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30화 (30/91)

제30화

[‘명계의 지배자’가 깜짝 놀라 당신을 말립니다.]

말려봤자 루크는 이미 내린 결정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명계의 지배자’가 겨우 로제떡볶이 때문에 필멸자가 신력을 부담하냐고 외칩니다.]

고작 음식 따위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인데.

굳이 설명할 필요 없기에 루크는 말없이 요란스러운 알람창을 바라봤다.

[‘사자의 서기관’이 적당한 실패 대가를 찾았다고 합니다.]

[‘사자의 서기관’이 생성한 특별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메인 목표: 알트페리아의 행복 지수를 10 모아라.]

알트페리아의 행복 지수를 10 모으십시오.

현재 행복 지수: 0/10

성공 보상: 로제떡볶이

실패 대가: 인벤토리에 있는 아이템 중 하나의 무작위 삭제

수락하겠습니까?

YES / NO

주의: 활성화되지 않은 채널에서 생성된 특별 퀘스트입니다. 한 번 퀘스트를 수락하면 취소할 수 없습니다.

인벤토리에는 중요한 물건도 있지만 던전을 돌다가 딸려온, 소위 말하는 잡템도 많다.

특히 무기 수리에 사용했던 숫돌 같은 건 몇백 개나 쌓여 있었다.

필요 없는 아이템이 훨씬 많으니까 무작위로 아이템 하나 사라지는 것 정도야 도박해 볼 법했다.

사자의 서기관은 그 이명만큼이나 적절한 실패 대가를 찾아온 것 같았다.

[<시스템> 알트페리아의 행복 지수를 1 획득하였습니다!]

[<시스템> 현재 행복 지수: 1/10]

아직 퀘스트 수락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술을 한 모금 마신 순간 포인트가 증가했다.

행복하게 만들어라, 상당히 막연한 내용인 것 같은데 이제 보니 날로 먹는 퀘스트인 것 같았다.

결정을 끝낸 루크는 YES 버튼을 눌렀다.

[<시스템> 퀘스트가 수락되었습니다!]

[<시스템> 획득한 포인트를 잃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이런 건 수락 전에 알려줘야 하지 않나?

하지만 이미 수락해 버린 마당에 성좌에게 따져봤자 입만 아픈 걸 잘 알기에 관뒀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그가 말했다.

“로제떡볶이라, 한번 노력해 보겠습니다.”

소맥을 한 잔 비운 알트페리아는 다짐하듯 중얼거리는 루크를 바라봤다.

저렇게 얘기하는 걸 보니까 노력하면 로제떡볶이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성좌들의 취향이 어떤 쪽인진 모르겠지만, 드레스도 이것저것 종류별로 입어보면 될지도?

‘하는 김에 루크도 좋은 옷을 입히고.’

완벽한 옷걸이에 어울릴 법한 옷을 이것저것 입힐 상상을 하니 왠지 즐거워졌다.

알트페리아는 들고 있는 잔을 루크의 잔에 부딪쳤다.

“짠!”

유리가 아닌 나무로 만든 잔이라 뭔가 뭉툭한 소리가 들렸지만 뭐 어떤가.

잔을 부딪치는 것 자체가 즐거웠으니 됐다.

술 다음은 치킨이었다.

포크로 치킨을 콕 찍어 먹는 순간 알트페리아의 눈이 번쩍 뜨였다.

파삭, 입 안에서 바삭한 튀김옷이 부서지며 촉촉한 닭고기의 육즙과 간장소스 특유의 짠맛이 뒤섞였다.

맛있는 음식에 입 안이 흐물흐물 변하는 것 같았다.

치킨과 소맥이 있으니까 여기가 바로 지상낙원이었다.

그 때였다.

펑, 펑―! 펑!

마탑에서 파견된 마법사들이 만든 불꽃이 요란한 소리를 내뿜으며 하늘을 장식했다.

“와아.”

알트페리아는 검은 하늘에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불꽃을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그러나 루크에게는 요란스러운 소음도, 가지각색으로 튀어 오르는 불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오직 화려한 하늘에 정신을 빼앗긴 그녀만을 두 눈에 담았다.

살짝 술기운이 올라와 붉어진 볼.

다양한 색상으로 물드는 머리카락.

하늘에 고정된 두 눈동자 안에 다양한 색상의 불꽃이 일렁거렸다.

그런 그녀의 두 눈동자에 갑자기 자신이 담겼다.

알트페리아가 루크 쪽으로 고개를 확 돌렸기 때문이었다.

“공자님.”

루크는 잘못을 들킨 것처럼 움찔했다.

“예?”

“마치 꽃구경하는 것 같지 않아요?”

그녀는 다시 하늘로 시선을 돌리곤 불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흥얼거렸다.

“불꽃이 장미꽃을 닮았어요. 너무 예뻐요.”

그녀의 두 눈동자가 한층 더 일렁거렸다.

루크는 알트페리아의 시선을 빼앗은 불꽃이 왠지 부러워졌다.

“……장미를 좋아하십니까?”

“꽃은 다 좋아요. 예쁘니까요.”

“…….”

“저는 예쁜 건 다 좋아하거든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다행히 제게도 가망이 있군요.”

때마침 이번 불꽃놀이 중 가장 거대한 꽃불이 펑 터졌기에 알트페리아는 루크가 다짐하듯 내뱉은 말을 듣지 못했다.

* * *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알트페리아는 시녀들을 불러 치장에 신경 썼다.

‘다음은 로제떡볶이야.’

원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열심히 힘을 내 준비를 끝마친 뒤, 그녀는 제국에서 발행되는 신문을 읽었다.

<흑표범단의 건국 신화 연극이 성황리에 끝났다. 실력을 검증받은 그들에게 황궁의 출입 허가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이 돌고 있는데…….

…….

건국 신화 연극을 관람한 사람들은 르블레아 여신의 정체를 궁금해 하고 있다.

가장 앞줄에서 연극을 관람한 익명의 귀족은.

“르블레아 여신께서 강림하신 줄 알았어요. 딱 상상한 모습 그대로였거든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응이 좋은 연극이었기에 기사까지 나온 듯했다.

공녀인 자신이 여신의 역할로 무대에 섰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면 온갖 추측 기사로 시끄러웠을 것이다.

여신 역할이 누군지 궁금해 하는 이야기뿐인 걸 보니 라파엘이 약속대로 정체를 숨겨준 모양이었다.

흑표범단의 기사를 읽으며 홍차를 마시던 알트페리아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미리 말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에델.”

에델은 알트페리아에게 흑표범단의 존재를 알려준, 정보 길드 부마스터의 전 애인이었다.

“예, 공녀님.”

“이번에 흑표범단과 접촉해서 의뢰를 하나 넣었어.”

“어머! 잘하셨어요. 실력이 좋은 길드라 부탁하신 의뢰는 무사히 완수할 거예요.”

“응. 그나저나 거기 부길드 마스터가 옛 연인이라고 했지?”

“맞아요.”

“그자가 한동안 발트레 저택에 머물며 정보 수집과 첩보 기술을 알려줄 예정이야. 앞으로 밀정을 키울 거거든.”

“…….”

“아무래도 전 연인이랑 같은 저택에서 일하는 건 불편하지? 만나지 않게 소속을 분리해서 배치할게.”

이왕이면 에델의 전 남친이 아닌, 전혀 상관없는 길드원을 데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라파엘이 ‘데려갈 수 있으면 해보시든가!’라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차마 다른 사람을 스카우트할 자신이 없었다.

“공녀님께서 신경 쓰실 필요는 없으세요. 어차피 리베르트랑 한번 대화도 나눠보고 싶었거든요.”

나쁘게 헤어진 건 아니라더니,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았다.

“다행이네. 일단 리베르트가 오기 전에 그에 대해서 알고 싶어.”

쓰레기면 반품 처리해야 하니까.

“리베르트는 부길드 마스터를 맡을 정도로 정보 수집 실력이 좋아요. 단검을 주로 쓰긴 하는데 전투 실력은 썩 좋지 않아서 싸우는 대신 도주를 선호해 저랑 자주 다퉜어요.”

에델은 강하니까 도망가는 것보단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둘이 티격태격한 모양이었다.

“검술은 부족하지만……. 아, 그래도 가사에는 능숙해서 가정식부터 시작해서 만찬 요리까지 못 만드는 음식이 없어요.”

“…….”

“거기에 친절하고요. 또 아이를 좋아해서 취미가 보육원에 몰래 기부하는 거였어요.”

“…….”

“아, 또 자수도 잘 놓는데요…….”

에델은 헤어진 남자친구에 대해서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몸에 점이 많은 것 같다는, 어디에 써야 할지도 모르겠는 정보까지 알려주는데 하여튼 간에 좋은 사람 같았다.

심지어 저렇게 다 기억할 정도면 싫진 않은 것 같은데 대체 왜 헤어졌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체 페페론치노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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