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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87화 (87/91)

제87화

알트페리아는 조용조용 상황을 전달했다.

“로저필드 가문이 저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아요.”

“누굽니까. 백작? 백작 부인? 아니면…….”

그 자식입니까.

“연루된 사람이 누군지 정확히는 몰라요. 백작 부인이 참석한 걸 보면 그녀가 주력은 아닌 듯한데.”

“이 정도 정보면 되었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손을 쓰겠습니다.”

“응? 어떻게요?”

“제 방식대로.”

그가 눈웃음을 지었다.

평소의 잔잔한 눈웃음인데 알트페리아는 왠지 솜털이 삐쭉 서는 듯한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자세히 묻지 말자.’

어떻게 할 건지 세세하게 들었다간 며칠 잠은 다 잘 정도로 잔인한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

루크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한 알트페리아는 생각했다.

로저필드에서 용병을 이용하여 무슨 짓을 벌일지는 이미 정보를 수집한 참이었다.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겠어.’

로저필드 가문과의 악연을 끊어낼 때가 왔다.

“루크, 부탁이 있어요.”

“리아는 제게 명령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아마도 오늘 밤 납치당할 거예요. 루크가…….”

“잠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누가 납치당한다는 겁니까.”

“저요.”

대화의 흐름을 보면 알트페리아를 납치하려는 사람이 누군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루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처리하겠습니다.”

“루크의 방식대로요?”

“예, 깔끔하게…….”

듣고 싶지 않거든?!

알트페리아는 황급히 그의 말을 끊었다.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아도 되니까 일단 진정해 봐요.”

“…….”

그는 입은 다물었지만, 표정은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로저필드 가문을 정리할 거예요.”

“리아가 미끼로 나설 필요 없이, 제 선에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루크가 자꾸 자신의 방식대로 하려고 한다……!

이대로라면 대화가 계속 제자리에서 맴돌 것이다.

알트페리아는 입가의 미소를 전부 지웠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나 못 믿어요?”

그가 멈칫했고, 알트페리아는 이어 말했다.

“위험한 일 같은 건 할 생각 없어요.”

그가 눈을 차분하게 내리깔았다. 붉은 눈동자 위에 드리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고민에 빠져 있던 그가 결정을 내렸는지 천천히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대신 제 부탁도 하나 들어주십시오.”

“뭔가요?”

“이후, 두 시간이 넘어가면 제 방식대로 처리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정중하게 허락을 구하고 있지만 눈빛만큼은 반항심이 가득했다.

허락이고 뭐고, 제한 시간이 지나는 순간 다 엎어버리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엿보였다.

뭐, 계획이 틀어지지만 않으면 두 시간 안에 충분히 끝날 것이다.

“좋아요.”

“허락하신 겁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그제야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루크도 마음을 놓았으니까 약속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1분 지났습니다.”

아니,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을 잰 거냐고!

* * *

두 시간이면 넉넉할 줄 알았는데 몇 분 남지 않았다니.

이게 다 참을성 없는 루크가 일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시간을 쟀기 때문이었다.

‘후, 아슬아슬했다.’

범죄를 저지른 로저필드 백작을 현장에서 붙잡은 것보다 루크의 폭주를 막은 것이 더 큰일같이 느껴졌다.

알트페리아가 잠깐 한숨을 쉴 때였다.

“리아.”

사람이 잔뜩 모여 있는 곳에서 루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굳은 표정의 그는 인파의 가장 앞자리에 서 있었다.

로저필드 백작의 망언을 듣고 있던 손님들은 모두 루크가 데려온 거였으니.

알트페리아가 루크에게 한 부탁은.

“손님들을 발트레 저택과 이어진 숲으로 데려와 주세요. 이 시기에는 반딧불이 많거든요. 보고 싶어 할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설명하면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어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루크가 직접 안내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며 따라올 테지.

그렇게 루크는 명소로 이끄는 척, 로저필드 백작이 범죄를 저지르는 장소까지 사람들을 안내했다.

물론 마차가 여기서 딱 멈춘 건 세이룬이 마차 바퀴에 큰 돌을 맞힌 것으로, 이미 계산된 일이었고.

루크가 달려 나왔다.

억지로 쥐어짜 내던 눈물을 닦은 알트페리아는 그를 바라봤다.

‘봐요, 멀쩡하죠?’

마음 같아서는 웃으면서 직접 말해 주고 싶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었다.

저벅, 저벅.

“실례하겠습니다.”

성급한 발걸음으로 알트페리아에게 다가온 루크가 그녀를 단숨에 들어 올렸다.

“꺅?”

이번엔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놀라 새된 비명을 질렀다.

알트페리아는 단단한 그의 품을 고스란히 느꼈다.

그의 품에 안긴 적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더 달랐다.

단단해진 그의 근육이, 힘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에 몸에 열이 확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이, 이건 예정에 없었는데.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하아.”

그가 안도 섞인 낮은 한숨을 내뱉으며 이마를 맞부딪쳤다.

쿵, 쿵, 쿵, 맞닿은 루크의 가슴에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알트페리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루, 루크?”

나를 걱정해 주는 건 고마운데 이거 너무 가깝다고.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사람들이 입을 열었다.

“괜찮으신가요, 소공작님?”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웅성거리는 소리에 주변에 사람이 잔뜩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공주님 자세로 안긴 모습을 다들 보고 있을 것이다.

‘아아아악!’

내적 비명을 지른 그녀는 루크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부끄러워져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얼마나 놀라셨으면…….”

다른 사람의 눈에는 큰 충격을 받은 알트페리아가 남편에게 위로받는 것으로 보였다.

잠시 후, 발트레에 주둔하던 기사들이 몰려왔다.

다가온 기사들을 바라본 루크가 사나운 기운을 숨기지 않으며 명령했다.

“로저필드 백작의 신병은 황궁에 넘기도록 하십시오.”

귀족 간의 다툼은 황실이 중재한다.

증인이 많으므로 바로 황궁으로 넘길 수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기사들은 로저필드 백작을 곧바로 포박했다.

뒤늦게 도착한 에드먼드 후작이 대강 상황을 파악하곤 입을 열었다.

“여기는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소공작님께서는 부군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십시오.”

알트페리아를 안아 든 루크는 그대로 발트레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들이 떠난 후, 연락받은 황실 기사들이 찾아왔다.

로저필드 백작은 중립을 지키는 황실 기사들을 향해 변명했지만, 모두 무시당하며 끌려갔다.

* * *

사전에 입을 맞춰 계획한 일이라고 하나, 알트페리아가 바닥에 주저앉은 모습을 본 루크는 이성이 끊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두 시간이 되려면 몇 분 남았다.

그녀와 약속했다. 두 시간은 참기로.

분노에 휩쓸려도 그는 애써 마음을 침착하게 가라앉혔다.

띠링!

[‘흑화한 염룡’이 때릴 곳이 어디에 있다고 주먹을 휘두르는 거냐며 분노합니다.]

[‘명계의 지배자’가 로저필드 백작의 이름을 명부에 올립니다.]

[‘사자의 서기관’이 명계의 지배자에게 <끔찍한 고문 방법 50선>을 빌려줍니다.]

손을 들어 올린 로저필드 백작의 모습에 성좌들은 분노를 터뜨렸지만, 누구보다도 화가 나는 건 루크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오라를 개방하여, 저자의 손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며 알트페리아가 사건을 마무리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제 마음을 몇 번이나 억누르며 그녀와의 약속을 지켰지만 분출하지 못한 분노는 여전히 그의 몸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 * *

반딧불을 구경하겠다며 루크를 따라나선 자가 많았지만, 저택에 남아 칵테일을 즐기던 이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리암이었다.

그는 루크의 품에 안겨 있는 알트페리아를 보며 깜짝 놀랐다.

“릴리?”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루크에게 안긴 알트페리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에게 안겨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소공작님? 어디 아프신 겁니까?”

“세상에, 큰일이에요! 소공작님, 정신 차리세요!”

자신이 아프다고 착각하길래 그냥 얌전히 안겨 있기로 했다.

‘아픈 척해야지!’

로저필드 백작의 죄가 가중되려면 아픈 쪽이 나을 듯하고.

그런 상황을 모르는 리암은 흙이 잔뜩 묻어 있는 그녀의 드레스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괜찮아? 말도 못 할 정도로 아픈 거야?”

잔뜩 걱정하며 가까이 다가오던 리암이 멈칫했다.

그녀를 끌어안고 있는 루크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서였다.

검을 쥔 적 없지만, 본능만으로도 살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운 기운이었다.

주춤거리던 리암은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알트페리아를 보며 용기를 냈다.

“릴리의 상태를 살펴보고 싶습니다.”

“부인을 살피는 것은 제가 할 겁니다. 손님은 자리를 지키시길.”

그렇게 말하는 루크의 목소리는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품에 안긴 알트페리아는 싸늘하디싸늘한 루크의 목소리에 당황했다.

‘아니, 왜 리암을 협박하는데요!’

그녀는 얼른 침실로 이동하라는 뜻으로 루크의 가슴팍을 팍 꼬집었지만, 단단한 근육 때문에 제 손가락만 아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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