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의 조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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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조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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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동화책을 펼친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사샤는 신중하게 한 글자 한 글자 발음했다.
“―그리하여 그럼에도 그들은 기쁘게 눈을 감았습니다. 이 여, 영속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아이의 눈에 울적함이 번졌다.
샤를리즈에게 꼭 읽어 주고 싶어 책장에 꽂지 않고 따로 보관하기까지 한 책이었다.
그간 열심히 연습했건만, 마지막 문장에서 더듬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축 처진 어깨로 힘없이 책을 닫는데, 이미 곤한 잠에 든 얼굴이 시선 끝에 있었다.
‘앗.’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아이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조심조심 일어나 책장에 책을 꽂고 돌아오는 걸음마다 뿌듯함이 배어났다.
흉악한 악명이 꼬리표처럼 붙었다고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미려한 오르골이 외관만큼 우아한 선율을 흘려보냈다.
“좋은 꿈 꾸세요.”
아주아주 자그마하게 속삭인 아이가 눈을 꼭 감았다.
안온한 침묵이 포근한 이불처럼 내려앉았을 무렵.
미동 없이 잠잠하던 눈꺼풀이 불쑥 올라가고, 그 아래로 선명한 녹안이 드러났다.
잠든 아이의 새하얀 뺨을 한번 바라본 샤를리즈는 소리 죽여 이동했다.
잘 정렬된 책등을 횡으로 무심히 훑던 손은 찾고 있는 제목을 발견하고 그것을 뽑아 들었다.
《사랑스러운 왕자님은 언제까지고 행복했다》
[왕자님은 말했습니다.]
[약속을 지켜.]
무표정한 녹안이 조금 움직여 그다음 문장을 읽었다.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했잖아. 그러니 눈을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