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의 조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50) (50/232)

50화

“오늘도 일찍 일어나셨네요. 우리 아가씨 대단하시기도 해라.”

“멜리사 부인은 칭찬이 너무 후해.”

“전혀 후하지 않답니다. 정말로 대단하셔서 대단하시다고 할 뿐인걸요.”

허리에 양손을 얹으며 짐짓 엄격한 얼굴을 해 보이던 멜리사 부인이 후후 웃었다.

세수를 하느라 물이 튀어 젖은 내 머리카락을 조심조심 닦아 주는 손길은, 마치 모시는 아주 무서운 주인이 가장 아끼는 유리 세공품을 닦는 것 같았다.

“아가씨는 리엔타의 행복이에요. 존재 자체로 기쁨을 주는 분이시랍니다. 그러니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멜리사 부인이 정 많은 눈매를 둥글게 휘었다.

“아차, 너무 말이 길었지요. 오늘도 기쁜 하루를 보내셔야 해요.”

멜리사 부인이 서둘러 나갔다.

아마 문밖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멜리사 부인 탓 정말 하나도 없는데.’

안주인의 측근 시녀이자 직계의 유모란 대단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저때 유모는 정말 은밀하게 나를 괴롭혀서, 모르는 게 당연했다.

‘심지어 나도 몰랐으니까!’

유모가 속살거린 말은 모조리 거짓이라고, 그토록 가족을 사랑했으면서도 샤를리즈는 죽음 직전에야 마음을 열지 않았던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나는 방금 확인해 나를 좌절로 몰고 갔던 봉투를 집어 들었다.

“또 외출이라니…….”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부탁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아쉬운 점 생겼다가는 구천을 떠돌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어차피 오늘 일정이 없기도 하고.”

그로부터 채 한 시간이 지나기도 전.

나는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갔다.

* * *

“선생님들이 초대장을 보냈다는데 정말로 공녀님이 오실까?”

“설마. 공녀가 보육원에서 여는 저녁 식사에 오겠냐.”

“그러려나…….”

“그렇다니까! 아, 로단테! 너는 공녀가 올 것 같냐?”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의 소년이 살풋 웃었다.

“글쎄, 아마 안 오시지 않을까?”

“그렇지? 역시 로단테도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어.”

뻐기듯 말한 소년이 다른 소년에게 면박을 주려던 때였다.

“얘, 얘들아! 어서 채비하렴. 공녀님께서 저택에서 막 출발하셨대요.”

교사가 다급하게 말했다.

‘정말로 오실 줄은 몰랐어!’

일전에 토끼 인형 아기를 데려간 후, 공녀는 뜬금없이 편지를 보냈다.

알고 보니 데칸드 백작의 손자였더군. 아이의 신병은 잘 인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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