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나는 내 목숨 갖고 장난치지 않는다.
하지만 위협을 간과할 수는 없는 법. 손수건을 하나 챙겨 들고 발길을 옮겼다.
“공녀님. 가방은 왜 들고 계…….”
눈가를 콕콕 닦으며 정원으로 나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레아가 돌연 침묵했다.
그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돌아가시는 거예요?”
“아니야!”
나는 최소 육십 년은 저 너머로 가지 않는다고 반박부터 불쑥 튀어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손수건이 아니라 손거울을 들고나올 걸 그랬다.
설마 잠깐 사이 피골이 상접했나 싶어 속으로 절규하고 있는데, 레아가 가슴팍을 짚으며 웃었다.
“그러셨구나. 깜짝 놀랐어요. 그럼 가방도 들고 어디를 가시는 길이세요?”
‘아하. 내가 리엔타로 가는 줄 알았나 보군.’
이래서 사람은 목숨줄 잘 붙잡고 살아야 한다. 작은 것 하나에 심장이 벌렁거리는 게 건강에 몹시 좋지 못하다.
“정원에 잠깐.”
레아에게 말한 것처럼 나는 정말로 아주 잠깐 잽싸게 다녀왔다.
수정 구슬이 든 함을 도로 제자리에 두고 돌아선 내 얼굴을 본 사람이 있다면 모두 흠칫하며 물러났을 게 틀림없다.
숨길 수 없는 음산한 미소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코피 안 났다.”
교황에게 절대로 돌려주지 않겠다는 막돼먹은 결심이 한층 견고해졌다.
‘그나저나 그 남자는 왜 이걸 알려줬지?’
맥락상 그들이 찾던 신물이 이 수정 구슬이었으니 이것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이상할 게 없지만 왜 일면식도 없는 나를 도와줬는지가 의문이다.
‘혹시 신전에 들어갈 수 없어서 나를 이용한 건가?’
그렇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 남자가 되찾으러 오기 전까지 나는 더 살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애틋하게 구슬을 내려다보고는 함을 닫았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다이어리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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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