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저를 기다렸다고요? 그럼 왜…….”
저를 버렸을까요. 그 뒷말은 아주 작아서, 나는 듣지 못한 척해 줬다.
“이 집, 크지?”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한 아이가 곧 끄덕끄덕했다.
“네, 엄청이요.”
“네 집은 더 클 거야.”
대공저의 정확한 크기야 모르지만, 공작저보다는 크지 않을까.
“그 집에는 큰 사람이 살고 있어.”
이상하게도 전생을 기억한 후, 나는 대공의 생김새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덕택에 대공을 쫓아다니던 샤를리즈 역시 나임에도 불구하고 무 자르듯 단칼에 감정을 싹둑 자를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저건 맞을걸.’
남주니까 당연히 키가 크겠지.
“처음에는 무서울지도 몰라. 그래도 좋은 사람이야.”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최소한 아이에게 있어 그는 정말 좋은 숙부가 되어 준다.
“그러니까…….”
말을 하다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헤어지는 거예요?”
“응?”
“샤를 님이랑 다시는 못 보는 거예요?”
으음, 그렇지. 나도 아쉽기는 한데, 내가 너 만나러 가면 네 숙부가 기겁할걸? 나랑 친해져 봤자 좋을 거 하나 없어.
내가 그 말을 꺼내지 못한 이유는, 아이의 눈에서 또르르 눈물이 굴러떨어져 볼을 타고 흘렀기 때문이었다.
뭐, 뭐야.
“울어? 왜 울어?”
“죄, 죄송해요.”
사샤가 손등으로 제 얼굴을 문질렀다. 울음을 참으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지 아랫입술을 마구 짓씹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푹 숙이기까지 했다.
히끅거리는 작은 소리마저 들려오자, 나는 내 입을 손바닥으로 갈기고 싶어졌다.
“혼내는 거 아니야.”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작은 어깨가 불규칙하게 들썩이는 걸 보고 있자니 기분이 참 이상해졌다. 가슴 깊숙한 곳이 왠지 찌르르 아픈 것도 같았다.
‘이것 참 난감하네.’
볼을 긁적였다.
원작의 샤를리즈 리엔타보다 이타적이기는 해도 나 역시 사람들과 익숙하지 않기로는 마찬가지였다.
“아가.”
지금 내가 저 아이의 이름을 아는 건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공작과 대화를 나눈 이후였고, 선황자의 이름을 그로부터 듣게 됐다고 하면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평범한 크기의 소파가 웅장하게 보일 만큼 자그마한 체구.
한 손으로 어깨를 전부 짚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소년은 올해로 일곱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작았다.
“사샤.”
응접실의 화려함에 질렸는지 창백한 얼굴을 푹 숙이고 있던 소년이 귀를 쫑긋했다.
“네 이름이다.”
멍하니 고개를 든 소년의 푸른 눈에 이윽고 물기가 아주 빠르게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