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의 조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4) (4/232)

4화

“그렇기는 합니다만…….”

“황후가 걱정되나 보지.”

무심한 어투에 리반은 기어코 긴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후사가 벌써 5년째 없어 신경이 가뜩이나 날카로워졌다고 하는데, 작금 상황에서 본래 황위 계승권을 최우선으로 가진 선황자 전하의 생존이 밝혀졌고, 그 행방을 주군께서 찾고 계시니 말입니다.”

“음.”

“가문의 방계 중 적당한 여인을 골라 말을 전달했다고 하더군요. 황제의 머리색이 황가의 특징을 이어받지 못했으니 그런 방식도 택하려는 모양이지요.”

“황실의 정통성이야 알 바 아니지만, 마도구는 어떻게 피할 요량인지 궁금하네.”

손바닥에 턱을 괸 칼릭스가 심상히 중얼거렸다.

방만한 자세를 하고 있어도 방만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저 남자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인지도 모르겠다고, 리반은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나직한 음성에 정신을 차린 리반이 보고를 재개했다.

“어제 하루 동안 흑발과 벽안을 가진 소년을 세 명 더 발견했지만, 마도구가 감응하지 않았습니다.”

대륙의 유일한 제국 알로페.

특성상 오래전부터 친자를 가려야 하는 일이 많았던 황실에는, 그런 용도로 구비된 마도구가 있었다.

그랬기에 자질구레한 수법을 사용해 헛짓거리하는 멍청한 치들은 없었다.

돈 몇 푼 벌겠다고 무려 선황자 자리에 가짜를 데려오는 미친 짓을 벌이지는 않기도 하겠지만.

“오늘부터는 7구역을 중점으로 찾는다고 했었나?”

“예, 그렇습니다.”

“오늘은 나도 가지.”

“하나…….”

“조카를 찾는 일이잖아. 지난 일주일간 내가 무심했어.”

칼릭스가 매끄럽게 웃었다.

전대 황제가 나이 터울이 많이 나는 어린 동생을 얼마나 아꼈는지를 모르는 귀족들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리반은 그 사실을 긴밀히 알고 있는 최측근이었다. 그가 조심스레 서두를 열었다.

“하지만 그랬다가 리엔타 공녀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번거로워지실 텐데요.”

리엔타 공작. 남부의 곡창 지대를 배경으로 막대한 부를 비축한 귀족이다.

그런 공작이 제 하나뿐인 딸에게 끔뻑 죽는다는 이야기는 유명했다.

“무슨 속셈인지 편지를 보내기는 했지만…….”

읽지 않고 버릴까 봐 새삼 걱정이라도 됐는지 겉에 아주 큰 글씨도 쓰여 있었다.

엘루이든 대공 전하께 샤를리즈 리엔타가 마지막으로 드리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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