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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됐고, 돈이나벌렵니다-89화 (89/183)

89화

“내가 왜!”

디오나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럴수록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하고 아연해질 뿐이었다.

“디오나.”

드디어 타르칸이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디오나는 목이 돌아갈 것처럼 빠른 속도로 타르칸을 바라봤다.

비록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아리스티네만 신경 썼지만,그래 도 기대를 완전히 저버릴 순 없었다.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금안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디오나를 직시했다.

“과거에도,현재에도,미래에도 네가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일은 없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디오나에게 마음 한 톨 준 적 없었다. 단 한 번도.

그 잔인한 단언에 디오나의 동공이 충격으로 크게 벌어졌다.

“타,타르칸 전하……”

“내가 결혼한 사람은 아리스티네야.”

타르칸이 아리스티네의 어깨를 감쌌다. 마치 보호하듯이.

그가 아리스티네를 아끼는 게 눈에 보여 디오나는 가슴을 칼날로 파내는 것 같았다.

“두 번 다시 내 아내에게 접근 하지 마.”

아리스티네를 제 품으로 당기며 타르칸이 말했다.

디오나를 쳐다보는 타르칸의 눈동자에는 경멸과 멸시가 가득 했다.

죽어 버린 아끼던 전사의 여동생.

타르칸은 디오나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디오나는 그 시선이 다르게 변화하길 바랐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바뀌길 바란 건 아니었어!’

여자로,사랑하는 상대로 바뀌 길 바랐다.

이렇게 적대적이고 혐오 가득 한 시선이 아니라!

“아아아아아악!”

디오나가 소리를 지르며 머리 를 감싸 쥐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발광하는 그녀를 전사들이 붙들었다.

이미 평소의 모습을 벗어던졌지만, 지금 디오나는 귀족 영애 라고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추잡했다.

그때까지 침묵하고 있던 우미루가 어휴,하고 몸서리쳤다.

그녀는 짝,하고 박수를 치고 는 말했다.

“일단 비전하의 안정이 최우선 이어서요. 이런 질척거리는 일은 밖에서 해결하시죠?”

그녀의 시선이 디오나를 스쳐 타르칸에게 닿았다. 책하는 시선이었다.

전사들이 디오나의 팔을 잡아 끌었다.

“디오나,따라와.”

“싫……!

“큰 소리 내지 말고 나가서 얘기해.”

디오나는 싫다며 버렸지만 전사들의 힘을 당해 낼 순 없었다.

그녀는 연행당하듯 양팔을 잡혔다.

“쉬셔야 하는데 이렇게 소란만 피우고……”

“죄송합니다,비전하.”

전사들은 아리스티네에게 사과 하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참 나,감히 댈 데에 대야지. 비전하께.”

우미루가 코웃음 치며 끌려 나가는 디오나를 비웃었다.

지금 하는 꼴을 보니 결혼식 날 신부 대기실에 찾아가서 어떤 식으로 굴었을지 대충 예상이 갔다.

“하여간 예전부터 뭔가 마음에 안 들더라니.”

우미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리스티네.”

타르칸의 부름에 디오나가 끌려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아리스티네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어쩐지 긴장한 것 같은 얼굴이었다.

“전에 내게 연인이 있다고 했던 건一.”

“타르칸 전하께서도 나가시죠.”

우미루가 타르칸의 말을 툭 끊으며 말했다.

“환자의 안정을 위해서요.”

말로는 환자의 안정을 운운하지만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타르칸이 미간을 찌푸렸다.

“우미루.”

“왜 자꾸 거슬리는 사람 곁에 있으려고 합니까.”

우미루의 말에 타르칸이 움찔, 몸을 굳혔다.

거슬린다는 건 그런 뜻이 아니었다.

그는 슬슬 아리스티네의 눈치를 살폈다.

아리스티네는 언제나 그렇듯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은 죄가 있으니 물러 날 수밖에 없었다.

아리스티네가 제게 연인이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만큼 할 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보다는 상황을 정리한 후에 제대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타르칸은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리스티네.”

막상 떠나려니 미련이 남았다.

“응?”

적어도 거슬린다는 말에 대해 서 해명하고 싶었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보랏빛 눈동자를 보며 타르칸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의 말에 대한 오해를 풀어 본 적이 없었다.

오해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리스티네의 오해라면 풀고 싶었다.

“그,내가…… 거슬린다고 했던 건一.”

“아,대강 무슨 소리인지 알아.”

아리스티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신경 쓰지 말라는 둣 미소 지었다.

“......안다고?”

“응,너한테 거슬리지 않도록 할 거야.”

타르칸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굳이 설명할 필요 없어. 이미 철광석 확보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찾았거든.”

아리스티네가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신경 쓸 일 같은 건 절대로 없게 할게.”

그 웃는 얼굴에서 그녀와 자신 사이를 가로지르는 선이 느껴졌다.

이전보다 더 확고하고 명확한 선이었다.

그게 아니다.

그렇게 말하려 하는데,아리스티네가 더 빨랐다.

“아. 그러려면 나도 빨리 움직여야겠네.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너도 이만 나가 봐.”

“아리스티네.”

제대로 말하고 싶어서 그녀를 불렀지만,아리스티네가 소파에 서 일어났다.

“너도 나 간호한다고 붙어 있 느라 일거리 밀렸지? 어서 가 봐.”

아무리 봐도 대화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타르칸은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억지로 붙들고 이야기 해 봤자 아리스티네에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역시 어떻게 설명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아리스티네가 자꾸만 거슬렸다.

하지만 그 거슬림이 대체 무엇 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대체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결국 타르칸은 재차 나가 보라는 아리스티네의 재촉에 방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왠지 쫓겨난 기분이었다.

‘아니,쫓겨난 게 맞는가.’

타르칸은 후,하고 한숨을 쉬었다.

* * *

궁 안에서 소문은 빨랐다.

“세상에,그 말 들었어?”

“디오나 님 말이지?”

“착하고 친절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궁인들도 잘 챙겨 주시고.”

“뒤로는 그런 짓을 벌이고 있을 줄은 몰랐어.”

남편과 전혀 상관없는 여자가 본처에게 애인 행세를 당당하게 하는 건 막장 중에서도 막장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비전하께 그런 말을……”

“그것도 결혼식 날 신부 대기 실에 찾아가서 그랬다며?”

“어찜! 감히 타르칸 전하를 두고 거짓말을 한 것도 기가 막혀.”

“그렇게 말하면 타르칸 전하께서 뭐가 돼!”

“우리 전하를 불륜남으로 만든 거잖아!”

타르칸이 어떤 사람인가.

마수와 실바누스에게서 아이루고를 지켜 낸 자랑스러운 영웅 이었다.

그런데 그런 분께 그런 추문이라니!

“비전하께서 그간 타르칸 전하를 어떻게 생각하셨겠어!”

“남편이 불륜남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셨던 거잖아!”

“억울해!”

타르칸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억울했고,아리스티네의 입장에 서 생각해도 억울했다.

“그런데 그런 내색은 하나도 하지 않으시고 타르칸 전하와 잘 지내시다니……”

“싫은 내색 같은 거 없으셨지.”

“이 결혼이 그만큼 중요하니까 속으로는 마음이 곪으면서도 참 으셨던 걸까?”

“두 분 사이에 불화가 생기면 말이 많을 테니까……”

“어찜 정말 생각이 깊으시기도 하지.”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해. 연고 없는 타지에서 그간 무슨 생각으로 지내셨을지.”

돈 벌 생각만 가득해서 잘 지냈다.

타르칸이 불륜남이든 말든 신경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궁인들은 아리스티네를 떠올리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디오나 님이 워낙 오랫동안 타르칸 전하를 좋아하셨잖아. 그 런데 타르칸 전하께서 다른 분 과 혼인하셨으니 안쓰러웠는데……”

“맞아. 우리 다 안타까워했지.”

타르칸이 유부남이 된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디오나에게 말하곤 했다.

디오나가 더 잘 어울린다거나, 디오나가 왕자비가 되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거나,하는 말들.

반쯤은 진심이었고 반쯤은 위로였다.

디오나가 진짜 왕자비가 될 일은 없으니까 할 수 있는 말이기 도 했다.

그리고 디오나 역시 그 사실을 잘 아는 둣 보였다.

“그럴 때마다 디오나 님은 비 전하를 옹호했잖아.”

“맞아. 타르칸 전하께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두 분 전하 사이가 돈독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평화를 위해서라도 두 분 전하께서 잘 지내셔야 한다고도 하셨지.”

“으,그게 다 거짓말이었다는 거지?”

궁인들이 팔을 문지르며 바르르 떨었다.

“진짜 소름 돋는다.”

“분명 진심일 거라고 생각했는 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들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비전하께 죄송하네……”

우리가 잘못했지.

같은 궁에서 지내면 지낼수록 아리스티네에 대한 호감이 올라 갔지만,그게 디오나에 대한 죄책감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왠지 모르나 아리스티네를 따 르는 게 디오나를 배신하는 것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오나에게 더더욱 타르칸과 잘 어울린다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다른 애들이 디오나 님더러 싸하다고 했을 때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아리스티네의 곁에서 그녀를 모시는 최측근 궁인들은 예전부터 디오나가 이상하다고 말했었다.

“그러게. 괜히 사람 모함한다고 생각했어.”

“이제라도 실체를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앞으로 비전하께 잘해 드리자.”

“그래,측근 궁인들이 따로 있다는 핑계로 그간 우리가 너무 무심했어.”

“아프기까지 하시고……”

궁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아리스티네를 잘 보필할지 이야기하 기 시작했다.

디오나가 알게 되면 뒷목을 잡을 일이었다.

수년간에 걸쳐 자신의 편으로 섭외했던 타르칸 궁의 궁인들이 그녀에게서 뒤돌아선 일이었으니까.

Chapter 27. 친구 사이에서는

“확실히 그런 식이라면 선철이 없어도 가능하겠군요.”

리트텐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리스티네를 바라봤다.

“역시 비전하이십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 놀랍습니다.”

감탄 어린 표정에 아리스티네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내가 생각한 게 아니라 제왕 안으로 본 지구에 있는 기법인데……’

리트렌이 보이지 않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을 바라본 아리스티네가 헛기침을 했다.

지금 그녀는 리트텐에게 어떻게 하면 선철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지,그 해결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다시피 리트렌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다행이야.’

리트랜이 이렇게 나온다는 건 이곳에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리스티네의 해결법은 아주 간단했다.

‘새것을 살 수 없다고? 그럼 헌것을 재탕하면 되지!’

이른바 고철을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고철에도 여러 등급이 있고,불순물 탓에 고급강을 만들어 내긴 어렵다.

‘하지만 메스 날은 다르지.’

어차피 메스의 날은 일회용이다.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날을 수거해서 재활용하면 굳이 선철 을 확보할 필요는 없다.

‘물론 선철은 계속 필요하겠지만.’

왕후 쪽에서 선철을 억지로 선점할 수 있는 기간은 결코 길지 않다.

그 기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선철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고철을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아리스티네는 전생에서 그 해법을 찾아냈다.

‘전기로 방식.’

말 그대로 전기의 힘으로 열을 얻어 고철을 용해하고 제련하는 방식이다.

전기압으로 가열해서 쇳물을 만들고,불순물을 분리하고 탄소를 제거한다.

그렇게 해서 스테인리스 스틸을 만들면 완성.

확보할 수 없는 선철 대신 고철을 사용하면 되니 문제가 해결된다.

“이 공정의 장점은 또 있어.”

아리스티네는 리트렌을 향해 씨익 웃었다.

“철광석을 선철로 만드는 용광로 공정을 생략하게 돼.”

원래라면 용광로 공정을 통해 철광석을 선철로 만들고,이 선철을 다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련한다.

하지만 전기로 방식에서는 고철을 제련해 바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만들 수 있다.

즉,공정 하나가 완전히 생략되는 것이다.

“확실히.”

리트렌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시간이 확 절감되겠네요.”

“그래,지금 우리에게는 시간이 생명이니까.”

시간이 적게 든다는 것은 곧 비용이 적게 든다는 뜻이다.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으시다니……! 비전하께서는 정말 이 세상의 구원자십니다!”

감격한 리트렌이 아리스티네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아리스티네는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아니,여기서 세상을 구원한다 는 말이 왜 나와?’

스테인리스 스틸 제조 과정을 바꾸자고 했을 뿐이다.

‘그것도 내가 돈 많이 벌려고 그런 건데.’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꼬리를 괘괘 혼드는 리트렌을 바라보던 아리스티네는 곧 포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이런 사람이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했다.

리트텐을 이해하길 포기한 아리스티네는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먼저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어.”

“네,아무래도 고열 에너지원이 필요하겠어요.”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에서는 전기의 고열을 통 해서 쇳물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는?

당연히 마력석을 쓴다.

다만.

“새로 발견된 마력석 광산을 1 왕자 하미르가 맡았다는 게 문제지.”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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