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의 조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20) (20/232)

20화

집사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혹시 론이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아가씨?”

“음, 그건 아니고. 그럼 언제 돌아온다고 하던가?”

“사흘 후입니다.”

“내일 오라고 해.”

악덕 고용주가 된 기분이지만, 실제로도 맞았다. 확인만 하고 일주일 더 휴가를 보내 줘야겠다.

“그리고 신상 명세를 볼 수 있을까?”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정말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냐며 걱정하는 집사에게 성실하게 대꾸하자, 그제야 집사는 조금 안도해 얼굴을 풀었다.

침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침대에 발라당 누웠다.

‘젊은 작가들의 밤’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밤이 가장 메인인 전시회다. 밤에 시작되어서는 아니고, 그때 경매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거기서 무슨 일이 터지기는 하지만 나는 멀쩡했다.

‘그럼 조금 피곤은 해도 만날 수 있겠다.’

전달받은 론의 신상 명세는 이상한 부분이 없었고, 추천장도 마찬가지였으나 걸리는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책상을 깃펜으로 툭툭 두드린 나는 이만 내일을 준비하기로 했다.

* * *

‘젊은 작가들의 밤’은 원작에서 중간에 쫄딱 망할 뻔한 전시회다.

밤의 경매에서 출품된 작품이 모조품이었고, 1년도 더 전부터 성행했다는 사실이 조사 결과 밝혀지기 때문이었다.

‘그럼 지금도 모조품들 많겠네. 이것도 모조품인가.’

전시된 작품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무심결에 돌린 시선 끝에 의아한 광경이 보였다.

원작에서는 중반부에나 처음 둘이 만나는데 왜? 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내가 원작대로 흘러가도록 둔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들었다.

‘황후가 이리안에게 관심을 가질만한 일이 있었나?’

테오도르 바나첼은 어쩌면 그가 모시는 주군보다 뒤틀렸는지도 몰랐다.

한미한 가문. 자작 영애. 그림을 팔았던 여자.

황후는 그 점들로 이리안을 평가했지만, 그는 그 점으로 이리안을 평가하지 않았다.

테오도르에게 있어 어떤 성품을 갖고, 어떤 지위의 가문이고, 어떤 얼굴인지는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은 모두 똑같이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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