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머리카락을 귀 뒤에 넘겨 주며, 중얼거린 목소리는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정말 가는귀가 먹었나 봐.’
아무래도 흑마법의 부작용 같은데, 오래도록 소중하게 함께할 내 건강에 적신호를 켜게 만들다니 결단코 가만두지 않겠다.
“죄송하지만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듣지 못했습니다.”
“아니야, 내가 부족한 탓이지.”
“전하께서는 전혀 부족하시지 않습니다. 알로페 제국의 유일한 대공 전하이시자 학술원을 수석으로 졸업하신 명석한 두뇌까지 갖추셨는데 감히 그 누가 전하를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응, 고마워.”
“설령 전하께서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생각하셔도 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 동지로는 리반 리히트라는 사람이 있고…….”
“응, 그렇지. 춥진 않아?”
“이 정도 추위에 굴복하는 나약한 인간 아닙니다.”
“그럼 이 목도리는 나한테 보여 주려고 하고 온 거야?”
“예. 저는 전하께서 선물해 주신 순간을 절대 잊지 않습니다. 늘 고마움을 마음 한편에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칼릭스가 조금 놀란 눈을 했다.
“고마워. 정말 기뻐.”
사르르 짓는 눈웃음은 그 말이 진정 진실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는 속으로 주먹을 꾹 쥐었다.
‘좋았어.’
한 고비를 넘기니 방금 본 미래의 조각이 떠오른다.
리반이 다급히 달렸다.
조용한 복도에 달음박질하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주군!”
가쁜 숨을 미처 고르지도 못하고 리반이 급하게 말을 이었다.
“흑마법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한데, 그곳이…….”
칼릭스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아.”
그리고 순식간에 무표정하게 변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