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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조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27) (27/232)

27화

왜 대공을 통해서만 보이는 건데!

이불을 퍽퍽 쳐 대다 뒹굴 굴렀다. 세밀한 붓으로 그려 천장을 장식하는 그림을 의미 없이 바라보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이제 정말 그 가짜 만드는 사람을 찾아야겠네.”

시중에 보편적으로 푸는 물품에서 모조품이 나왔다.

더 귀찮아지기 전에 어서 그 장인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말이 쉽지 어떻게 찾…….

―인간.

……깜짝 놀랐네!

번쩍 돌아본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신수의 어깨로 추정되는 위치가 축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흠.’

“신수도 뼈가 부러집니까?”

―……그대는 어째 만날수록 신용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상처 주네.”

―그보다, 인간. 아이는 도마뱀을 싫어했다.

‘흠.’

“큰 도마뱀이었는데도 말입니까?”

―굳었더군, 가엾게도.

“역시 도마뱀과 용이 다르기는 한가 보네.”

―……내가 그럴 거라지 않았나.

삐유우. 깜찍한 소리와 함께 신수의 고개가 또 축 처졌다.

―그래서 내가 생각을 해 봤다.

정말이지 내키지 않은 투로 말한 신수가 또 한숨을 흘렸다.

―내가 보니 아이는 너를 많이 좋아하더군. 네가 맛있다고 한 차, 간식, 물건을 보며 웃는다.

“어어?”

―정원에서 그러는 걸 본 거다!

“아.”

―그러니―.

콩알 같은 눈이 나를 향했다.

―나를 모셔라, 인간.

……예?

* * *

“……웬 도마뱀이냐?”

“귀엽더군요.”

나와 내 어깨에 매달린 신수를 번갈아 보던 공작의 눈이 떨렸다.

“어떤 게?”

“삐유삐융 하고 웁니다.”

“그, 그래.”

헛기침한 공작이 한입 크기로 자른 에클레어를 포크에 꽂아 내 쪽으로 돌렸다.

이상한 일이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드러나는 애정엔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다.

약점 따위 갖고 있어 봤자 이용하기 손쉬운 수단이 될 뿐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묵묵히 한입에 해치우자 흐뭇하게 바라보던 공작이 슬쩍 운을 뗐다.

“그런데 하고 싶다던 말이 무엇이냐, 샤를?”

―저 인간, 믿을 만한 사람이 맞나? 꼭 켕기는 게 있는 것처럼 네 눈치를 보는구나.

신수가 은밀하게 속삭였다.

원체 여린 사람이라 원래 저러는 것에 불과하니 첫인상 망치지 말고 꼬리 그만 흔들어 대고 정숙하게 있으라며 나도 은밀하게 대꾸했다.

―삐유삐……. 됐다.

“제가 그동안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었지요.”

챙그랑. 공작이 끝내 놓치고 만 포크가 식탁을 애처롭게 굴렀다.

“샤, 샤를.”

‘나, 나름 멍청하진 않은데.’

놀랍게도 학술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월반을 거듭하고 졸업까지 했다!

왜냐하면 대공 곁에 정식적으로 서 있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샤를리즈’가 아니었던 까닭이다.

칼릭스는 무슨 영문인지 월반을 하지 않았다.

그 덕택에 비록 같은 나이는 아니지만 졸업식에서 수석인 칼릭스의 옆에 차석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었다.

‘괜히 제도 가득 소문 퍼진 게 아니다…….’

“저도 상단 일을 돕고 싶습니다.”

“그래, 샤를 네 마음은 이해한다만……. 으응?”

“물론 제가 부족하다는 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견학 느낌으로 하고자 하는…….”

“아니다, 아니야!”

‘왜요!’

견학 수준으로 하고 싶단 말이에요! 본격적으로 일하기는 싫다고!

“나는 또 네가……. 아니다.”

어물어물 말을 흐린 공작은 이내 본래 대화로 복귀했다.

“그럼 언제로……?”

“빠를수록 좋죠.”

나는 찔끔 눈물을 훔쳤다.

‘장인 못 찾으면 몸으로 뛰어야지.’

그나저나 그 가짜 만드는 장인은 어디서 찾는담.

손 빌리지 않고 순전한 우연을 목표로 가장해 사람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나 귀족 영애 입장에서는.

그래서 혹시 책에 서술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어 열심히 고민했지만 역시나 기억나지 않…….

‘……어라?’

수도 3거리에서도 외진 구역.

플라타너스 그늘이 드리우는 상점의 주인은 희희낙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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