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정말로 대, 대, 대, 대, 대공 전하와 테, 테, 테라스에서…….]
[예, 그리고 제가 선황자 전하를 데려간 것도 아시더라고요.]
그리고 공작은 기절했다.
다행히 주치의의 말로는 잠으로 연결됐다고 했다. 며칠 잠을 통 제대로 못 잔 탓에 이 김에 깊은 잠에 빠진 거라고 말이다.
“밤새워 지키셨는데 피곤하지는 않으십니까? 무도회도 다녀오시지 않으셨습니까.”
“괜찮아, 집사.”
몇 번 더 입을 달싹이던 집사는 무겁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필요하시면 불러 주십시오, 아가씨.”
집사가 조용히 나간 후, 나는 다시 공작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샤를리즈의 대단한 외모는 부계 유전이었다. 공작은 미중년으로 이름이 높았다.
‘눈가에 주름이 생기셨네.’
고작 1년 못 봤을 뿐인데.
3년은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업무가 바쁘다 보니 공작은 영지로 내려오기 힘들어 얼굴 보는 일은 드물 테지만, 그래도 내가 죽고 그런 쓸쓸한 나날을 보내시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3년 조금 못 보는 정도는 감안할 만하지 않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보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영지로 내려가지 않으려고 해요.”
나는 본래 무도회 이튿날 아침에 영지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뒤바뀐 미래의 조각을 목격하지 못했더라면 벌써 공작령을 향하는 마차 안에 있었을 것이다.
‘그럼 내가 수도에 없어서 일어나는 일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저 조각을 본 순간 내가 수도에 머무르기로 결정해 실시간으로 반영된 미래일 수도 있겠다만,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피하는 건 결국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요 며칠 뼈저리게 깨닫지 않았던가.
원작 주 무대인 수도를 1년 전부터 퇴장했는데 기어코 세 주인공과 엮여 버린 현재가 그 방증이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다.’
수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일단은 쭉 머무르며 곁에서 지켜볼 생각이었다.
“오래오래 함께해요, 아버지.”
내일부터 열심히 연병장 달려야지. 체력은 있어서 나쁠 게 없다.
‘아버지의 성공적인 자연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결연히 다짐했다.
“쿠흥.”
‘어?’
그때, 아래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언제 일어났는지 공작은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 그래. 아주 좋은 아침이로구나.”
검지로 코를 쓱 훔친 공작이 아주 기쁘게 웃었다.
* * *
‘첫날은 차라리 살 만했는데, 둘째 날은 죽겠다.’
고작 두 바퀴 돌았을 뿐인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숨을 헐떡이며 나는 중얼거렸다.
“심각하네.”
“예? 제 얼굴이 말입니까?”
옆에서 같이 달리던 기사가 어깨를 흠칫했다.
‘뭐지? 평가해 달라는 건가?’
‘샤를리즈’의 심미안이 워낙 유명하기는 했다.
일례로는 어린 시절 ‘젊은 작가의 밤’에서 콕 집은 그림의 작가가 십 년도 되지 않아 그 분야의 거두가 되었다던가, 뭐라던가.
그래서 원작의 공작은 상단의 부단주-친구가 없어서인 것 같다-를 앞에 두고 이런 대사를 치기도 했다.
“우리 샤를이 미감을 조금만 게을리 공부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