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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64화 (64/91)

제64화

알트페리아의 말에 에드먼드 후작이 씩 웃었다.

“항만 수수료를 영구적으로 얻을 수 있는 큰 사업입니다. 이걸 그냥 놓칠 멍청이가 있겠습니까?”

“…….”

“이 건은 제가 직접 맡겠습니다. 소공작님의 마음에 쏙 드는 가게를 찾아보지요.”

리암이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상단주 본인이 직접 나서겠단 뜻이었다.

찻집을 직접 운영하는 에드먼드 후작이니 맡은 일은 제대로 해줄 것이다.

좋아, 이로써 가게를 구하는 문제는 끝이다!

* * *

에드먼드 후작은 며칠 만에 가게를 하나 구해줬다.

무려 에드먼드 가문에서 운영하는 찻집 중 하나를 통째로 내어준 것이다.

후작은 편지와 함께 부동산 계약서를 보냈다.

알트페리아는 조금 얼떨떨해 하며 내용을 확인했다.

<소공작께서 원하신 입지만을 따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가게입니다.

황궁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을 뒀으며, 유명 살롱과 인접해 있어서 사람도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니까요.

이미 찻집으로 운영 중이며, 혼자서 3인분은 하는 직원도 두었습니다. 입담도 좋아서 그녀를 만나러 찾아오는 손님도 많지요.

옛정으로 먼저 기회를 주셨으니 저 또한 옛정을 생각해 성의를 더했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감정가에서 좀 더 싼 값에 찻집을 통째로 넘겨주는 거였다.

이 정도 금액이면 항만 관리를 맡기며 받기로 한 계약금에서 제하면 될 듯했다.

‘이 좋은 가게를 그냥 넘기다니.’

아무리 옛정이 있다지만, 너무 헐값인데.

알트페리아는 에드먼드 후작이 보낸 부동산 자료를 꼼꼼히 살펴봤다.

마찬가지로 직원에 대한 정보도 있었는데 오히려 유명 찻집을 전전한 화려한 경력이 놀라울 뿐,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지도도 확인했다.

인근에 레스토랑이 몇 개 몰려 있는 것 말고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가게였다.

수상해.

너무 완벽해서.

알트페리아는 설렁줄을 당겨 에델을 불렀다.

“소공작님. 부르셨어요?”

“찾으셨습니까, 소공작님.”

오늘도 에델은 리베르트랑 한 세트였다.

“리베르트는 따로 일이 있지 않았어?”

“제 업무는 모두 끝마치고, 에델을 돕고 있었습니다.”

일을 다 끝냈으면 뭘 하든 상관없긴 한데.

그나저나 리베르트의 입가에 뭔가가 묻어 있었다.

처음에는 소스 같은 건 줄 알았는데 보니까 아니다.

연분홍색 물감이 번진 듯한 자국이었다.

‘저거, 립스틱 아냐?’

게다가 저 립스틱 색상.

에델이 바르고 있는 것과 같다!

‘둘이 잘되어가고 있나 본데.’

뭐, 일만 잘한다면 고용인의 사생활에 간섭할 생각은 없다.

알트페리아는 부동산 지도를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 가게를 구매할 예정이야. 그런데 너무 헐값에 넘기는 것이 이상해서 말이야. 조사 좀 해줘.”

솔직히 여기보다 좋은 위치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럽긴 하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면 사양해야지.

지도를 살펴보던 리베르트가 뭔가 알아차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도만 봐도 알겠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가게가 크리스털 크라운입니다.”

아, 여기가 바로 로저필드 가문이 운영하는 크리스털 크라운이었구나.

앨런이 하도 자랑해서 이름은 익숙하지만, 데려간 적이 없어서 몰랐지 뭐야.

곁에 있던 에델이 거들었다.

“크리스털 크라운은 저도 이름을 들어봤어요. 반면 그 옆에 찻집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요컨대 인근에 유명한 디저트집이 있어서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거였다.

오히려 좋은데?

“마음에 드는데. 이 가게를 인수해야겠어.”

“네? 크리스털 크라운을 피하는 게 아니고요?”

“유명한 만큼 찾아오는 손님이 많을 거 아냐. 따로 호객할 필요 없어 더 좋아.”

“크리스털 크라운을 찾아왔다가 줄이 너무 길어 지쳐 포기한 손님을 노리실 생각입니까?”

리베르트는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지만, 입가에 묻은 립스틱 자국 때문에 집중이 안 됐다.

“아니, 단골손님도 전부 빼앗을 거야.”

빼앗을 맛이 있을 것이다.

크리스털 크라운은 자신이 앨런에게 눈이 멀었을 때 잔뜩 투자했던 곳이니까!

가보지도 못했으면서 돈만 부었다고!

의욕에 불타는 알트페리아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리베르트가 입을 열었다.

“혹시, 로저필드 백작 가문의 가게이기 때문입니까?”

“그 이유도 있지만, 왠지 파산시킬 수 있을 것 같거든.”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원래 이 주변에는 디저트 가게가 여럿 있었는데 모두 크리스털 크라운의 훼방으로 문을 닫았거든요.”

“…….”

“잘나가는 가게의 레시피를 훔치는 것은 물론, 증거도 없이 비방하며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더러운 수를 잔뜩 썼지요.”

그 앨런의 아버지다웠다.

“악당이라면 더욱 쓰러뜨릴 맛이 있지.”

생각에 빠진 리베르트 대신 에델이 입을 열었다.

“로저필드 가문의 가게라면 당연히 부숴버려야죠! 저도 도울게요. 소공작님!”

“…….”

“얼마나 큰지 모르겠지만, 가게 하나 엎는 건 한 시간이면 돼요!”

에델은 매출로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해결할 듯 불타올랐다.

‘그때의 피가 들끓는 건가.’

에델은 한때 제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신분을 숨기고 어려운 사람을 전력으로 도왔는데 모두 물리적으로 해결했다지.

“복잡하게 머리를 쓸 필요 없이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곁에 있는 리베르트는 조금 못마땅해 눈을 굴렸다.

그로서는 위험부담을 품으며 인수해야 할 필요가 없어 보였기에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에델이 의욕을 불태우지 않나.

그렇다면 자신도 도울 뿐이다.

“저도 돕겠습니다. 크리스털 크라운의 레시피를 빼 오는 것은 물론 거짓 소문을 퍼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크리스털 크라운을 무너뜨리겠다는 의지로 불타올랐다.

에델은 무력으로, 리베르트는 음모로.

알트페리아는 한 손을 가볍게 휘휘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내겐 비장의 무기인 빙수가 있거든!”

알트페리아는 디저트로 빙수를 팔 생각이었다.

한동안 르블레아는 더워지니까 분명히 수요가 있을 것이다.

리베르트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모르는 공격용 아티팩트를 보유하고 있으시다니, 역시 발트레의 소공작님은 다르십니다.”

아니, 비장의 무기라고 했지만 아티팩트가 아냐!

그냥 우유얼음 갈아서 연유 뿌리는 거라고!

에델이 놀란 듯 입을 가렸다.

“빙수요? 왠지 이름만 들으면 도시 하나를 괴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병기인 것 같아요.”

왠지 이 둘과 계속 이야기하다가는 빙수의 토핑으로 적장의 목이 올라갈 것 같았다.

‘내보내야지.’

필요한 정보는 다 얻었으니까.

알트페리아는 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 근처를 톡톡 쳤다.

“대화는 이쯤이면 됐고, 너희들은 가서 하던 일 마저 해.”

꾸벅 인사를 하던 에델이 그제야 리베르트의 입술에 있는 흔적을 발견하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리고 혹여 리베르트가 이상한 소리라도 내뱉을까 그를 붙잡고 후다닥 사라졌다.

홀로 남은 알트페리아는 펜을 들어 올려 답장을 보냈다.

<마음에 쏙 들어요. 인수하도록 할게요.>

보기 좋게 성공해야지.

제발 동업해 달라고 매달릴 정도로!

답장과 함께 에드나 항구의 관리자 계약서를 보냈다.

이렇게 해서 에드나 항구의 관리는 에드먼드 상단이 맡게 되었다.

알트페리아는 그들이 벌어 온 항만 수수료의 일부분을 매달 꼬박꼬박 받기로 했고 말이다.

이로써 발트레 영지를 부흥시킬 기초 토대를 닦을 수 있었다.

* * *

로저필드 백작 저택은 먹구름이 드리운 것처럼 우중충했다.

고작 브로치 때문에 고소장을 받은 것도 환장할 노릇인데 패소하여 손해를 봤다.

발트레에 합의금을 보낸 것보다 가문의 위상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앞으로 로저필드 백작가는 초대하지 않을 거예요. 뭐가 없어질지 모르니까요.”

“그냥 없어지기만 하면 다행이죠. 자기 거라고 우길지도 몰라요.”

“어머, 로저필드의 사람을 초대하려면 모든 물건에 이름을 써놔야겠어요.”

어딜 가나 재판 이야기뿐이라 로저필드 백작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심지어 서류를 위조한 죄목으로 법정에서 바로 잡혀간 다프네는 앨런의 폭로 때문에 충격을 받아 조사에 제대로 임하지도 않았다.

이대로라면 유죄가 확정되어 구금될 것 같았다.

그리고 저를 낳아준 부모 대신 알트페리아를 두둔한 앨런은 매일 술에 취해 널브러져 있었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가 한숨을 푹 내쉬고 있을 때였다.

크리스털 크라운을 관리하는 직원이 로저필드 백작을 찾아왔다.

“백작님, 이번 달 전표입니다.”

평판 때문에 크리스털 크라운에도 타격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크리스털 크라운은 여전히 잘나가고 있었다.

이참에 크리스털 크라운에나 집중할까 싶었다.

‘슬슬 그 메뉴를 꺼내야겠군.’

오랜 장사 노하우를 토대로 만든 특별한 디저트가 있었다.

신 메뉴는 언제나 반응이 좋았다.

이번에는 특히 더 자신작이니 르블레아의 모든 사람이 지갑을 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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