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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됐고, 돈이나벌렵니다-122화 (122/183)

122화

‘어후,정말 나도 결혼해야지.’

내년에는 반드시 아내의 사진을 들고 와서 타르칸을 부러워 하지 않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딸내미 사진도..........!’

자칼렌이 주먹을 불끈 쥐며 의지를 다졌다.

휘하의 전사들에게 출정을 알리는 그의 얼굴엔 열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통신 두절이라는 변수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을 것을 확신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예상과 달랐다.

* * *

‘이게 무슨……’

거칠게 말을 몰며 자칼렌은 이를 악물었다.

뒤에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마수들이 폭풍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속도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는 순간 그 폭풍에 송두리째 집어 삼켜질 것이다.

아니,속도를 더 높여도 꼬리 에 붙은 마수들을 떼어 내지 못 하는 한 결과는 같았다.

말보다 마수의 체력이 강한 것 은 당연하니까.

그나마 아이루고 군마들이라 버티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말이었다면 아무 리 혈통 좋은 명마더라도 이미 거품을 물고 쓰러졌을 터.

하지만 자칼렌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꽁무니에 달린 마수들이 아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따로 떨어져 나가 혼자 말을 달리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타르칸이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앞을 향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자칼렌 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대체 왜..........’

오늘 아침,예정대로 타르칸이 이끄는 사단은 마수들과 정면에서 격돌했다.

그렇게 상대하고 있으면 다른 사단이 양옆과 뒤에서 포위하듯 기습을 하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합류해야 할 다른 사단이 오지 않았다.

전사들은 물러나지 않고 용맹하게 싸웠으나, 수적으로 너무나 열세했다.

심지어 아무것도 없는 평원이라 바로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전술에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진은 파훼되었고,타르칸은 퇴각을 외쳤다.

대마수의 영역으로.

대마수의 영역에는 바람조차 함부로 불지 않는다.

같은 마수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뒤에 따라붙은 마수들은 분명 대마수를 피해 물러날 것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영역 안에 발을 들인 전사들은 대마수와의 조우를 피하기 힘드니까.

‘사단의 반절.. 혹은 그 이상이 죽을 수도.’

완벽한 컨디션에서 싸워도 힘든 상대다.

하지만 지금 전사들은 많은 수의 마수들을 상대하느라 힘을 거의 소진한 상태였다.

오러의 빛도 흐려지지 않았는가.

그래서 타르칸이 홀로 대마수를 상대하러 간 것이었다.

타르칸과 대마수가 격돌하는 동안 휘하의 전사들이 마수들의 추적을 피하고 대마수의 영역에서 탈출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주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자칼렌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다.

“속도를 높여라! 꼬리에 붙은 놈들을 떼는 즉시 주군을 도울 방법을 찾는다! 반드시!”

그 말에 전사들이 입을 굳게 다물며 속력을 높였다.

다들 표정이 침통했다.

반드시,라고 했지만 사실상 타르칸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걸 머리로 알고 있었다.

자칼렌은 몰라도 자신들이 가 봐야 전투에 방해만 될 것이고, 다른 장군급 전사들을 불러오기에는 통신이 두절된 지 오래다.

하늘이 도와 다시 통신이 연결 된다고 해도 그쪽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엔 시간이 걸릴 터.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르는 만큼...

‘주군께서 어떠신 분인데 반드 시 살아남으실 거다!’

‘난 주군을 믿는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전사들은 안 좋게 뻗어 나가는 생각을 애써 내리눌렀다.

지금은 그저 그렇게 믿는 수밖 에 없었다.

그때, 뒤를 쫓던 마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불안한 듯이 주둥이를 기웃거리더니 이내 흠칫 놀라 몸을 뒤 틀었다.

키이이이익!

날카로운 울음이 마른하늘을 울렸다.

마수들 사이에 오가는 경고음 이겠지만 인간의 간담을 서늘하 게 하는 소리이기도 했다.

전사들의 표정이 한층 더 딱딱 하게 굳었다.

천천히,마수들이 속도를 늦췄다. 경계 어린 시선이 저 멀리를 향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수들이 꼬리를 말고 도망가는 것은 아니 었다.

눈앞의 인간들은 미련 없이 포기하기에는 수가 많은 데다가 양질의 먹잇감이었다.

곧 겨울이 온다.

먹잇감이 확연히 적어지는 시기.

그러니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마수들은 옆으로 퍼지며 주변을 어슬렁어슬렁했다.

날카로운 시선이 조준하듯 전사들을 향했다.

자칼렌은 머릿속으로 지도를 떠올렸다.

‘아직은 더 들어가도 돼.’

이제 첫 번째 경계선에 닿았을 뿐이다.

이곳에 대마수가 나타날 확률은 전무하다.

무엇보다 이미 타르칸이 대마수의 시선을 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면 두 번째…… 아니,세 번째 경계선까지는……’

타르칸이 어떻게 만들어 준 기회인데 마수들을 제대로 떨치지 못하고 실패할 순 없다.

‘완전히 떨친 후 주군을 돕는다.’

어떻게든 도울 방도를 찾아낼 것이다.

“장군님!”

그때 옆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에 마수들이……”

발을 구르던 마수들이 결국 경계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속도를 늦추지 않는 전사들을 보고 이대로 가면 완전히 놓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전부 다 들어오는 건 아니야.’

성질 급하고 참을성 없는 녀석들만 들어왔다.

하지만 인간 중에서 대세에 편승하는 자들이 있듯,마수들 중에서도 마찬가지일 터.

시간이 지나면 양상이 어떻게 바낄지 모른다.

‘……지금 경계 안으로 들어온 놈들만 처리하는 건 간단해.’

하나 언제까지 상대하게 될까?

과연 나머지 녀석들이 물러날까?

‘놈들을 떼어 놓고 한시라도 빨리 주군을 도우러 가야 하는 데……!’

마음이 다급했다.

그때였다.

콰과과과과광!

굉음이 울려 퍼지며 땅이 혹 패었다. 풀 더미와 함께 흙먼지 가 날렸다.

자칼렌의 눈빛이 혼들렸다.

“대체 무슨……”

“장군니 임!!”

그를 부르는 높다란 목소리에 자칼렌은 다시 앞을 보았다.

그곳엔 이곳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사람이 고개를 빼꼼 내민 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비전하의 대장장이,리트렌이었다.

그리고 리트렌의 앞을 가로막 고 있는 것은 거대한一.

“방벽……?”

자칼렌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평원에 절대 있을 수 없는 게 보였다.

하물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던 것이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한 발 더 갑니다!”

그와 동시에 방벽 뒤에서 불덩이가 솟아올랐다.

그 불덩이는 전사들의 뒤에서 터지며 거대한 폭발음을 내질렀다.

“조준 좀 잘하세요!”

“이런 건 저도 첨이라고요! 사 랑과 평화를 수호하는 연구자한테 대체…”

시끄럽게 아웅다응하는 소리가 자칼렌의 예민한 귀에 가감 없이 들렸다.

“이게 뭔......”

황당하다는 둣 말하는 그의 입 매는 어느새 서서히 위로 치솟고 있었다.

제대로 상황을 이해하기 전에 어떤 기대감과 희망이 가슴속에 싹트기 시작했다.

방벽이 조금 더 열리더니 병사들이 함성과 함께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전사님들과 함께 싸우자!”

국경 수비대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자칼렌이 손을 들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말을 돌려라! 경계 안으로 들어온 마수들을 척살하고 주군을 돕자!”

전사들은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와중에도 유려하고 매끄럽게 말머리를 돌렸다.

군마들은 놀라지 않았고 단 한 마리도 충돌하지 않은 채 몸체를 돌렸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인간들과 한층 더 맹렬한 기세로 진군하는 전사들을 본 마수들이 흠칫 몸을 굳혔다.

안 그래도 대마수의 영역 안에 발을 들여 불안했던 차다.

인간 하나만 먹어 치우고 바로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흐르다 니……!

예상치 못한 사태에 마수들은 싸울 생각도 하지 못하고 도망쳤다.

경계 밖에 있던 마수들도 사람의 숫자를 보더니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뒤를 쫓지 말아라! 도망치게 둬라!”

자칼렌이 소리쳤다.

중요한 건 타르칸이다.

그리고 대체 왜 대마수의 영역에 거대한 방벽이 있는지도 알아야겠다.

* * *

“장군님.”

리트렌의 인사에 자칼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 오?”

“전에 말씀드렸던 방책입니다.”

“이게 방책이라고……?”

방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단단하고 거대한 것 아닌가.

기껏해야 엄폐물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칼렌은 당황스러웠다.

분명 방책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도 엄폐물 같은 거라고 했 는데....

“보통 방책은 이보다 훨씬 작아요. 이건 진지용이고요.”

아세나가 땀을 닦으며 설명했다.

“진지용?”

“네,평원에 병영을 설치해도 제대로 된 방호벽 하나 못 세운다는 말을 듣고 비전하께서 따로 명하셨던 거예요.”

“비전하께서……”

자칼렌과 전사들은 감격한 얼 굴이 되었다.

“일반적인 방책을 다 완성하고 나서도 연구할 시간이 남았었으니까요. 그래도 이거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거 아시죠?”

아세나가 어깨를 으쪽했다.

아리스티네의 주도하에 대장장이들이 만든 새로운 합금과 마법사들이 갈려 나가면서 창조한 수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 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소모된 엄청난 양의 마력석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시도조차 못 했을 터.

“대단하군.”

자칼렌이 중얼거렸다.

이런 방벽을 설치할 수 있다면 마수 전쟁의 양상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아까 전까진 방벽이 보이지 않았는데……”

방벽은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생겨났다.

“아, 그건 인비저블 마법을 건거예요. 마력석 소모가 너무 빨라서 안 하는 게 낫긴 하지만...”

인비저블 마법은 말 그대로 사물을 투명하게 만드는 마법이다.

엄청난 기능에 자칼렌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그의 머릿속에 전략 여러 가지가 동시에 떠올랐다.

“저희가 이 위험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쓰는 게 좋으니까요.”

그 말에 자칼렌이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 보니 방벽에 너무 놀라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것을 깜 빡했다.

“대체 왜 이곳에 여러분이 있는 거요? 왕도에 있어야 할 사 람들이…. 거기다 국경 수비대 까지.”

“아,그건 비전하께서 명하셔서……”

“비전하께서?”

“비전하,위험한 것은 끝났으니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리트텐이 막사 하나를 향해 말 했다.

그러나 안쪽에서는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비전하?”

다시 한번 불러도 마찬가지.

결국 리트텐은 실례를 무릅쓰고 막사를 젖혔다.

“비전하, 송구하지만 안으로……”

그러나 그의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막사 안은 텅텅 비어 있었으니까.

“비전하!”

아리스티네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무용지물이었다.

아리스티네의 모습은 방벽 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 * *

‘어디 일까.’

제3 경계 안.

타르칸은 기감을 끌어올려 대마수의 기척을 찾았다.

‘이쪽에는 없군.’

대마수가 전사들의 존재를 눈치채기 전에 자신이 시선을 끌어야 한다.

그는 잠시 방향을 가늠하다가 말에서 내렸다.

거대한 군마는 순박한 눈을 깜빡이며 주인을 돌아보았다.

타르칸은 녀석의 콧잔등을 쓸어 주었다.

“넌 사람을 찾아갈 수 있겠지. 익숙한 냄새를 맡으면 될 것이다.”

말은 원래 후각이 발달해 새끼를 냄새로 찾는다.

하물며 타르칸의 말은 훈련된 군마였다.

무리 없이 사람을 찾 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갈 방향을 가리켜도 군마는 타 르칸을 돌아보길 반복했다.

이 위험한 곳에 타르칸을 두고가는 것이 걱정되는 것처럼.

타르칸은 피식 웃으며 말의 거 대한 몸체를 두드렸다.

“먼저 가 있어. 곧 따라갈 테니.”

엉덩이를 힘주어 때리자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말발굽 소리가 빠르게 멀어지고 타르칸은 드넓은 초원 위에 혼자가 되었다.

“후……”

타르칸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오릇이 혼자가 되니 오히려 머릿속이 더 맑아졌다.

타르칸은 기감을 예민하게 유지한 채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대마수는 분명 강력한 적이다.

열 살 때 한 번 대마수를 쓰러 트렸다고 쉽게 보거나 방심할 순 없었다.

그 순간 죽음이 찾아올 것이기에.

대마수마다 특성이라는 게 있었고,상성이라는 게 있다.

무르지카는 검과 상성이 안좋아 전사가 상대하기에 그나마 나은 상대였다.

물론 그것만으로 이길 순 없었다.

그때 타르칸이 무르지카를 쓰러트렸던 것은 천운에 가까웠다.

천운.

다시 말하자면.

‘그 애가 함께 있었지.’

타르칸은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던 소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벌꿀로 만든 실타래같이 부드럽고 달콤한 금발,봄에 기지개를 켜는 신록과도 같은 연둣빛 눈동자.

허름하니 낡은 옷을 입고 툭툭 대며 말을 했지만,어린 그의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천사처럼 보였다.

그 사실이 부끄러워 일부러 그 애를 놀리기도 했었다.

타르칸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며 아 련하고 애틋함이 밀려왔다.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그 애를 사랑한다.

그러나 아리스티네를 사랑하는 마음 역시 거짓이 아니었다.

타르칸은 그런 스스로에게 깜짝 놀랐다.

한 번에 두 여자를 사랑하다니.

‘나 너무 나쁜 남자 아닌가.’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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