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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예쁘고 재력이 넘침-89화 (89/91)

제89화

루크의 부축으로 저택으로 돌아갔던 알트페리아가 나타났다.

오늘은 더는 마주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내키지 않는 사람의 등장에 다프네는 입을 꾹 다물었다.

모여 있던 귀족들이 알트페리아를 걱정하며 한마디씩 내뱉었다.

“어머, 몸은 괜찮으세요. 소공작님?”

“남편이 잘 살펴줘서 금방 정신을 차렸어요.”

루크가 알트페리아를 잔뜩 걱정하며 부축하는 걸 모두가 봤다. 부인을 소중히 끌어안던 모습을 떠올리면, 지극정성으로 돌봤을 것 같았다.

“다행이에요. 많이 다친 줄 알고 걱정했어요.”

“놀라게 해드렸네요. 조금 놀랐을 뿐, 보시다시피 저는 괜찮답니다.”

태연하게 미소를 짓는 알트페리아를 바라본 다프네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알트페리아가 돌아올 걸 알았더라면 좀 더 빠르게 움직여 자리를 떴을 것이다. 눈살을 찌푸린 다프네의 시선이 알트페리아와 맞닿았다.

‘불길한데.’

그런 생각이 적중한 듯 알트페리아가 입을 열었다.

“크리스털 크라운은 와인으로 만든 잼을 사용했군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구나. 맞다, 와인을 섞어 사용하고 있지.”

“와인이었군요. 전 또 오래된 과일이 상해서 나는 향인 줄 알았어요!”

윽, 어떻게 알았지.

알트페리아의 말이 맞지만, 기껏 되돌린 여론이다. 마침 증거도 없지 않은가.

다프네는 자신의 주장을 계속 밀고 나가기로 했다.

“아무리 경쟁 가게를 운영한다지만, 없는 말을 지어내는 건 너무하지 않니? 경쟁 가게를 없애려고 낭설을 퍼트려 모함하다니, 비열하구나.”

“없는 말이라뇨. 저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모함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계속 거짓말을 한다면, 이쪽이야말로 골든 페어리의 위생 상태를 고발하겠다!”

완벽하게 깨끗한 가게는 존재할 리가 없었다. 샅샅이 조사하면 꼬투리 잡을 것이 분명 나올 것이다.

몰려 있던 귀족들이 경악하며 입을 가렸다.

“서…… 설마 골든 페어리까지?”

“믿을 가게가 없다니……. 이 정도면 밖에서 음식을 못 먹을 수준인데요.”

다프네의 주장에도 알트페리아는 꿈쩍하지 않았다.

“저희 가게의 음식은 깨끗한 환경에서 만들고 있어요.”

“말로는 누가 못 하겠니.”

“당장 증명해 볼게요. 골든 페어리에서 디저트를 포장해 오신 분 계시나요?”

알트페리아의 외침에 모여 있던 귀족 중 하나가 슬그머니 손을 들어 올렸다.

“저요, 마카롱 한 세트를 사 왔어요!”

“이곳으로 가져와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마차에 뒀는데 빠르게 다녀올게요.”

위생을 증명한다더니 뜬금없이 자신의 가게 디저트를 찾는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다프네는 알트페리아의 의도를 읽기가 쉽지 않아 인상만 찌푸릴 뿐이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골든 페어리의 마카롱 세트가 도착했다.

금박을 입힌 하얀 박스에 포장되어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제가 구매한 골든 페어리의 디저트예요.”

디저트 세트를 받아 든 알트페리아는 포장을 풀어 마카롱을 하나 집었다.

그리고.

파삭―

알트페리아가 마카롱을 한입 베어 물자 도톰한 파이 층이 바삭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입이 오물오물 움직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 기분이 좋아진 알트페리아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말 맛있게 먹네. 입에 침이 고이는 것 같아.’

‘나도 먹어보고 싶어.’

기쁘게 먹는 모습을 보던 귀족들은 왠지 모르게 식욕이 도는 걸 느꼈다.

마카롱을 하나 다 먹은 알트페리아가 말했다.

“으음, 역시 골든 페어리의 마카롱은 최고예요. 그중에서도 저는 이 캐러멜솔트 맛이 가장 좋아요.”

“…….”

“하나 더 먹고 싶어져요.”

그런 알트페리아를 바라보던 다프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사이에 벌써 잊은 거니? 소공작은 지금 이 자리에서 위생을 증명하겠다고 했어. 마카롱은 내려놓고 증명부터 해!”

다프네를 빤히 바라보던 알트페리아는 마카롱을 하나 더 들어 올렸다.

“저는 지금 위생 상태를 몸소 증명하고 있어요.”

“뭐라고?”

“골든 페어리의 마카롱은 제가 직접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재료로 깨끗하게 만들어요. 믿고 먹을 수 있다는 뜻이죠.”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알트페리아는 마치 모델처럼 우아한 손동작으로 마카롱을 베어 물었다.

그녀는 한 치의 주저도 없이 새로 집어 든 마카롱도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많은 귀족 앞에서 마카롱 두 개를 먹은 알트페리아의 얼굴에선 기분 좋은 만족감이 느껴졌다.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던 알트페리아가 다프네를 바라봤다.

“다음은 크리스털 크라운 쪽에서 증명하셔야겠죠? 아까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메트 영애께선 크리스털 크라운의 마카롱을 사셨다던데요.”

지목당한 메트 영애는 부끄러운 듯 눈치를 슬쩍 봤다.

골든 페어리의 오너가 주최한 파티에 다른 디저트 가게의 마카롱을 구매해서 가져온 것이 부끄러워진 것이다.

알트페리아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미식의 길을 개척하는 영애를 탓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좀 살펴보고 싶은데 허락해 주실래요?”

메트 영애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시녀를 불러 곧바로 가져오게 할게요.”

오래 지나지 않아 메트 영애의 시녀가 나타났다. 시녀는 크리스털 크라운의 마카롱 세트를 소중하게 안고 있었다.

메트는 크리스털 크라운의 단골 중 하나였다. 그러므로 그곳에서 판매하는 마카롱 중 가장 큰 세트를 구매했다.

크리스털 크라운의 마카롱이 준비되자 알트페리아가 입을 열었다.

“자, 이제 크리스털 크라운이 증명할 차례네요.”

시녀가 마카롱 세트를 개봉했다.

가지런히 놓인 마카롱은 겉보기에는 완벽했다. 하지만 다프네는 저 마카롱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다프네는 순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자신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백작 부인?”

사람들의 시선이 멍하니 서 있는 다프네에게 꽂혔다.

샅샅이 살펴보는 듯한 시선은 마치.

‘너도 소공작과 똑같이 해야지?’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다프네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그래, 한 번 꾹 참고 먹으면 돼.’

눈 딱 감고 하나만 먹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다프네는 느릿느릿 손을 움직여 마카롱을 하나 들어 올렸다. 하지만, 겉보기에 멀쩡해도 그녀의 눈에는 더러운 오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직접 주방에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남편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밀가루 포대 안에서 죽은 쥐들이 발견됐소. 언제부터 쥐들의 놀이터가 되었는지 모르겠다오.”

“관리를 잘못해서 딸기에 곰팡이가 폈다지? 으깨서 섞어 넣으면 모를 거라오.”

그 더러운 모습을 상상하자 차마 마카롱을 입에 넣을 수 없었다.

다프네는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펴봤다. 그녀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다들 다프네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물러설 곳은 없었다.

‘먹어야 해.’

크리스털 크라운이 무너지면 로저필드 가문 또한 끝이니까.

가문을 지키기 위해선 쥐가 뒹굴뒹굴한 밀가루로 만든 마카롱이라 해도 삼켜야 했다.

다프네는 크리스털 크라운의 마카롱을 집어 천천히 베어 물었다.

‘욱, 씹고 싶지 않아.’

하지만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억지로 씹을 수밖에 없었다.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느릿하게 턱을 움직이는 다프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미간을 잔뜩 구긴 그녀의 표정은 누가 봐도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모든 용기를 끌어모아 입 안의 것을 꿀꺽 삼켰다.

‘저 계집에게 이기기 위해서!’

다프네는 알트페리아를 찌릿 노려봤다.

“자, 되었지?”

꾸역꾸역 씹어 삼켰으니까 이제 위생 상태에 대해 물고 늘어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아, 생각해 보니까 이런 방법으로 위생 상태를 증명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뭐라고? 각자 가게의 디저트를 먹었으니 증명은 끝난 게 아니니!”

“한번 둘러보세요, 부인. 모인 분들은 전혀 안심하시지 않는 걸요. 입에 넣는 음식인 만큼 신중히 처리할 필요가 있어요. 건강과 직결된 일이니까요.”

“그, 그렇지만……!”

당황한 다프네는 주변을 둘러봤다. 모인 귀족들의 표정은 영 시원찮았다.

“소공작의 말이 맞습니다.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옳소! 나는 아직도 두 가게 모두 의심스럽소!”

알트페리아가 입을 열 때마다 다프네는 벼랑 끝으로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위태롭건만 알트페리아의 공격은 끝난 게 아니었다.

“그러면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아오, 저 뱀 혓바닥을 가진 계집!

대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폐하께 양해를 구해 황실 기사를 파견하여 골든 페어리의 위생 상태를 조사하도록요. 모여 계신 분들도 황실 기사가 조사하면 안심하시겠죠?”

알트페리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아무래도 그녀는 처음부터 황실 기사에게 조사를 요청하려던 것 같았다.

대화를 끝낸 알트페리아는 뒷정리를 위해 남아 있는 황실 기사를 부르기까지 했다.

“이러한 사정으로 골든 페어리의 위생 상태 확인을 부탁드리고 싶어요. 꼼꼼하게 살펴봐 주세요.”

그제야 안심된다는 듯, 주변에 있는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실 기사들이 조사하면 확실하지.”

“공평한 방법이군요. 골든 페어리뿐 아니라 크리스털 크라운도 조사받으셔야죠!”

다프네는 억울해졌다. 더러운 디저트를 억지로 삼킨 노력을 보상받기는커녕 또다시 궁지에 몰리다니.

“대체 마카롱은 왜 먹자고 한 거야…….”

쓸모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든 다프네가 중얼거렸다. 그녀가 웅얼대는 소리를 들은 알트페리아는 생각했다.

‘홍보하려고 그랬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절로 입맛이 돋으니까.

애초에 식당을 깨끗하게 운영했으면, 크리스털 크라운도 덩달아 홍보의 기회를 잡았을 텐데.

맛없게 꾸역꾸역 먹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앞으로 귀족들은 크리스털 크라운을 찾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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