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그간의 단련을 통해 이 분야의 달인이 된 나는 그만 반사적으로 시선을 옮기고 말았다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근처입니까?”
살짝 고개를 틀어 질문했다.
‘어, 입 밑에 검댕 묻었다.’
말 타고 오다 보니 먼지가 붙었나 보다.
아주 근접한 거리에서야 겨우 보인 작은 크기였지만, 나는 이 얼굴을 보존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손을 뻗었다.
“잠시만요, 전하.”
검지로 슥 문질렀는데도 먼지는 그 자리에 굳건히 버텼다.
‘쉽지 않은 상대로군.’
눈을 번뜩이며 한 번 더 문질렀으나 이번에도 참패했다.
‘이놈이.’
“샤를리즈.”
나른한 목소리에 얕은 무언가가 서려 있었다. 그건 웃음기 같기도 했고, 당혹감 같기도 했다.
아마 그는 웃었던 것 같다.
시야 구석에 휘어진 입술이 보였기 때문이다.
“먼지가 아니에요.”
칼릭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헉.’
나는 잽싸게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얼굴에 묻은 걸 닦아 주려고 한 건데 내가 고마워.”
칼릭스가 엄지로 아랫입술 밑의 아주 작고 연한 점을 느리게 쓸었다.
점은 여전히 그 위치에 있었다.
“그보다는 내가 갑자기 가까이에서 말해서 놀랐겠어. 미안해.”
“괜찮습니다. 안 놀랐어요.”
“왜?”
뭉근한 목소리가 재차 질문한다.
“왜 안 놀랐어?”
[너는 얼굴 밝히다 크게 실수할 거야.]
그때 뭐라고 대답했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누군가 같은 말을 또 한다면 답해 줄 수 있다.
‘이미 실수 엄청 많이 했어!’
“나는, 많이 놀랐었는데.”
얼굴에 음영을 드리울 만큼 날렵한 콧대는 도드라지는 부분 없이 매끈하게 뻗어 유려했다.
얼굴을 살짝 기울이자, 음영이 다시 지며 벽안이 사뭇 생경하게 다가왔다.
그렇다.
나는 지금 칼릭스의 얼굴을 구경하느라 그의 말을 한 귀로 들었다가 다른 귀로 다시 내보내는 중이다.
‘아깝다.’
더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슬픈 기분이 되어 머릿속을 채울 활자를 준비했다.
‘안 보이네.’
오늘이 나 대신 다친 로단테한테 막말하는 그날이 맞았나 보다.
‘그럼…….’
……오늘은 내 목숨 간수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투지를 불태우다가 칼릭스 말을 씹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기억 안 나는데.’
눈치를 보며 손을 공손히 모았다.
칼릭스가 가볍게 웃었다.
“그냥 한 말이었어.”
그렇군. 별것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네가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