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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됐고, 돈이나벌렵니다-145화 (145/183)

145화

결국 나탈리가 요깃거리를 가 져와 아리스티네의 식사는 무사히 해결될 수 있었다.

물론 라우넬리안과 타르칸이 나탈리에 대한 투지를 다졌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내가 왜 그랬지.’

아리스티네는 머리를 감쌌다.

배를 채우고 이성이 돌아오자 이건 치느님이 아니라며 소리쳤던 게 부끄러웠다.

하지만 아리스티네가 영혼으로 느꼈던 치킨은 결코 그딴 조악한 음식이 아니었다.

‘으,그래도 열심히 요리해 온 건데 그렇게 반응할 건 아니었 어.’

임신한 뒤로 감정이 널을 뛴다.

‘타르칸하고도 정말 오랜만에 본 건데……

황궁에서 만나서 재회를 즐기지도 못했다.

저택에 돌아와서는 내내 라우넬리안과 같이 있었고,거기다가 마지막은 치느님을 외치며 끝이 났다.

타르칸은 특별히 내색하지 않았지만,아리스티네는 그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정 신경 쓰이시면 타르칸 전하께 선물을 드리는 건 어떨까요?”

목욕 시중을 드는 내내 끙끙거 리던 아리스티네를 지켜보던 궁인이 제안했다.

“선물?”

“예,타르칸 전하께서 좋아하실 만한 것으로요.”

“칸이 좋아할 것이라……”

머리를 빗는 궁인의 손길을 느 끼며 아리스티네는 생각에 잠겼다.

“추천해 드릴까요?”

“저희야 언제나 지근거리에서 타르칸 전하를 모셨으니 취향은 꿰고 있답니다.”

“타르칸 전하께서 좋아하시는 건 참 분명하지요.”

궁인들이 음흉한 웃음을 홀리 며 아리스티네를 바라보았다.

막 목욕을 마친 뽀송뽀송한 비 전하의 모습을 보니 선물은 따 로 준비할 것도 없었다.

‘임신 초기이니 당연히 그렇고 그런 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재회하셨는데 특별한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지.’

‘어휴,자제하셔야 한다는 걸

생각하니 타르칸 전하가 안쓰럽네.’

하지만 원래 인내가 길고 쓸수 록 그 열매는 다디단 것 아니겠는가.

궁인들이 응힉힉,웃음을 홀렸다.

아이루고에서부터 다양한 것을 준비해 온 터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아리스티네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괜찮아.”

타르칸이 좋아할 만한 선물. 그렇게 생각하니 딱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타르칸이 직접 아리스티네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조금 부끄럽지만.’

아리스티네는 변태가 아니었기 에-비록 남의 가슴을 빵 반죽 처럼 주물렀지만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수줍음이 많은 변태님의 취향에 맞추는 게 민망했다.

‘그래도 남편을 위해 이 정도야.....’

아리스티네가 주먹을 꽉 쥐고 결심을 다졌다.

“내가 말하는 거 준비해 주면 좋겠는데……”

소리를 낮춰 속삭이자 귀를 기울이던 궁인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그녀들의 얼굴 위로 참 묘한 미소가 떠올 랐다.

‘후후, 정말 비전하께서는.....”

“언제나 저희보다 앞서 나가십 니다.”

“저희만 믿으십시오. 가장 특출 난 것으로 준비해 오겠습니다.”

비장한 눈빛으로 아리스티네를 바라본 궁인들이 고개를 숙이곤 방을 나섰다.

‘아니,특출 난 게 따로 있나?’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그 의미를 잠시 후 알게 되었다.

* * *

타르칸은 어지러운 시야 탓에 고개를 저었다.

한순간 선명해진 시야에 라우 넬리안이 테이블 위에 머리를 박고 있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쓰러졌군.’

술 한잔하자며 라우넬리안이 미소 지었을 때, 어느 정도 각오 하긴 했다.

하지만 그 각오가 무색하리만 치 쏟아부어야만 했다.

‘무슨 술을 이렇게나……’

그는 쯧,하고 혀를 찼다.

타르칸은 주량이 상당했다.

자고로 아이루고의 전사란 전투에 능할 뿐만 아니라 주당이어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최고의 전사라고 불리 는 타르칸조차 혀를 내두를 정 도로 라우넬리안의 주량은 대단했다.

아니, 사실 나중에 가서는 정신력과 오기로 버틴 것 같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소중한 여동생을 채간 도둑놈과 주량 싸움에서 질 수 없다는 마음.

하지만 그건 타르칸 역시 마찬 가지였다.

절대 질 수 없었다.

라우넬리안을 눕히고 가야 할 곳이 있었으니까.

타르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혈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몸을 침식했던 술기운 이 흑 날아갔다.

순식간에 흐리멍덩했던 정신이 날카롭게 벼려진다.

타르칸은 미동도 하지 않는 라 우넬리안을 내려다보았다. 그리 고 두 사람의 주변에 굴러다니 는 빈 술병들도.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마신 거 지. 오러도 없는데……. 인간이 맞나.’

타르칸은 라우넬리안과 마시는 동안 오러로 기혈을 정화하지

않았다.

정당한 승부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몸에 오러가 축적된 이 상 술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런 자신조차 머리가 어찔할 정도로 취했는데 라우넬리안은 어떻게 여태까지 버틴 건지 신 기했다.

그렇게 여동생이 소중했나 싶 어서 설핏 웃음이 나왔다.

어쨌거나 아리스티네에게 그녀 를 끔찍이 아끼는 오빠가 있다

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타르칸이 방을 나서자 시종이 묵례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라우넬리안을 딱히 걱정할 필 요는 없을 것 같았다.

걸음을 옮기며 타르칸은 쿵, 하고 자신의 옷에 밴 냄새를 맡았다.

알싸한 술 냄새가 풀풀 풍겼다.

임신한 아내한테 가면서 술 냄 새를 풍길 수는 없었다.

타르칸은 우선 라우넬리안이 따로 내준 방에 들러 깨끗이 씻 고 옷을 갈아입어 술 냄새를 몰 아냈다.

뿐만 아니라 심신 안정에 좋다 는 향유까지 발랐다.

아리스티네가 그의 품에서 안 정을 취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타르칸 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니, 천천히 걷는다고 생각했 는데 어느새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내에게 가는 길이니까.

마수 평원에서부터 지금에 이 르기까지 아리스티네가 없는 밤 을 보냈다.

그게 얼마나 허전하고 외롭고 쓸쓸한지는 겪어 보고 나서야 제대로 깨달았다.

평원에서 일을 마무리 짓고 왕 도에 돌아왔을 때,비어 있는 궁 을 보고 얼마나 상실감이 컸던 가.

하지만 그 상실감은 더 큰 것으로 매워져 사라졌다.

아리스티네.

그리고 자신과 아리스티네의 아이.

살아 숨 쉰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뻐근해질 정도로 기쁜 존재가 하나 더 생겼다.

타르칸의 걸음이 더 빨라졌다.

실바누스에 도착한 뒤로는 여 러 일이 일어나 아리스티네와 단둘이 제대로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가서 배도 만져 보고,우리 아기가 어땠는지도 확인하고,그간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야 기도 들어줘야지.

그리고 앞으로 모든 힘든 것을 대신 할 것이다.

아빠가 되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꿈꾼 적조차 없었다.

하지만 행복했다.

엄마가 아리스티네라는 것 하 나만으로.

타르칸은 가을임에도 봄이 찾 아온 것처럼 온갖 꽃이 만발한 밤의 정원을 가로질렀다.

부드러운 공기에 실린 꽃향기가 가슴에 가득 들어찼다.

설렌다.

밤의 장막이 내려앉은 시각, 아내의 침실에 가는 것이건만 타르칸의 눈에는 소년처럼 순수 한 열망이 가득했다.

정원 끝자락에 다다라선 괜히 꽃도 꺾었다.

달빛을 머금은 꽃다발이 그의 품에서 싱그러운 향기를 내뿜었다.

타르칸은 아리스티네의 방문 앞에 서서 괜히 큼큼,하고 헛기침을 했다.

안에선 이렇다 할 기척이 없었다.

조용히 문을 여니 방 안은 어 둑했다. 침대 주변의 램프가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벌써 자나?’

아리스티네와 오붓하게 이야기 를 나누고 싶었던 만큼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라우넬리안이 조금만 더 빨리 뻗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자는 모습을 보는 것만 으로도 좋았다.

타르칸은 아리스티네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침대로 다가갔다.

‘임신하면 많이 피곤해한다던 데.’

피곤하면서도 정작 잠을 못 드 는 경우도 있다는데,잘 자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잠든 것이 아쉬웠지만,아리스티네가 자신을 기다리느라 졸린 눈을 애써 뜨고 있었다면 그건 더 싫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내일 나눠도 된다.

타르칸은 이제 절대 아리스티네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을 테 니까.

그가 미소 지으며 소리 없이 사주식 침대의 캐노피를 젖히는 순간이었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아내의

모습에 타르칸의 동공이 흔들렸다.

시선이 오갈 데 없이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다가 천장을 향했다.

“이게 무슨……”

그는 잠시 심호흡을 하며 마음 을 가다듬고는 다시 시선을 내 렸다.

커다란 침대 위에 아내가 새근 새근 잠들어 있었다.

자신을 기다리다가 잠든 것인 지 이불도 덮지 않은 채였다.

그래,그것까진 좋았다.

‘왜……’

타르칸은 붉어진 얼굴을 감쌌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아내에게 고정된 채였다.

마치 선물을 포장한 것처럼 붉은 리본으로 몸을 감고 있는 아내에게.

오늘만큼은 소년처럼 순수했던 그의 눈동자에 다시 짙고 뻑뻑 한 욕망이 질척거렸다.

아리스티네는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비볐다.

‘으음……. 잠들었었나.’

그다지 늦은 시간도 아니었는 데, 임신하고 나서는 잠이 늘었다.

타르칸과 오붓하게 재회의 기 쁨을 나누려 했는데 잠들어 버 리다니.

그녀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캐노피가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커다란 그림자가 보 였다.

“칸?”

아리스티네는 하품을 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언제 왔어? 기다리려고 했는데 잠들어 버렸어.”

타르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리스티네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자 겨우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왜.”

“응?”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거 지?”

그 말에 아리스티네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몸에는 매끄럽게 빛나 는 붉은 리본이 감겨 있었다.

타르칸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그런데 반응을 보니…….

“싫어?”

아리스티네는 조금 불안한 눈 빛으로 타르칸을 바라보았다.

타르칸은 좋다는 말도,싫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잔뜩 굳은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억울해진 것은 아리스티네였다.

“이런 게 좋다고 했잖아. 그때.”

그래서 취향에 맞춘 건데

그 말에 타르칸이 인상을 찌푸렸다.

‘취향이라니.’

물론 지금 아리스티네의 모습을 보니 좋다 못해 이성이 날아 갈 정도였다.

하지만 맹세코,타르칸은 이런 변태 같은 취향이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진.

“그때라니,대체 언……”

거기까지 말하던 타르칸의 입술이 딱 다물렸다.

예전에 아리스티네에게 리네라 고 부르는 게 부끄러웠던 때.

결국 부르지 못하고 “리본!” 하고 외쳤던 다음 날.

아리스티네가 그의 머리에 커다란 리본을 매달아 놨었다.

그게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一.

〈내가 좋아하는 리본은.〉

타르칸은 남색 리본을 풀어 아리스티네의 몸에 감았다.

〈이런 리본이야.〉

‘아,젠장…….’

타르칸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자신은 변태가 맞았다.

앞으로 아리스티네가 변태라고 불러도 부정하지 못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도,지금도 아리스티네의 모습에 뒷골이 오싹할 정도로 흥분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걸 준비한 거란 뜻이야?”

“응.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선물이야.”

“나 좋아하라고 주는 선물?”

“응”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내를 보니 아랫배가 당겼다.

새하얀 피부와 확연한 대비를 이루는 붉은 리본.

그 리본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던 타르칸이 비호처럼 몸을 움직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리스티네의 상체는 다시 푹신한 침대에 깊게 박히고 그 위 로 타르칸이 올라왔다.

“칸……”

그녀의 부름은 끝이 뭉그러졌다.

타르칸이 그녀의 입 안을 뜨겁게 탐했다. 아리스티네는 헐떡이며 속절없이 자신을 내주었다.

타르칸의 금안은 빛 하나 없이 어두웠다.

커다란 손이 아리스티네의 몸 을 쓸었다.

매끄러운 리본은 손 쉽게 풀어지고 밀렸다.

그녀의 몸이 제 몸과 밀착하는 순간, 타르칸은 핫 하고 정신을 차렸다.

얼굴을 꽃처럼 붉게 물들인 채 제 아래에서 숨을 몰아쉬는 아 내의 모습이 보였다.

욕이 나올 정도로 예쁘고 유혹 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타르칸은 이를 악물고 참아 냈다.

그는 아리스티네를 이불로 돌 돌 말아 감쌌다.

그리고 그 채로 폭 끌어안았다.

이불에 말린 채 얼굴만 쏙 내민 아리스티네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타르칸은 한숨을 푹 내쉰 뒤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이런 거 하지 마.”

그 말에 아리스티네가 고개를 갸웃했다.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좋아.”

대답하고 타르칸은 미간을 찌 푸렸다.

이런 변태 같은 걸 좋다고 제 입으로 말하다니.

더 이해할 수 없다는 둣이 바 라보는 아리스티네의 코를 꼬집었다.

“너무 좋으니까 하지 말라는 거야.”

“알았어.”

아리스티네는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아내가 절대 다시는 이런 이벤트를 하지 않을까 두려워진 타르칸이 재빨리 덧붙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난 다음엔 해 줘.”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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