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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54화 (54/91)

제54화

그녀는 루크를 따라 눈웃음을 지었다.

루크는 생각했다. 사람이 어쩜 저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을까 하고.

대화가 끊겼지만, 나눴던 이야기의 여운은 아직 남아 있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다.

알트페리아는 눈꺼풀을 깜빡깜빡했다.

긴장이 풀리자 슬슬 잠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녀가 잠결에 중얼거렸다.

“루크라 다행이에요…….”

“무엇이 말입니까.”

“처음에…… 루크를 찾아가서 다행인 것 같아요.”

“저 말고도 후보가 더 있었습니까?”

“네……. 아주 많이 있었어요.”

그는 픽 웃었다.

“잘 찾아오셨습니다.”

그는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알트페리아는 미래의 일부분을 알고 있다고 했다.

흥정할 상대가 많았다면서 왜 하필 자신을 찾아왔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조용히 생각에 빠져 있던 그가 그녀를 불렀다.

“리아.”

그녀의 이름을 읊조리던 그는 제 입술을 손으로 훑었다.

예쁜 이름을 입에 올리자 가슴 안쪽이 일렁거렸다. 좋아서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답이 없다.

“…….”

“주무십니까?”

조심스레 살펴보니 그녀는 눈을 꼭 감고 자고 있었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결혼식까지 치렀으니 피곤할 법도 할 것이다.

그는 조금 흘러내린 이불을 잘 펴서,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눈을 감았다.

유독 두근거리는 제 심장 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달뜬 마음을 가라앉혀야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왠지 오늘은 쉽사리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리아.”

잠들기 전 한 번 더 속삭인 루크는 편한 마음으로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 * *

결혼의 끝은 식을 치른 다음날, 사제가 부부가 침실에 함께 있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까지였다.

와지끈!

사제가 입구 밖에 서 있는 부부 침실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밤새 침실 입구에 선 채로 꾸벅꾸벅 졸던 사제가 깜짝 놀라며 깨어났다.

“허억?!”

심상치 않은 소리에 걱정이 되었지만 부부 침실이라서 함부로 열 수가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다.

아무 소리가 없어서 걱정된 사제가 똑똑,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큰 소리가 났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여전히 대답이 없다.

어쩌지, 시녀를 불러야 하나, 사제가 고민하던 때였다.

끼이익―

닫힌 문이 열리며 루크가 나왔다.

그는 가벼운 셔츠 차림이었다.

한없이 가벼운 복장이었지만 마치 꺼지라고 협박하는 것 같은 흉흉한 기운이 느껴졌다.

사제는 솜털이 삐죽 서는 것 같았다.

루크가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계실 겁니까?”

“두 분이 함께 계신 모습만 확인하면 신전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침실 안을 확인해도 괜찮겠습니까?”

“…….”

“준비가 되지 않으셨다면 더 기다리겠습니다.”

침실 안쪽에서 알트페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다. 들어와.”

“예, 실례하겠습니다.”

방 입구에 한 발짝 들인 사제가 멈칫했다.

그녀는 잠옷 위에 겉옷을 하나 걸친 채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앉은 침대가 푹 꺼져 있었다.

‘침대가 무너졌네…….’

요란한 소리는 침대 다리가 부러질 때 난 소리였던 모양이다.

침대에서 시선을 뗀 사제는 조심스레 루크를 바라봤다.

‘소드마스터라더니.’

아침부터 힘이 넘쳐나는 모양이었다.

초보 사제였으면 당황하여 우왕좌왕하겠지만, 경험이 많은 그는 달랐다.

그는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며 능청스레 웃었다.

“두 분이 아침까지 함께 있는 모습은 확인했습니다. 이로써 명실상부한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

“후계 문제도 걱정 없는 부부라고 신전에 보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더는 확인할 절차가 없으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사제는 루크를 향해 부인에게 사랑받으시겠다고 속삭이고 사라졌다.

사제가 사라지고, 알트페리아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첫날밤에, 아니, 다음날 아침에 침대가 무너졌다.

그로 인해 상상할 일은 한 가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 진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떻게 된 상황인가 하면, 아침에 일어나니 서로 머리가 흐트러져 있었다. 약간 민망한 기분에 둘은 안부를 나눴다.

머쓱한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머리를 굴리던 알트페리아는 초대 마스터의 검을 떠올렸다.

“루크에게 줄 깜짝 선물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포장해서 인벤토리에 잘 넣어둔 초대 소드마스터의 검을 꺼냈다.

인벤토리에 넣고 있어서 깜빡했는데, 본디 이 검은 알트페리아가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거기에 인벤토리 소환이 서툰 알트페리아는 검을 높은 곳에서 소환해 버렸다.

높은 곳에서 추락한 검이 침대와 충돌하더니, 와지끈!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침대 다리 한쪽을 부러뜨렸다.

아니, 무거운 건 알았는데 이 정도였냐고!

두 사람은 움푹 파인 침대를 황당하게 바라봤다.

“일단 검은 루크의 인벤토리에 넣어요!”

그렇게 루크의 인벤토리에 넣는 걸로 수습했다.

문제는 무너진 침대였다.

이건 어떻게 수리할 방법이 없어서 결국 사제를 침실로 들였다.

“이상한 쪽으로 해석한 것 같은데요…….”

아침부터 정염에 휩쓸린 루크가 침대 다리를 부숴먹었다고.

루크는 <사랑받는 남편이 되고 싶습니까?>에 나왔던 문구를 떠올렸다. 잠자리로 침대를 부수는 건 나름대로 훈장이라고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되어버린 것, 오해하도록 놔두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괜찮으세요?”

“부부 사이가 좋다는 이야기가 퍼지면 손해 볼 건 없어 보입니다.”

루크는 조금 기뻤다.

부부 사이가 끈끈하단 소문이 퍼지면, 다른 놈들이 알트페리아를 노릴 리가 없을 테니까.

이제 그는 황제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다른 놈이 얼씬도 하지 못하게 부부 사이가 견고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졌다.

반면 알트페리아는 머리가 아팠다.

시녀들이 이 꼴을 보면 루크를 노려보며 더 싫어할 게 분명한데!

골치가 아파 머리를 붙잡고 있던 틈에, 띠링!

반갑지 않은 알람 소리와 함께 푸른 창이 두둥실 떴다.

[<시스템> 결혼 축하합니다!]

“축하만 하지 말고 뭔가 선물을 주든가.”

이왕이면 침대를 고치는 물건 같은 거.

시스템창이 움찔거렸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축하한다는 한마디로 끝내기 미안한 모양이었다.

[<시스템> ㅇ, 오늘의 운세!]

일정 확률로 발동된다는 오늘의 운세가 어제오늘 연달아 떴다.

상황을 보면 결혼 선물 대신 주려는 것 같은데.

[<시스템> 오늘의 운세 ― 당신을 향한 거대한 적의가 존재합니다!]

야!

알트페리아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녀의 곁에 있던 루크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시스템창이 결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어요. 축하 선물로 오늘의 운세를 알려줬는데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 봐요.”

“누굽니까. 그 겁 없는 사람이.”

“뻔하죠, 앨런 아니면 힐다일 거예요.”

[<시스템> 땡! 틀렸습니다!]

별로 궁금하진 않은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는데 시스템창이 새빨갛게 변했다.

[<시스템> 당신을 향한 적의가 거대해지고 있습니다!]

[<시스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시스템> 폭발할 것 같습니다!]

뭐, 뭔데.

대체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누가 그렇게 난리를 치고 있어?

곧이어 펑!

불꽃 같은 게 터지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시스템창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다시 눈높이까지 내려왔을 땐 퀘스트가 떠 있었다.

[<시스템> 특별 퀘스트 발생!]

[메인 목표: ‘D’의 평판을 깎아라.]

당신에게 큰 증오를 품고 있는 ‘D’가 나타났습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D’의 평판을 깎으세요!

성공 보상: 명성치 +50

실패 대가: 400,000,000 르블라 감소

수락하겠습니까?

YES / NO

주의: 활성화되지 않은 채널에서 생성된 특별 퀘스트입니다. 한 번 퀘스트를 수락하면 취소할 수 없습니다.

※ 금전적으로 이득을 취하면 보너스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 ‘D’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 확인 시 당신의 계좌에서 2천만 르블라가 차감됩니다.

이제는 하다 하다 과금 요소까지 붙었다.

* * *

앨런의 어머니이자 로저필드 백작 부인인 다프네가 제도의 로저필드 저택으로 돌아왔다.

“앨런, 앨런, 어디 있니?”

한 달여간 친정에 있다가 돌아온 그녀는 짐을 내려놓기도 전에 아들인 앨런을 찾았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앨런이 보이질 않는다.

이상하게 뒤숭숭한 저택의 분위기가 의아해 하녀를 다그친 그녀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소백작님은 백작님의 명령으로 침실에 갇히셨습니다.”

“뭐라고?”

내 사랑스러운 아들을 대체 왜!

눈을 희번덕거리는 다프네의 모습에 흠칫한 하녀가 설명했다.

“소백작님께서 발트레 공녀님의 결혼식에 가고 싶어 하셨습니다. 하지만 백작님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알트페리아가 결혼한다고?”

“예에…….”

“누구랑!”

“사, 상대는 영웅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프네는 제도에서 먼 친정에 있었지만, 알트페리아가 전장의 괴물에게 청혼받았다는 소식은 들었다.

사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보는 눈은 있는지 그 계집은 앨런을 집요하게 쫓아다녔으니까.

그런데 결혼이라니?

알트페리아가 앨런을 쉽사리 포기하진 않았을 건데. 작위까지 내놓는다고 할 땐 언제고 다른 남자에게 가다니.

“감히……. 그년이 앨런을 가지고 논 거야?”

약혼 이야기가 오가던 상대가 다른 남자와 결혼했으니, 앨런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앨런을 가두다니!

귀여운 아들이 좁은 방에 갇혀서 덜덜 떠는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터지는 것 같았다.

다프네는 당장 남편을 찾아갔다.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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