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의 조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8) (8/232)

8화

“짐작한 이들도 있겠지만, 얼마 전 오랜 시간 기다린 아이를 드디어 만났어.”

칼릭스가 어느 한쪽을 바라보자 아이가 조심조심 걸어 나왔다.

“내 조카, 사샤 러셀 알로페네.”

전대 황제의 자식이 아니라 자신의 조카라고 표현한 단어 선택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세상에―!”

“저분이 그…….”

나직한 탄성이 점점이 터졌다.

검은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 혈연이라고 대공과 사샤는 쏙 빼닮은 색상 조합이었다.

그러나 닮았다는 생각은 이상하게도 들지 않았다. 사샤는 순한 인상인 반면, 칼릭스는 서늘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일 터였다.

다행히도 사샤는 덤덤한 얼굴이었다.

이번에 보면 또 언제 볼지 모르는 얼굴이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조금 더 시선을 두고 있었는데, 불현듯 사샤가 시선을 옮겼다. 예쁜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아랫입술을 꾹 말아 문 아이는 그러나 곧 고개를 휙 돌렸다.

나는 조금 머쓱해졌다.

‘나 조심하라는 이야기 들었나?’

샤를리즈 리엔타는 대공가의 사람들에게 있어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인물 2순위 정도 되겠다.

대공과 대화 한 번이라도 하기 위해 사샤를 납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저건 확대 해석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조금 의기소침해져 있던 때. 닿아 온 시선에 나는 별생각 없이 눈동자를 옮겼다.

칼릭스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우아한 미남자가 그린 듯한 미소를 지으니 보기 좋기는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뭐지!’

점차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녀. 참석해 줘 고마워.”

대공 뒤로 경악한 면면들이 가지각색으로 펼쳐졌다.

보아하니 내가 또 무슨 수 써서 잠입한 줄 알았지, 주최자가 직접 초대장을 보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 한 눈치였다.

뭐, 나도 이해한다.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겠나?”

검을 잡는 기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곧고 예쁜 손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거, 집에 돌아가면 공작이 또 기절해 있는 건 아닐는지.

내심 걱정하며 무심코 옮긴 시선 끝에 대공의 벽안이 들어찬 순간.

나는 느리게 눈꺼풀을 여닫았다.

문득 느낀 위화감이 그 시초였다.

‘……어라.’

대공의 벽안과 마주친 순간, 시간이 빠르기를 달리했다.

이윽고 머릿속에 벼락처럼 내리친 장면이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고. 제 딸은 절대 안 된다며 차라리 자기를 죽이라고 하는데 별수 있겠어?”

“공작을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는 없애는 게 낫기는 합니다만…….”

“그렇지?”

그가 간교한 눈을 빛냈다.

“아, 리엔타 공녀가 어떤 얼굴을 할지 궁금하네. 애비가 본인 살린답시고 대신 죽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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