는데.

정작 그 결과는…….

★사람을 살리는 검, 왕자비의 손에서 아픈 이에게 뻗어진 구원의 여신의 손길, 수술 사망률, 현저히 떨어져 평화의 천사, 세계를 구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신문을 훑은 왕후의 눈에서 불이 번쩍였다.

매일,매일 이런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혹시 자신의 귀에 미처 못 들어온 의료 과실 이야기라도 있을까,아침마다 희망을 놓지 못하고 신문을 펼쳤다.

심지어 평소 경멸하던 삼류 가 십지까지 쥐 잡듯 뒤졌다.

하지만 모두 아리스티네를 찬양하고 있었다.

“시녀들 사건으로 그 계집에게 호의적인 여론이 쏟아진 지 얼마나 됐다고!”

쨍그랑一!

왕후가 테이블을 거칠게 쓸었다.

신문지가 펄럭대며 땅에 떨어지고,화병이 굴러 떨어져 깨졌다.

파삭,왕후의 구둣발이 만개한 라능쿨루스를 지그시 밟았다.

보드라운 꽃잎이 짓이겨지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왕후의 시선이 벌벌 떨고 있는 궁인들을 향했다.

궁인들은 숨을 죽이며 긴장했다.

결국,오늘도 피바람을 피해 갈 수 없나 보다. 짙은 체념이 밀려왔다.

그런데 그 순간,

“왕후 폐하,하미르 전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그들을 구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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