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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됐고, 돈이나벌렵니다-161화 (161/183)

161 화

왕후의 계획은 아주 간단했다.

그리고 아주 효과적이었다.

그 무엇보다 타르칸을 분노하게 만드는 데에.

아리스티네를 불명예스러운 불륜녀로 만드는 계략이었으니까.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의심되게끔.

타르칸이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갈 기세라 아리스티네가 그를 붙잡았다.

“그렇게 화낼 필요 없어.”

“화낼 필요 없다고?”

타르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 앉았다.

“가서 화내면 뭐 해.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모함 이라고 말하면 끝인걸.”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조목조목 말하는 아내를 바라본 타르칸이 하,하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 여자는 어떻게 이런 순간에 도 침착할 수 있는 걸까.

화나고 분하고 억울하고 무섭 지도 않은 걸까.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보고서를 읽고 있었는데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아리스티네가 생긋 웃더니 몸 을 돌려 타르칸의 목덜미에 와락 팔을 둘렀다.

“넌 나한테 관련된 일이면 이 성을 잃더라. 위기 상황에서 전 략 짤 때는 언제나 침착하면서.”

목에 대롱 매달리며 하는 아내의 말에 타르칸은 결국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이 아리스티네의 허리를 바짝 끌어안았다.

일으켰던 몸을 다시 쿠션 위에 눕히니 자연스레 아리스티네가 그의 위에 올라오게 되었다.

은빛 머리칼이 폭포처럼 타르칸에게 쏟아져 내렸다.

타르칸은 아내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툭,볼멘 목소리가 나왔다.

“진짜 싫어.”

“응.”

“진짜 싫다고.”

아리스티네가 미소 지으며 그 의 얼굴을 살살 쓸었다.

예전이라면 대체 왜 그렇게 싫으냐고,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상대의 계략을 먼저 알게 되었다는 것은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과 마찬가지.

오히려 좋아할 일이 아닌가, 하고.

하지만 이제는 진짜로 안다.

“내가 다른 남자랑 거짓으로라도 엮이는 게 그렇게 싫어?”

타르칸이 불만스레 입을 꾹 다 물었다.

아리스티네는 키득키득 웃으며 그 단단한 입매에 쪽쪽,입을 맞췄다.

“어쩌겠어. 업보려니 해야지.”

“뭐라고?”

“너도 다른 여자랑 엮였었잖아.”

타르칸이 대체 무슨 소리냐는둣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설마,하는 눈으로 입을 열었다.

“내 첫사랑은 결국 너였잖아!”

“응,하지만 디오나가 그걸 이용해서 워낙 얄밉게 굴었으니까.”

뭐라 말하려던 타르칸은 결국 입을 다물었다. 현명한 처사였다. 그가 아내에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으니.

“그러니 기분 나쁜 것 정도는 꾹 참고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생각해 보자고.”

아리스티네가 보고서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타르칸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도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이미 어떻게 할지 생각한 얼굴인데?”

아리스티네가 깊게 미소 지었다.

“너무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거 아니야?”

“글쎄,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비께서 항상 내 뒤통수를 치셔서...”

아리스티네의 허리를 감싼 타 르칸의 손이 그녀의 등을 느릿하게 쓸어 올렸다.

“어디 한번 고견을 들어 볼까.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타르칸의 말에 아리스티네가 피식 웃으며 “좋아” 하고 답했다.

“하지만 그 전에.”

아리스티네의 몸이 타르칸의 위에 완전히 엎드렸다.

아리스티네의 부드러운 몸이 틈 없이 닿는 느낌에 타르칸의 육체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충전부터 하고.”

아무 사심 없이,유혹할 의도는 전혀 없는 얼굴로 생긋 웃는 아내를 바라보던 타르칸이 속에 서부터 끓어오르는 한숨을 내뱉었다.

“분부대로.”

곧 황금빛 오러가 한 몸처럼 몸을 겹치고 있는 두 사람을 감쌌다.

타르칸의 입술이 제 입술에 닿 자 아리스티네는 입을 벌렸다.

뜨거운 혀가 그녀의 입 안으로 파고드는 것과 동시에 황금빛 오러 역시 그녀의 안으로 파고 들었다.

움찔,아리스티네의 몸이 떨렸다.

타르칸은 그만두어도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깊게 입을 맞추었다.

한동안 다실에서는 어떤 목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 * *

아리스티네의 회임 소식은 이미 귀족들은 물론,백성들까지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네프테르는 자신의 기쁨을 만 천하에 드러냈다.

아리스티네의 회임을 축하하고 귀환을 환영하는 파티가 성대하게 열렸다.

초대장이 돌기 전부터 그 규모에 대해 호사가들이 입을 찧을 정도로 엄청난 파티였다.

파티가 열리는 당일,기자들은 붉은 융단이 깔린 홀의 계단 앞에 포진해 파티장 안으로 들어 가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댔다.

“와,진짜 장난 아니네.”

귀족들이 몸에 걸치고 오는 것만 봐도 파티의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는 법.

기자들은 들어서는 사람들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장난 아니지. 심지어 오늘 광장에서 무료로 술과 고기를 나눠 주잖아. 그 정도인데 파티는 어떻겠어.”

“폐하께서 진짜 비전하를 아끼시나 봐. 임신했다고 전국에 술과 고기를 내릴 정도이니.”

“아! 저기 왕후 폐하의 마차다.”

화려한 마차에 찍힌 인장을 확 인한 기자들이 서둘러 그쪽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하미르의 에스코트를 받아 내리는 왕후와 예니카리나의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응? 그런데 왜 왕후께서 폐하와 오지 않으시고……”

“정적의 파티를 이렇게 성대하게 열어 주는데 남편 얼굴을 보고 싶겠어?”

“불참하면 너무 노골적이니 오긴 했는데 폐하와 파트너로 오기 싫었던 거겠지.”

기자들이 들릴세라 목소리를 낮춰 속닥였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손은 바쁘게 움직이며 사진을 찍었다.

예니카리나는 지저귀는 새처럼 소란스러운 셔터 소리와 반짝거리는 플래시를 받으며 환한 미 소를 지었다.

오늘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모른다.

피부와 얼굴 상태도 완벽한데 다가 지금 걸치고 있는 드레스와 장신구를 합치면 성 한 채는 거뜬히 사고도 남는다.

‘후후,오늘 파티의 주인공은 이 예니카야.’

때문에 예니카리나는 이 파티에서 그 누구보다 빛나고 돋보일 자신이 있었다.

그녀가 당당하게 기자들 앞에 섰을 때였다.

“비전하의 마차다!”

그 외침과 함께 기자들의 고개 가 한곳을 향해 돌아갔다.

마치 누가 일부러 잡아끌기라도 한 것처럼.

그곳엔 홀의 입구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마차가 있었다.

티 없이 새하얀 마차의 정 가운데 박힌 아르젠아쿠아.

아이루고에서,아니,이 세상에 서 단 하나뿐인 호화로운 마차는 네프테르가 사랑하는 며느리를 위해 직접 주문해 만든 것이었다.

일순 멎었던 셔터 소리가 미친 둣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연사였다.

예니카리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을 찍던 기자들이 전부 아리스티네의 마차를 찍고 있었다.

‘아니,마차에서 내리지도 않았잖아! 마차를 찍어서 뭐 하겠다고!’

차라리 내리기라도 했으면 이해를 하지,너무 분했다.

“예니카.”

왕후의 부름에 예니카리나가 얼굴을 풀고 표정을 관리했다.

“어차피 찍힐 건 다 찍히지 않았느냐. 더 찍히는 게 뭐가 중요 하다고. 어서 들어..”

딸을 달래던 왕후의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아리스티네의 마차가 멈추고 내린 사람 때문이었다.

“폐,폐하?!”

“폐하께서 비전하의 파트너셨나?”

“아,그래서 아까 왕후 폐하께서……”

왕후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오늘 왕후가 네프테르와 함께 오지 않은 건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

오늘 아리스티네를 위한 연회를 성대하게 열어 주는 것에 대해 왕후는 화를 냈다.

그런 저를 달래 주기 위해서라도 다른 후궁이 아니라 자신을 파트너로 삼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네프테르가 찾아오지 않았다.

‘그랬는데…….’

네프테르는 정중하게 마차 안 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새하얀 손이 그 손 위에 얹어졌다.

이윽고 아리스티네의 모습이 드러났다.

‘다른 왕비가 아니라 왕자비라니……!’

네프테르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내리는 그녀의 모습은 달의 여신처럼 아름다웠다.

기자들은 바쁘게 셔터를 누르고 펜대를 놀렸다.

이미 특종 하나가 터졌다.

네프테르의 손을 잡고 내린 아리스티네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뒤를 돌아 마차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마치 레이디를 에스코트하는 것처럼.

힘줄이 불거진 단단한 손이 그녀의 보드라운 손 위로 내려앉았다.

타르칸이었다.

기자들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노트를 찢어 심부름꾼에게 넘기던 기자들은 찢은 종이를 다 시 움켜쥐고 무언가를 빠르게 덧붙이기 시작했다.

가장 바쁜 건 사진 기자들의 손가락이었다.

눈이 멀 정도로 빛나는 플래시의 세례를 받으며 아리스티네는 걸음을 옮겼다.

두 남자의 에스코트를 받아 붉은 계단 위를 오르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가슴마저 설레게 만들었다.

왕족의 등장에 입장을 잠시 미루고 대기하고 있던 영애들이 꿈결 같은 눈빛을 하며 그 모습 을 바라보았다.

예니카리나는 울상을 지으며 모후를 올려보다가 흠칫,몸을 굳혔다.

아리스티네를 노려보는 왕후의 눈빛이 살기를 품고 뱀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 * *

처음부터 오늘 파티는 아리스 티네를 주인공으로 열렸다.

하물며 왕이 직접 아리스티네 를 에스코트해 왔다.

이 상황에서 어느 쪽에 줄을 대야 할지는 분명했다.

“허허,폐하께서 참 비전하를 아끼시나 봅니다.”

“내가 어떻게 안 아낄 수 있겠 는가. 벌써부터 손주 소식을 들려 주는데.”

네프테르가 호탕하게 웃으며 아리스티네를 바라보았다.

귀족들은 같이 웃으면서도 놀란 눈빛을 교환했다.

네프테르에게는 일곱이나 되는 자식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후비의 회임 소식에도 이리 기꺼워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는 아비이기 전에 왕이었고, 노련한 정치가였으니까.

‘오늘 파티도 정치적인 계산 하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리스티네가 회임한 자식을 왕태손으로 취급하겠다는 것.

그것을 확실시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를 위해 직접 아리스티네를 에스코트까지 했고.

‘아니,물론 정치적 계산 없이 움직이실 리는 없지만……’

귀족들은 복잡한 눈으로 네프 테르를 바라보았다.

아리스티네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그녀의 배를 향해 조곤조곤 말을 걸고 있었다.

솔직히 무서웠다.

첫 손주를 본 할아비가 저러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네프테르가 그러니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

‘진짜로 예뻐 죽으시는 거 같 은데……’

‘정치적인 거 다 떼고서도 눈 에서 꿀이 떨어지는데……’

‘입꼬리가 내려올 줄을 모르는 데……’

귀족들은 보고서도 믿기지 않 았다.

그러던 그들의 귀에 더 믿기지 않는 말이 들렸다.

“우쭈쭈,내 째끼!”

“...............”

“...............”

“...............”

네프테르의 주변으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사실 가장 당황한 것은 네프테르였다.

며늘아기의 손을 꼬옥 잡고 이거저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아리스티네 와 둘이 있을 때의 버릇이 나와 버렸다.

그렇다.

네프테르는 임신한 며느리를 앉혀 놓고 혀 짧은 소리 하는 게 요즘 일과였다.

“흠,그러고 보니 국제 정세가 참 다변화되었군. 특히 실바누스에 변화가 찾아오면서 말이야.”

네프테르가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언제 혀 짧은 소리를 내었나싶을 정도로 위엄 넘치는 목소 리였다.

‘아,그럼 그렇지. 우리가 뭔가 잘못 들었나 봐.’

‘그래,‘우쭈쭈 내 째끼’라니. 팔불출 할아버지도 그런 소린 안 한다.’

‘후,한번 청력에 이상이 없나 검사를 받아 봐야겠군.’

귀족들이 현실을 부정했다.

그리고 정상(?)으로 돌아온 네프테르와 함께 국제 관계에 대 해 심도 깊은 토론을 시작했다.

* * *

“준비는 되었겠지.”

“걱정 마십시오,왕후 폐하.”

“그래,실수는 없어야 할 것이야.”

싸늘하게 빛나는 왕후의 눈을 본 마르텐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일을 맡길 때보다 오히려 눈빛이 더 살벌해진 게 심기가 단단히 뒤틀린 것 같았다.

“내 저것이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만들어 줄 것이야.”

타르칸을 향했던 분노는 이제 아리스티네를 향했다.

‘저년만 아니었어도 하미르가 그대로 왕이 되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으 니까.

‘그냥 그 정도가 아니라 죽여 버리고 싶다는 표정이신데……’

마르텐은 그렇게 생각하며 목덜미를 긁적였다.

하지만 아무리 죽이고 싶어 해 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군권은 타르칸이 쥐고 있는데다가 타르칸 본인이 일당백,아니,일당천을 하는 무력의 소유자였다.

타르칸을 죽이는 것도,그가 보호하고 있는 아리스티네를 죽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미 마수 평원에서 타르칸을 죽이는 걸 실패하지 않았던가.

‘잘됐지. 왕자비는 죽이기엔 아까운 얼굴이니까.’

마르텐이 미소 지으며 왕후에게 속삭였다.

“모든 것을 잃고 땅에 떨어지는 꼴을 보는 것도 즐거운 여흥 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왕후가 표정을 풀었다.

“그래,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예,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마르텐이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하온데,왕후 폐하. 일이 성공 하면 제게 약속했던 건……. 혹, 땅에 떨어진 왕자비를 죽이려는 건 아니시겠지요.”

그 말에 왕후가 차갑게 웃었다.

타르칸과 네프테르에게 버림받 은 아리스티네를 죽일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염려할 것 없다. 저년을 네 손에 쥐여 주는 편이 나도 더 재밌을 것 같으니까.”

그 말에 마르텐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즐겁게 기다리시길.”

그 말을 남기고 마르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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