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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32화 (32/91)

제32화

“다시 한번 말해 봐.”

“훈련받은 개만도 못하다고 했습니다.”

루크는 짐승에서 좀 더 자세히 풀어 답했다.

“감히…… 나를 두 번씩이나 미물로 취급해? 고작 사생아 따위가?”

“혹시 제가 고귀한 혈통의 명예를 짓밟는 발언을 한 겁니까? 그리 느껴지신다면 결투라도 신청하십시오.”

“…….”

“피하지 않을 테니까.”

귀족은 명예를 중시하므로 인간이 아닌 미물로 취급하는 건 상당히 모욕적인 일이었다.

사생아만큼 더러운 피라는 뜻이니까.

이 정도의 모욕을 받았으면 당장 장갑을 집어 던져 결투 신청을 해도 할 말이 없지만, 앨런은 그러지 못했다.

루크와 결투를 벌였다간 자신은 단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게 뻔하므로.

수치와 분노에 휩쓸린 앨런은 얼굴을 붉히며 부들부들 떨었다.

분해서 죽으려는 앨런을 보자 알트페리아는 통쾌해졌다.

구경을 더 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약속 시간이 되었다.

한창 신경전 중인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던 알트페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루크의 팔짱을 꼈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몸을 붙이며 친근하게 그에게 기댔다.

“약속 시간이 되었네요. 가요, 공자님.”

루크의 눈매가 기쁜 듯 사르륵 녹았다.

“예.”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앨런이 당황한 듯 입을 벌렸다.

“리…… 리아, 너 정말로 그놈 편을 드는 거야? 이렇게까지 모욕당한 나를 두고?”

“소백작이 더러운 건 사실이잖아요. 사실을 말한 게 왜 모욕인 거예요?”

“뭐…… 뭐? 나를 그렇게 생각했어?”

앨런은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떤 여자를 만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알트페리아가 자신을 더럽다고 생각했다니.

“곁에만 있어도 더러워질 것 같으니까 얼른 꺼지세요. 배웅은 없어요. 우리는 이만 데이트하러 가야 하거든요.”

알트페리아가 루크를 선택하자 앨런은 부들부들 떨더니.

“두고 봐, 네 마음을 다시 되돌릴 거야……!”

삼류 악당이 내뱉을 것 같은 대사와 함께 도망쳤다.

* * *

알트페리아와 함께 저택 밖으로 나온 루크는 알람창을 확인했다.

[<시스템> 현재 행복 지수: 0/10]

불꽃놀이를 감상하고, 간장치킨을 먹을 때 그녀의 행복 지수를 7까지 획득했는데 어느새 다 증발해 버렸다.

내심 당황했지만,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다.

원인을 알 것 같으니까.

‘소백작 때문이군.’

그놈이 나타나서 알트페리아의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앨런 때문에 알트페리아는 과거 마음을 다쳤다.

그 점을 알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수치로 보니까 새삼스레 화가 났다.

꼭 퀘스트를 위해서가 아니어도, 그녀가 불쾌하게 여기는 앨런을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싶었다.

루크는 묵직하게 느껴지는 팔을 확인했다.

앨런 때문에 꽃다발을 알트페리아에게 전하지 못하고 계속 안고 있었다.

“꽃다발을 건네드리고 싶습니다.”

“웬 꽃다발이에요?”

“어제 불꽃을 보며 장미꽃을 이야기하던 공녀님이 상당히 즐거워 보이셨습니다. 꽃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알트페리아는 루크가 준 꽃다발을 받았다.

루크가 한쪽 손으로 가볍게 들던 꽃다발이었지만 알트페리아는 양팔을 가득 벌려 안아야 했다.

그녀는 묵직하게 느껴지는 장미꽃다발을 바라봤다.

장미는 색상별로 의미가 다르다.

루크가 준비한 건, 마치 알트페리아의 모습을 떠올리듯 하얀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것이었다.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꽃말의 의미를 알고 준비하신 거예요?”

“꽃가게 직원이 장미를 보여주며 꽃말을 알려줬습니다. 그중 제가 선택한 색상의 장미로 만든 꽃다발입니다.”

흰 장미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함께 장식된 보라색 장미는 존경이었고, 알트페리아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녀는 품 안에 넣어둔 꽃다발의 향기를 맡았다.

짙은 꽃 내음이 온몸에 퍼지자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

“예뻐요.”

[<시스템> 현재 행복 지수: 3/10]

동시에 그녀의 행복 지수가 3 올랐다.

루크는 포인트를 획득한 것보다 그녀가 행복해 하는 것이 더 기뻤다.

이 기세를 몰아 알트페리아를 행복에 푹 젖어 들게 만들리라 다짐했다.

그는 마차에 오르기 위해 알트페리아에게 손을 뻗었다.

손이 남지 않은 그녀가 곤란한 듯 씁쓰레한 미소를 지었다.

“선물은 감사하지만 크기가 너무 커서 들고 가기 힘들 것 같아요.”

꽃집 직원이 꽃다발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 해서 가게에 있는 흰 장미와 보라 장미를 다 모아다 만들었다.

확실히 현재 그녀의 모습은 거대한 곰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것 같아서 불편해 보였다.

문제는 이미 저택에서 나온지라 다시 돌아가기는 거리가 조금 있다는 것.

“괜찮으시다면 꽃다발을 인벤토리에 넣어도 되겠습니까? 돌아가시는 길에 꺼내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루크는 알트페리아에게 꽃다발을 건네받아 허공에 손짓했다. 그러자 장미꽃다발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알트페리아는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인벤토리에 넣으면 어떤 물건이든 상하지 않고 원상태 그대로 보관된다고 한다.

보면 볼수록 탐난다.

“다시 봐도 인벤토리는 신기하네요. 다른 능력은 바라지도 않으니 인벤토리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각성하면 생기는 기본 능력이니까요. 공녀님도 각성하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각성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

루크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살던 세계는 인간이 살아가는 생활 구역과 마물의 영역이 확실하게 나뉘어 있었다.

어느 날 헌터에게 쫓긴 마물이 생활 구역에 침입했다.

어떤 헌터가 사냥하다 놓쳤는지 목덜미에는 검이 절반쯤 박힌 상태로.

등급으로만 따지면 S급이라 마물은 다친 상태로도 비각성자들을 학살했다.

마물이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쓰러졌다.

혼자라면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겠지만, 모두를 구하고 싶던 루크는 마물의 등 위로 뛰어올라 반쯤 꽂힌 검을 푹 찔러 넣었다.

[<시스템>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상처 입은 상태였다지만 상대는 S급 마물이었고, 루크는 비각성자였다.

비각성자의 몸으로 S급 마물을 쓰러뜨린 업적을 달성하여 헌터로 각성하게 된 것이었다.

“날 때부터 각성이 예견된 사람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업적을 달성하여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업적이요?”

알트페리아가 살던 세계에는 헌터가 없었다.

원작에서도 루크의 전생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아서 신기하게 느껴졌다.

루크는 자신이 아는 선에서 설명해 줬다.

“제가 알기로 업적의 종류는 꽤 많았습니다. 마물을 쓰러뜨리는 것 말고도 무언갈 만들든가, 찾든가, 수집하면 달성됩니다.”

루크의 설명을 듣던 성좌가 메시지를 보냈다.

[‘사자의 서기관’이 소질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흑화한 염룡’이 알트페리아에게서 묘한 기운을 여러 번 느꼈다며, 그녀의 각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좌들까지 저런 걸 보면 알트페리아에게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도 하니까.

“저 역시 이곳에서도 다시 각성했으니, 어떠한 계기가 있으면 공녀님도 각성하실 겁니다.”

알트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벤토리가 생기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거라 탐이 났다.

‘업적 달성하면 각성하는구나.’

원작에서 언급된 업적 달성은 총 두 번이었다.

하나는 막내 황녀.

또 다른 사람은 2황자였지.

‘사실 더 있을지도 몰라.’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알트페리아는 하늘에 동동 뜬 푸른색 창을 통해 능력을 숨긴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시스템> ‘업적: 제국을 구해낸 영웅의 포상금을 싹쓸이하다’ 달성 완료!]

[<시스템> 다른 사람의 공로를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낚아챈 알트페리아에게 황금을 좋아하는 신의 능력이 발현됩니다!]

아니, 말은 제대로 하라고.

누가 보면 루크를 협박해서 돈 뜯어낸 줄 알겠네!

원작에서 루크의 포상금을 가로챈 사람은 그랑힐데 공작 부인이었다.

그러니까 현재 눈앞의 알람창도 원래는 그랑힐데 공작 부인이 봐야 하는 것이었다는 말이다.

알트페리아는 얼떨떨해 하며 손끝으로 알람창을 쿡쿡 찔렀다.

‘세상에……. 말이 씨가 된다더니.’

루크와 각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실현될 줄 몰랐다.

그녀는 제가 본 게 헛것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해 알람창을 여러 번 읽었다.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될수록 심장이 흥분으로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대박!

‘나도 먼치킨 캐가 될 수 있는 거야?’

인벤토리는 물론 다른 능력도 가질 수 있는 거냐고!

원작이 피폐물인 세상이라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험난한 세상에 능력 하나 없어서 서러운 것도 이제 안녕이다.

‘어떤 능력일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겠지만, 원작을 다 읽은 알트페리아는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녀가 능숙하게 원작 속 루크가 자주 했던 대로 ‘상태창!’을 외치자 푸른색 창이 여러 개 떴다.

[<시스템> 현재 당신의 랭크는 F등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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