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그렇다.
서신의 정체는 바로 대공가에서 주최하는 무도회 초대였다.
금세 깨어난 공작은 다시 한번 초대장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왜! 대체 왜!”
내가 바로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저거였다!
대체 왜? 아니, 왜?
“샤를,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여기요.”
“크흥.”
손수건으로 눈가를 콕콕 찍는 공작 곁에서 집사는 침통한 표정이었다.
“집사도 얼굴 펴. 초대장을 안 전달할 수도 없었잖아.”
“……우리 다정하신 아가씨께서.”
집사도 눈물을 훔쳤다.
‘에효.’
한낮의 고즈넉한 티타임은 그렇게 박살났다.
집사의 부축을 받으며 공작이 비척비척 떠나갔고, 나는 내 침실에 돌아와 초대장만 노려봤다.
“고위 귀족가 문장 위조는 중범죄이니 이거 진짜일 텐데…….”
공작과 집사가 찔끔찔끔 눈물을 보인 이유라면 역시 하나다.
“대공이 나를 엿 먹이려 불렀다고 생각한 걸 테지.”
어디 망신 한번 제대로 당해 봐라, 정도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선황자 수색 당시 대공은 수하들만 움직였을 뿐, 본인이 직접 탐색에 참여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원작에서 귀족들이 괜히 조카를 앞세워 황위 찬탈을 노린다고 어림짐작한 게 아니었다.
‘사실은 사샤를 발견한다면 정돈하지 못한 표정을 보일까 봐 그랬을 뿐인데.’
그러니 이건 나를 엿 먹이려고 부른 게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설마, 사샤 데려간 사람이 나인 거 알았나?”
잠깐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접었다.
대공가에서 굳이 나랑 얽히려고 할 이유가 없다.
알게 돼도 필사적으로 모른 척하면 모를까.
‘원작에서는 샤를리즈를 초대하지 않았어.’
그간 죽었다고 알려졌던 선황자를 소개하는 자리이다 보니 이례적으로 많은 귀족이 초대를 받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어느 자작도 초대받은 자리였지만, 샤를리즈는 어림없었다.
그래서 샤를리즈가 참석하지 못했냐 한다면…….
그녀가 누구던가? 선황제가 아끼던 이복동생을 쫓아다니는 불굴의 영애 되시겠다.
“샤를, 내 아가. 가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 그런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바로 너인…….”
“그렇게 제가 걱정되시면 초대장을 받아 와 주시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