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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조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2) (2/232)

2화

“대공가 앞에 슬쩍…….”

“기사들이 몇인데요.”

“……그럼 원래 있던 장소에 다시 데려다 놓는 건 어떻겠느냐?”

“길에서 주워 왔습니다.”

“그럼 안 되겠구나…….”

공작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렇다.

거긴 안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원작의 전개가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는 두고 오는 게 맞다.

하지만 나는 원작대로 죽는 미래를 피하고 싶은 거지, 쓰레기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게다가 난 원래가 원작은 알 바 아닌 사람이었다.

‘아니었으면 영지로 튀었겠냐고…….’

나는 침울하게 생각했다.

‘여주한테는 내가 금전적 도움 줘야겠다.’

원작 주인공들이랑 안 엮이려고 발버둥 친 세월이 무상하구나…….

그래도 사샤를 만나기 전, 그녀의 처지를 뻔히 아는데 내 손으로 전개 어그러뜨려 놓고 외면할 수는 없다.

‘그건 너무…….’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몹쓸 놈이잖아.

이건 굳이 이전 생의 기억이 없더라도 모두 그렇게 생각할 거다.

……전생을 기억하기 전의 나는 몰랐을 것 같긴 한데.

“샤를 너는 생각이 있느냐?”

그때, 공작이 한숨처럼 질문했다. 공교로운 타이밍이었던지라 순간 저 묘하게 이중적인 질문이 샤를 너는 생각이 없구나, 인 줄 알고 흠칫했다.

“아이가 제 발로 대공저를 찾아가면 되겠죠.”

“오호 그것참…… 좋은 생각이다! 역시 내 딸은 똑똑하다니까.”

실로 간단한 방법이었다.

공작이 지금 잔뜩 당황해서 어리바리해진 거지, 차가운 차 한 모금만 마시고 정신 차렸어도 금세 도출해 낼 수 있는 답안이었다.

공작이 헤벌쭉 웃으며 찻잔을 기울였다.

‘팔불출.’

그래서 나는 새삼 결심했다.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지난 몇 년간 대공 뒤꽁무니 쫓아다닌 딸내미 때문에 겪은 곤혹 더는 안 당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속으로 숙연하게 다짐하고는, 때아닌 소동이 없었다면 원래는 가장 먼저 하려던 질문을 했다.

“그간 잘 지내셨어요?”

“그으럼.”

공작이 큼큼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편지도 좋았지만, 이렇게 마주 보고 있는 게 더 좋구나. 사실 네가 편지를 그렇게 자주 보내 줄지는 몰랐는데 말이다.”

공작의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오늘 날씨가 좋……지 않구나.” 하며 괜스레 말을 돌리는 공작을 보다가 나는 픽 웃었다.

“저녁 식사를 조금 이르게 할 수 있을까요?”

“그래, 그래. 오느라 힘들었지. 준비를 일찍 하라고 이르마.”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말려무나. 혹 선황자 전하가 아닐 수도 있으니 말이다.”

……글쎄요.

그래도 나는 파들파들 떠는 공작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그렇죠.”

인사를 마친 후, 먼저 응접실을 나서며 생각했다.

아이에게 배불리 저녁을 먹여야겠다고, 머리카락은 대공저에서 정돈하면 되겠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난 간과하고 있었다.

저를 졸졸 쫓아오는 사샤를 확인한 이리안은 어색하게 웃었다.

‘선황자님은 꼭 새끼 오리 같으시네.’

마치 갓 부화한 새끼 오리가 처음으로 본 존재를 어미라고 각인해 따라다니듯, 어린 선황자가 꼭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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