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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80화 (80/91)

제80화

“그거 돈이 되겠는걸? 아메리카노라는 것의 레시피도 탐이 나.”

거의 다 넘어온 것 같았다.

알트페리아는 미끼를 톡톡 건드리는 리암에게 말했다.

“고작 프라푸치노와 아메리카노만으로 되겠어? 나는 앞으로 더 많은 걸 만들 건데.”

“뭐? 끝이 아니라고? 이 오빠에게 조금 털어놔 봐.”

오, 물었다.

“자세히 듣고 싶어? 그렇다면 나랑 협업해.”

“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려고 찾아왔긴 해. 하지만 릴리가 말하는 협업은 내가 생각하는 거랑 다른 것 같아.”

눈치도 빠르지.

그래서 더욱 좋다.

사업을 할 사람이라면 분별력이 있어야 하니까.

“이럴 게 아니라 안에 들어가서 자세히 이야기해.”

알트페리아는 리암을 데리고 가게 안쪽에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이미 잘나가고 있는 빙수와 프라푸치노.

가능성을 보여준 커피.

거기에 마카롱의 왕이라는 크리스털 크라운을 짓밟아 버리는 저력까지 보여줬다.

알트페리아는 골든 페어리의 이름을 가진 가맹점 시스템을 설명했다.

레시피를 비롯하여 영업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줄 테니 수수료를 내놓으라고.

“봉건제도랑 비슷하잖아?”

영주에게 세금을 납부하고, 땅을 사용하여 농사를 지어 돈을 버는 제도 말이다.

리암은 원래 가신 가문이어서 그런지 가맹점 시스템을 빠르게 이해했다.

‘나는 꿀만 빨아야지.’

일이 많은 프랜차이즈 관리를 리암에게 넘기고 로열티를 받기로.

그런 생각을 하며 알트페리아는 신전에서 공증한 계약서까지 완성했다.

* * *

골든 페어리가 마카롱을 선보인 이후.

제도에 발매되는 신문은 너도나도 골든 페어리의 마카롱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다.

본디 마카롱의 제왕이라고 불렸던 크리스털 크라운은 지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신 메뉴를 내놓았다.

그러나 신 메뉴 하나를 내놓으면 마치 보란 듯이 골든 페어리에서는 두 가지 세 가지를 선보였다.

‘치즈 맛이라고?’

거기에 우유, 밀크티, 심지어 소금까지!

골든 페어리는 마치 마카롱 세계의 끝을 보고 온 것처럼 상상하지도 못한 맛을 내놓았다.

“전 솔트 맛이 좋아요!”

“저도요. 묘하게 도는 짠맛 덕분에 더욱 달달해지는 것 같아요.”

특히 소금같이 괴상망측한 맛까지 잘 팔리고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신문에 적힌 골든 페어리의 기사를 읽던 로저필드 백작은 이마를 짚었다.

‘조개 모양은 또 뭐야.’

<쩍 벌린 조개 입 사이에 초콜릿으로 만든 동그란 구슬이 자리 잡았다. 마치 진주 같은 모습이다.>

장식용으로도 알맞아서 귀족들 모임에서 큰 인기라고 한다.

<마카롱의 왕좌 쟁탈전>

기사의 제목은 이렇지만 사실 쟁탈전이라 부르기도 우스웠다.

알트페리아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고 일방적으로 크리스털 크라운을 학살하고 있으니까.

이 경쟁이 진짜 전쟁이었다면, 자신은 진즉에 패배하여 모든 것을 빼앗겼을 것이다.

아니,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로저필드 백작은 텅 빈 크리스털 크라운을 훑어봤다.

단골손님마저 골든 페어리로 가버렸기에 가게에는 먼지만 굴러다녔다.

로저필드 백작은 발버둥을 쳤다.

신 메뉴를 만들기 위해 파티시에를 닦달하여 머랭을 치도록 했다.

무리한 강행에 팔과 어깨를 다친 파티시에들이 줄줄이 가게를 관두기 시작했다.

결국 최후까지 버티던 메인 파티시에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뭐? 일을 그만두겠다고?”

“예, 팔이 아파서 더는 머랭을 만들 수 없습니다.”

“골든 페어리는 훨씬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양을 소화하고 있는데도 멀쩡해. 꾀병 부리지 마!”

꾀병이라는 말에 메인 파티시에는 울컥했다.

그래도 직장이라고 성심성의껏 일했는데 이런 대우를 받다니.

“그 가게는 머랭을 자동으로 쳐주는 아티팩트가 있지 않습니까. 저는 손으로 일일이 만들고 있고요! 이대로 계속 일하다가는 팔을 잃을 것 같으니 관두겠습니다.”

곤란했다.

단순히 메인 파티시에여서가 아니었다.

저 파티시에는 크리스털 크라운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 크리스털 크라운은 매출이 줄어든 만큼 재료비를 아끼느라, 오래되고 쉰내가 나는 재료를 은근슬쩍 섞어 쓰기 시작했다.

식자재 관리를 소홀히 하니 주방엔 쥐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괜히 다른 가게로 갔다가는 그런 비밀이 새어 나갈지도 몰랐다.

“너! 이 업계가 얼마나 좁은지 알아? 여기서 관두면 평판이 나빠져서 앞으로 먹고살기 힘들 거야!”

파티시에는 로저필드 백작의 협박에 굴복했다.

익힌 기술이라고는 디저트를 만드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평판이 나빠져서 다른 가게에 갈 수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메인 파티시에가 관두는 것은 막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손을 써야 했다.

“집사! 마탑의 연락은 어찌 되었는가?”

머랭 만드는 속도만 따라잡으면 어떻게든 해결될 것 같아서 로저필드 백작은 마탑에 의뢰를 넣었다.

집사가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아티팩트 제작 허가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당장 제작해 달라고 해!”

“그, 그게……. 아티팩트 설계도의 공동 소유주가 발트레 소공작이라고 합니다.”

그 계집의 이름이 또 나왔다.

쾅―!

분을 이기지 못한 로저필드 백작이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세상에 이런 악연이 어디 있을까.

그 계집은 자식을 망치고, 아내를 엉망으로 만들고, 이제는 가문의 사업까지 말아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년은 악마야.’

그런 악의 축을 계속 뒀다가는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몰랐다.

‘없애버려야 해.’

그녀가 소공작일 때.

아직 큰 힘을 가지기 전에 손을 써서 제거해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한 로저필드 백작은, 크리스털 크라운에 손님이 하나도 들지 않던 그날, 암살자 길드를 은밀하게 찾았다.

어렵게 찾아낸 암살자들이었다.

돈만 주면 뭐든 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전설적인 그분을 건드렸다면서요? 용기가 가상하시네!”

“아휴, 그 의뢰를 받았다간 제 목숨이 날아갑니다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의뢰를 거부했다.

결국 백작 스스로 해내야 했다.

* * *

마카롱 판매는 성공적이었다.

‘하, 아름답다.’

계좌에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걸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보고만 있어도 배불러.’

알트페리아는 가게 현황에 찍혀 있는 매출을 보며 히죽 웃었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체인점을 늘리면 더욱 많이 벌겠지?

마카롱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가게가 골든 페어리의 레시피에 관심을 보이며 연락을 해 왔다.

하지만 이미 동업자는 찾았다.

‘리암과 손을 잡기 잘했지.’

이 수많은 연락을 일일이 받을 생각을 하면 끔찍했다.

리암에게 관리를 맡긴 덕분에 알트페리아는 여가 생활을 누리며 뒹굴뒹굴할 수 있었다.

똑똑, 세이룬이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소공작님, 에드먼드 후작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에드먼드 후작이?

이미 리암과의 계약은 끝냈는데 후작이 찾아올 이유가 있나.

“일단 응접실로 모셔.”

알트페리아는 후작을 만날 채비를 하면서도 그가 왜 자신을 찾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계약에 문제가 있었나?’

나눠 갖는 비율이 이쪽이 좀 더 높긴 하다.

그래도 악덕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니까 당당해도 되겠지?

“반가워요, 에드먼드 후작님.”

“이리 반겨주시니 감사합니다. 함께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부군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보통 한 가문의 수장이 방문했다면 부부 내외가 맞이하는 것이 예의였다.

하지만 루크는 발트레 저택에 없었다.

“남편은 동부에 있어요. 한동안은 자리를 비울 거예요.”

정확히는 동부의 마탑에 있었다.

크레치만 봉인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칼립스가 급하게 연락을 해 온 것이다.

“크레치만이 힘을 회복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언제 봉인이 풀릴지 모르겠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루크가 크레치만의 봉인 근처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루크가 목적이 아닌지 에드먼드 후작은 더는 그를 찾지 않았다.

“부군께는 다음에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발트레에는 자주 찾아올 테니까요.”

“자주요?”

에드먼드에게 에드나 항구와 골든 페어리의 프랜차이즈 관리를 맡기긴 했지만 자주 봐야 할 필요는 없었다.

의아해진 알트페리아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계약은 이미 끝났을 텐데요. 우리가 자주 만나야 할 이유가 있나요?”

“예, 있습니다.”

에드먼드 후작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무언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죄지은 건 없지만, 괜스레 긴장한 알트페리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떤 이유인가요?”

“저를 다시 발트레로 받아주실 수 없겠습니까?”

응? 무슨 소리야.

다시 가신이 되고 싶다는 건가?

주종관계로 묶이면 발트레 가문과 에드먼드 가문의 계약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두 팔 벌리고 환영이긴 한데…….

‘에이, 설마.’

다시 돌아오지 않겠냐고 묻기도 전에 먼저 철벽 치던 사람이 에드먼드 후작이 아니었던가.

독립해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가문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괜한 생각하지 말자.’

기대하면 실망도 크므로.

그녀는 에드먼드 후작의 속뜻을 확인하기 위하여 그를 빤히 바라봤다.

“크흠…….”

에드먼드 후작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꽤 큰 용기를 내어 본심을 내뱉었건만 그녀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아서 민망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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