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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60화 (60/91)

제60화

재판이 끝나고, 앨런은 뭘 잘했다고 자기 부모님을 버리고 알트페리아에게 달려왔다.

“리아!”

그런 그를 루크가 말없이 막아섰다.

앨런은 루크를 노려봤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루크를 밀어내는 걸 포기한 앨런이 알트페리아를 향해 외쳤다.

“널 도우려고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와서 증언했어! 잘했지?”

“참 쓸모없는 짓을 하셨네요. 소백작.”

재판 기록을 보면 제가 한 짓이 얼마나 쓸데없는 거였는지 알아차릴 것이다.

이미 다 끝난 재판이었으니.

앨런의 얼굴이 굳었지만 알트페리아는 그를 무시했다.

한심한 남자였다.

그나마 자신의 울타리가 되어줄 다프네의 손길까지 쳐냈으니 이제 그를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앨런에게 지금이라도 잘못을 당장 바로잡으라고 조언해 줄 필요는 없었다.

앨런은 알트페리아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니까.

그가 뭘 하든,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었기에 알트페리아는 마차 쪽으로 향했다.

“리아? 어디 가? 그게 지금 널 도와준 사람에게 할 말이야?!”

당황한 앨런이 알트페리아 쪽으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루크에게 제지당했다.

“비켜!”

몸으로 쳐서 밀어버리려고 했는데 루크는 마치 단단한 벽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알트페리아가 멀어진다.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은 앨런이 기를 썼다.

“비키라고, 좀!”

루크가 한숨을 푹 내쉬며 앨런의 멱살을 붙잡았다.

아무도 없는 복도라 보는 눈도 없으니, 그를 대우해 줘야 할 필요는 없었다.

한 손으로 끌려 올라간 앨런이 당황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루크가 서늘한 눈으로 앨런을 내려다봤다.

까마득한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에 앨런은 짓눌리는 것 같았다.

“멍청한 당신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딱 한 번 제대로 설명해 주겠습니다.”

앨런은 당장 루크의 손길을 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심장이 부여 잡힌 기분이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리아는 제가 부인을 부를 때 사용하는 애칭입니다.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십시오.”

“뭐? 내가 먼저……!”

‘리아를 애칭으로 삼았어!’라고 외치려던 앨런은 입을 꾹 다물었다.

생각해 보니 애칭이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이름이 발음하기 성가시다는 이유로 줄여 불렀던 거지.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뻔히 리아라고 부르는 걸 알면서 애칭으로 가로채다니.

“남이 쓰던 걸 들고 가서 좋아 죽겠어? 여자도, 애칭도 말이야!”

루크가 픽 웃었다. 그의 손이 앨런의 목깃에서 목으로 향했다.

엄청난 완력에 붙잡힌 앨런의 숨통이 순간 턱 막혔다.

“컥?”

루크의 엄지가 그의 목젖을 꾹 눌렀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대로 목뼈가 부러질 것 같아 앨런은 발버둥을 쳤다.

건장한 사내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린 루크가 냉담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녀의 과거가 어떻든 간에 저는 부인이 좋습니다. 알아두시길.”

괜히 내 앞에서 과거 이야기를 내뱉는 실수 같은 거 하지 말고.

“한 번만 더 내 부인을 함부로 불렀다가는 목을 부러뜨릴 겁니다.”

목을 압박하는 손의 힘이 더 강해졌다.

“……큿!”

앨런은 답을 하고 싶어도 작은 소리도 내뱉을 수 없었다. 루크는 발버둥 치는 앨런을 내려다보며 읊조렸다.

“알아들었으면 고개를 끄덕이십시오.”

숨이 막힌 앨런은 있는 힘을 다해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가 손을 놓았다.

털썩! 앨런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콜록, 콜록!”

부족한 숨을 들이쉬느라 바닥에 떨어진 충격을 살필 겨를도 없었다. 거친 기침을 토해 내는 앨런의 머리 위로 루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명심하십시오.”

목이 제대로 붙어 있길 원한다면.

앨런을 뒤로한 루크는 마차가 세워진 신전 밖으로 나왔다.

알트페리아는 입구에 대기 중이던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냥 평범한 브로치가 아니에요. 부모님께서 생일 선물로 주신 소중한 물건이라 재판을 열어서라도 찾고 싶었어요.”

“백작 부인께서 왜 자신의 브로치라고 주장한 건지 아십니까?”

“글쎄요. 조작된 서류까지 준비하면서 브로치를 탐내신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에드나의 땅을 사셨다는 말도 있던데요. 그곳은 왜 사신 겁니까?”

“비밀이에요.”

기자의 질문이 재밌는지 알트페리아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녀의 약지에 있는 반지가 반짝인다.

루크는 제 반지를 매만지며 벽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팔짱을 끼며 그녀를 조용히 지켜봤다.

괜히 자신이 다가갔다가 기자들이 놀라 그녀를 방해할까 봐서였다.

알트페리아가 밝은 빛 아래에 서 있었다.

언젠가 한 번 봤던 것처럼 그녀의 주변이 반짝거렸다.

그녀에게는 환한 빛이 잘 어울렸다.

“예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중얼거리던 그는 뭔가를 깨닫고 자세를 고쳐 섰다.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느낀 위화감이 무엇인지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성좌들!

알트페리아를 어여뻐하는 성좌들이 조용했다.

결혼식 날 신방에 들기 전 시스템 알람을 차단한 후 지금까지 해제로 돌려놓지 않았었다.

차단은 단순한 ON, OFF 기능과는 달랐다.

성좌들은 그동안 자신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서둘러 성좌들을 전부 차단 해제했다.

띠링, 띠링, 띠링, 띵! 띵!

확인하지 못한 알람이 눈앞을 새파랗게 도배했다.

[‘흑화한 염룡’이 드디어 르블레아 채널과 연결되었다며 감동의 눈물을 흘립니다.]

[‘명계의 지배자’가 잔뜩 삐져 등을 돌리고 앉아 있습니다.]

[‘사자의 서기관’이 어떻게 우리를 잊고 있었냐며 분노해 씩씩거립니다.]

루크는 마치 자랑하려는 듯 반지를 낀 손으로 턱을 쓸어내렸다.

“신혼이잖습니까. 당신들에게 신경 쓸 새가 없었습니다.”

[‘사자의 서기관’이 앞으로 차단은 하지 말라고 요청합니다.]

“매일 밤 차단할 겁니다. 제가 당신들을 잊지 않는다면 매일 아침 해제해 드리겠습니다.”

알트페리아는 잠버릇이 심했다.

상대가 아무리 신이라고 하여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은 자신만이 독점하고 싶으니.

“루크.”

저를 부르는 방향으로 루크가 고개를 돌렸다.

알트페리아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왜 여기에 혼자 있어요?”

“기자들과 인터뷰를 방해할까 우려해 떨어져 있었습니다.”

“기자들은 다 돌아갔어요. 이제 우리도 집으로 돌아가요.”

“예.”

루크는 능숙하게 알트페리아의 손을 붙잡았다. 이제 시키지 않아도 에스코트는 자동이었다.

새삼스레 그의 변화가 와 닿았다.

왠지 재밌게 느껴져 혼자 키득거리던 알트페리아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에드나의 땅에 대해 발언할 때 루크가 거들었었지.

“사실입니다. 제가 부인을 너무나도 사모하여 모든 걸 내어줬습니다.”

재판 중에는 어쩔 수 없이 넘어갔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까 이유를 묻고 싶어졌다.

“그나저나 법정에서 사모한다고 하신 거 말이에요. 진짜예요?”

천천히 걷던 그가 우뚝 멈춰 섰다.

알트페리아가 그를 올려다보자, 루크가 시선을 맞추고 눈웃음을 지었다.

“이제 알아차렸을 리는 없으시겠고.”

그러게.

루크가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건 진즉에 알아차렸는데 왜 물은 걸까.

그와 보폭을 맞춰 걷던 알트페리아는 머지않아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확실하게 한 번 더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자신을 향한 루크의 마음을.

그 사실을 깨달은 알트페리아의 귓가가 살짝 붉어졌다.

왠지 루크가 알아차리진 않았으면 해서 그를 마차 쪽으로 이끌며 서둘렀다.

“……덕분에 에드나의 땅 관련 이야기는 잘 넘어갔어요. 잘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지만, 루크는 모른 체하고 따랐다.

* * *

사제들은 입이 싸다.

거기에 신전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에게 재판의 결과를 알려줬더니, 빠른 속도로 신문을 찍어내 소문을 퍼뜨렸다.

특히 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진 덕분에 평소 귀족들의 재판 결과가 퍼지는 속도보다 몇 배로 빨랐다.

각종 귀족 모임에서 로저필드 백작 부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무리 탐이 난다고 해도, 남의 물건에 욕심을 내다니 한심해요.”

“로저필드 백작 부인은 돈에 명예를 판 거예요.”

귀족들 사이에서 다프네의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야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시스템> ‘메인 목표: ‘D’의 평판을 깎아라’ 달성 완료!]

[<시스템> 보상을 획득하셨습니다!]

[<시스템> 명성치 50이 증가했습니다!]

[<시스템> 400,000,000 르블라가 증가했습니다!]

[<시스템> 현재 보유 재산: 780,000,000 르블라]

[<시스템> 400,000,000 르블라를 획득한 당신에게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이상한 씨앗]

명명한 작물로 자랍니다.

오, 뭐가 들어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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