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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됐고, 돈이나벌렵니다-85화 (85/183)

85화

타르칸에겐 우미루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아리스티네에게 체온을 나누어 준다고?

옷을 벗고, 벗은 그녀의 맨살을 온몸으로 끌어안아, 그렇 키...

“전하께서 안 하실 거면 제가 할까요?”

획,타르칸의 시선이 우미루를 향했다.

금안이 번개라도 칠 것같이 번뜩였다.

“뭐,같은 여자니까요. 어쨌든 치료해야죠.”

생글,우미루의 길쭉한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가만히 타오르는 시선으로 우미루를 내려다보던 타르칸이 입을 열었다.

“내가 한다.”

나직한 목소리였다.

투둑,허리를 조인 가죽띠가 그의 손 아래에서 풀렸다.

천이 미끄러지며 견고한 어깨와 탄탄한 대흉근이 드러났다.

“모두 나가.”

궁인들과 우미루는 깊게 고개 를 숙인 뒤 빠르게 방을 빠져나 갔다.

아리스티네와 단둘이 된 타르 칸은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곧이어 그가 걸치고 있던 모든 것이 전부 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른한 오후의 햇빛이 굴곡진 근육의 형태를 핥듯이 쓸어내렸다.

어깨와 등을 잇는 널찍한 견갑 골을 따라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

힘줄이 돋은 단단한 팔이 누워있는 아리스티네를 향했다.

스륵,천이 스치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앞을 여몄던 배스로브의 끈을 풀자,자연스럽게 앞이 살짝 벌어졌다.

멈칫,타르칸의 손이 허공에서 우뚝 멈췄다.

잠시 호흡이 멎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그는 배스 로브 깃을 완전히 다 젖혔다.

햇살 아래 드러난 새하얀 나신이 눈부셨다.

천천히,커다랗고 거친 남자의 몸이 가녀리고 섬세한 여자의 몸과 겹쳤다.

아리스티네를 끌어안고서 타르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몸은 뼛골이 선뜩할 정도로 차가웠다.

두꺼운 이불을 빈틈없이 덮고 그 안에서 아리스티네를 꽉 끌어안았다.

그녀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길게 뻗은 속눈썹 결이 한 올, 한 올 눈에 들어오고,보송보송한 솜털마저 보였다.

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던 타르칸은 아리스티네의 양손을 움켜 쥐었다.

다른 곳도 얼음장 같은데,손 끝은 더 차가워서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손을 문지르며 차디찬 손끝에 후,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러다 손끝에 입술이 닿았다.

“..............”

타르칸은 입술을 떼지 않았다.

아리스티네의 손끝에 입술을 맞춘 채 그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분 탓인지 아까보다 조금 살굿빛이 도는 듯했다.

다른 사람과一여자와 이런식으로 누워 있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느낌이 이상했다.

아리스티네는 산뜻하게 웃으며 선을 긋고,그를 선 밖으로 밀어내고,결코 선을 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예 그가 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가능성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매일매일 몸을 맞대고 잠에 들고,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이야기를 나누고 눈빛을 나눠도.

결국 가장 중요한 순간에 완벽한 타인으로 대한다.

하지만 이렇게 온몸으로 그녀를 끌어안고 있으면.

그의 체온이 그녀에게 옮아 점점 따뜻해져 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 선 안에 들어가 있는 것만 같았다.

두꺼운 이불 안처럼 좁은 안에서 아무것도 거리낄 것없이 꽉 끌어안은 채,단둘이서.

* * *

‘으,더워……. 답답해.’

아리스티네는 끙,하고 신음했다.

커다란 바윗덩이가 온몸을 누 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바윗덩이를 밀어내려고 손을 꼼질거리다가 ‘응?’ 하고 멈칫했다.

‘뭔가 부드러운데……. 단단하고 부드러워. 뜨겁고……’

더듬더듬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감촉 좋은데? 손에 착 감기는 맛이 있어.’

탄탄하니 탄력까지 있는 게 계 속해서 만지고 싶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어라? 뭔가가 손바닥에 걸리는데?’

말랑거리면서도 단단한 것이 부드러운 바위 가운데 비죽 솟 아 있어서 손바닥에 스쳤다.

‘뭐지?’

아리스티네는 손가락으로 그걸 집었다.

흠칫,바위가 떨렸다.

바위가 움찔움찔 멀어지려고 해서 아리스티네는 찰싹,바위를 때렸다.

찰진 소리가 났다.

가만히 좀 있어 봐 봐.

‘응? 근데 바위가 움직인다고?’

뭔가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바위가 부드럽고 따끈한 것도 이상하지 않나?

그녀의 머릿속을 짙은 안개처럼 뒤덮고 있던 수마가 순식간에 물러났다.

아리스티네는 번쩍 눈을 떴다.

눈앞에는 바위 대신 타르칸이 있었다.

목덜미와 가슴팍까지 붉게 물들인 채로.

뭐라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손이 타르칸의 가슴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아리스티네 는 당황했다.

그녀가 감촉이 좋다며 맛보고 즐기던 게 타르칸의…….

‘그,그럼 비죽 솟아 있던 게....’

아리스티네가 손가락으로 꽉 집은 그것.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 했다.

‘오,세상에.’

아리스티네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음,조,좋은 아침?”

“손 떼.”

“넵

아리스티네는 재빨리 손을 내렸다.

하지만 그러면서 그녀의 손가락이 단단하게 굴곡진 타르칸의 배를 쓸어내렸다.

타르칸이 이를 악문 채 신음하더니 으르렁거렸다.

“더 내리지 마.”

“아,응. 미안……”

갈 곳 잃은 아리스티네의 손이 어쩔 줄 모르고 타르칸의 복근 위에서 꼼질거렸다.

타르칸의 복부가 움찔 떨리며 더 단단하게 힘이 들어갔다.

“그,그러면 어떻게 해?”

타르칸과 몸이 딱 붙어 있는 상황이라서 손을 뒤로 물릴 수도 없었다.

그 상태로 엄청 두꺼운 이불로 돌돌 말려 있어서一.

“응? 잠깐잠깐잠깐.”

아리스티네는 당혹스러운 기분 으로 자신의 상태를 체크했다.

지금 그녀는 홀딱 벗은 채,마찬가지로 홀딱 벗은 상태인 타르칸에게 빈틈없이 껴안겨서 이불에 크레이프처럼 말려 있었다.

“내,내가 왜 너랑 알몸으로 누워 있는데? 그것도 이렇게 딱 붙어서 한 이불을 덮고?”

아리스티네의 보랏빛 눈동자에 경악과 부끄러움,황당함이 차례 로 스쳐 지나가고 맨 마지막엔 불신이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네가 아무리 변태라고 해도 상도덕 있는 변태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 자는 틈을 타서 이런 짓을 벌여?!

아리스티네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비난했다.

타르칸의 미간이 왈칵 구겨졌다.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건데.,’

솔직히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힘든 건 그였다.

손가락 끝조차 보드라운 아리스티네의 몸과 틈 없이 밀착한 상태로 거의 반나절을 누워 있었다.

어느 정도 체온을 되찾은 후로 아리스티네는 가끔 뒤척이기 시작했고……

그냥 몸을 살짝 뒤튼 것뿐이지 만 그에게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사람 몸이 이렇게 부드럽고 말랑거리고 매끈할 필요가 있는 걸까.

자극하지 않아도 모자랄 판국에 아리스티네는 손을 움직여서 사람의 가슴을 더듬질 않나.

그냥 더듬으면 다행이지,심지 어一.

“네가 나한테 변태라고 할 수 있냐.”

타르칸이 으득 이를 갈며 물었다.

지은 죄가 있는 아리스티네는 당황했지만,곧 당당해졌다.

“애초에 네가 이러고 있지 않았으면 내가 네 가슴을 더듬을 일도 없었어. 그러게 누가 사람을 벗겨서 안고 있으래?”

“살려 줘도 뭐라 하지.”

타르칸의 말에 아리스티네가 미간을 찌푸렸다.

“살려 줬다고?”

“저체온증이라서 어쩔 수 없이 안고 있었던 거야.”

그는 절대 자신의 의지가 아니 었음을 강조했다.

아리스티네는 눈을 깜빡였다.

‘내가 저체온증이었다고?’

그 순간 팟,하고 욕실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제왕안을 사용해서 선철 독점 해결법을 찾아내고,그리고 밖에서 타르칸이 불러서一.

그 뒤로 블랙아웃. 기억이 없다.

“나 쓰러졌었어?”

“그래.”

‘그렇게 오래 있었나?’

제왕안으로 보는 것은 감각 인지의 영역이라서 더 빠르게 지나간다.

그런데 현실 시간으로도 오래 걸렸다니.

‘나 엄청 집중해서 열심히 찾았구나.’

“이제 알겠지.”

타르칸이 당당한 얼굴로 아리스티네를 바라봤다.

“내가 이러고 있는 건 순수한 의료 목적이라는 걸.”

“윽.........”

“변태는 너야.”

타르칸이 통쾌함마저 느껴지는 시선으로 아리스티네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 골이 난 아리스티네 가 입술을 비죽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 변태가 뭔지 보여 줘?”

타르칸의 복부에 닿아 있던 그녀의 손가락이 드릉드릉 움직였다.

단단한 복근이 흑 긴장하며 수 축했다.

“..진짜 하지 마.”

“왜? 변태라며? 변태는 변태 짓 할 건데요!”

아리스티네가 흥,하고 웃으며 타르칸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하지 말라니까.”

타르칸이 한 손으로 그녀의 양 손목을 붙들었다.

그 서슬에 풀썩,두 사람을 단단히 잡아 두던 이불이 풀렸다.

“어……”

맞다, 나 알몸이었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아리스티네는 뒤늦게 깨달았다.

서둘러 이불을 푹 끌어안은 그녀가 응얼거리며 말했다.

“일단 옷부터 입을까.”

얼굴이 뜨거웠다.

* * *

아닌 밤중에 난리를 쳤던 부부는 침의를 입은 채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두 사람 다 평소와 달리 미묘하게 거리감을 두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계속 흐르는 것을 참지 못한 아리스티네가 입을 열었다.

“나 얼마나 잤어?”

“열 시간쯤.”

“많이 잤네.”

“더 자.”

그럴 순 없다.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긴장되는 공기에서도 탈출하고 싶어서 아리스티네는 몸을 일으키다가 아,하고 타르칸을 봤다.

“지금 새벽이지.”

그러면 지금 나가 봤자 소용없다.

아리스티네는 다시 풀썩 침대 에 앉았다.

침묵이 흘렀다.

타르칸을 보고 있지 않지만, 그를 향해 살짝 기울어진 침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의 존재감을 의식하게 된다.

눈앞에 아까 보았던 타르칸의 몸이 떠올랐다.

자잘한 흉터가 여기저기 자리 잡은 몸은 탄탄하게 꽉 조여진 근육으로 이뤄져 있었다.

손바닥 안에 가슴을 더듬거렸던 감촉이 남아 있었다.

‘엄청 탄력 있었……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아리스티네는 빈 주먹을 꽉 쥐 고 “크흠!” 하고 헛기침했다.

“목욕하다가 쓰러질 줄은 몰랐어. 물이 식었다고 저체온증에걸리다니…”

“과로여서 몸 상태가 안 좋았으니까 더 그랬겠지.”

“과로?”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까지 일했나?

“그래,과로. 요 며칠 계속 미열이 있었을 거라던데. 몰랐어?”

“응,전혀.”

타르칸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아리스티네를 바라봤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아니, 딱히 아프진 않았는데. 좀 머리가 무겁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리스티네에게 아프다는 건 화상을 입거나,죽을 정도로 앓는 것뿐이었다.

유폐당한 채 홀로 지내 온 그 녀에게 미열같은 건 아픈 축에도 들지않았다.

“그게 아픈 거야.”

타르칸이 단언했다.

커다란 그의 손이 아리스티네의 이마를 짚었다.

“앞으로는 손톱에 거스러미만 일어도 아프다고 해.”

“친절하네.”

아리스티네는 하하,웃으며 뒷 말을 삼켰다.

‘거슬리는 사람한테.’

그녀가 고개를 숙여 타르칸의 손을 털어냈다.

어쩐지 타르칸이 의식될수록 아까 들었던 말이 마음속에 울렸다.

“친절하다고?”

타르칸은 멍하니 되물었다.

친절하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 봤다.

들었어도 일전에 아리스티네가 비꼬듯이 친절하다고 했던 게 전부였다.

지금처럼 진심이 담긴 말은 처음 듣는다.

하긴,누군가가 아프다는 것에 이렇게 마음 졸인 적도 처음이다.

아리스티네가 쓰러지는 것을 눈앞에서 봤을 때,정말 머릿속이 새하얗게 표백되었다.

타르칸은 아랫사람에게 잔혹한 주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까는 아리스티네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궁인들에게 검을 빼 들 뻔했다.

그러나 타르칸이 가장 분노한 대상은 그 자신이었다.

왜 진작 아리스티네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머리가 무거우면 무겁다고 말 해. 나를 의지하라고 했잖아.”

“지금도 충분히 의지하고 있는 걸?”

아리스티네가 고개를 갸웃했다.

상단도,대장간도 모두 그의 도움을 받았다.

“전부 다 계산해서 깔끔하게 대금까지 치르는 게?”

마치 선 긋듯이.

“아니,손해 안 보게 다 챙겨줘도 뭐라 그러네. 그럼 내가 대장간이랑 상단 쓰면서 입 싹 씻고 돈 안냈으면 좋겠어?”

응.

그랬으면 좋겠어.

그 말을 하면 아리스티네는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하진 않았다.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보며 ‘왜?’ 하고 되물을 게 뻔하니까.

“나는 네 남편이야.”

타르칸이 아리스티네의 팔을 잡고 호소하듯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一.”

아리스티네가 뒷말을 끌며 시선을 피했다.

“뭐가 문제야.”

“음,그야…… 우리가 진짜 부부인 건 아니잖아.”

아리스티네가 미소 지었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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