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74화 (74/91)

제74화

알트페리아는 눈을 깜빡깜빡했다.

밀리아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슬퍼졌다.

‘우리 오너님, 얼마나 충격을 받으셨으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시는 걸까.’

앞으로 내뱉을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일 것이다.

하지만 알트페리아에게 꼭 전해야 했다.

진실을 알아야 한시라도 빨리 대응하기 때문이었다.

“크리스털 크라운은 빙수에 과일과 함께 주력 상품인 마카롱을 올려서 팔고 있어요! 똑같이 마차로 광고까지 하고 있고요. 심지어 광고 문구까지 저희것을 베낀 거 있죠.”

역시 앨런의 아버지답다.

웬일로 얌전히 있나 했더니, 상도덕 없이 구네?

“앞으로 어떡하죠?”

“일단은 그냥 둬.”

“저희를 따라 하는데 괜찮은 건가요?”

알트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 광고야 크리스털 크라운이 아니어도 온갖 상단이 따라 하리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돈을 더 써서 모든 마차를 다 독점하고 싶진 않았다. 효율이 떨어지니까.

마차 광고를 본다고 모든 사람이 다 오는 것도 아니니.

하지만 광고 문구를 따라 하는 건 선을 넘었다.

‘먼저 싸움을 걸다니.’

이 값은 톡톡히 치르게 해줄 것이다.

일단은 밀리아를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레시피는 쉽게 따라 할 수 없어. 걱정하지 마.”

“아……. 하긴 그렇네요.”

밀리아는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골든 페어리에서 판매하는 빙수는 단순히 얼음을 갈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우유얼음이거든.’

그냥 얼음을 백날 갈아봤자 빙수의 맛을 재현할 순 없었다.

게다가 연유도 어떤 재료에 어떤 배합으로 만드는지 모를 것이고.

밀리아는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레시피를 잘 지켜야겠어요!”

하지만 빙수와 연유는 재료만 알면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조리법이 쉬웠다.

주방에 있는 재료들만 봐도 어느 정도 감이 오겠지.

‘뭐, 걱정 없어.’

밀리아는 물론 추가로 뽑은 직원들은 모두 월급이 빵빵했다.

르블레아에는 존재하지 않는 직원 혜택까지 쥐여주고 있으니 그들은 직장에 절대 충성 중이다. 어지간해선 레시피를 유출할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알트페리아는 골든 페어리의 경비 역할로 에델을 보냈다.

에델을 보내니 덤으로 리베르트까지 따라갔다.

그리고 알트페리아는 약간의 덫을 놓았다.

바로 가짜 레시피를 준비한 것이다.

* * *

로저필드 백작은 기대에 가득 찼다.

오늘은 크리스털 크라운의 빙수 첫 개시일이기 때문이었다.

골든 페어리에서 판매하는 빙수와 똑같이 망고와 딸기를 듬뿍 올린 뒤 거기에 마카롱까지 더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마카롱을 올렸으니까 분명히 잘 팔릴 것이다.

다시 명성을 찾으리라 생각했는데 크리스털 크라운의 빙수를 맛본 손님들은.

“이게 뭐죠? 차가워서 이가 시리기만 해요!”

“얼음이 너무 단단해서 이빨이 나갈 것 같아요. 이런 걸 먹으라고 팔아?”

“역시 짝퉁은 진품을 따라가지 못하네요! 광고 문구를 따라 한 것부터 짝퉁 냄새가 났어요.”

“이럴 게 아닙니다. 골든 페어리의 제대로 된 빙수를 먹으러 가요!”

호응받긴커녕 오히려 골든 페어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버렸다.

몇몇 단골손님은 크게 실망했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심상치 않은 손님들의 반응을 확인한 크리스털 크라운의 직원들은 서둘러 로저필드 백작을 찾았다.

“백작님, 큰일 났습니다! 빙수를 먹은 손님들의 반응이 하나같이 좋지 않습니다.”

“큭…….”

기대가 와장창 무너진 백작은 신음을 내뱉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신 메뉴가 엉망이 되어 명성에 금이 갔다.

왜지.

골든 페어리랑 똑같이 마차 광고를 했다.

얼음을 갈아 과일을 듬뿍 올리고 거기에 마카롱까지 더했는데 왜 다들 별로라고 하는 걸까.

모양은 대강 흉내를 냈는데.

맛이 다른 걸 보면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를 뿌드득 갈던 로저필드 백작이 직원들에게 말했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골든 페어리의 레시피를 입수해야겠다.”

“골든 페어리의 주방에 몰래 들어가 볼까요?”

크리스털 크라운은 이때껏 인기 가게의 레시피를 훔쳐 발전해 왔다.

한두 번 해본 일이 아니었기에 골든 페어리의 레시피를 빼내는 것도 손쉬울 것이다.

하지만 로저필드 백작은 주저했다.

이대로 선을 넘었다간 알트페리아의 심기를 건드릴 것이다. 동물적인 본능이 그를 말리는 것 같았다.

이미 선을 넘어버린 것도 모른 채.

“찾는 사람이 많은 가게니 일단 조심하는 게 좋겠군. 크리스털 크라운의 직원들을 손님으로 위장시켜 골든 페어리의 빙수를 맛보게 해. 여러 번 먹어보면 재료를 파악할 수 있겠지.”

요리를 하는 사람들은 음식을 맛보면 뭐가 들어갔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방법으로도 레시피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주방에 몰래 숨어들 생각이었다.

* * *

크리스털 크라운의 빙수 사건 이후 알트페리아는 칼립스에게 추가로 아티팩트 제작 의뢰를 넣었다.

빙삭기와 비슷한 원리였는데 칼날 대신 핸드 믹스가 붙어 있는 거품기로 버튼을 누르면 고속 회전하여 크림을 만들거나 반죽하는 기계였다.

빙수와 프라푸치노를 팔아 돈도 벌었겠다, 아티팩트 제작 의뢰비를 주려고 했는데.

“프라푸치노를 계속 마실 수 있다면, 뭐든 돕겠다.”

그렇게 말하는데 사양할 리가 있나!

“큰 도움을 주셨으니, 이건 제 성의예요.”

알트페리아는 칼립스에게 프라푸치노 무료 쿠폰을 만들어줬다.

‘쿠폰은 계속 사용해도 되겠는걸?’

칼립스처럼 한 달간 무료는 아니고 아홉 잔을 마시면 한 잔 무료라는 식으로.

무료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 달리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골든 페어리에 음료 쿠폰도 생기고 나서, 발트레에 마탑의 마법사가 찾아왔다.

시녀의 안내를 받아 온 남자는 제대로 빗지 않아 엉망으로 엉킨 머리에 길게 늘어진 귀걸이가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두툼한 팔찌를 여러 개 착용하고 있었다.

칼립스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봉인구 개수가 많은 걸 보면 꽤 거대한 마력을 지닌 마법사란 것이다.

그는 낑낑대며 끌고 온 제 몸만 한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외쳤다.

“안녕하세요, 마탑의 마법사 라인하르트 텔튼이라고 합니다! 주특기는 물 마법. 보관과 관련된 아티팩트 제작에 흥미가 많습니다!”

첫인상은 ‘씩씩하다’였다.

칼립스가 말하길.

“이름은 라인하르트. 미리 말하지만 사소한 문제가 있는 마법사다.”

라며, 사소한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성격 쪽은 아닌 듯했다.

“어서 와, 사이몬 공작님께 이야기는 들었어.”

“예, 소공작님. 저도 대략적인 설명은 마탑주님께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빨라서 좋네.

“본론부터 말할게.”

알트페리아는 미리 만들어둔 종이컵 하나를 들어 올려 준비된 차를 부었다.

종이에 물이 담긴 모습을 보던 라인하르트의 양 눈이 반짝였다.

“와아! 제가 연구하던 아티팩트가 이런 효과를 가졌어요! 어떻게 하신 거예요?”

“종이에 왁스를 발라서 물이 새지 않게 만든 거야.”

생긋 웃던 라인하르트는 미소를 지우더니, 말라비틀어진 초목처럼 축 처졌다.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제 연구는 쓸모없네요. 어쩐지 아무도 협력하지 않았어요. 쓸데없는 연구라며.”

“나는 라인하르트의 연구 쪽이 더 흥미가 있는데.”

“어째서죠? 종이와 왁스로 만드는 거라면 제작비용도 얼마 들이지 않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을 건데요.”

알트페리아는 며칠 전 칼립스에게 이야기했던 문제를 고스란히 말해 줬다.

이런 편리한 물건이 개발되면, 자연 파괴가 함께 따라온다고.

하지만 라인하르트의 아티팩트 제작이 성공하면 많은 나무를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

라인하르트는 양손을 꼭 쥐더니 감동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래의 환경까지 생각하신 거군요! 소공작님의 큰 뜻은 알겠습니다.”

“그래, 네 연구는 쓸모없는 게 아니야. 자신감을 가지렴.”

조금 힘을 북돋워 주자, 라인하르트는 신이 난 듯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아티팩트 하나로 수많은 투명컵을 만드는 거였다.

충전된 마력으로 작동하는 아티팩트로 설정에 따라 투명컵의 모양과 용량을 달리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한 번 마력을 충전하면 반년 정도 쓸 수 있었다.

“매번 물컵을 씻기 귀찮아서 생각하게 되었어요. 집에 아티팩트 하나씩 갖춰두면, 물컵을 일일이 씻을 필요 없으니까요! 깨질 염려도 할 필요 없죠.”

설거지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연구하기 시작한 아티팩트지만, 테이크아웃 사업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핵심이 될 것이다.

“그래서 연구는 어디까지 진전되었어?”

“아, 한번 보실래요?”

“좋아.”

라인하르트는 제 덩치만 한 거대한 가방을 열어 뒤적거리더니 두툼한 서류를 잔뜩 꺼냈다.

칼립스가 말하길 투명컵은 꽤 복잡한 수식과 몇 가지 마법이 조합된 고난이도 마법이라고 했다.

그렇다 보니까 연구하는 자료도 방대한 듯했다.

알트페리아는 책상 위에 널린 서류를 흘끗 봤다.

수학 공식이 어지럽게 적혀 있는데 왠지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여기는 왜 일일이 더하고 있어?”

“네? 네에?”

5+5=10 여기서 또 5를 더해서 15, 추가로 5를 더해서 20으로 만든다.

이런 식으로 같은 수를 계속 일일이 더하고 있었다.

“여기도 일일이 빼고 있네. 나누면 한 번에 끝날걸.”

중얼거리던 알트페리아는 서류를 뒤적거렸다.

전생에서는 미적분까진 배웠다.

그렇다 보니까 이 정도 단순 수식은 빠르게 계산할 수 있었다.

“비효율적인걸. 좀 더 빠르게 계산하는 방법이 있는데.”

“네? 소공작께선 마법사가 아니신데 수식을 아세요? 마법에 관심이 있으셨던 거예요?”

관심은 전혀 없고, 전생에서 의무교육으로 배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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