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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52화 (52/91)

제52화

그 말에 루크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을 빤히 바라봤다. 곧 그녀와 닿을지도 모르는 입술을 바라보자 얼굴에 열이 올라 시선을 피했다.

머뭇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공녀님은 괜찮으십니까?”

“뭐가요?”

“저와 키스해도 괜찮으신 겁니까?”

그가 왜 묻는지 알 것 같았다.

키스는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고 말했으니까.

그녀는 제 입술을 매만졌다.

종이 울리고, 포도향이 난다는 말과 달리 첫 입맞춤은 엉망이었다.

좋지 못한 기억은 꽤 오래갔었지.

그래서 루크와는 좋은 기억이 되었으면 한다.

“공자님은 절 좋아하세요?”

루크가 대답하려고 했지만, 알트페리아가 한 손가락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그녀의 손가락에 그의 호흡이 닿았다.

알트페리아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대답은 결혼식장에서 해주세요. 만약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여기에 해주세요. 연극에서 했을 때처럼요. 기억하죠?”

그녀는 자신의 입술 바로 옆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여기에 입술을 부딪치면 남들 눈에는 키스하는 거로 보일 것이다.

루크는 손님을 맞이하러 나갔다.

손님 때문에 그녀를 찾던 시녀들의 발길도 뚝 끊겨 알트페리아는 한결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다.

알트페리아는 결혼식에 입을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었다. 목과 어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하얀 드레스는 군데군데 금장식이 들어가 화려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은 머리 손질.

구불구불한 은색 머리를 틀어 올리고, 발트레를 상징하는 은빛 매와 푸른 사파이어로 장식했다.

마지막으로 하얀 면사포를 썼다.

치장을 돕던 세이룬과 시녀들이 양손을 꼭 모으며 감격에 겨워했다.

“이 드레스는 공녀님을 위해서 태어난 것 같아요.”

“미의 여신이 지상에 강림하신 듯한 모습이세요.”

여신 취급은 한 번 받아봐서 그런지 익숙했다.

급기야 시녀 한 명이 울먹였다.

“이렇게 아름다우신데……. 좋은 분에게 가시는 거 맞죠?”

“루크는 좋은 사람이야. 아마 너희들도 금방 좋아하게 될 거야.”

앨런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생각하는 취미가 같아 보였다. 곧 친해지겠지.

알트페리아는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을 봤다.

솔직히 말해 괜찮다. 매우.

루크의 성좌들은 눈이 높았다.

원작에서는 루크와 조금만 인연이 있다는 사람들에게 시어머니처럼 까칠하게 굴기도 했다.

온갖 꼬투리를 잡아 루크에게 알람을 보내며 귀찮게 했었지.

아마도, 원작이 끝날 때까지 루크에게 연인이 없던 데엔 성좌들의 시월드 짓도 크게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루크의 성좌들이 가장 용납하지 못하는 건 그의 미를 해치는 것.

‘이 정도면 성좌들도 토를 달지 않겠지?’

루크의 미관을 해친다며, 곁에 있지 말라고 왁왁거리진 않을 것 같다.

똑똑, 누군가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공녀님, 시간이 되었어요. 공자께서 모시러 오셨어요.”

대기실 문이 열리고 루크가 안에 들어오다가 멈칫했다.

그는 알트페리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얼어붙은 신랑을 보던 시녀들이 눈치 빠르게 자리를 비워줬다.

“아.”

그는 뒤늦게 제 입술을 문지르며 짧게 탄식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그만…… 할 말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대로 말씀하시면 될 거 같아요. 아름답다고요.”

“무척 아름다우십니다.”

“공자님도요.”

앞머리를 깔끔하게 올려서 단정한 이마가 다 드러난 그의 얼굴은 비율과 조화가 완벽하여 계속 바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서로를 빤히 보고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알트페리아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가요.”

“예.”

그는 알트페리아의 손을 붙잡고, 결혼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흐드러지게 핀 하얀 꽃으로 장식한 길을 걸었다.

전생과 현재.

두 번의 삶을 통틀어 결혼식은 처음이기에 조금 긴장한 알트페리아는 팔짱을 낀 손에 힘을 줬다.

그와 함께 나란히 걸어 단상 위에 선 대사제 앞에 섰다.

사제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뭐, 대충 긴 이야기를 요약하면 두 사람은 앞으로 부부라는 걸 잊지 말라는 거다.

다음은 예물 교환.

루크는 알트페리아의 손을 붙잡아 조심스레 반지를 끼워줬다.

행운의 별로 만든 그 반지였다.

그녀 또한 루크의 약지에 반지를 끼웠다. 검을 쥐고 휘두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제작된 것이었다.

대사제가 양손을 펼쳐 하늘로 들어 올렸다.

“마지막으로 맹세의 입맞춤을 하십시오.”

마주 본 루크가 알트페리아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제 마음은 이미 정했습니다. 하지만 공녀님의 마음도 궁금합니다.”

“…….”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거든요.”

“…….”

“제게 진심으로 끌리게 되신다면…… 그때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루크는 흘러내린 알트페리아의 면사포와 그녀의 은발을 정돈했다. 그리고 그녀의 볼을 살짝 붙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알트페리아는 입술 옆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살짝 힘을 준 그는 숨을 토해 내며 멀어졌다.

그 짧은 행위만으로도 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이로써 알트페리아 폰 발트레와 루크 폰 발트레는 공식적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그의 입술이 닿은 부위의 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사제가 신성력으로 축복을 내리며, 그들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알렸다.

이제 루크와는 가문의 성을 공유하는 부부가 된 거였다.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

알트페리아는 이브닝드레스로 갈아입고 연회장을 가볍게 돌며 인사를 나눴다.

마지막 절차는 부부가 신방으로 들어가는 거였다. 그들의 뒤로 사제 한 명이 달라붙었다.

“저는 마지막 절차를 위해 아침까지 대기하겠습니다. 두 분에게 기적이 내리시길.”

사제가 말하는 기적은 허니문 베이비가 들어서길 기원한다는 뜻이었다.

애석하게도 시도조차 하지 않을 거지만.

짧은 기도를 끝마친 사제가 밖으로 나갔다.

그는 멀리 가지 않고 침실 근처에서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대기할 것이다.

제국에서는 잠자리까지 가져야 완벽한 부부로 인정한다.

부부가 밤새 함께 있는지 확인하다가 신전으로 돌아갈 테지.

사제가 밖으로 나가자, 침실에는 알트페리아와 루크만이 남게 되었다.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침실이라 크기가 컸고 방을 밝히는 촛대는 하나뿐이라 제법 어두웠다.

‘왠지 긴장되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누군가와 곁에서 자는 건 처음이니까.

같은 공간에 있어서 그런지 곁에 있는 사람의 존재가 더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

‘적응해야지.’

사이가 좋은 부부는 침실을 합친다.

앞으로 매일 함께 자야 하는데 첫날부터 서먹한 상태로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무거운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는 것이 먼저였다.

마침 잠옷은 침대 근처에 준비되어 있었다.

알트페리아는 드레스를 벗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그런데 하필 드레스의 고정 끈이 죄다 등 뒤에 있어서 손이 닿지 않았다.

어떻게든 드레스를 벗으려 애를 쓰던 알트페리아가 입을 열었다.

“드레스를 벗고 싶어요. 등 뒤에 있는 끈을 풀어주실 수 있나요?”

“지금 벗는다고 하셨습니까?”

그는 잘못 들은 게 분명하다는 듯 되물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단어 선택을 잘해줘야 할 듯했다.

“숨쉬기도 힘든 드레스를 입고 잘 순 없으니까요.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싶은데 손이 닿지 않아요.”

잠깐의 침묵 뒤 그가 결심했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몸을 움직인 루크는 일단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성좌들의 알람을 껐다.

다음으로 알트페리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하나로 모아 앞으로 넘겼다.

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등이 깊게 파였다. 하얀 피부 위 도드라진 날개뼈가 드러나 있었다.

순간 그녀의 날갯죽지에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제가 미친 게 아니냐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등 뒤에 리본이 있죠? 전부 풀어주세요.”

허리 쪽에 질끈 묶어놓은 리본이 보였다.

그는 그녀의 피부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레 손을 움직여 리본 끈을 하나씩 풀어 내렸다.

매듭이 풀리자 답답하게 조여져 있던 드레스가 풀어 헤쳐졌다.

온몸을 옥죄이는 듯한 천이 사라지자 알트페리아는 해방감마저 느껴졌다.

그녀는 참았던 한숨을 깊게 내뿜었다.

“후우, 고마워요, 이제야 좀 살 것 같아요.”

알트페리아는 흘러내린 옷을 붙잡으며 루크의 손에서 멀어졌다.

남은 부분은 스스로 벗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저는 이제 잠옷으로 갈아입으려고요.”

“……저는 구석에 가 있겠습니다.”

그가 어두운 방구석을 가리켰다.

루크 또한 빈틈없이 몸에 딱 맞는 정장 차림이니, 벗는 것이 좋을 터였다.

알트페리아는 자신의 잠옷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루크의 셔츠를 들어 올렸다.

“공자님도 갈아입고 오세요. 불편한 옷을 입고 주무실 순 없으니까요.”

“예.”

잠옷을 받은 그는 침대와 멀찍이 떨어져 있는 구석에 가 벽을 보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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