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어, 음.”
아드리안은 머뭇거리다가 슬쩍 말했다.
“아실 텐데?”
“아니. 몰라.”
“…….”
“모르지 않으실 텐데……?”
“공녀님은 몰라.”
……그렇게 믿고 싶은 거 아닐까?
아드리안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잠이 덜 깼나.’
눈을 비비는데도 시야는 여전히 희뿌옜다.
“눈이 아파?”
“아닙니다.”
물어보면서 통신구에 손을 가져다 대는 칼릭스를 빠르게 저지했다. 저 통신구는 게릭에게 직통으로 연락이 간다고 하는데, 무슨 일인지 내 방에도 생긴 지 꽤 됐다.
“그냥 시야 귀퉁이가 하얄 뿐입니다.”
말하고 보니 엄청나게 큰 문제 같다! 헉하며 고개를 돌렸는데, 여기는 또 멀쩡했다.
‘어라?’
다시 고개를 돌리자 저쪽은 여전히 귀퉁이가 통째로 하얬다.
‘뭐지?’
신기해서 고개를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앞에서 “아.” 하는 탄성이 들렸다.
“튜베롯이야.”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대꾸한 칼릭스가 문득 웃었다.
고도로 훈련된 내 눈알은 이번에도 잘 피했다.
“저건 왜, 아니, 어디서 구해 오신 겁니까?”
“신전에서 주더군.”
“걔네가요?”
“선물인가 봐.”
‘미심쩍은데.’
나는 의심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굉장히…… 세속적인 욕망이 근원이겠군요.”
“음.”
칼릭스가 사르르 웃었다.
“그런 것 같아.”
……도저히 안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대공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그저 선황자만 데려오면 되는 일이 아닐는지요.”
“쉬운 상대가 아니니 살려두지 않는 거랍니다. 죽이는 편이 훨씬 쉽지 않겠어요?”
정말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남자가 웃었다.
그 얼굴을 보는 사내의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황후가 예상외로 쉽게 죽었을 뿐이지…….”
“사람은.”
남자가 싱긋 웃었다.
“부유한 귀족이든 거리의 걸인이든 모두 똑같습니다. 검날이 이만큼 파고 들어간다면, 죽는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 말은 사내에게 치욕스럽지 않을 수 없는 말이었다.
이상한 명을 받아도 충성을 다했는데, 그랬는데도. 하물며 그는 엘루이든 대공의 편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타고난 능력이 없다는 것으로 이렇게 선은 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