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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조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24) (24/232)

24화

도착한 곳은 수도 경비대의 초소였다.

경비대장이 시종 어색한 미소를 활짝 건 채로 며칠 전 폭발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그럼, 갑자기 폭탄 소리가 들렸다는 말씀이십니까?”

“폭탄인지는 모르겠고.”

“어……. 그럼 펑하는 소리였을까요?”

“쿠웅.”

“쿠, 쿠웅…….”

경비대장이 손수건으로 이마를 연신 닦았다.

“다른 관람객들은 곧바로 나왔는데, 공녀님께서는 어째서 늦게 나오셨는지 그 경위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놀라서 발이 안 떨어지더군.”

가만히 있다 사레가 들렸는지 쿨럭댄 기사가 얼른 기록용 펜을 놓고 차를 들이켰다.

“그럼 대공 전하는 어떻게……?”

“모르겠는데. 대공 전하 일은 대공 전하께 물어보도록 해.”

수도 경비대의 단장은 당연하게도 황후 측 사람이다.

그 이전에 나도 대공이 왜 나타났는지 모른다.

‘밤의 경매에 참석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좀 일찍이긴 한데.’

흠. 뭐,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내가 오래되지 않은 충격적인 날의 기억을 헤집으면 기절할 수 있다며―기절은 공작이 했다― 공작이 격렬하게 항의한 결과, 이 시간은 삼십여 분으로 예정되었고, 나는 칼같이 지켰다.

“고생하셨습니다, 아가씨.”

“조금 고생하긴 했어.”

휴, 공작가 사람들 빼고 나보다 나이가 두 배는 많은 사람과 이런 식으로 평화롭게 대화한 일은 없어서 어려웠다.

얼떨떨한 얼굴로 에반스 경이 웬 주머니를 내밀었다.

“집사님께서 아가씨께서 좋아하실 거라고 하시더군요.”

“오.”

받아 든 주머니는 의외로 가벼웠다.

‘돈은 아니네.’

심드렁히 그 안을 확인한 나는 눈을 번뜩 빛냈다.

* * *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특유의 뚱한 얼굴은 여전했다.

그럼에도 에반스는 마음 여린 집사가 묻거든 아가씨께서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고 대답하기로 결심했다.

성큼성큼 걷는 샤를리즈의 뒤를 따르던 에반스는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가씨? 혹 귀가하시기 전에 들를 장소가 있으십니까?”

“없는데.”

너무도 당당하셔서 아가씨가 길을 잃으신 줄 전혀 몰랐다!

요새 들어 성격이 많이 누그러지시기는 했다만 무시한다고 받아들이시면 어떡하나 싶어 망설이고 있던 차, 샤를리즈가 볼을 긁적이더니 돌아섰다.

“내가 길을 잃었나 보군. 괜히 걷게 해서 미안해.”

“아, 아닙니다. 아가씨! 운동해서 좋습니다!”

“운동, 그거 좋지.”

가느스름한 눈으로 샤를리즈는 턱을 쓸었다.

“이제 슬슬 해도 되겠지.”

그 혼잣말을 에반스는 필사적으로 듣지 못한 척했다.

“자.”

그러나 누가 봐도 혼잣말이 아닌 것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다.

희게 질린 얼굴을 처량하게 돌린 에반스는 들이밀어진 주먹부터 발견하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어깨를 흠칫하다 뒤늦게 제 두 손을 자그마한 주먹 아래에 펼쳤다.

노란색 알갱이가 손바닥을 데구루루 굴렀다.

“먹어.”

그리고 샤를리즈가 제 입으로 한 움큼 사탕을 밀어 넣었다.

‘……사탕이었다니.’

상상도 못 한 정체에 에반스는 엉거주춤 들고 있던 사탕을 독극물처럼 입 안에 넣었다.

그가 열심히 단련한 이두박근에 독극물이 맞기는 했다.

오늘은 일과를 마치고 두 바퀴는 더 돌아야 할 것 같았다.

“가, 감사합니다, 아가씨.”

“맛있지?”

차마 거짓을 말할 수는 없어서 에반스는 말을 슬쩍 돌렸다.

“사탕이 입에 맞으시나 봅니다.”

“응, 좋아해.”

그렇게 말하며 샤를리즈가 또 한 움큼 쥐었다.

‘하긴.’

가문의 아가씨께서 아끼고 아껴 야금야금 먹어야 할 정도로 리엔타가 부족한 가문이 아니기는 하다.

“그래서 많이 먹는 거야.”

그러실 터다.

금세 질리게 되어도 새롭게 좋아할 것이 많은 환경이니 말이다.

“어서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아져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순간 들려온 말은, 그러나 비슷한 듯 달랐다.

숙련된 기사는 그만 모시는 아가씨의 얼굴을 빤히 보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샤를리즈는 정작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그 궤적을 따라간 때였다.

‘……이클리스 백작 일가?’

* * *

‘이거 그건가.’

로제타가 밤에 베갯잇 물어뜯으며 눈물 참는 그 일.

어서 사교계에 제대로 편입되고자, 암묵적으로 대공의 약혼녀로 세간에서 입을 모았던 ‘라베트 로나터스’의 충실한 손발이 되겠노라고.

그 첫 번째로 대공의 약혼녀 자리를 꿰찬 이리안을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 괴롭히겠다며 결심했던 그 사건.

그러다 다정하고 상냥한 이리안에게 감화되는……!

‘흠.’

아무튼 로제타가 저렇게 결심하면 안 된다.

정말로 무시무시한 말을 하기 때문이다!

“리엔타 공녀가 그러라고 해서 그랬다고 할까? 어차피 대공 전하는 리엔타 공녀를 싫어하시잖아. 알아보려고도 안 하실걸.”

“그러지 마, 로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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