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79화 (79/91)

제79화

알트페리아가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요즘 참 이상한 일이 많아요. 며칠 전 밤에도 주방에 이상한 사람이 드나들었거든요.”

첩자가 말하길, 목격자 같은 건 없다고 했다.

알트페리아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증거 같은 건 없으니 태연한 척하면 된다.

하지만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자신의 은밀한 범죄를 들켰다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녀가 속삭였다.

“제 생각인데요. 며칠 전 주방에 드나든 사람과 오늘 사건의 범인은 같은 것 같아요.”

증거는 없다고! 대체 어떻게 아는 건데!

왠지 숨을 쉬기가 버거워 백작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짝―!

그 때 알트페리아가 손뼉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

“뭐, 우울한 이야기는 이쯤 하고요. 일단은 손님이 많이 찾아와 주셔서 기뻐요.”

“뭐……? 기뻐?”

“그야, 마카롱으로 유명한 가게가 떡하니 옆에 있어서 아무도 찾지 않으실 줄 알았거든요. 잔뜩 찾아와 주신 만큼 기대에 보답해야겠어요.”

그냥 허세는 아닌지 알트페리아는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상기된 표정으로 손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저필드 백작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마카롱을 새로 만들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오픈 시간에 맞추긴 힘들 텐데?”

“다행히도 일곱 가지 맛 모두 제시간에 맞춰 공개할 수 있답니다.”

“이, 일곱 가지?”

우리 가게는 두 가지도 겨우 만드는데?

“네! 그야 일곱 가지 마카롱을 만날 수 있다고 홍보했으니까요. 마차에 붙인 거 못 보셨어요?”

“아……. 봤지. 어떤 맛인가?”

“후후, 공개할 때까진 비밀이에요. 아! 미리 말씀드리지만, 소금 맛이나 오이 맛 같은 건 없어요.”

로저필드 백작은 순간 비명을 꽥 지를 뻔했다.

자신이 보낸 첩자가 골든 페어리의 주방을 드나든 걸 그녀가 알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알트페리아와의 대화를 대충 마무리한 로저필드 백작은 서둘러 크리스털 크라운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알고 있지?’

첩자를 보냈다는 증거 같은 건 남지 않았는데.

오늘 일도 그렇다.

범행에 사용된 아티팩트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지게 되어 있는 거라 증거 같은 건 진즉에 인멸되었을 것이다.

‘겁먹지 마.’

그냥 내뱉은 소리일 테니까.

하지만 거슬려서 미칠 것 같았다.

소금과 오이 이야기를 괜히 꺼낸 게 아닐 테니까.

게다가 살수라고?

찻집 종업원의 애인이 살수일 리가 있나!

‘신경 쓸 것 없어.’

어차피 골든 페어리는 망할 것이다.

신 메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몰려왔지만, 마카롱은 내놓지 못할 테니까.

단시간에 마카롱을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마카롱은 흰자와 설탕을 거품기로 수천 번 치대어 만든다.

급하게 사람을 고용해 봤자, 머랭부터 손으로 일일이 만들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릴 터다.

‘얼른 망해버려.’

다시는 마주치지 않게.

* * *

딸랑― 딸랑―

골든 페어리 입구에 매달린 종이 쉴 틈 없이 울렸다.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찾아와서였다.

투명컵 아티팩트 완성 이후로, 가게에서 먹고 가는 사람보다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아졌다.

특히 오늘은 마카롱을 개시하는 날이라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골든 페어리를 찾았다.

마카롱 진열대 앞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색상 좀 봐요, 너무 예뻐요!”

“이게 마카롱이에요? 보석 같은걸요.”

르블레아의 마카롱은 작고 동그란 모양이다.

맛도 몇 가지 없고, 색상도 초콜릿은 짙은 갈색, 바닐라는 베이지색으로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하지만 알트페리아가 살던 전생의 세계에는 온갖 모양과 색상의 마카롱이 넘쳐났다.

이번에 선보인 마카롱은 두 가지 색상이 절묘하게 뒤섞여 마치 고급스러운 대리석조각 같았다.

전생에서는 마블마카롱이라고 불리던 것이다.

“맛도 다양하네요? 고르는 재미도 있어요!”

“아,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알트페리아의 준비는 마블마카롱으로 끝이 아니었다.

<달콤함이 세 배! 맛도 세 배!>

괜히 붙여놓은 광고가 아니었다.

“중간의 필링이 되게 두꺼운 마카롱이네요.”

“왠지 하나만 먹어도 배부를 거 같아요.”

K마카롱으로 이름을 떨치던, 필링을 두껍게 바른 뚱카롱까지 준비했다.

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는다는 말이 있다.

겉보기가 좋으면 일단 기분마저 좋아진다는 뜻인데, 그런 의미에서 뚱카롱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저는 못 고르겠어요. 그냥 맛별로 전부 다 살래요. 일곱 가지 전부 다 주세요!”

마블마카롱과 뚱카롱 모두 잘나갔다.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주방의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본디 마카롱은 만들기 꽤 어렵고 까다로운 디저트였다.

마카롱에는 머랭이 필수로 들어간다. 머랭은 계란 흰자와 설탕을 믹서에 넣어 거품기로 수천 번 휘저어야 만들어진다.

손으로 일일이 쳐내야 하므로 많은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카롱으로 유명한 크리스털 크라운도 한 번에 두 가지 맛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골든 페어리는.

위이이이잉―!

칼립스가 만든 전동 거품기 덕분에 빠르고 쉽게 머랭을 만들었다.

모든 뒷정리가 끝난 걸 확인한 알트페리아는 한숨을 돌렸다.

‘후, 미리 아티팩트를 만들어두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어.’

손으로 일일이 머랭을 치고 앉아 있었으면 진짜 망할 뻔했다.

‘가게 현황.’

생각과 동시에 눈앞에 푸른색 시스템창이 떴다.

‘아주 잘나가고 있어.’

마카롱은 미친 듯이 잘 팔리고 있고, 전동 믹서 아티팩트 덕에 만드는 속도도 문제없었다.

거기에 노예, 아니, 물 마법에 능숙한 라인하르트까지 잡아 와서 습도 유지도 적절하게 하고 있으니 마카롱을 공장 수준으로 뽑아내고 있었다.

쭉쭉 오르는 매출표를 확인한 알트페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로저필드 백작이 알면 뒷목 잡겠네.’

아예 대놓고 구경까지 나온 걸 보면, 망할 게 분명하리라 생각한 모양인데.

애석하게도 망하긴커녕 골든 페어리는 아주 잘나가고 있었다.

‘나를 건드린 걸 후회하게 해주지.’

마카롱의 변신은 무궁무진했다.

그녀는 전생의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마카롱을 발전시킬 생각이었다.

그 때 주방의 문이 열리며 리암이 안으로 들어왔다.

“포장 용기 정리는 모두 끝냈어. 다른 도움 필요한 거 더 있어?”

안경을 벗은 리암은 눈웃음을 치며 알트페리아의 곁으로 살랑살랑 다가왔다.

알트페리아는 리암이 데려온 상단원을 둘러봤다.

물난리 아티팩트가 가게 안에서 터지는 바람에 마카롱을 포장할 상자까지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에드먼드 상단의 연줄로 포장용 상자를 금방 구할 수 있었다.

솔직히 리암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거래를 하러 왔다고 했지.’

도움을 받았으니, 아쉽게도 거래와 관련한 대화는 그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진행될 것 같았다.

위이잉―!

리암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전동 거품기를 바라봤다.

그의 두 눈이 반짝였다.

“자동으로 머랭을 만들잖아? 노동력도 아끼고 시간도 단축하고,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겠어. 이건 누가 제작한 아티팩트야?”

“사이몬 공작님.”

“이걸 마탑주가 만들었다고? 설계도만 팔아도 떼부자가 되겠네.”

“설계도부터 의뢰 넣은 거야. 권한의 절반은 내가 가졌어.”

설계도에 관한 특허는 칼립스와 알트페리아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전동 거품기를 제작하려면 기술특허 사용료를 지불하고, 허락을 맡아야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전동 거품기를 유심하게 살펴보던 리암이 말했다.

“그 말은 릴리에게 잘 보이면 아티팩트도 얻을 수 있다는 거네.”

전동 믹서기는 가맹점을 낸 가게에 저렴하게 공유할 생각이었다.

‘아직 거래 수단이 남아 있었네.’

“리암.”

“응, 릴리.”

“이만 본론을 이야기해 봐. 골든 페어리에 찾아온 목적이 뭐야?”

“최근에 판매하고 있다던 프라푸치노 말이야. 그걸 에드먼드 상단이 운영하는 찻집에서도 팔고 싶어.”

“레시피를 사겠다고?”

“맞아.”

이 세계에서 가게를 연다는 건 그런 의미다.

마음에 드는 식당의 레시피나 주방장을 고용해서 같은 음식을 만든다.

‘어차피 2호점을 만들까 생각 중이었지.’

가맹점은 마탑점으로 끝낼 게 아니었다.

앞으로 점점 발전시켜서 르블레아 전역에 골든 페어리의 가맹점을 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귀찮다.

가게 하나만으로도 신경을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가맹점을 여러 개 내면 그만큼 일이 많아진다.

돈이 많이 벌리는 건 좋지만, 여기에서 일이 더 늘어나는 건 사양이다.

‘리암이 맡아주면 좋겠는데.’

가맹점의 경우 본점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에 한 가게가 부실하다면, 프랜차이즈 전부가 싸잡혀 욕을 먹을 테니까.

리암은 유통망이 완벽한 상단을 가지고 있었다. 꾸준히 질 좋은 식자재를 구할 수 있으며, 또 부동산 일까지 겸하니까 가게 위치를 선점하기에도 유리할 것이다.

협업자로 이만한 사람이 있을까.

못 찾을 것이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골든 페어리 앞에 마차가 서기가 무섭게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팔이나 로브 아래로 보이는 장신구만 봐도 마법사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오늘도 커피 수혈을 하러 온 듯했다.

휘익, 리암이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마법사들도 찾아오는 거야?”

마법사는 아티팩트 제작자들로서 돈이 많다.

그런 자들을 단골로 만들면 수입은 보장된다는 것이다.

마침 리암에게 가맹점을 권할 참이었다.

가능성을 보여주면 이야기가 손쉽게 흘러갈 것이다.

“우리 가게의 단골손님들이야.”

어느새 계산대 앞에 간 마법사들이 외쳤다.

“아메리카노 다섯 잔 주세요!”

마법사들의 주문을 여러 번 받은 적 있는 밀리아가 능숙하게 이야기했다.

“양동이 사이즈로요? 알겠습니다.”

“맞아. 쿠폰 열 장 다 모았거든요. 한 잔은 무료죠?”

“예, 확인했습니다!”

리암이 물었다.

“아메리카노라고? 그런 메뉴는 없지 않아?”

“지금은 아는 사람만 주문하는 비밀 메뉴야. 피로를 쫓고 머리를 좋아지게 만드는 음료지.”

리암이 미끼를 발견한 물고기처럼 큰 관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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