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33화 (33/91)

제33화

최하위 등급이지만 실망할 것 없다.

랭크 같은 건 차차 올리면 되니까.

이대로 힘을 키우면 발트레의 가주에 걸맞은 능력자가 될지도 몰랐다.

‘스킬은 뭐가 있을까?’

기대감에 잔뜩 부푼 알트페리아는 각성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열람했다.

[돈의 힘: 패시브 스킬]

랭크: F

효과: 보유한 재산이 많을수록 강해집니다.

※ 보유한 재산은 계좌의 잔액과 현금을 더하여 계산합니다.

※ 보유한 재산이 10억 르블라 이하일 때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 10억 르블라를 소모하여 랭크를 올릴 수 있습니다.

※ 보유한 재산의 잔액이 0르블라일 때 사망합니다.

억만장자를 목표로 하라니.

아무래도 자본이 낳은 괴물이 되라는 것 같았다.

이걸 기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얼떨떨한 기분도 잠시.

[<시스템> 현재 보유 재산: 990,000,000 르블라]

[<시스템>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체력, 근력이 하락한다는 경고창과 함께 알트페리아는 현기증을 느끼며 털썩 침대로 쓰러졌다.

“……이게 뭐야.”

능력을 얻었는데 왜 허약해지는 거죠?!

원래도 썩 좋지 않은 몸이었는데 없는 체력을 빼앗기니 숨을 쉬기가 버거워졌다.

“아니, 이거 반품시켜 줘……!”

이딴 능력 필요 없다고.

도로 들고 가!

허공에 주먹질해 봤지만, 푸른색 알림창은 느릿해진 그녀의 공격을 여유롭게 쓱 피했다.

왠지 약 올리는 것 같았다.

한참 머리가 핑핑 도는 어지러움을 느끼다 보니, 어느새 조금 적응해서 눈을 깜빡깜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무언갈 깨달았다.

‘아, 이래서였구나.’

원작에서 그랑힐데 공작 부인은 눈이 뒤집힌 사람처럼 사업을 확장했다.

그냥 돈에 미친 사람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돈의 힘’ 스킬 때문에 열심히 재산을 불린 모양이었다.

‘어쩐지, 나중에는 루크의 공격까지 피한다 했어.’

원작 후반에 그랑힐데 공작 부인인 힐다가 루크에게 결투 신청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두가 힐다에게.

“공작 부인께서 검을 잘 쓰신다고 하지만 상대는 소드마스터입니다!”

“그게 무슨 새로운 자살 시도 방법입니까?”

―라고 말하며 그녀를 뜯어말렸지만, 예상과 달리 결투는 무승부로 끝냈다.

그리고 힐다가 말하길.

“소드마스터도 별것 아니구나.”

―라며 깔깔 웃는 걸로 끝났었다.

공작 부인은 출신 가문의 성향과 달리 검술에 재능이 있어, 어려서 검술을 배웠다는 설정이 있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루크를 상대로 호각으로 싸운 건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근데 알고 보니 그게 다 ‘돈의 힘’ 스킬빨이었던 것이다.

알트페리아는 욱신거리는 이마를 꾹 누르며 씩 웃었다.

‘그 정도로 강해진단 말이지?’

소드마스터인 루크와 호각으로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미친 피폐물 속 세상이니까 스스로를 지킬 수단은 하나쯤 필요했다.

깨질 것 같은 두통도 계좌에 돈만 채워 넣으면 회복될 테니까 어려울 것 없었다.

‘돈을 벌자!’

……는 일단 조금 미루기로 했다.

각성의 여파로 몸살이 왔고, 모든 능력치가 하락했기에 그대로 정신을 잃고 끙끙 앓아누웠기 때문이다.

* * *

그랑힐데 공작 부인 힐다는 손톱을 잘근 물어뜯었다.

기껏 투자한 사업이 망해버렸기 때문이다.

루크의 포상금으로 투자했으면 망해도 타격 같은 건 받지 않았을 텐데.

루크가 제 계좌의 명의를 바꿔버리는 바람에 가문의 예산에 큰 구멍이 생겨버렸다.

아끼던 장신구를 팔았는데도 적자를 메울 수 없었다. 한동안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교계 활동도 자제해야 할 듯했다.

머리가 아픈 힐다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고모님!”

앨런이었다.

기껏 투자한 사업이 엉망이 되어 정신이 없기에 앨런을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대체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앨런은 며칠 전부터 자신을 집요하게 찾았다. 너무 성가셔서 오늘은 받아들이고 말았다.

“나를 찾는다고 들었다. 무슨 일이냐?”

저벅저벅, 앨런은 빠른 걸음으로 힐다의 곁에 다가왔다.

“그 사생아 때문에 제국의 위신이 말이 아닙니다. 이제 그놈도 빈털터리가 되었으니 하루라도 빨리 손을 써주십시오.”

루크는 빈털터리가 되지 않았다.

계획이 틀어져 루크의 포상금을 손에 넣지 못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성급하게 투자하는 바람에 올해 유용 가능한 가문의 예산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대로 설명하기엔 치욕스러웠다.

“천천히 손을 쓸 터이니 기다려라.”

비록 계획은 수포가 되었지만, 루크가 활개를 치게 둘 생각은 없었다.

조바심이 난 앨런이 외쳤다.

“어차피 처리할 놈 아닙니까? 좀 더 빨리 손을 써주십시오!”

“앨런, 목소리가 크구나.”

아무리 저택이라고 하나 대낮에 큰 소리로 말할 주제는 아니었다.

찔끔한 앨런이 꿍얼거렸다.

“……알트페리아가 그놈에게 물들었습니다. 내 소중한 여자가 이상해지는 걸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루크는 발트레 공녀와 손을 잡았다. 그 천것이 발트레 공작 가문의 힘을 휘두른다면 힐다로서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비록 발트레가 몰락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공작가이기에 그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힐다는 앨런을 흘끗 보았다.

‘약혼녀 간수 하나 제대로 못 하나.’

앨런이 제대로 약혼만 진행했다면 루크가 발트레 공작 가문이라는 아군을 얻지 못했을 텐데.

“나도 이대로 그냥 두고 볼 생각은 없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천것과 발트레 공녀와의 결혼을 반대한다고, 폐하께 아뢸 예정이다.”

그 말에 앨런이 미소를 지었다.

친모는 아니지만 힐다는 루크의 어머니였다.

그런 그녀가 직접 나서서 결혼을 반대한다고 요청하면 황제로서도 고민될 것이다.

“저도 함께 가서 고모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앨런과 함께 황궁에 가다니.

든든하긴커녕 사고를 칠까 봐 걱정부터 되지만, 그는 알트페리아와 혼담이 오갔던 사람이다.

함께 황제에게 고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좋다. 황궁엔 내가 연락을 넣도록 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루크가 발트레 공작 가문과 손을 잡는 건 막을 것이라 다짐하는 힐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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