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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62화 (62/91)

제62화

연습이라고?

나는 그런 거 없어도 잘하거든!

“저는 연습 같은 건 필요 없어요. 루크처럼 실전에 강하거든요.”

그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차를 마셨다.

알트페리아는 그런 루크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검에 관해 설명해 줬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그 검은 루크의 오라를 버틸 수 있어요.”

그가 눈을 깜빡였다.

“제 오라를 말입니까? 아실지 모르겠지만 르블레아에선 단 한 번도 전력을 다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의 압도적인 힘을 버티는 금속은 존재하지 않았다.

루크는 검이 부러질까 봐 언제나 힘을 조절하여 싸웠고, 그 결과 종종 다쳤다.

소드마스터의 검도 원작 후반부에서나 얻어서 이미 웬만한 데는 다 다친 상태였다.

이번에는 검을 빨리 손에 넣었으니, 피폐물 속 주인공으로 온갖 굴림을 당할 필요가 없어졌다.

알트페리아가 깍지를 끼며 씩 웃었다.

“루크의 전력을 버틸 수 있는 검이니까 마음껏 날뛰세요.”

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흥미롭군요. 드래곤의 봉인이 얼른 풀렸으면 합니다.”

“몸이 근질근질하세요?”

전투에 막 나가고 싶어서?

“쓰러뜨리기 힘들어서 문제지 드래곤의 부속품은 비싸잖습니까.”

“맞아요. 아티팩트 재료로 드래곤만 한 게 없는데 몇백 년간 구할 수 없었으니까요.

드래곤의 신체는 강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그런 드래곤을 재료로 사용한 아티팩트는 뛰어난 효과를 자랑한다.

특히 아티팩트를 제작하는 마탑의 마법사들이 눈이 돌아가서 엄청난 금액을 제시할 것이다.

드래곤은 토벌하는 사람이 차지한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제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빼앗을 수 없다.

드래곤을 토벌할 정도의 실력을 지닌 이에게서 어떻게 뺏어가겠어.

그러니까 드래곤은 루크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리아는 예쁜 것과 돈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

“열심히 하겠습니다.”

“돈은 알겠는데 예쁜 건 뭐예요?”

턱을 괸 그가 고개를 나른하게 기울였다.

가느스름해진 루크의 눈이 살짝 휘었다.

입으로 내뱉진 않지만 마치 예쁜 건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자신감 넘치는 그의 행동을 지적할 수가 없다는 것.

사실이니까!

왠지 더워지는 것 같았다.

주변의 시선도 느껴졌다.

알트페리아의 볼이 눈에 띌 정도로 붉어지자 무슨 일인가 싶어 훔쳐보는 것이었다.

루크가 무대를 만들어줬다.

이제 금실 좋은 부부의 연기를 할 차례였다.

그녀는 결혼반지를 낀 루크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에게 몸을 기울이며 쪽,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놀란 듯 살짝 눈을 뜬 그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알트페리아가 장난스레 웃으며 속삭였다.

“말했지요? 저는 실전에 강하다고요.”

* * *

가벼운 데이트를 끝내고 발트레 저택으로 돌아온 알트페리아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 작은 네모난 창에는 이상한 씨앗이 들어 있었다.

손끝으로 이상한 씨앗의 그림을 꾹 누르자 씨가 인벤토리에서 빠져나왔다.

손톱만 한 크기의 검은 씨앗 옆에는 작은 설명창이 붙어 있었다.

[이상한 씨앗]

명명하는 식물로 빠르게 자라납니다.

※ 현존하는 식물만 가능합니다.

현존하는 나무라.

그녀가 중얼거렸다.

“커피나무.”

파앗―! 씨앗이 빛나면서 푸른색의 작은 창이 몇 개 더 떴다.

[<시스템> 커피나무의 새로운 품종을 탄생시킵니다!]

[<시스템> 명칭을 정해주십시오!]

커피나무의 새로운 종을 만드는 모양이었다.

이름부터 새로 붙이라니,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그래서 그냥 지역명을 붙이기로 했다.

“발트레.”

그다음으로는 몇 년생 식물인지, 꽃과 종자의 모양은 어떠한지, 다양한 선택지가 떴다.

향기롭고, 튼튼한 나무가 되도록 설정하던 알트페리아는 새로 뜬 선택지에 멈칫했다.

[<시스템> 커피나무(발트레 품종)의 최적의 서식 환경을 설정하십시오!]

[커피나무(발트레 품종)]

최적의 서식 환경

1. 열대 기후

2. 온대 기후

3. 냉대 기후

4. 한대 기후

본디 커피나무는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는데.

시스템의 힘을 빌리면 추운 지방에서도 자라게 할 수 있는 건가?

발트레의 땅 대부분은 새싹조차 싹틀 수 없는 차가운 얼음이었다.

만약에 한대 기후에서 자라는 커피나무를 만들 수 있다면 발트레의 방치된 땅도 쓸모가 생긴다.

그녀는 주저 없이 한대 기후를 선택했다.

[<시스템> 커피나무(발트레 품종)의 설정을 완료했습니다!]

파아앗―!

손 안에 있던 씨앗의 크기가 조금 더 커지더니 볶기 전의 생두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이템 설명창이 떠 있었다.

[커피나무(발트레 품종)의 씨앗]

한대 기후에서 가장 잘 자라는 커피나무

예상 성장일 7일

아직 심어보진 않았지만 얼어붙은 하얀 땅이 녹색으로 물든 모습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세이룬!”

알트페리아는 씨앗을 소중히 감싸며 세이룬을 불렀다.

“예, 소공작님. 저를 찾으셨어요?”

“이 씨앗을 가지고 발트레 영지에 다녀와 줘!”

어떤 씨앗인지는 모르지만 알트페리아는 마치 광산을 발견한 것처럼 들떠 있었다.

“씨앗을요?”

“그래, 발트레에서 가장 추운 땅에 심으면 일주일 만에 열매가 열릴 거야. 열매를 전부 가져와 줘!”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주일 만에 수확할 수 있다니?

게다가 발트레의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작물은 없었다.

아무리 이상하다고 하나 명령은 명령.

주인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목숨을 바쳐 소공작님의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세이룬은 복종의 의미로 부복하며 알트페리아의 명을 받들었다.

* * *

제국을 지탱하는 4대 공작 가문.

그중에서 무력으로 가장 강한 가문이 그랑힐데고, 마법으로 손꼽히는 가문이 동부의 사이몬이었다.

사이몬은 대대로 동부에 있는 마탑을 관리해 왔는데, 이번 대의 젊은 공작인 칼립스는 마탑주의 직책까지 맡았다.

능력이 뛰어난 것은 분명하나, 그는 영지에 틀어박혀 술식 계산만 하느라 제도에는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저택도 마탑과 연결해 버려 밖에 나오는 일 자체가 드문 은둔형 외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칼립스의 집무실에 마탑의 마법사가 나타났다.

“사이몬 공작님! 큰일이 났습니다!”

한참 계산식에 매달리고 있었는데 불청객이라니.

방해받는 걸 싫어하는 칼립스가 한쪽 눈을 찡그렸다.

“네겐 에드나의 조사를 맡겼을 텐데. 무슨 일이기에 그리 호들갑 떨며 돌아왔는가.”

“공작님을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 정말로 큰일이라서 말입니다.”

헐레벌떡 뛰어온 마법사는 조사차 에드나 항구에 보냈던 자였다.

에드나 항구에는 드래곤이 봉인되어 있었다.

술식에 이상이 생기면 알람이 오기 때문에 그냥 방치만 해뒀었는데 최근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북부의 발트레 소공작이 에드나 항구의 땅을 샀다는.

에드나는 발트레보다 훨씬 기온이 낮아 북부 사람조차 몇 시간 버티지 못하는 혹한의 땅이었다.

그녀가 에드나 땅을 탐내는 이유가 뭘까.

호기심이 생겨 마탑의 마법사를 몇 보내 조사시킨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았다.

숨을 고르던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공작님의 명령에 따라 에드나를 조사하는데…… 바다가 녹고 있었습니다!”

에드나의 바다가 얼어붙은 이유는 얼음 마법으로 화룡 크레치만을 봉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바다가 녹고 있다는 뜻은 봉인이 깨어질 거라는 거고.

크레치만을 봉인하기 위해 그 주변 땅 모두를 영구동토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영원히 깨지지 않으리라 확신한 술법이 파훼되고 있다는 소리인가.

“뭐? 술식은 확인한 건가?”

“예, 에드나에 설치된 술식은 모두 조사했지만, 딱히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봉인은 멀쩡한데 바다가 녹는다.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크레치만의 힘이 강해진 거다.”

잠들어 있는 드래곤의 힘이 봉인으로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진 모양이었다.

봉인된 드래곤이 갑자기 강해질 리는 없으니,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는 거였다.

하지만 조사는 잠깐 미뤄야 했다.

비상사태니까.

“마법사를 추가로 파견하여 술식을 보강하라고 일러.”

“예, 공작님!”

이미 바다가 녹기 시작했으면, 따로 손을 쓸 방법은 없다.

그래도 봉인이 풀리는 걸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봉인이 풀린다면.

동부를 책임지는 영주로서 목숨을 바쳐서라도 크레치만을 쓰러뜨려야 했다.

* * *

세이룬을 발트레 영지에 보낸 지 며칠이 지났다.

그사이 알트페리아는 카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일단 가게의 이름과, 내부 인테리어 방식을 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직원을 뽑고 관리할 사람을 정해야 했다.

동시에 선보일 메뉴도 결정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커피를 선보이고 싶지만, 르블레아 사람들은 혀가 아릿할 정도의 단 음식을 좋아한다.

쓴맛이 강한 커피를 내세웠다간 망하기 딱 좋을 것이다.

‘일단 찻집부터 시작해야겠는데.’

요새 제국은 말린 과일이나 꽃잎을 넣은 블렌딩티가 유행 중이다.

가게만의 독특한 블렌딩을 조합하려면 또 시간이 걸린다.

거기에 찻잎도 수입해야 하고.

끝이 아니다.

‘디저트도 팔아야겠지.’

제도는 슬슬 더워지고 있었다.

이왕이면 시원한 디저트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걸 메뉴로 내놓으려면 아티팩트도 있어야 할 텐데.’

자신이 생각한 디저트를 만들려면 얼음을 잘게 부술 아티팩트가 필요했다.

“마탑을 찾아가야겠네.”

얼음을 깨부술 아티팩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원리는 알고 있으니, 마탑의 마법사와 만나 잘 설명하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준비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본격적으로 카페를 오픈하고 나면 더더욱 바빠지겠지.

‘아, 정말 제대로 된 상단이 당장 필요하겠는데?’

카페 관리를 부탁할.

하지만 처음부터 상단을 키울 시간 같은 건 없다.

적당히 규모가 있는 중견 상단이 필요한데.

‘역시 에드먼드 후작을 만나야겠어.’

발트레에서 독립한 가신인 에드먼드 후작.

그가 먼저 연락해 오길 기다렸지만, 급한 쪽이 먼저 접촉을 시도해야 할 듯했다.

때마침 에드먼드 후작의 구미가 당길 법한 소식도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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