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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76화 (76/91)

제76화

마탑이 시끄러워졌다.

타고난 마력은 거대하지만, 마법 하나 발동시키려면 몇 날 며칠이 걸리는 느려터진 놈!

그래서 결과적으로 자신이 가진 마력의 10분의 1 효율도 내지 못하는 꼴통.

간단한 아티팩트조차 만들어내지 못하는 마탑의 수치가 바로 라인하르트였다.

그런 라인하르트가 아티팩트를 완성시켰다는 소식에 마탑은 시끌벅적했다.

아무리 간단한 아티팩트라고 해도 수식이 여러 개가 들어간다.

라인하르트 혼자서 계산을 다 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라인하르트! 이 아티팩트를 네가 계산해서 완성했다고?”

지목당한 라인하르트는 뽐내듯 콧김을 뿜어댔다.

“맞아요!”

“느림보인 줄 알았는데, 할 땐 하잖아? 대단한걸!”

“에헴!”

처음 들어보는 마법사들의 칭찬에 라인하르트는 우쭐해졌다.

“그래서, 이 아티팩트는 뭘 하는 건데?”

“이건 액체를 담는 투명한 용기예요. 차가운 건 물론 뜨거운 음료를 담아도 손을 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요!”

“…….”

“게다가 마력만 채워 넣으면 영구적으로 투명컵을 생성할 수 있어요!”

라인하르트는 콧김을 뿜어대며 각종 모양이나 크기에 따라 맞춰 설정할 수 있고, 찌그러뜨리면 수식이 깨져 사라지는 아티팩트라고 설명했다.

완성품을 본 알트페리아는.

“정말 대단해, 라인하르트! 너는 요식업의 역사에 이름을 남길 거야!”

―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마법사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다양한 재질의 물병이 존재하는데……. 저런 아티팩트가 쓸모 있나?’

‘그래도…… 만년 낙제생이 처음으로 마법사 구실을 하지 않았나.’

‘맞아, 칭찬해 주면 앞으로 쓸 만한 걸 만들지도 몰라!’

눈빛으로 의견을 교환한 라인하르트의 선배들이 입을 열었다.

“그……것참 어딘가 쓸모가 있겠지. 잘했어, 라인하르트!”

“그래, 처음으로 아티팩트를 완성했다는 데 의의를 둬야지. 너는 지닌 마력도 많으니 앞으로 많은 일을 해낼 거야!”

“이제 그 엄청난 마력으로 많은 일을 하자고!”

선배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라인하르트가 뭔가라도 해냈다는 사실을 축하해 줬다.

“헤헤, 고마워요. 선배들.”

쓴소리만 들어서 축 처져 있던 라인하르트가 헤실대니 선배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후배의 기분을 북돋워 준 선배들은 라인하르트를 찾아온 다른 목적을 꺼냈다.

“라인하르트, 궁금한 게 있어.”

“뭐든 물어보세요!”

“이렇게 단기간에 계산식을 완성시킨 비결이 뭐야?”

라인하르트가 빠르게 계산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알트페리아의 특별 수업 덕분이었다.

그녀의 가르침으로 무식하게 더하기만 하던 자신이 다양한 수식을 사용해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무시무시한 남자도 거들었지만…….’

대체 뭘 하던 자인지.

소드마스터라는 자가 마탑주에 버금가는 계산 속도를 가졌다.

온갖 수식을 활용하여 단숨에 식을 풀어 내리는 모습에 압도되어 버렸다. 만약 그가 마력을 지녔더라면, 마탑주의 자리를 두고 경쟁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소공작에게 어울리는 남자라고.

도움은 그들에게 받았지만, 부가적인 것도 하나 있었다.

바로 밤잠을 쫓게 해준 커피였다.

알트페리아가 말했다.

“만약에 마탑의 마법사들이 네가 발전하게 된 계기를 물으면 이렇게 답해!”

그녀의 당부를 잊지 않은 라인하르트가 말했다.

“제가 똑똑해진 건 커피 덕분이에요!”

그녀가 준, 쓰기만 한 검은 물.

그걸 먹으면 쏟아지는 잠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먹다 보니 고소해졌지.’

처음에는 무진장 쓰기만 했는데 마시다 보니 점점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나중에는 괜스레 먼저 찾게 될 정도였다.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닌지라, 라인하르트는 당당했다!

“커피? 그게 뭐야?”

“씁쓸한 맛이 나는 검은 물인데 이상하게도 집중이 잘 되고 정신이 또렷해져요.”

“꼭 쓴맛만 있는 건 아니다.”

그 말에 마법사들이 고개를 돌렸다.

대체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탑의 주인인 칼립스가 있었다.

“탑주님!”

“사이몬 공작님을 뵙습니다!”

마탑주의 등장에 모든 마법사가 고개를 조아렸다.

칼립스가 입을 열었다.

“소공작이 내게 대접해 준, 커피를 섞은 프라푸치노란 음료는 단맛이 진했다. 커피보다는 효과가 덜하지만, 훨씬 먹기 편하더구나.”

“마탑주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더욱 궁금하군요. 크크흠, 곧 논문 발표도 해야 하는데 일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아마도.”

“저도 최근 계산이 막혀 아티팩트 제작이 지지부진합니다. 효율을 높여준다고 하니 관심이 가는군요.”

라인하르트의 눈이 반짝였다.

알트페리아가 덧붙이라는 말이 하나 더 있었는데, 딱 지금이 내뱉을 순간이었다.

“커피는 골든 페어리에서 만날 수 있어요! 아직 정식 메뉴는 아니지만, 찾는 사람이 있으면 내어준다고 하더군요!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고 하면 된대요!”

“…….”

“심지어 아홉 잔을 마시면, 한 잔은 무료라고 합니다!”

그 말에 마법사들의 몸이 들썩였다.

당장 골든 페어리로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칼립스가 말했다.

“마침 발트레 소공작에게 가져다줘야 할 물건이 있다. 심부름을 할 자가 있는가?”

알트페리아가 의뢰한 아티팩트가 완성된 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배달하고 싶지만, 화룡 크레치만의 봉인이 불안해져서 그럴 수 없었다.

몇 달은 버틸 줄 알았는데 드래곤의 힘이 생각보다 강했다.

상황을 계속 주시해야 하므로 마탑주인 칼립스는 크레치만의 봉인에서 멀리 벗어날 수 없었다.

기다렸다는 듯 마법사들이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저요! 제가 가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훨씬 더 빠릅니다. 시켜만 주십시오.”

아웅다웅하던 마법사들은 결국엔 단체로 제도로 몰려가 커피를 한 잔씩 구매했다.

그 후로 골든 페어리에는 다른 음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커피만 시키는 수상한 무리가 생겼다.

검은 로브로 온몸을 칭칭 동여맸지만, 화려한 장신구를 착용한 팔 등을 보면 마법사들이었다.

마법사는 엉덩이가 무겁기로 소문난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매일 꼬박꼬박 골든 페어리에 찾아오는 이유가 궁금해진 손님들이 조심스레 물었다.

“차림을 보아하니 마탑의 분인 듯합니다만, 매일 찾아오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저희는 커피를 마시러 옵니다.”

“커피요? 메뉴판에 그런 메뉴는 없는데요.”

“필요하다고 하면 살 수 있는 비밀 메뉴입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확 달아나서, 상쾌한 하루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함께 온 다른 마법사가 끼어들었다.

“그 정도가 아니지! 계산식도 빨라지거든! 머리가 좋아진다고!”

“호오, 저도 한번 시켜봐야겠네요.”

“메뉴판에는 없지만,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해보십시오.”

왠지 비밀 암호를 말하는 느낌이 들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이렇게 해서 아직 메뉴판에 등록도 하지 않은 커피가 입소문을 타, 은근슬쩍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 * *

알트페리아는 라인하르트가 완성한 투명컵 아티팩트를 이용하여 테이크아웃을 시작했다.

빙수 포장은 예상대로 많은 사람이 이용했는데, 프라푸치노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차에 익숙한 제국인들은 커피 맛에 익숙지 않았다.

그래도 초콜릿과 섞은 음료는 부담 없이 마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선방하는 메뉴는 따로 있었다.

바로 아메리카노였다.

‘르블레아 사람들 입맛에는 쓸 텐데, 생각보다 훨씬 더 잘 팔리잖아?’

라인하르트가 제대로 광고를 해준 모양인지 마탑의 마법사들이 커피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몰려온 마법사를 본 일반 손님까지 호기심에 아메리카노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한 번 효과를 보면 찾을 수밖에 없지.’

커피가 가진 뛰어난 각성 효과를.

특히 마법사들은 수식을 계산하느라 밤새는 일이 허다하기에 카페인 수혈이 간절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벤티 사이즈로도 부족하겠는걸?’

이미 양동이에 담아가겠다는 마법사까지 나왔다.

호갱, 아니, 고객님들이 저렇게나 커피를 원하니까 양동이 사이즈를 만들어야겠다 싶다.

투명컵 아티팩트는 크기나 모양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니 양동이 사이즈를 만드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슬슬 2호점을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골든 페어리를 프랜차이즈로 만들어 확장하면 몇 배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음……. 괜찮은데?’

일일이 가게를 하나하나 만들어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을 것 같다.

만약에 2호점을 만든다면, 동부의 마탑 앞이 좋을 것 같았다.

‘마탑점은 분명히 잘될 거야.’

마법사들은 이미 커피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까.

생각을 끝마친 알트페리아는 씩 웃었다.

‘이대로라면 떼부자가 되겠는걸.’

그녀가 가게 현황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소공작님, 이번엔 정말로 큰일 났어요!”

골든 페어리의 매니저인 밀리아가 발트레 저택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정색하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간밤에 주방에 침입한 자가 있어요. 레시피를 훔치러 왔나 봐요!”

“어떻게 했어?”

“소공작님께서 지시하셨던 대로 일부러 놓쳤어요. 범인의 뒤를 에델 님이 쫓으셨는데 크리스털 크라운의 뒷문으로 들어갔다는 거 있죠!”

내 참, 정정당당하게 장사하지, 왜 자꾸 나를 건드릴까?

“주방에 있던 재료들을 다 봤을 거예요. 진짜 그대로 만들까요?”

“뇌가 있으면, 신 메뉴로 내놓진 않겠지?”

크리스털 크라운은 빙수를 따라 한 조잡한 얼음디저트를 내놓았다. 골든 페어리의 맛을 재현하지 못해 당연히 망했다.

그 뒤로는 갑자기 수상한 손님이 생겨났다.

매번 여럿이 방문하며 똑같은 메뉴만 시켜댄다. 좋아해서 먹는 거라고 하기엔 메모를 하는 것도 이상하단 말이지.

그래서 조사했더니, 크리스털 크라운의 직원들이었다.

레시피를 탐내는 게 분명해 보이니, 약간의 손을 써놨다.

골든 페어리의 재료는 딱 그날 소진될 양만 주문해서 남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알트페리아는 퇴근할 때마다 일부러 거짓 재료를 주방에 꺼내 두라는 지시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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